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옷 타령은 여성의 대부분이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싶다. '옷을 사도 사도 입을 옷이 없다'는 말 또한 대단히 공감하리라. 새 옷을 갖은 만족도 순간일 뿐 매양 그 옷이 그 옷 같지 않던가. 전문가는 되풀이되는 이 과정에 대하여 어떤 지적을 하고 싶겠지만, 나는 정중히 사양하리라. 그저 복장에 관한 나의 작은 욕심은 남들 앞에서 패션 감각이 뒤떨어진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은 것뿐이다.
오늘도 출근하고자 화장을 마치고 외출복으로 갈아입는다. 특별한 날이 있는 경우엔 전날 미리 입고 갈 옷을 머릿속에 그려둔다. 평소에는 그날 날씨를 고려하여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아마도 이 부분에서 실패하는 요인이 나올 수도 있으리라. 밖에 입고 나갈 의복을 미리 고민하고 준비한다면, 아마도 더 나은 옷차림으로 나설 수도 있는데 알면서 습관이 들질 않는다.
나의 옷장 분위기는 어두운 편에 속한다. 밝은 옷은 대부분 이너웨어와 셔츠 몇 벌 정도다. 직장 생활하며 터득한 옷차림은 검은색과 짙은 회색에 흰색을 곁들인 정장, 아니면 베이지 톤으로 차려입는 것이 무난하다. 어두운 톤 정장을 입을 땐 이너웨어를 밝은 톤으로 차려입으면 깊이 고민할 필요 없이 간단하게 해결된다. 어찌 보면 나의 옷차림은 고민 없이 차려입은 개성 없는 옷차림이다.
가끔 초청 세미나나 기관행사에 나갈 자리가 생긴다. 그 자리에 가보면 여성은 거의 보이지 않고, 홍일점일 때가 더러 있다. 남성들의 패션도 대부분 어두운 분위기이다. 이런 자리에 여성미가 흐르는 꽃무늬 원피스나 색감이 화려한 정장의 옷차림은 어울리지 않는다. 홍일점인데다 화려한 정장을 더하면 그야말로 초점 대상이 되리라.
패션이 비즈니스 경쟁력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설문 조사가 있다. 직장인 87%가 '그렇다'고 답변을 하였단다. 그리고 벤저민 프랭클린은 "먹는 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먹되 입는 것은 남을 위해 입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 보면 남들 앞에서 개성을 마음껏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남을 의식해야 하는 것이 옷차림인가 보다.
어느 자리에서건 옷을 차려입은 모양새가 중요하다. 옷차림은 사람들의 단지 외면을 꾸미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어찌 보면 그 사람의 내면을 다른 이에게 전하는 통로가 아닐까 싶다.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자 타인이 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리 생각하니 문득 상대가 나를 떠올릴 때 어떤 느낌이었을까 궁금해진다. 간혹 나의 첫인상이 '도도해 보인다.'는 표현은 나의 패션과도 무관하지 않으리라.
이은희 약력

2007년 제물포수필문학상 수상, 2010년 충북수필문학상 수상. 2012년 신곡문학상 본상 수상
2013년 제8회 충북여성문학상 수상, 2013년 국립청주박물관 사진공모전 금상 수상 외 다수.
저서로,『검댕이』,『망새』,『버선코』,『생각이 돌다』수필집 출간.
한국문인협회, 계간『에세이포레』편집위원, 청주문인협회 회원, 충북수필문학회 주간, 충북여성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주)대원 상무이사로 재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