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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비용 1년 1천만원… 둘째 생각 결국 접었죠"

9개월 도윤이 키우는 김민석·김정숙씨 부부

  • 웹출고시간2010.02.18 18:39:0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편집자 주

한국은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다. 결혼을 꺼리는 젊은이들과 아이낳기를 두려워하는 신혼부부들은 매년 늘고 있다. '자녀의 수가 부의 척도'라는 우스갯소리가 더 이상 우습게만 들리지 않는다. 아이는 부모가 낳지만 키우는 건 사회의 몫이다. 하지만 정부의 출산장려정책은 육아 현장에서 부모들이 느끼는 어려움을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청주에 사는 한 평범한 신혼부부에게 육아의 어려움을 들어봤다.

◇상상초월하는 육아비용에 둘째는 '포기'

"아이 하나 키우는데 무슨 돈이 이렇게 많이 드는지 모르겠어요. 1년이면 1천만원정도는 들어갈 것 같네요"

이제 9개월된 도윤이를 키우고 있는 김민석(31)·김정숙(31)씨 부부는 아이의 양육비를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정숙 씨는 "남편과 수입을 합하면 월 400여만원정도 되지만 어린이집 비용 및 생활비, 각종 양육비, 주택자금 대출금, 세금 등을 떼고 나면 저축할 돈이 부족하다"며 "아이가 클수록 돈이 더 필요하다고 하니 걱정이 많다"고 했다.

김 씨 부부가 한달에 기저귀 값으로만 드는 비용은 10만원. 다행히 최근까지는 모유를 먹여 분유값 걱정은 덜었지만 곧 어린이집에 맡겨질 아이를 생각해 한달전부터 모유와 분유를 병행하고 있다. 유기농 분유니 수입 분유니 해서 아이들에게 좋은 게 많다지만 그것도 여유가 돼야 할 수 있다. 2만5천원짜리 분유를 일주일에 한통씩 먹이느라 매달 10만원씩 든다.

민석 씨는 "애들 쓰는 것들이 왜이리 비싼지 모르겠다"며 "가까운 마트에만 나가 봐도 어린이용품은 대부분이 고가"라고 했다.

김 씨 부부는 다행히 먼저 아이를 낳아 기르던 시누이가 사용하던 용품들을 대부분 물려받아 배냇저고리, 기저귀, 내복 등 기본용품만을 구입했는데도 약 100만원이 넘게 들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기 위해 필요한 유아용 카시트도 쓸만하다 싶은 제품은 60만원이 넘었다.

유모차와 아이용 침대는 중고시장에서 각각 5만원, 10만원씩에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했지만 아이가 더 큰다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물건들이다.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옷, 동화책 등, 육아에 들어가는 비용은 점점 늘어난다.

주기적으로 맞는 예방접종비도 만만찮다. 결핵, B형 간염, 소아마비 등 필수예방접종은 보건소에서 무료로 접종할 수 있지만 기타 예방접종을 위해 지금까지 20만원정도의 비용이 들었다.

정숙 씨는 "결핵예방용 BCG접종의 경우 일반 병원에서 맞으면 흉터가 작게 남지만 보건소에서 접종하면 어깨에 보기 싫은 흉이 생긴다"며 "일반병원에서 접종시키고 싶었지만 비용을 하나라도 더 줄이기 위해 아이에게 미안하지만 보건소를 많이 이용했다"고 했다.

이어 "처음 출산을 계획할 때보다 육아에 드는 비용이 상상을 초월한다"며 "원래 계획대로라면 둘째아이를 가질 생각이었으나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표1 참조)

◇'아이돌보미 사업'… 중산층에게는 그림의 떡


김 씨 부부의 고민은 육아비뿐만이 아니다. 육아 휴직을 마친 정숙 씨는 이번주부터 다시 직장으로 출근해야 한다. 국립유치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정숙 씨는 공무원이라는 신분 덕분에 출산휴가 3개월에 6개월의 육아휴가를 같이 신청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꼼짝없이 돌도 안 지난 아이를 남에게 맡겨야 한다.

정숙 씨가 일하는 곳은 유치원이지만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설은 아니다. 가정으로 방문해 아이를 돌봐주는 사설 베이비시터를 쓰고 싶지만 한달에 100~150만원의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다. 결국 한달에 40만원씩 하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등록했다.

어린이집의 정규시간은 오전 8시부터 6시까지다. 부부모두 '칼퇴근'에 성공하지 못하는 날이면 어쩔 수 없이 시간당 5천원정도의 시간초과금을 내야한다.

정부에서는 맞벌이 부부를 위해 시행하는 '아이돌보미 사업'도 김 씨 부부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주요 지원 대상이 저소득층이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3개월이상 만 12세 이하 아동이 있는 가정에서 인터넷을 통해 신청하면 아이돌보미가 대상자 가정으로 방문, 아이의 식사, 간식, 숙제 등을 돌봐주는 제도다. 지난 2008년 청주시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다가 지난해 3월부터는 충북도내 전 시·군에서 운영하고 있다.

요금 체계는 가, 나, 다 형으로 구분되는데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50% 이하(4인 기준 199만원이하)는 시간당 1천원(가형), 100% 이하(4인 기준 769만원이하)는 시간당 4천원(나형), 100% 초과는 시간당 5천원(다형)을 부담한다.

월수입 400만원 정도로 다형에 포함되는 김 씨 부부는 가·나형에 없는 교통비 3천원도 매일 지급해야 한다.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맡길 경우 5만8천원인데 한 달에 20일만 맡겨도 100만원이 넘는다. 도우미 교사의 점심비용도 따로 내야한다. 야근이라도 몇 번 해 야간할증비용까지 합하면 사설 베이비시터와 다를 것이 없다.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의 실태조사 결과 아이돌보미제도는 높은 만족도에도 가격 부담 때문에 중산층의 활용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돌보미를 이용한 부모 중 87.5%가 '만족스럽다'고 답했지만 대다수 맞벌이가정이 이용하는 다형은 이용률이 15.2%에 불과했다. 저소득층인 가형을 이용하는 가정은 '만족한다'는 대답이 77.9%로 나타난 반면 나·다형은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 각각 30.4%, 31.1%에 달했다.

◇정부정책은 '코끼리 비스킷'

지금까지 김 씨 부부가 정부로부터 받은 육아지원금은 필수예방접종비 지원금 10만원과 산전검사료 20만원이 전부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임신에서 출산까지 평균 총 의료비용은 자연분만 170만원, 제왕절개 229만원이며, 이중 70만원정도가 산전검진에 들어간다. 오는 4월부터 산전검사 정부지원액수가 40만원으로 인상된다고 하지만 호응을 얻기에는 많이 모자란 액수다.

출산을 가로막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돈'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09년도 전국 결혼 및 출산 동향조사'를 살펴보면 소득과 상관없이 출산을 중단하는 가장 큰 이유가 경제적 부담으로 나타났다. 아이를 낳을 경우 교육비 부담은 나중 문제고 당장 양육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조사를 해보면 저출산 정책 중 영유아 양육비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다.

그러나 정부 보육지원은 지금까지 저소득층 중심으로 돼 있어 중산층이 혜택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에 맞벌이 부부들의 불만이 높아져가고 있다. 보육료를 지원받을 수 있는 기준인 부부 합산 소득이 지나치게 낮아 극빈층이 아니면 사실상 지원을 못 받기 때문이다. 특히 김 씨 부부와 같이 맞벌이를 중산층이라면 어린이집 지원금 등은 꿈도 못 꾼다.(표2 참조)

김 씨 부부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적어지면 부모는 죄책감이 든다"며 "아이와 같이 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현재 정부의 정책은 코끼리에게 비스킷 하나 주는 격"이라고 말했다.

/ 강현창기자 anbo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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