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초록 지붕 교회 앞이 부산하다. 신년 행사라도 있는 것일까. 어떤 이는 혼자서, 또 어떤 이는 부부가 함께 아이를 안고 교회로 들어간다. 작은 교회다. 그런데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 젊은 부부가 많다. 물론 직접 그 안으로 들어가 보지 않았으니 알 수는 없다. 초록 지붕 교회는 밭을 사이에 두고 우리 집과 마주 보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옆집에 가려 뾰족 지붕만 보였다. 그런데 작년 여름, 옆집이 헐리자 그 집은 온전한 모습으로 온몸을 드러냈다. 우리나라는 종교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나라다. 이곳은 작은 소도시임에도 정말 많은 종교시설이 있다. 우리 집과 마주하고 있는 집은 통일교회인데 정확한 명칭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다. 건물이 특이해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호기심이 이는 곳일 수도 있다. 거대한 초록색 지붕은 서로 맛 대어 외벽의 기능까지 하고 있다. 그리고 조록 지붕 건물과 좌측으로 잇대어진 조립식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생 시절, 나도 교회를 다니던 때가 있었다. 처음에는 옆 동네의 작은 교회였다. 아마도 장로교회로 기억한다. 그곳은 크리스마스 때나 특별한 때만 친구들과 어울려 갔던 곳이라 그곳에
인조와 소현세자를 다룬 영화 '올빼미'가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다. 소현세자가 비정한 아버지 인조에게 독살당한 정황을 다룬 영화다. 인조는 붕당정치를 이용해 광해군을 폐위시키고 왕위를 찬탈한 정변(政變, 구테타)의 장본인이다. 쿠데타 이후 인조는 광해군의 측근세력과 집권 반대 정파(북인)를 심하게 탄압했다. 물론 멸문지화를 당한 가문도 적지 않았다. 지나친 정적제거에 집권 정파(서인)에서도 반대가 많았었다. 하지만 절대권력에 편승하기 위해 서인들 또한 북인 탄압에 적극 동참하게 된다. 요즘의 정당정치 행태가 당시를 꼭 답습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인조의 자기중심적 왕놀이도 오래가지 못했다. 인조의 쿠데타 공신이자 북방경비의 책임자였던 평안도 병마절도사 이괄이 난을 일으킨 것이다. 인조는 도성을 버리고 공주 공산성으로 파천(播遷)하였다. 이것이 도피생활의 전주곡이었다. 중요한 것은 이괄의 난에 동원되었던 북방경비군이 진압되면서 국경 방어력이 약화된 것이다. 국력이 약해진 조선은 친명배금(親明排金)의 편향적 외교로 정묘호란을 맞게 된다. 후금(청)은 쉽게 조선을 점령해 왔고, 인조는 강화도로 두 번째 도피를 하게 된다. 이쯤에서 찌질한 피
2022년 7월 27일, 성웅 이순신 한산도 대첩으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지금으로부터 430년전, 1592년 임진왜란 해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한산:용의 출현"을 말하는 것이다. 공직 생활을 하면서, 매일매일 실천해야 하는 마음가짐 "청렴", 국어사전의 의미는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을 뜻하는데, 나에게는 공직사회에서 강의를 통해 알게 된 이순신 장군의 청렴 리더십과 에피소드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공(公)과 사(私)의 구별이 뚜렷했던 이순신 장군의 청렴성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훈련원 감독관을 맡고 있었을 때 병조정랑 서익이 자신의 친지를 특진시키려고 이순신 장군을 찾아와서 부탁하자, 이순신 장군은 "뚜렷한 공로도 없이 승진을 시키는 것은 나라의 법도에 어긋나며, 응당 승진해야 할 사람이 승진하지 못하는 불이익을 당하게 됩니다." 라고 말했다. 어떤 부정과 불의에도 타협하기를 거부했던 이순신 장군, 영웅이 된 것은 혁신적인 전략과 전술 때문이었지만, 사람들이 믿고 따랐던 이유는 이순신 장군의 청렴함 때문이었다고 한다.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다는 "불혹의 나이"에 필자는 공직
2023년은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라고 한다. 천간(天干)의 '임(壬)'과 '계(癸)'는 물(水)에 해당하며 검은색을 나타내므로 검은 토끼라고 하는데, 아무 것도 없는 암흑의 무(無)에서 천지 창조가 시작되듯이 검은 색에 해당되는 '계(癸)'는 만물이 싹트는 모양을 나타낸 것이며 '묘(卯)'는 무성함을 나타내는 '무(茂)'로서 만물이 무성하게 우거짐을 뜻하는 것이니, 계묘(癸卯)는 암흑 속에 있던 만물이 싹을 틔워 무성하게 자라남을 의미하는 것으로 올해는 어느 해보다 희망찬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명 정보에 따르면 전국의 지명 가운데 토끼와 관련된 지명이 158개에 달하는데 충북에는 11곳이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토끼 관련 지명으로 음성군 생극면 팔성리의 '토끼실'을 들고 있는데 마을 뒷산이 토끼를 닮았다고 해서 토끼실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하며 한자로는 토실(兎室) 또는 토곡(兎谷)으로 표기한다. 청주시 옥산면 가락리의 토끼봉, 옥산면 금계리의 토끼모롱이(퇴끼모랭이), 가덕면 금거리의 토끼골, 가덕면 상야리의 토끼미재, 남일면 효촌리의 토끼모통이,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의 토끼바위, 단양군 영춘면 하리의 토끼봉, 충
화장실과 사돈은 멀수록 좋다는 속담이 있다. 1남 4녀를 둔 우리 부부는 생면부지인 다섯 가정과 자식을 나누어 가진 인연으로 사돈이 되었다. 옛날 같으면 딸딸이 엄마라고 시댁 어른들 눈치 살피며 살아야 했겠지만, 지금은 딸이 많을수록 대우를 받으며 사는 좋은 시절이 되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딸이 결혼하는 날이다. 남편과 함께 대문을 열고 나란히 단상을 향해 행진을 한다. 사위와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남편 걸음걸이가 느려진다.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던 딸과의 추억들을 편지로 써서 사위와 사돈 그리고 축하하러 오신 하객들을 향해 읽어 내려갔다. 식장 안은 고요가 흐른다. 딸 가진 부모들이 공감을 더 하니 읽어내려가던 편지 위에 애틋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딸 내외는 직장이 있는 서울에 새 둥지를 마련했다. 한 달에 두 번씩 내려오니 결혼 전보다 얼굴 보는 횟수가 늘었다. 사위가 살갑게 대하니 결혼해서 층층시하에 16일간 살았던 시댁살이가 눈에 아른거린다. 형님은 상을 차려 신혼 방으로 넣어주시고 시어머님은 빨랫감을 내놓으라고 성화를 하셨다. 민망하여 설거지라도 할라치면 사기그릇 이 빠진다고 말리셨다. 물가에 세워둔 아이처럼 불안했었나
음식 맛도 추억의 일부다. 혀끝을 자극하는 음식이 넘치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어린 날 외할머니가 끓여주던 청국장 맛은 일품으로 기억된다. 그 감칠맛은 요즘도 입안에 감돌 정도다. 어디 이뿐이랴. 고들빼기김치 맛은 어떤가. 쌉싸름한 고들빼기김치는 이즈막도 입맛 없을 때마다 떠올리는 반찬 중 하나다. 외할머니의 구수한 손맛이 배인 깻잎 김치, 고들빼기김치, 온갖 나물 무침, 김부각 등은 당시 외가 밥상에 자주 오르던 음식이다. 이 반찬은 천연 식재료들이 전부였다. 특히 어린 날 입맛을 사로잡았던 청국장찌개, 고들빼기김치를 떠올리노라니 입안에 군침이 절로 고인다. 무엇보다 고들빼기 식물이 지닌 약효에 새삼 놀랍다. 논둑이며 산 속에 지천으로 생장하는 고들빼기 아닌가. 요즘은 비닐하우스에서 대량으로 재배되기도 한다. 이로보아 한낱 식물도 그것이 지닌 성분에 의하여 존재감이 부각되는가 보다. 어느 책자에서 읽은 내용이 인상 깊다. KIST 연구원이 몽골 초원을 헤맨 끝에 천연 야생초에 '드라코 세팔룸포에티디움'이란 천연 성분을 추출했단다. 이것에 시나몬, 유칼립투스, 레몬, 제라늄, 고삼에서 뽑은 성분과 오일을 첨가하여 탄생 한 것이 '아톨로저 DF
등단을 꿈꾸는 예비 작가라면 한 번쯤 겨울에 가슴앓이를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연유는 해마다 봄이 아닌 겨울에 신춘문예 당선자가 발표되기 때문이다. 나도 그 가슴앓이를 했던 사람 중 한 명이다. 일간지에 원고를 보내놓고 한 해가 저물어 갈 무렵이 되면 전화기를 손에 달고 살았던 기억이 난다. 화장실에 갈 때도 밥을 먹을 때도 길을 걸을 때도 핸드폰의 벨 소리에 촉을 세웠다. 혹시라도 당선 소식이 왔는데 놓칠까 봐 평소에 받지 않는 모르는 전화번호도 다 받았다. 연락이 없는 날이 계속되고 그런 밤이면 작은 공벌레처럼 어둠 속에 몸을 말고 뒤척였다. 그리고 내 영혼을 다 털어 넣은 작품이 버려진 것을 생각하며, 다시는 시를 안 쓰리라 다짐에 또 다짐하곤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또 시를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다시 겨울이 오면 봄, 여름, 가을에 작업했던 시들을 모으고 가르며 신춘문예에 맞는 작품들을 선별했다. 그러나 선별하려고 막상 읽어보면 독창성이 없는 것 같고 시적 언어가 너무 모자란 것 같고 제대로 된 작품들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그렇게 몇 년을 투고하고 또 투고하다 포기하고 싶어질 무렵 드디어 전화 한 통이 날아들었다. 하늘이 눈을 폭죽
날이 많이 풀렸다고 해도 곳곳에 눈이 쌓여있다. 익숙한 광경이다. 문득 십몇 년 전 겨울 모습을 떠올려본다. 그 당시 풍경에도 눈은 여전했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가속되는 온난화로 날씨가 그 당시와 차이 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표현은 섣부르다. 풍경은 비슷해도 그 아래 숨어 있는 함의는 다르다. 많은 것들이 변화했다. 십몇 년 전과 지금의 차이가 두드러지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변화 중 마음에 담지 않을 수 없는 장면 하나는 전망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지 않는가라는 점이다. 딸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던 십 오륙 년 전, 아이들의 미래는 밝게 여겨졌다. 아이들이 가진 개인적 특성이나 지향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당시의 청소년 세대가 맞이할 성년으로서의 미래에는 선택의 기회가 늘어나고 재능을 발휘할 공간이 넓어지며 삶을 어지럽히는 불평등이나 전쟁 등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했다. 인식과 정보의 주관적 한계가 개입되었음이 분명하지만, 대체로 낙관적이었다는 것은 틀림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초점을 지금의 중고등학생으로 맞추어 이들 세대가 장년이 되었을 때의 미래를 짐작해보노라면 기대보다는 염려가 더 크게 다가온다. 인공지능이나 AI 분야에서의 장밋빛 전
노노족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최근 노노족이라는 신조어가 확산되면서 그 의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노족은 '노(NO)와 노(老)'를 합성해 만든 신조어로 '늙지 않는 노인'또는 '젊게 사는 노인'을 뜻하는 말이다. 이런 신조어가 생기는 현상에는 노인층의 증가가 배경이 되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2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2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901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7.5%를 차지하므로 '고령사회'에 해당한다고 한다. 또한 2025년이면 20.6%로 늘어나 '초고령사회'(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고령인구)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필자 또한 동 행정복지센터에 근무하면서 처음으로 주민자치 프로그램을 담당하면서 노노족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왜냐하면 주민자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중장년 층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내가 근무하는 수곡 1동도 이미 23년 1월 3일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4%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였다. 프로그램 신청서를 작성하러 오시는 대부분이 60대 이상이다. 상담을 하면서 은퇴를 하고 여가생활을 하면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찾아온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은 현대 물리학의 쌍두마차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부터 먼 우주의 시간과 공간에서의 물질과 에너지 등 거시(巨視)적 물리 세계를 다루는 이론이다. 「인터스텔라」와 같은 영화에서 중량이 어마어마한 블랙홀 주변에 빛이 휘어지고, 단 몇 시간만 소형 우주선을 타고 다녀왔을 뿐인데 본선에 남은 동료는 몇 년 동안 외롭게 기다려 왔던 장면들이 상대성이론에 근거하여 제작된 것이다. 반면 양자역학은 미시(微視)적 근본원리를 다루는 이론이다. 대표적인 것이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동시에 확정된 값을 가질 수 없다고 주장하는 하이델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이다. 예를 들어, 원자핵 주변을 도는 전자의 경우 현재 그 위치를 측정케 되면 속도같은 운동량은 알 수 없고, 운동량을 측정케 되면 그 위치는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전자는 원자핵 주위에 어느 곳에도 존재할 수 있는데, 관측자가 위치를 알기 위해 관측하는 순간, 그 관측 행위로 인해 그 전자의 운동이 어그러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확히는 알 수 없으니 기껏해야 확률적으로만 알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두 이론 덕에 많은 과학적 진전이 있었지만, 양자 간의 갈등도
고려의 명장 강감찬 장군이 귀주에서 거란군을 대파하고 돌아오자, 현종은 친히 마중을 나가 얼싸안으며 환영했습니다. 그날 저녁, 왕궁으로 초청해 중신(重臣)들과 더불어 주안상을 성대하게 베풀었습니다. 한창 주흥(酒興)이 무르익을 무렵, 강감찬 장군은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소변을 보고 오겠다며 자리를 떴습니다. 나가면서 장군은 내시에게 따라오라는 눈짓을 은밀하게 했고요. 시중을 들던 내시가 그의 뒤를 따랐겠지요. 강 장군은 내시를 자기 곁으로 부르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여보게. 내가 조금 전에 밥을 먹으려고 밥그릇을 열었더니 밥은 없고 빈 그릇뿐이더군.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내가 짐작하건대 경황 중에 서둘다보니 누군가가 실수를 한 모양인데 이걸 어찌하면 좋겠는가?" 순간 내시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습니다. 이만저만한 실수가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그날의 주빈(主賓)이 강감찬 장군이고 보면 그 죄를 도저히 면할 길이 없을 듯싶었습니다. 내시는 땅바닥에 꿇어 엎드려 부들부들 떨기만 했습니다. 이때 강 장군이 말했습니다. "성미가 급한 상감께서 이 일을 아시면 모두들 무사하지 못할 테니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기왕에 내가
자살 예방을 위한 여러 대책에도 불구하고 OECD 회원국 중 대한민국의 자살률은(표준인구 10만 명 당, 9월 기준) 23.6명이며 38개 국가 중 1등이다. OECD 평균 11.1명에 2배 이상인 수치를 나타낸다. 통계청에 따르면 3년간 자살률(인구 십만 명 당)은 2019년 26.9%, 2020년 25.7%, 2021년 26.0%로 꾸준한 추이를 보인다. 또한 보건복지부 국가정신건강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인구 10만 명 당 주요 우울 장애로 치료받은 환자는 1천653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높은 자살률, 심각한 우울증 경험 등의 다양한 수치들이 자살은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며 내가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나타낸다. 사랑하는 사람을 자살로 떠나보내는 일은 매우 힘들고 고통스러운 경험이며 남은 사람들의 삶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사건이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지인을 자살로 떠나보낸 사람들, 즉 자살 유족들은 점차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 속에 자살 보건 사업은 해마다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자살예방사업뿐만 아니라 올해 7월 새로 시작한 자살 유족 원스톱 지원 사업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중국의 고전 채근담에 "부귀와 명예가 도덕으로부터 온 것이면, 마치 숲속의 꽃과 같아서 저절로 무럭무럭 잘 자라나 번성하고 그러나 그것이 만일 권력으로부터 얻어진 것이라면 마치 꽃병 속의 꽃과 같아서 뿌리가 없으므로, 그 시들어 가는 것을 기다려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란 말이 있다. 요즈음 정신적인 면보다도 물질적인 측면이 더 소중하고 더 대접받는 세태를 보면서 가끔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고민하게 된다. 우리가 받아왔던 교육들이 잘못된 것인가? 아니면 세상이 완전히 바뀐 것인데 적응 못하는 것인가? 자못 신경 쓰이는 부분인 것 같다. 지금 같은 세태에 조금은 진부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동양의 명저 가운데서도 가장 알기 쉬우면서, 그 의미가 심장하고, 누구나 겪고 있고 알고 있는 일상생활의 평범한 사실을 문제로 삼으면서도 일찍이 깨닫지 못했던 인생의 참된 뜻과 가장 지혜로운 삶의 방식을 알려주는 채근담을 깊어가는 가을에 가히 권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비슷하게 '토끼와 거북이', '양치기 소년', '여우와 두루미', '해와 바람', '사자와 생쥐' 등 동물에 빗대어 교훈을 암시하는 이야기로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이솝 우화! 수많은…
겨울철 곳곳에 도사리는 눈길과 빙판길에서는 그 위험이 더욱 더 커진다. 넘어지기 직전 균형을 잡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데다 뼈가 약해진 경우가 많은 고령층은 가벼운 낙상사고에서도 큰 골절상을 입을 위험이 크다. 나이가 들면 관절과 뼈, 근육 등이 약해져 힘이 떨어진다. 균형 잡는 능력도 저하되어 쉽게 넘어진다. 또 시력과 청력이 현저히 감퇴하여 외부 자극에 둔감해진다. 이에 따라 불의의 사고에 대처하는 민첩성이나 순발력도 많이 저하된다. '낙상'이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갑자기 넘어져 상처를 입는 사고를 말하는데, 특히 다른 계절보다 겨울철에 낙상사고 발생률이 약 10% 정도 높다. 그 원인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눈으로 인해 길이 얼어붙는 경우가 많은데다 추위로 두꺼운 옷을 입으면 우리 몸의 움직임이 둔해지기 때문이다. 통계청 '한국인의 안전 보고서 2021'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낙상 사망자는 2천663명. 이 가운데 63.4%에 해당하는 1천688명이 65세 이상 고령인구였다. 낙상은 남자보다 여자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고(여자 노인 19.4%, 남자 노인 11.2%) 낙상으로 인한 골절은 여자에서 2배 잘 발생하나 낙상으로 인한 사망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한해를 선물로 더 주심에 대하여 감사의 마음을 제일 먼저 든다. 30대에 같이 근무했던 동료 교사 중에 벌써 세상을 달리하신 분이 10여 명을 훨씬 넘는다는 말을 들으며 송연해진다. 내게 허락된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싶어 하루하루를 더 소중히 여기게 되고 또 미련없도록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신년 벽두에 갖는 마음가짐을 통상 '옷깃을 여민다'라고 표현도 하는데 많은 말 중에 하필 옷깃을 여민다라고 할까. 선비가 다른 사람의 집을 방문할 때에 옷매무시를 단정히 가다듬는데 이 경우에도 옷깃을 세 번 여민다고 한다. 원래 한복의 옷고름이 동작 중에 자주 풀어지기 때문이겠지만, 외부의 상태는 물론 마음마저 주일 무적(主一無適)의 경건한 태세로 유지하려는 의지가 표현됐으리라. 불가(佛家)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여 최소한 70억분의 1의 확률을 소중히 여기라고 가르친다. 사람과 무의식중에라도 맺게 되는 인연을 소중히 여기라는 의미가 있다. 정작 옷깃은 의복의 목둘레에 돌려대어 앞으로 여미는 부분이라 다른 사람과 옷깃을 스칠 정도라면 가까워도 한참 가까운 관계여야 한다. 소매깃이라면 저잣거리에서 지나치다가…
저는 패션 시장에서 10년을 몸 담고 이제는 한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작은 회사의 대표입니다. 그동안 패션시장에서 느꼈던 대량생산에 대한 불편한 진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인간의 삶은 더욱더 풍요로워졌습니다. 대량생산, 규격화된 제품을 기술과 기계를 사용해 대량으로 생산하는 체제를 말하죠.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된 것은 생산의 표준화와 컨베이어 시스템 등을 이용한 이동식 조립방법이 고안됐기 때문입니다. 생산 표준화됨으로 작업과정이 세분화될 수 있었고, 노동이 단순한 작업 동작의 반복으로 바뀌면서 부녀자나 연소자가 노동시장에 등장하게 됐습니다. 또 단순한 작업과정은 기계로 대체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대량생산 체제는 가속화됐습니다. 대량생산 체제로 인해 제품 단위당 제조원가를 엄청나게 싸게 할 수 있게 됐고, 제품의 표준화와 품질보장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막대한 양의 대량생산이 이뤄지는 트렌디하고 심지어 저렴한 옷.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은 마치 패스트푸드와 같은 패션을 말합니다. 주문하면 5분 만에 나오는 햄버거처럼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매일매일 바로 대량으로 제작해 대량으로 판매하는 식이
보건소 근무 이전에 임상간호사로 근무를 했을 때 치료가 잘 되어 건강한 삶을 되찾는 경우도 있지만, 유명을 달리하는 경우도 많이 봐왔었다. 특히 중환자실에서는 '치료 효과가 어떨 것 같다. 곧 심장이 늘어질(사망할) 것 같다'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며 중환자를 간호할 때도 많았다. 그런 환자들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거나 응급치료가 예상되는 상황일 때 주치의는 보호자를 불렀고, 'DNR(심폐소생술거부)동의서'를 설명하는 것도 때론 자연스러웠다. 여러 요인에 의해 심장과 폐기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시행되는 응급한 의료행위인 심폐소생술, 그것을 거부하겠다는 DNR동의서. 병원을 벗어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업무를 맡기 전까지 이 동의서는 '더 이상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의 환자의 보호자에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었다. 어르신들의 "나는 죽을 때 아무것도 안할 것이여. 암 것도 하지마." 이런 말씀을 종종 듣곤 했었으니까…. 병원을 떠나 지금의 업무를 하면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업무를 처음 맡았을 때에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어차피 병원에 가면 DNR동의서를 설명할텐데 이걸 왜 굳이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을 하였지만, 업무를 하면서 가장
요즘 충청대학교의 평생 직업교육과정에서 일과 이후 영상 제작과정을 교육하고 있다. 시대 흐름에 걸맞게 PC가 아닌 스마트폰 하나로 촬영편집을 할 수 있는 쉬운 교육이다. 교육에 참여하는 분들이 대부분 연령대가 높다. 그만큼 영상을 제작 함에 있어 저연령층은 스마트폰의 다양한 활용으로 마음먹거나,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해봐도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기술이 발전해 영상 제작 어플리케이션이 모든 기능을 갖추고 있어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고퀄리티의 영상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물론 PC환경의 편집기술에 비해 디테일은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유튜브에 많은 영상들이 올라오기 전 예전의 전통 또는 정통적, 보수적인 테크닉으로 제작된 영상들에 비하면 표현력 등이 너무나도 자유롭게 변한 영상제작 결과물들을 보면 고도의 전문기술 없이도 좋은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시대이다. 좋은 영상의 기준이 보수적이고 주관적인 기준에서 자유롭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변화되었기 때문이다. 여러 기관과 학교에 강의를 해보고 인턴십 프로그램, 캡스톤 디자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해보았지만, 현재 교육받고 계신 교육생 분들은 참 열정적으로 교육에 임하시는 모습이 정말…
어머니는 해마다 장을 담그셨다. 팔 남매 중 스스로 담가 먹는 큰 시누이를 제외한, 일곱 집이 먹을 양을 담그셨다. 시누이들은 된장을 친정에서 퍼다 먹었다. 오십 줄이 넘도록 어머니가 살아 계실 동안 그 일은 이어졌다. 시누이들에게도 각자 시어머니가 계시고 대한민국 어머니들 장 담그는 솜씨는 모두 선수 아니던가. 그런데도 된장만큼은 친정에서 퍼갔다. 몸은 시집갔어도 된장 맛은 두고 갔나 보다. 시누이들은 모였다 흩어질 때가 되면 장독으로 우르르 간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까르르 까르르 장독이 들썩인다. 나로선 끼어들 수 없는 그녀들만의 세계가 펼쳐진다. 그날 나는 그 세계를 엿보다가 흥미로운 풍경을 관찰하게 됐다. 어머님께 용돈도 넉넉히 드리고 형제자매간에 선물도 나누고 때로는 돈도 통용하는 관계다. 그런데 된장 앞에서는 눈빛이 달라진다. 단순 장맛이 좋아서라고만 하기엔 그 몸짓들이 너무들 진지하다. '이것만은 양보 안 해!' 하는 저 치열한 손놀림들은 뭔가. 값으로 치면 자신들이 사 온 비싼 어머님 옷값에 비할 게 아니잖나. 무언가 있다. 그 무엇이 무얼까. 그것은, 장맛을 넘어 공평하게 분배받는 모정의 영토였다. 어머니에게는 사랑을
"아기야 우리에게 와줘서 고마워. 사랑해!" 충북 보은군이 올해부터 지역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지역 소식지 등에 축하 광고를 낸다고 하며 밝힌 축하 문구다. '새 생명 탄생 축하 광고'는 보은군이 매달 발행하는 에 실어 여러 곳으로 배달한다고 한다. 출산장려를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처럼 보인다. 시골 마을에서 아이 울음소리 듣기가 어렵다고 한다. 주민들은 고령화되고 학교에 학생이 없어 학교를 없애야 하는 상황이란다. 심각하다.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라는 용어가 있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아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사망률 증가와 비혼·만혼 증가에 따른 출산율 저하 등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인구 데드크로스가 시작되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1월 1일 기준 우리나라 총인구(외국인 포함)는 5천173만8천 명으로 1년 전보다 9만1천 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인구감소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실시했던 1949년 센서스(census) 집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유소년 인구(0~14살)가 16만 7천 명 감소하고 생산연령인
1990년초 대학 1학년때 학과에서 단체티를 제작했는데, 그때 새긴 문구가 "혼자일수 없는 우리"라는 글이었다. 한마음으로 협동하면서 대학생활을 잘 해나가자는 의지를 담아 임원진이 생각해낸 문구였다. 어색함이 감도는 "우리"가 되는 것보다 핸드폰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혼자"가 더 편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문득 저 문구가 아련하게 떠오르곤 한다. 특히 함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 공간에서 동료들과 생활하는 직장에서 협동의 의미를 되새겨 볼때가 많다. 협동은 뜻을 같이하거나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지혜와 힘을 합하여 함께 일하며 공동의 성과를 얻고자 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단순히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꼭 협동하지 않아도 된다.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잘 감당하면 큰 무리없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뜻을 같이하면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혜와 힘을 합해야 한다. 자동차가 만들어질 때 누구는 바퀴를, 누구는 문짝을, 누구는 엔진을 각각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제 역할을 해내면 나중에 자동차가 만들어 질 수는 있다. 하지만 바퀴를 만드는 사람이 "내 목적은 자동차 완성품을 만드는데 쓰이는 바퀴를 만드는거야!", "난 완성될 자동차의
새해가 밝았다. 원하지 않아도 또 한 살의 나이를 먹었다. 반백 년 쉰을 넘기면서부터 인생 후반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그리도 길었던 1년이 지금은 시작과 동시에 끝난 기분이다. 세월 참 빠르다. 몇 해 전부터 딸들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갔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아이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위험할 것 같아 시작한 일이었는데 올해도 금요일 밤늦게 서울에 와서 새해를 맞이했다. 딸들과 지낼 때마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참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느낀다. 세대가 다르니 생각하는 것도 삶의 방식도 다르다지만 디지털을 이용하는 경험치에서 특히 더 그렇다. 큰 애가 경동시장 안에 극장을 개조해 12월 중순에 스타벅스를 열었다며 가보자고 했다. 오래된 전통시장 안에 대규모의 카페라니 흥미롭다. 딸들과 나는 동의했는데 남편은 그 시간에 동묘에 가고 싶단다. 오래된 물건, 골동품을 늘어놓고 파는 구제시장이 펼쳐진 곳이다. 남편은 우리와 반대 방향으로 자전거를 타고 달려갔다. 우리는 옛 경동극장으로 갔다. 가는 길에는 어르신들이 시장을 꽉 채우고 있었고 간간이 젊은 사람들도 보였다. 시장 구석 3층에 오래
구랍 필자는 시간을 내어 화제가 되고 있는 윤제균 감독의 영화 '영웅'을 감상했다. 뮤지컬에 가까운 영화이지만 2시간 가까이 숨을 죽이고 본 것 같다. 안의사가 사형집행을 당하는 장면보다 영화 초반부 독립군 참모장이었던 안중근 의사의 화령전투 씬을 보고 가슴이 먹먹하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섬광과 함께 포탄이 작렬하는 전투장에서 독립군은 처절하게 싸우고 죽어갔다. 병사들 가운데는 어린 소년도 있었다. 감독은 전투 신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왜 필자는 이 장면에서 뜨거운 눈물이 나왔을까. 독립군은 나라를 잃고 떠돌며 일본군에 대항하는 유격전쟁을 했다. 일본군대를 이길 수 있는 조직력이나 무기체제도 갖추지 못했다. 나라를 잃은 민족의 아픔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일깨워진 장면이었다. 일본이 아니었으면 인자한 부모 밑에서 공부를 해야 될 나이의 소년들이었다. 젊은 청년 안중근도 어머니와 부인 그리고 사랑하는 딸을 두고 독립군에 가담한 것이다. 독립군이 안됐으면 유학을 공부한 안의사는 아마 평범한 교육자나 학자가 되었을 것이다. 영화 마지막 부분 법정에서 이등박문을 사살한 이유를 묻는 재판관의 질문에 안의사가 제일 먼저 꺼낸 답은 민비의
북한 무인기 5대가 지난 달 26일 서울, 김포, 파주, 강화 일대를 최소 7시간 동안 휘젓고 날아다니다가 온전히 북한으로 되돌아간 사건은 실로 충격이다.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를 추적, 격추하는 데 실패한 국방력에 실망했고 불안감을 숨길 수 없다. 군 당국은 "무인기를 식별했으나 민가나 도심지 상공이라 비정상적인 상황 발생 시 우리 주민 피해를 고려해서 사격하지 않았다"고 발표했지만 우리 헬기가 100여 발의 기관포를 사격하고도 격추시키지 못한 것에 대한 해명으로는 부족하다. 그런 작전개념이라면 앞으로도 북한 무인기가 우리의 영공을 침범하여 민가나 도심지 상공에 들어서기만 하면 격추시키지 못한다는 얘기가 된다. 이게 말이 되는가. *** 북한 무인기는 격추되었어야 이번 사건은 많은 국민들에게 대한민국 국방력을 믿어도 되는지 근원적 의문을 던지게 했다. 그동안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일으킬 때마다 우리 군이 강력 대응을 자제해서 그렇지 작심하고 보복하려 한다면 첨단 무기로 무장한 남한의 압도적 군사력을 북한이 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신뢰했다. 그러나 북한 무인기 5대를 7시간 동안이나 단 한 대도 격추시키지 못한 국방력을 목도하니 우리 군에…
영화 '코다'는 2022년 아카데미 작품상 등 3개 부문을 석권하고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제목 코다(CODA)는 "Child of Deaf Adults"의 줄임말로 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비장애인 자녀를 뜻한다. 아버지와 오빠의 어선을 타며 소리를 듣지 못하는 가족들과 세상과의 의사소통을 돕던 여주인공이 음대 시험장에서 수어를 하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퍽 인상적인 명작이다. 농인(聾人) 가족의 위기의 순간마다 수어를 할 줄 아는 딸의 등장은 애틋함과 흐뭇함의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손짓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시각언어를 흔히들 수화(手話)로 알고 있는데, 이제는 '수어(手語)'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마땅하다. 지난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면서 기존의 수화를 포함하는 수어는 명실공히 국어와 동등한 지위를 갖춘 한국 공식어로 지정됐다. 수어가 고유한 언어적 가치를 지닌 사실을 공표함으로써 농인의 언어권 보장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위 법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농인과 농인가족을 위한 수어교육환경 조성과 관련 서비스 지원체계 마련 의무 등을 규정했다. 실제로 농인과 그 가족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시의적절하고 지속적인…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