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잊혀져가는 '진짜' 전통시장 - 음지에서 양지로

5일장 육성·보존할 법 제정 시급
행정당국·정치권 무관심 개선돼야
체계적 관리 충주풍물시장 모범 사례

  • 웹출고시간2014.11.20 19:08:38
  • 최종수정2014.11.20 19:08:38
오늘날 '전통시장'하면 흔히들 지붕 아케이드가 쳐져있고 자그마한 점포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상설시장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곳은 현대적 의미에서 재정의한 전통시장이지 수백·수천년을 이어온 역사적 의미의 전통시장은 아니다.

일명 '뻥튀기' 기계 앞에서 강냉이 튀밥을 기다리는 아낙의 모습의 왠지 쓸쓸해 보인다. 사라져가는 전통의 잔영이 투영된 건 아닐까.

ⓒ 충북일보DB
말 그대로 길거리에서 물물교역을 하던 삼한시대의 가로시(街路市), 신라시대의 향시(鄕市)를 그대로 계승한 '5일장'이야 말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진짜' 전통시장이 아닐까 싶다. 비록 고도 산업화 추세에 밀려 시간과 공간의 뒤켠으로 한 발짝 물어나 앉아 있지만, 5일장이 아직도 농촌경제의 핵으로 그 명맥을 잇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5일장은 현대사회 들어 '천덕꾸러기' 또는 '애물단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제아무리 역사와 전통을 지녔다하더라고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는 법에서 허용되지 않는 '불법 노점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영동장은 상설시장과 5일장이 공존 혹은 경쟁하는 구조를 띠고 있다.

ⓒ 임장규기자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근본적 원인은 상설시장만 육성하려는 엉터리 '전통시장 육성법'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2006년 제정된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은 50개 이상의 점포와 토지 또는 상가건물 면적 합이 1천㎡를 넘는 곳만 전통시장으로 인정하고 있다. 5일장의 경우 50명 이상의 장꾼(일명 장돌뱅이)이 모인다 해도 '점포(店鋪)'가 아닌 '노점(露店)'의 형태를 띠고 있어 이 법에서 말하는 전통시장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른바 '미인정 시장'인 셈이다.

5일장을 관할하는 지자체와 지방의회, 중소기업청 등도 이 같은 법의 허점을 잘 알고 있지만, 자신들은 법 제정 권한이 없다며 사실상 5일장 육성에는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도내에는 40여 곳의 5일장이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으나 언제, 어디서 열린다는 기초적 현황만 파악됐을 뿐 1980년대 초 64곳의 장이 섰고, 그 가운데 20여 곳이 사라지고 10여 곳이 새로 생겨났다는 사실조차 행정당국은 알지 못하고 있다. 지역별 5일장의 역사와 상인수, 매출구조 등 시장을 육성·보존하기 위한 기본 데이터도 작성되지 않았다.

도로 무단점거, 불법 자릿세, 상인 간 이권다툼 같은 각종 부작용도 수시로 발생하고 있지만 행정당국과 정치권 모두 '5일장은 원래 그랬으니깐'이란 태도로 일관하며 문제 해결에 나설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제는 음지에서 양지로 바뀌어야 한다. 불법 노점상으로 전락한 5일장의 유통 구조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5일장을 실질적으로 보존·육성하기 위한 법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5일장 상인, 즉 장꾼들의 자구책 마련도 뒤따라야 한다. 상설점포 상인들과 이권 다툼을 할 게 아니라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5일장 상인들로만 상인회를 구성, 체계적인 관리와 판매를 하는 충주풍물시장을 모범 사례로 추천하고 싶다. 마치 대형마트의 축소판 같은 천편일률적인 장에서 벗어나 지역마다 지니고 있는 고유의 색깔을 살리는 것도 5일장을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방안이다.

과거 도내에서 가장 번성했던 청주쇠전과 약전골목, 목물전, 저자거리 등 청주지역 5일장이 자취를 감춘 일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아무런 육성 정책이 없으면 5일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다.

지금과 같은 무관심이 지속된다면 5일장의 어제와 오늘은 있어도 미래는 없다. 우리의 진짜 전통시장을 온전하게, 그리고 발전시켜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의무와 책무는 우리에게 있다.

/ 임장규기자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박해운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동계훈련으로 전국체전 6위 탈환 노릴 것"

[충북일보] 박해운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이 "이달부터 동계 강화훈련을 추진해 내년도 전국체전에서 6위 탈환을 노리겠다"고 밝혔다. 박 사무처장은 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전국체전에서는 아쉽게 7위를 달성했지만 내년 전국체전 목표를 다시한번 6위로 설정해 도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초 사무처장에 취임한 박 사무처장은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 위해선 우수한 선수가 필요하고, 우수한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선 예산이 필수"라며 "전국 최하위권 수준에 있는 예산을 가지고 전국에서 수위를 다툰다는 점에선 충북지역 체육인들의 열정과 땀의 결실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체육 분야에 대해서만 예산지원을 요구할 수 없는 입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 향상을 위해 예산 확보를 위해 다각적으로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박 사무처장은 도체육회 조직확대 계획도 밝혔다. 현재 24명의 도체육회 인원을 29명으로 증원시키고 도체육회를 알려나갈 홍보 담당자들에 대해서도 인원을 충원할 방침이다. 박 사무처장은 "현재 도체육회의 인원이 너무 적어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전국에서 가장 도세가 약한 제주도의 경우에도 체육회에 30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