[충북일보] 입춘이 지난 지 일주일이다. 설이 지난 지도 사흘이다. 아직 날은 차고 길은 얼어붙어 있다. 이 산 저 산에서 아직 복수초 개화 소식이 없다. 아직은 그저 생각만으로 따뜻한 시간이다. 청주의 봄소식을 찾아 나선다. 수암골의 가파른 골목에 선다. 거기서 작은 봄볕을 발견한다. 마침내 봄의 기별을 찾는다. 늘어선 담장 벽화가 따뜻함을 전한다. 추억 속 그림이 봄볕을 느끼게 한다. 진득진득한 수암골의 삶이 묻어난다. 가난했던 시절부터 밀려온 흔적이 짙다. 가파른 골목에 서니 심장이 박동한다. 요동치는 희망으로 추위가 한풀 꺾인다. 지는 해가 새 한 마리를 끌고 간다. 벽화 안에서 이른 봄을 찾아낸다.
[충북일보] 하나하나가 슬라이드처럼 돌아간다. 아날로그적인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기억으로나마 세월의 영원성을 간직한다. 한 남자가 여전히 짐을 싼다. 떠난 사람들이 어김없이 돌아온다. 돌아온 사람들이 순서도 없이 떠난다. 낯선 여행지에서 사귐은 흥분이다. 낯선 날것을 그대로 보고 느끼는 생동이다. 낯선 이와 함께 하는 호흡이다. 여행의 시작과 끝은 같지 않다. 혼자 떠난 여행에서도 변한다. 한 줄의 감동이 마음을 울린다. 혼자 하는 여행이 저릿하다. 마음 거둘 곳 없으니 쓸쓸하다. 사람들이 머물다 간 곳을 느껴본다. 아프리카 빈민가 냄새가 난다. 네팔의 달밧 냄새도 풍긴다. 여행의 성패가 마음의 여유로 결정된다.
[충북일보] 사랑은 마음속에 숨겨진 바람이다. 깊은 뜻이 바람에 기억된다. 우주의 상징이 오묘하게 작용한다. 흥미진진한 시각을 만든다. 자연의 암호가 풀린다. 자연과 교감으로 행복하다. 햇살이 비처럼 쏟아진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 차이가 궁금해질 때쯤 알게 된다. 현실과 가상을 연결하는 걸 찾는다. 자연의 생명력이 일깨워준다. 자연과 호흡하며 힘이 응축된다. 나뭇가지조차 풍경의 붓질이 된다. 먹빛에서 벗어난 오방색의 생동이다. 히말라야 룽다와 타르초가 보인다. 보이지 않는 기운의 표현이다. 풍경과 마주한 붓의 마음이다. 시인이 세상을 떠나도 시가 남는 이치다. 심장이 다시금 빛을 내며 뛴다.
[충북일보]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찾는다. 공감대 형성의 감동이 흐른다. 선물하고 싶은 절경에 다다른다. 가슴 찡한 감동의 풍경이다. 비로소 휴헐(休歇)의 쉼표를 찍는다.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다. 하얀 보석 밭이 은빛으로 반짝인다. 키 작은 관목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산줄기가 파도처럼 하얗게 일렁인다. 산속 휴헐산방에 다다른다. 눈 맞은 바위가 수행자 모습이다. 산방 추녀 밑 고드름이 고즈넉하다. 마음을 다스리니 지나온 길이 보인다. 능선의 굽이가 장쾌한 바닷길이다. 눈과 바람과 시간이 만든 걸작이다. 오랜 쉼을 거치니 선물을 받는다. 쉬고 또 쉬니 여유가 생긴다. 휴휴(休休)가 행복을 나누게 한다.
[충북일보] 하얀 전류가 흐른다. 열 손가락이 모두 아리다. 겹쳐 낀 장갑도 소용없다. 손끝이 저릿저릿 시리다. 숨을 내쉴 때마다 입김이 언다. 마스크와 모자 끝이 하얗다. 흡사 에스키모 모양새다. 눈 가는데 마다 그림엽서 풍경이다. 짜릿한 스릴과 재미를 더한다. 추위쯤은 감수해도 좋을 풍경이다. 하얀 눈에 사람이 묻혀 풍경이 된다. 길을 잘못 드니 유혹이 더 강렬하다. 혹독한 추위가 되레 선물이 된다. 거센 바람에 하얀 눈 회오리가 인다. 눈구름이 삽시간에 몰려든다. 눈보라가 키 작은 나무를 때린다. 눈꽃 치장한 바위가 '예티' 같다. 현기증 나는 미지의 세상이다. 내 쉬는 숨으로 온기를 만든다. 내 안의 힘으로 추위를 녹인다.
[충북일보] 어둠이 커튼을 젖히고 물러간다. 온 몸이 차가운 분위기에 감전된다. 얼어버린 저수지 표면이 하얗다. 소나무 뒤로 하얀 눈발이 날린다. 바람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회색의 구름 띠가 햇빛을 막는다. 동쪽 하늘이 성냥불처럼 타오른다. 해가 뜨자 사위가 발갛게 물든다. 여명의 기운이 한참을 간다. 소나무 사이로 햇살이 비껴 내려온다. 저수지 바닥이 발그레 달궈진다. 척박하고 추운 겨울이 지나간다. 이른 아침 저수지 위에 선다. 빛의 커튼이 여러 갈래로 나뉜다. 군데군데 다른 색감으로 떨어진다. 저편에서 주황의 커튼이 넘실거린다. 이편에선 분홍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아침나절 해와 바람이 부리는 요술이다.
[충북일보] 눈 그쳐 화창한 날이다. 할머니 한 분이 저 멀리 보인다. 굽은 허리에 위태위태한 발걸음이 딱 내 어머니다. 호쾌하게 걸진 웃음소리가 동네를 채운다. 욕망이 사라진 평화로운 시간이다. 마을길을 따라 부드럽게 걷는다. 순한 사람들의 소박한 삶이 보인다. 낡아서 익숙한 풍경 속에 깃든다. 남쪽 섬에서만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이다. 혹독함 속에서 여행이 풍부해진다. 느린 걸음으로 상황을 받아들인다. 눈 속에 박힌 돌담이 그대로 수묵화다. 현무암 돌담의 흑백 조화가 기막히다. 돌밭 아래 양배추마저 멋진 그림이 된다. 골목 어귀 늙은 팽나무가 시간을 알린다. 고요함이 느릿느릿 흐른다. 돌아보고 나니 비로소 알게 된다.
[충북일보] 고립의 섬, 제주도를 다시 떠올린다. 한라산에 하얀 눈이 두껍게 쌓인다. 성산일출봉 가는 길에 눈꽃이 핀다. 산방산 꼭대기에 강풍이 몰아친다. 절집 품은 산방산이 그대로 겨울 에세이다. 눈 내리는 '카멜리아힐'이 멋지다. 눈 아래 숨은 연분홍색이 예쁘다. 바람의 거센 애무에 눈 풍경이 바뀐다. 하얀 눈 사이를 지나는 바람이 역동적이다. 용머리 해변이 하얗게 휘돌아친다. 우두커니 앉은 하멜의 머리에 눈이 내린다. 파란 하늘빛이 며칠 만이다. 구름 사이로 빛 내림이 환상적이다. 제주항과 어우러져 참으로 아름답다. 제주공항을 이륙한 비행기가 떠간다. 햇빛 쨍한 날에 눈시울이 뜨겁다. 제주항 여객터미널로 발길을 옮긴다.
[충북일보] 드디어 저주의 섬을 떠난다.격리의 흔적이 조용하게 각인된다. 지나고 보니 동화처럼 아름답다. 가족들과 동행이 험로를 즐기게 한다. 하얀 눈감옥을 행복하게 떠올린다. 격렬한 흔적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시간이 지날수록 또렷하다. 끊어질듯 끊어질듯 이어진다. 돌아오는 길에 더더욱 견고해 진다. 시간이 지나니 호된 풍경마저 곱다. 고통 뒤에 펼쳐지는 마법의 절경이다. 긍정의 반추가 행복으로 승화한다. 제주도에 평화가 깃든다. 한라산에 설국이 깊어간다. 깊고 고운 정취가 천연덕스럽다. 공포의 저주가 믿기지 않는다. 멈춰야만 보이는 걸 알게 된다. 믿어야만 보이는 것도 깨닫는다. 겪어야만 보이는 걸 경험한다. 산방사 해조관음불이 눈을 맞는다.
[충북일보] 새도 쥐도 숨은 지 오래다. 차가운 눈바람이 엄습한다. 곽지리 해변에 차가운 어둠이 내린다. 바람의 공격이 밤새 이어진다. 자연의 힘에 압도된 겨울밤이다. 바람의 길로 간다. 우두둑 쉭 바람 소리가 험하다. 바람의 세기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 공포의 하루가 다시 시작된다. 애월읍이 동토로 변한다. 깜깜한 밤 바람소리가 거세다. 보름달빛이 비출 틈이 없다. 바람이 구름을 몰고와 숨기 바쁘다. 한라산을 향한 눈발이 더 거세진다. 곽지해변 파도소리가 무섭다. 제주의 바람소리에 소름이 돋는다. 바람의 섬인 까닭을 넘치게 증명한다. 바람의 길에 눈감옥이 쳐진다. 찬바람 속 따뜻한 햇볕이 그립다. 별빛 달빛이 그리운 시간이다.
[충북일보] 한파가 거세게 몰아치는 날 제주를 찾는다. 중국 북쪽의 찬 고기압이 제주까지 덮친다. 눈 맞은 돌하르방이 반긴다. 점점의 얼굴에 하얀 눈이 쌓인다. 빨간 꽃동백이 수줍게 웃는다. 감귤 향 가득한 바닷길을 걷는다. 푸른 바다와 주황빛 귤껍질이 잘 어울린다. 겨울바람을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낸다. 바람이 분다기보다 몰아친다. 바람의 섬 제주도를 실감한다. 이내 눈보라가 얼굴을 때린다. 일주도로를 따라 안전하게 움직인다. 현무암이 만든 흑백의 대비가 강렬하다. 군데군데 하얀 잔설에 진한 농담을 더한다. 가까이에 삼나무 방풍림이 강건하다. 제주들판의 겨울 풍경에 매력이 넘친다. 저 멀리 눈 덮인 한라산이 보인다.
[충북일보] 겨울밤이 침묵처럼 조용하다. 생명을 잃은 것처럼 미동이 없다. 자세히 귀 기울이니 생명의 소리가 들린다. 한밤 중 고로쇠나무가 물을 마신다. 한 겨울 새로운 생명수가 만들어진다. 남쪽 산에 달이 하얗게 뜬다. 하얀 밤에 미끄러지듯 달빛을 쏟아낸다. 한 겨울 백옥 같은 빛을 발하며 웃는다. 서쪽 하늘에선 은하수가 쏟아진다. 영하의 창공에 펼쳐진 아름다움이다. 이즈음 하늘에서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하얀 눈으로 산 이야기가 다시 살아난다. 한참을 서서 오래 보니 참으로 예쁘다. 자세히 살펴보니 너무 사랑스럽다. 가까이 보니 더 아름답고 새롭다. 남쪽 사면에 산죽 밭이 길게 이어진다. 흡사 반달 곰 한 마리가 보일 풍경이다.
[충북일보] 우암산이 먼 산처럼 보인다. 방송국 송신기에도 눈꽃이 핀다. 상당산성 너머로 이티봉 능선이 펼쳐진다. 소복하게 내린 눈으로 마루금이 하얗다. 순결의 처녀 허벅지처럼 곱다. 겨울 산을 걷고 또 걷는다. 느리게 걸어도 푹신함에 숨이 찬다. 하얀 눈에 빛이 따갑게 반사된다. 아주 잠시 설맹을 경험한다. 눈을 뜨고 다시 걷는다. 지나온 길을 굽어본다. 서쪽 기슭에서 찬바람이 올라온다. 눈이 그치고 바람이 분다. 하늘이 맑고 흐림을 반복한다. 스쳐 지나가는 구름도 없다. 조금 전과 닮은 듯 같지 않다. 겨울이 시나브로 산 속에서 완성된다. 마음을 닫았던 조급함을 후회한다.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간다.
[충북일보] 무심천에 눈이 내린다. 갈대 위로 수북이 내려앉는다. 우암산의 하얀 눈에 상서로운 기운이 넘친다. 한남금북정맥 마루금이 눈부시다. 숨죽이며 저마다 자태를 뽐낸다. 격렬한 기억을 남기려 애쓴다. 산마루금은 겨울 풍경의 백미다. 모름지기 보고 걷는데 최고다. 눈길이라면 두 말이 필요 없다. 이티봉 가는 길이 능선 따라 하얗다. 거친 돌길과 부드러운 흙길을 감춘다. 가파름과 완만함의 구분마저 어렵다. 희미한 겨울 하늘이 눈 위를 떠간다. 파란 하늘이 '쨍'하고 나타날 것 같다. 이내 하늘의 숨결이 비로소 살아난다. 깊어가는 눈 풍경에 흠뻑 빠진다. 상서로운 서설이 주는 선물이다. 하루 종일 유연하게 오르내린다.
[충북일보] 길을 걷다가 청주의 붉은 놀을 본다. 도심을 달구던 태양이 낙조로 가라앉는다. 붉은 기운이 사그라져 땅 밑으로 숨는다. '치익' 잠기는 낙조의 짧은 순간이 황홀하다. 가경동 너머로 여전히 꼭두서니 빛이 남는다. 저물어가는 마지막 색조가 너무도 아름답다. 차가운 도심을 비추는 놀의 때깔이 곱다. 저녁 시간의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하다. 하루의 끝 시간에 맞춤한 색깔이다. 청주의 낙조를 보며 곰소항을 떠올린다. 어촌마을의 비릿한 정취가 몰려온다. 백사장에서 밀물과 썰물이 교대를 반복한다. 해질녘 바다가 은박지처럼 반짝인다. 제 몸 불살라 하루를 달군 해가 진다. 침묵 속에 조용히 내려앉는다.
[충북일보] 산 아래 자그마한 절집을 찾는다. 어제와 오늘이 다를 게 없다. 연 초 세운 계획과 다짐을 떠올린다. 시간의 흐름을 따라 동선을 새롭게 짠다. 동편과 서편의 시간이 매듭 없이 흐른다. 시간이 쉬었다 가는 곳을 찾는다. 가늠할 수 없는 시간 저편을 더듬는다. 길 끝 벼랑 외진 곳에 한 사내가 서 있다. 알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한 곳을 바라본다. 첩첩한 산 속에서 구원을 찾는 듯하다. 세상사는 이치로 새 생명을 얻는다. 다시 길을 이어 간다. 험난한 길 위의 고통을 감내한다. 온 몸으로 부딪혀 지혜를 체득한다. 인생길 위로 직접 나가 본래면목을 찾는다. 사람이 길을 넓히는 이치를 깨닫는다. 길이 사람을 넓힐 수는 없음을 되뇐다.
[충북일보] 겨울이 빚은 눈꽃 광장이다. 꽁꽁 숨겨진 신선의 놀이터다. 파란 여름엔 볼 수 없는 하얀 풍경이다. 눈밭에 묵묵히 발걸음을 내닫는다. 새 한 마리가 빼쭉 얼굴을 내민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산행을 이어간다. 그만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등산 형님보다 하산 아우가 더 어렵다. 선등자와 후등자의 교감이 계속된다. 험난한 길이 진한 우정으로 물든다. 고민할 틈도 없이 다시 걷는다. 깊은 백색 골짜기를 내려온다. 잠깐 가쁜 숨을 몰아쉰다. 무정한 해가 노을 속으로 숨는다. 서로 마음의 끈을 단단히 묶는다. 몸이 따뜻해지며 우람해진다. 환해진 눈동자가 방향을 잡는다. 세상사는 이치를 다시 배운다.
[충북일보] 범접하기 어려운 위용을 뽐낸다. 눈 덮인 봉우리 아래가 거뭇하다. 희끗희끗 떠받친 높이가 두 길이다. 눈 맞은 활엽수가 순록의 뿔 같다. 침엽수 고사목은 그대로 선사풍경이다. 여러 물줄기 한 곳으로 모여 폭포가 된다. 마침내 희뿌연 물기둥을 만들어 떨어트린다. 물줄기가 실타래처럼 쏟아져 내린다. 제 몸 부숴 하얀 포말을 날린다. 얼음 속 물줄기가 곧게 힘차다. 맑은 물줄기가 산속 기운이다. 바위와 폭포의 조화가 균형적이다. 벼랑과 비탈의 간격마저 일정하다. 용소 주변 물안개가 너울거린다. 흑백의 풍경이 경이롭다. 명암의 농담만으로 진경산수가 된다. 시간이 상선약수처럼 흘러간다.
[충북일보] 설천제국에서 경험하는 명견만리다. 겨울 한낮 은빛 모험의 길에 든다. 점차 백두대간의 끝으로 향한다. 겨울을 온 몸으로 받아들인다. 산과 고개의 어울림이 절묘하다. 북풍한설이 빚어낸 흑백의 작품이다. 눈과 바람과 산이 다시 만난다. 비장미 넘치는 아름다움이다. 산골별곡을 홀로 부른다. 짧은 만남에 긴 여운이 남는다. 칠연폭포가 하늘 위로 까마득하다. 타래 풀린 명주처럼 하얗게 떨어진다. 흩어진 물가루가 삶의 분말로 쏟아진다. 까마득한 봉우리 넘어 삭풍이 분다. 그토록 힘겹게 걸어왔건만 아무 것도 없다. 푸른 산은 멀고 파란 하늘은 아득하다.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을 살핀다. 처마 밑 참새처럼 불안하다.
[충북일보] 별빛과 달빛을 받으며 길을 간다. 하얀 눈밭을 걷고 또 걷는다. 새 하루가 잠든 빛을 어루만진다. 동쪽 하늘에 붉은 기운이 돈다. 한껏 들뜬 마음이 초조해진다. 국토의 허파가 온통 붉게 하얗다. 설산에 다가가려는 열망이 공포를 이긴다. 거친 자연에 흔적을 새긴다. 어느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는다. 길고 부드러운 능선이 계속된다. 몇 번의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가끔은 경고라도 하듯 거칠어진다. 여정의 종착지로 향한다. 산 아래 땅거미를 밟는다. 다시 그믐밤별을 등에 메고 걷는다. 덕유의 숲을 마음에 품는다. 자연이 준 선물에 행복하다. 동료들의 동행에 무한 감사한다. 산처럼 푸르고 맑게 살길 다짐한다.
[충북일보] 뼈대 드러낸 침엽수가 강렬하다. 푸른빛을 잃지 않아 경탄스럽다. 굽이치는 능선에 서니 그대로 수묵화다. 흑백의 조화가 만든 필선의 절경이다. 경외와 금기의 공간에 선 주인공이다. 하얀 능선은 덕유산행의 시작과 끝이다. 굽이치는 흰 줄기는 비경 중의 비경이다. 바람의 붓질로 그려낸 풍경이다. 현기증 나는 흑백의 조화다. 하얀 운무가 은빛능선에 덧입혀진다. 가슴 철렁한 신비감을 더한다. 살을 에는 칼바람이 분다. 바람이 끌고 온 소리에 놀란다. 겨울에 만나는 뜻밖의 비장함이다. 날 것의 거친 모습을 한 야생이다. 비장미 넘치는 차디참이다. 가슴 철렁한 아름다움이다. 바람은 겨울 산의 다른 주인이다.
[충북일보] 도심 한복판에 혹독한 추위가 없다. 산야의 흑백 농담도 한참 모자란다. 무심천의 은빛 낭만에 제대로 빠지기 어렵다. 소복하게 쌓인 눈 구경이 힘들다. 겨울 산은 1월이 제철이다. 절정의 추위로 하얗게 얼어붙는다. 하늘과 땅이 내뱉는 숨까지 하얗다. 능선마다 눈꽃과 상고대가 점령한다. 한설 풍경이 시간을 정지시킨다. 극한의 추위가 최고의 겨울미를 창조한다. 그저 먹 하나로 수묵화가 된다. 겨울 산의 유효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눈 덮인 산을 떠올린다. 거대한 설산의 위용에 숨이 막힌다. 순백의 세상에 황홀경이 따로 없다. 신들의 산책로에 쌓인 눈을 밟는다. 눈꽃 헤치며 겨울그림을 완성한다.
[충북일보] 절벽에 매달려 사투를 벌인다. 밧줄을 잡고 한참을 오르니 바위안부다. 에둘러 살피니 한 옆으로 길이 보인다. 바위틈으로 하늘이 파랗게 열린다. 너럭바위가 주위를 압도한다. 살짝 머금은 상고대가 위안을 준다. 겨울 햇볕이 우박처럼 쏟아진다. 백두대간 산군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능선이 눈부실 만큼 반짝인다. 소백산이 장쾌하게 이어 달린다. 속리산이 우뚝 솟아 미덥다. 산들이 점점이 열도처럼 떠다닌다. 절벽에 매달린 밧줄이 아득하다. 하얗게 잠자던 바위가 벌떡 깨어난다. 당당한 모습에 기가 눌린다. 산객들이 유격대로 돌변한다. 겨울산행이 선물한 고군분투다. 선조들의 노고가 깃든 성터에 다다른다.
[충북일보] 사위가 죽은 것처럼 조용하다. 첫 눈발이 땅에 닿는다. 솔잎도 함께 후두두 떨어진다. 침묵하는 산속 계절을 깨운다. 머잖아 생명의 숨소리가 들린다. 솔숲의 향기가 아찔하게 다가온다. 봉암사에서 맑은 풍경소리가 울린다. 새해 새 자막이 올라간다. 존경스러운 다른 세상이다. 늘어선 암릉을 집중해 오른다. 도열한 병풍바위가 수려하다. 너럭바위는 그대로 전망대다. 숨 막히게 아름다운 풍광이다. 희양산의 실루엣이 멋지다. 보석 같은 자취가 길마다 뿌려진다. 따스한 겨울 햇살 따라 걷는다. 마음이 덩달아 부푼다. 좋은 사람과 함께 하니 더 좋다. 언제나 후하게 되갚는 산이다. 주어진 시간만큼 보고 느낀다.
[충북일보] 행복은 단호한 의지에서 비롯된다. 마음속의 재판관을 만나 결정한다. 질의응답은 곧 행복의 삼파수다. 꿋꿋이 행복감을 갖고 가면 행복하다. 기어이 행복해지려 해야 행복해진다. 내가 행복해야 주변이 행복하다. 행복은 삶을 대하는 자세에서 비롯된다. 지식은 내 밖에서 온다. 지혜는 내 안에서 우러난다. 사색을 통해 다가오곤 한다. 산봉우리에 위엄이 깃든다. 자연의 피조물에 감동한다. 사소하고 주관적인 행복이다. 겨울나무는 생명력을 감춘다. 꽃봉오리의 화사함을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아팠던 경험을 보석처럼 간직한다. 겨울이 혹독할수록 꽃향기가 깊다. 이만한 자리이타가 없다. 희양산이 행복을 준다.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