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교육 열풍이 뜨겁게 온 나라를 달군 적 있다. 일부에선 글로벌 기업의 취업을 겨냥하며 이 교육에 혈안이 되기도 했다. 이유는 어찌 보면 세계 어느 곳에서나 소통할 수 있는 영어 때문 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어만 일찍 가르친다고 아이가 성공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스펙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문화적 소양과 예의이다. 무엇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회가 원하는 인재는 인성이 반듯한 사람이다. 이로보아 아이들을 필기시험의 귀재보다 문화적 소양, 예의, 가슴이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 시켜야 한다. 아이에게 좋은 매너와 높은 감성 지수를 갖추는 것을 습관화 시키려면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과 매너부터 가정교육의 으뜸 지침으로 삼아야 한다. 이렇듯 총체적 문화 수준과 예의를 쌓는 일이야말로 영어 단어 줄줄 외우는 것보다 더 좋은 교육이란 생각이다. 소양과 매너를 갖춘 어린이는 훗날 품격 있는 성품으로 성장하여 사회에서 꼭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될 것이다. 또한 이런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견문이 넓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정확하고 지혜롭다. 뿐만 아니라 감성지수가 높아서 절로 인성이 반듯해질 일이다. 사회지도자 층들이 비리와 부정부패에 연루돼 종종 낙마하는…
산책나선 길, 가을바람이 유난히 달다. 중국에서 온 유학생들과 좀 이른 점심으로 중국음식을 먹고 작은 숲길에 접어들었다. 학교 안에 옹달샘처럼 숨겨진 메타세콰이어 숲, 길게 쭉쭉 뻗어 올라간 나무를 따라 고개를 젖히고 하늘을 보며 심호흡을 했다. 기분 좋은 공기가 온 몸을 돌아 나오자 몸이 가뿐해지는 것 같았다. 더구나 멀지 않은 곳에 이런 숲이 있다는 것이 새삼스레 더 고맙게 느껴졌다. 우리 일행은 양팔을 벌려 잠자리처럼 날개를 만들어 숲을 누볐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앞모습, 뒷모습 자유로운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중국 단풍나무, 밤나무, 도토리나무, 산수유나무, 쥐똥나무, 튤립나무, 편백나무 등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이 어우러진 숲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아니 작고 아늑한 그 숲에 마음을 빼앗겼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일 것 같다. 햇빛이 잠시 머무는 숲, 쌓인 나뭇잎 사이로 이끼와 갖가지 모양의 버섯들이 희망을 부풀리고 있었다. 보물찾기 하듯 바닥을 보며 걷는 우리들의 시간도 뿌듯하게 영글어 갔다. 제법 바람이 불자 후두둑 도토리가 떨어지고 밤도 떨어졌다. 소리를 지르며 쪼르르 밤나무 아래로 달려간 우리 일행은 밤을 찾아 줍느라…
학창시절 과학실 가는 시간을 가장 좋아했다. 약간의 비릿한 알코올 냄새와 차가운 시멘트 바닥은 친근해지기 어려웠지만, 수업만 시작하면 졸음이 쏟아지는 교실을 떠나는 것만으로도 신나는 일이었다. 심지어 과학실 의자는 등받이도 없는데다가 작고 딱딱해서 잠깐만 앉아있어도 엉덩이가 아팠지만 비커와 스포이드, 현미경, 약품 등 실험도구들을 만지작거리고 수업시간에 합법적으로 떠들 수 있는 그 공간은 너무 소중했다. 양파를 잘라 세포를 관찰하고, 리트머스 시험지를 액체에 담가보고, 때로는 전구와 건전지를 복잡하게 연결하는 등 과학실에서 했던 활동들이 엄청난 건 없었지만 책에서 등장한 사진들이 내 눈 앞에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좋았다. 잊고 있던 과학실 풍경들은 최근 몇 년간 기업이나 학교의 연구실을 방문하거나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의과학실험경연대회(올해는 코로나사태로 개최하지 못했다)를 진행하면서 추억이 방울방울 떠오르곤 했다. 이렇게 나에게는 일탈이나 단순한 호기심, 흥미진진함 정도로 그친 '실험(또는 시험)'이라는 단어가 누군가에게는 일생 최대의 도전이나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또 누군가의 목숨과 가족들의 행복을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임상시험이다.…
플라스틱은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매년 늘어나는 플라스틱 사용량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플라스틱 제품이 매일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의 해결은 재활용·재사용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플라스틱의 사용 자체를 줄여나가는 것이다. 불필요한 플라스틱은 낭비이다. 매년 생산되는 플라스틱의 3분의 1 이상은 페트병, 비닐, 봉지와 같은 포장재에 해당한다. 이러한 제품들은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며칠 만에 쓰레기로 돌변한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플라스틱 포장재는 '불필요한' 과대포장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불필요한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은 14% 밖에 되지 않는다. 분리배출이 일상화된 한국은 OECD 국가 중 분리배출률 2위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힘들여 분리배출은 재활용품 중 극히 일부만이 재활용된다. 실제로 많은 요구르트 병, 페트병 등이 재활용이 어려운 형태로 제작돼 재활용이 아예 불가하다고 한다. 제조사가 노력을 기울이면 재활용 가능한 제품으로 바꿀 수 있음에도 마땅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쉽게 바뀌지 않는다. 쓰레기 문제는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그중 쓰레기를 없앨 수
사람 마음을 읽는 것처럼 어려운 게 없다. 오죽하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을까.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공상(空想)을 하게 된다. 내가 부모를 선택할 수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부모는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이지만 결혼은 내가 선택한 것이라서 노력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대체 어떤 사람을 어떻게 골라야 성공하는 걸까? 아무리 책을 뒤져봐도 답이 없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의 기준으로 사람을 고르라는 얘기만 있을 뿐이다. 중국 당나라 시대부터 관리를 등용하는 4가지 원칙이다. 첫째는 신(身)으로 인물이 잘났나 못났나를 본다는 것이다. 둘째는 언(言)으로 말을 잘 할 줄 아는가, 못 하는가를 따진다는 것이다. 셋째는 서(書)로 글을 잘 쓰는가, 못 쓰는가를 따진다는 것이다. 넷째는 판(判)으로 사물을 판단하는 능력이 옳은가, 그른가를 본다는 것이다. 이 같은 원칙이 있지만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마음은 잘 보이지가 않으니 눈에 잘 띄는 외모로 판단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서 일부를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잘못을 범할 수밖에 없다.…
인간의 삶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재화, 그 재화가 유혹을 낳는다. 유혹은 정의와 공정을 깨뜨리고 부정부패로 사회질서를 망가뜨린다. 그런 일련의 것들은 권력과 무관하지 않는다. 중국청나라 때 옹정황제는 부정부패와 맞서 싸우면서 고위직 관리들에게 재화에 대한 욕심과 외부의 유혹으로부터 끝까지 대항하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한번은 가까운 일가친척이면서 남달리 신임 했던 신하가 자식일과 관련해 청탁했던 사실이 알려지자 그 말을 듣고 옹정황제가 그 진위를 떠나 당장 관직에서 내 쫓았다고 한다. 또 헌종 때다. 헌종이 신임하는 유대하라는 신하가 있었다. 유대하는 재화로부터 유혹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자중자애의 정신을 철저히 실천한 관리였다. 또 그는 백성들이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중국 역사상 최고의 청백리였다. 1960년대 우리나라에서 경제개발이 시작되면서 다양한 재화가 범람하고 삶의 질이 크게 변하자 안타깝게도 사회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정부패가 만연됐다. 그래서 1974년 박정희 대통령이 서정쇄신이란 극약처방을 내놓았다. 그 때문에 부정부패가 한 동안 수중 깊숙이 잠행 좋은 사회
우리나라의 하루 쓰레기 발생량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되는가· 환경부 2018년도 기준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하루에 44만 6102t의 폐기물이 발생한다. 그중 우리가 흔히 만들어내는 생활폐기물은 하루 5만 6천35t으로, 전체 폐기물 중 12.6% 정도를 차지하는데 국민들이 하루에 1인당 약 1.06㎏의 쓰레기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루에 대략 1㎏, 우리가 1㎏을 줄이면 우리나라의 쓰레기는 크게 줄어들고, 그렇게 되면 가정마다 쓰레기봉투 값을 줄일 수 있게 되며, 지방자치단체의 폐기물 처리 비용 또한 줄어들 것이고, 세금이 절약돼 결국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일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근처의 산·바다가 쓰레기로 덮여 있는 꼴을 보지 않을 수 있으며, 앞서 절약한 세금이 환경 복구에 더 쓰일 수 있어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게 된다. 이 나비효과에 참여하기 위해서 우리는 1㎏의 쓰레기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 1㎏는 보통 편하게 편의점에 들러서 구매한 커피의 캔, 당연한 듯 그 커피에 꽂은 빨대, 곁들여 먹으려고 산 과자의 봉지, 무심코 집에 와서 먹은 컵라면 용기 등이다. 기분 좋아 시킨 피자 한 판
운전하다 보면 창문 밖으로 쓰레기 버리는 사람들 종종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조수석 운전자가 오른쪽 창문으로 플라스틱 얼음 컵을 던져버린다. 이렇게 버려진 플라스틱 컵은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흡연 후 담배꽁초를 무심코 버리는 행위 또한 문제이다. 운전 중 앞차로부터 날아오는 담배꽁초는 뒤차를 급제동하게 하고 차량 화재, 교통사고 발생 등 피해를 줄 수 있다. 도로는 쓰레기통이 아닌데 말이다. 도로교통법에 의하면 차량 밖으로 각종 쓰레기, 담배꽁초, 음료수 캔 등을 버린 운전자는 승용차 기준으로 벌점 10점에 범칙금 5만 원이 부과되는 처벌을 받게 된다. 단순히 쓰레기뿐만이 아닌 기타 돌이나 병, 나무, 쇳조각 같은 것들도 차량 밖으로 무단 투기 시에는 도로상에 위험요소로 판단해 같은 교통법으로 동일하게 처벌받게 된다. 자동차 쓰레기 무단투기는 길가에서 순찰 또는 감시 중이던 교통경찰관의 현장 단속, 시민의 스마트폰 또는 전화, 쓰레기를 버린 차의 앞뒤 차량 블랙박스 영상으로 제보될 수 있다. 이처럼 도로뿐 아니라 우리 동네 주위에도 쓰레기 불법투기 문제가 만연하다.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우리말의 양념에 해당하는 향신료는 열매, 씨앗, 꽃, 뿌리 등을 이용해서 음식의 맛과 향을 북돋거나, 색깔을 내어 식욕을 촉진하는 식물성 물질을 말한다. 향신료는 서로마 시대에 사용한 후기 라틴어로 '약품'이라는 뜻이다. 그 당시 서양의학에서 모든 병이 악풍에 의해 발생한다고 믿었고 악취, 즉 썩은 냄새를 없애려면 향신료를 사용해야 한다. 또 향신료는 귀신을 쫓는 약으로도 사용됐다. 특히 13세기 말, 이탈리아의 상인 마르코 폴로가 중국을 방문하고 쓴《세계 불가사의의 서》를 계기로 향신료 획득 전쟁까지 전개됐다. 15세기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도착이나 1498년 5월 인도에 도착한 바스쿠 다가마의 선원들이 "그리스도와 향신료를 위하여"란 축배를 든 것과 16세기 마젤란의 세계일주 등 그 목적은 오직 향신료를 구하기 위한 것으로, 이후 유럽인들의 세계 식민지화가 시작됐다. 오늘날 널리 사용되는 마늘ㆍ생강ㆍ갓ㆍ후추ㆍ고추ㆍ겨자 등 향신료와 풍미가 좀 다른 파는 동양 음식의 전골과 국에 양념으로 빠져서는 안 되는 향신 채소이다. 음식의 향취를 돋우고 해산물의 비린내와 육류의 누린내를 없애 주는 기본양념이다. 파의 원산지는 중국 서부의 파미르고원인데,…
아동문학가 홍종의 씨는 말합니다. '모과는 분명 과일임에도 생김새나 맛 때문인지 반짝 한철이 지나면 찾는 사람이 없어 과일가게에서도 깨끗이 사라진다. 특히 모과나무는 시골의 산비탈이나 마당가 또는 불모지에 있는 듯 없는 듯 서 있어 잎 떨군 뒤 노란 모과나 매달고 있어야 그 존재가 확실해진다.' '지난해 늦가을에 모과 세 알을 지인으로부터 선물로 받았다. 크기도 제 각각이고 울퉁불퉁 제멋대로 생기다 못해 긁히고 파여 모과 특유의 빛깔조차 빈약하기 그지없었다. 보내준 성의 때문에 마지못해 수돗물로 박박 씻고 나서야 그런대로 꼴이 잡혔다.' '시간이 흐르자 모과는 짙은 갈색으로 변질되어 노란 빛이라고는 한 점도 찾을 수 없었다. 다행인 것은 다른 과일처럼 물러서 주저앉지도 않았고 거북하게 곰팡이도 피어있지 않았다. 색깔만 변했을 뿐 모과는 처음 그대로의 형태에서 크게 변하지 않은 채였다.' '모과가 버틴 시간은 모과니까 가능한 것이었고 썩어가면서도 악취가 아니라 향기를 뿜어냈기 때문에 무관심 속에 허용된 일이었다.' '차를 담그기 위해 모과를 잘라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단단한 과육으로 인해 어지간한 힘으로는 조각을 내기 어려운 과일이다
바야흐로 코로나19의 시대이다. 일기예보처럼 매일 확진자 수가 보도되고, 마스크 없이는 다닐 수 없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만들어준 코로나와의 시간이 9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은 늘 존재했지만 지금처럼 뜨겁게 생사를 걸었던 적이 있었을까. 효과적인 치료제나 백신도 없이, 스스로 싸워 이기는 것만이 코로나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상황에서 '건강'이라는 키워드가 주목 받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건강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건강기능식품의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2016년 3조 5천억 원 수준의 시장이 올해 5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과도한 건강염려증이 맹목적 소비를 가져오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건강기능식품을 제대로 알고 현명하게 선택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이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 원료나 성분으로 제조한 식품으로,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 보충 등 보조제로 주로 사용된다. 간혹 기능성을 강조하여 의약품과 혼동할 수 있는데, 질병의 직접적 치료가 목적인 의약품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건강기능식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20년은 긴 장마와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며 살아왔다. 필자 또한 가족과 헤어짐 뒤에 오는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로 건강이 많이 나빠졌으며, 특히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 마음 깊은 곳에 먹먹함이 쌓여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힘든 마음을 달래기 위해 신설동 풍물시장과 동묘 벼룩시장을 돌아보면서 사람이나 사물과 관계는 결합구조에 따라 나에 대한 가치나 평가 또는 부르는 호칭이 달라진다는 것을 생각해 봤다. 순수한 존재 의미가 사라진 "~이다"로 규정된 존재에 대한 존재성, "~이다"는 "내가 여기에 있다"라고 스스로 빛을 발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내 순수본질과 실체가 다르게, 또는 없는 존재로 해석 될 수 있고, 이때 실체나 본질은 존재하는가 문제가 발생한다. 내가 없음은 無 아니던가. 내가 없음 또는 실체 없음으로 空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없음이다. 없기에 나라는 존재는 헛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 비어있는 空이다. 정말 비어있고 없다면 지금 여기에서 행복해야 한다. 어쩌면 집이라는 또는 방이라는 공간에 대한 물음일 수도 있다. "여기까지 입고 온 옷을 벗어버릴 용기도 필요하다. 여기까지…
유치원 아이들은 금요일마다 책을 골라 집으로 가져간다. 주말동안 부모님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가정연계 독서프로그램이다. 독서교육 중심 활동을 운영하는 유치원 선생님의 세심한 배려이다. 금요일 오후, 버스를 타러가는 아이들의 가방이 눈에 뛴다. 지퍼가 열려 있었고 책을 손에 들고 가는 아이도 있었다. 커다란 책에 아이들이 끌려가는 듯 불편해 보였다. 유치원용 작고 조그만 가방에 책을 넣으니 지퍼가 잠기지 않고 아예 들어가지도 않아서 그렇단다. 가방이 작기도 하거니와 어른들의 책에 비해 모양도 크기도 다양하다 보니 안 들어가는 것이다. "선생님, 아이들 가을선물로 좀 더 큰 가방 하나 사주면 어떨까요?" 유치원 선생님은 세련되고 예쁜 보조가방을 골랐다. 크기도 적당해서 웬만한 책은 다 들어간다 했다. 금요일이 되어 흐뭇한 마음으로 아이들 하교를 지켜보는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가방끈을 최대한 줄였어도 길이가 길어 아이들은 질질 끌리는 가방을 들고 어쩔 줄 몰라 했다. 가방을 키우다 보니 유치원 아이들이 쓰기에 너무 길었던 것이다. 다음 날 유치원 보조가방을 하나 가져오게 했다. 가방끈 길이를 어떻게 줄여줄 수 있을지 검토해보
안개다. 희뿌연 안개가 시야를 가린다. 오랜만에 고국에서 새벽 안개의 정취에 빠져든다. 안개는 희미한 자취만 남기고 숲과 건물을 조용히 가린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방향을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은 불안감을 준다. 길을 가는 이는 미지에 대한 공포 속에서 앞으로 나가야 한다. 흰옷 입은 유령처럼 다가와 몸을 에워싸는 안개. 안개는 슬그머니 내 머리칼을 적시고, 몸을 적시고, 발밑을 적신다. 이 신비로운 자연현상은, 보고 느끼는 이의 감정과 사상에 따라 모두 다르게 이입될 것이다. 시인들은 어떠할까. 안개를 소재로 쓴 많은 시가 있지만, 그중 한 편의 시를 소개한다. 2004년 11월 11일 오후 4시 성긴 발처럼 천천히 내리던 실비 홀연 연막 안개로 바뀌는 청주 상당산성, 시야 1미터. 방금 기어오른 성벽 위를 걷는지 성 안을 걷는지 성 밖을 걷는지 시간 전 저 아래 도시에서 강연하며 생각 증발시킨 뇌 속을 걷는지? 과거에도 이런 길 걸은 적이 있다. 한 치 세상 앞이 안 보일 때 도처에 허방이 도사리고 있는 안개 속을 걸었다. 일순에 맨땅으로 다이빙하는 아슬아슬과 아슬아슬의 내벽에서 진땀처럼 돋는 가벼움을 번갈아 맛보며 무명(無
필자가 20대 후반에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고등학교 때 가장 친구 중에 건설업에 종사하던 친구와 술을 마시면 너무나 서로 다른 세상에 산다는 것을 느꼈다. 이 친구는 예술을 추구하는 작은 설계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마치 무술의 대가 아래서 수련생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박봉에 월화수목금금금, 비슷한 생각을 하고 추구하는 바도 같은 사람들이 모여 산수 좋은 곳의 작은 사무실에서 작업을 하며 살고 있었다. 바쁘지만 항상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수준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며 '아름다운 세상'에 살고 있었다. 나는 모 지방 의료원의 응급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는데, 밤이면 상습적으로 술에 취해서 폭력을 휘두르다 길에서 자다가 구급차에 실려 오거나, 싸우다 다쳐서 오거나, 파출소에서 자다가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때가 외환위기(IMF)사태로 나라가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하고 얼마 안 되던 때라서 하루도 자살환자가 없던 날이 없었다. 목을 맨 20대, 제초제 마시고 이제 몇 시간이면 사망할 30대 가장, 물에서 건진 어느 아이의 엄마. 나의 일상을 이야기하면 그 친구는 '너는 세상을 너무 어둡게 보는 것아. 그리고
최근 농사용 전력 적용범위 확대 요구가 점차 늘어나며 저렴한 농사용 전기요금이 불러오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농사용 전력의 2019년도 평균 판매단가는 47.74원으로 전 종별 평균 판매단가인 108.66원에 비해 약 50% 저렴하다. 뿐만 아니라 1962년 영세 농·어민의 경제적 지원을 위해 최초로 도입된 후 양곡생산을 위한 관개용 양·배수펌프에서 전조재배, 농업, 축산업, 전등, 냉동 및 저온보관시설 등으로 적용범위가 점차 확대됐다. 이처럼 확대된 적용범위와 원가 대비 저렴한 농사용 판매단가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야기한다. 첫째, 영세 농·어민의 경제적 지원이라는 도입목적이 퇴색된다. FTA 확대에 따른 농어민 피해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으로 농사용 적용대상 확대에 대한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고, 실제로 대부분의 경우가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인특례가 신설되었다. 지금도 농사용 적용범위 확대는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으며 적용범위가 확대될수록 영세 농·어민 보다는 대규모 농사용 고객 즉, 기업농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농사용 전기요금 체계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2006년부터 1
아침저녁으로 베란다에 바람이 머문 지도 꽤 여러 날 된다. 서늘한 한기가 가슴에 스민다. 살다보니 세월 어찌 지나는 줄도 모르고 지냈다. 아니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날들을 그냥 넋 놓고 살았다. 그 무엇 하나 마음을 움직일 신나는 일들이 없었다. 코로나라는 핑계로 모든 관계가 소원해졌고 나만의 소아적 영역을 구축한 채 제자리 삶을 빙빙 돌았다. 편한 타성에 젖어 겨울이 다가오는 것도 모르고 살았다. 세상 살며 부끄럽지 않으려 무진 애를 썼지만 매번 커다란 벽에 부딪치는 그런 삶을 살아왔다. 사람들과 눈 맞추며 서로를 소통하려는 노력은 번번이 관료화된 조직의 영혼 없는 결정에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담한 심정이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화가 났다. 40여년을 문화현장에서 뒹굴며 살아온 것이 갑자기 허무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생계를 챙겨주던 회사를 그냥 그만뒀다. 벌써 몇 달이 지나고 있다. 그렇게 날들이 지나간다. 어쩌면 세상은 그 무덥던 여름 한낮에도 이미 식어있었다. 모두들 마음의 문들을 닫아걸었다. 돌아보면 허둥대며 살아온 지난날들이 우거진 풀만 무성하다. 나 역시 자신의 욕심이라는 벽에 매달려 저 혼자 정의로웠다. 그것이 자신을 향한 칼날임을…
오늘도 두 군데서 체온을 쟀다. 어딜 가나 체온계가 문지기 역할을 한다. 체온을 재고 입장이 허용되면 안도의 숨을 쉬게 된다. 오늘도 코로나로부터 내 몸이 잘 지켜졌다는 것에 대한 안도이다. 지금까지 365라는 숫자가 이렇게도 많이 언급된 적이 있을까. 그 온도의 중요함이 이렇게 절실한 적이 있었을까. 높지도 더 낮지도 않은 36.5의 정도를 지키기 위해 온 지구인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아침 식사가 끝나기 무섭게 온 가족이 뿔뿔이 집을 나서고 저녁 식사 때 밥상에 둘러앉는 것이 내게는 익숙한 가족의 풍경인데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가지 않는 학생들, 회사에 가지 않는 직장인, 노인정에 가지 않는 어르신들, 뭐가 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세상이 된 것 같다. 주민센터나 평생교육원의 모든 프로그램도 멈추게 되었으니 중장년들은 갈 곳이 없다. 덕분에 Zoom을 이용한 몇 가지 교육을 들어 볼 기회가 생기기는 했다. 어떤 것을 카톡을 이용한 토론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급변한 세상을 따라가기가 버겁다. 처음에 Zoom이 뭔지도 몰라서 당황했다. 내방 내 침대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였지만 노인의 허리로 두세 시간 수업을 듣는…
중학교 때 운동화 끈 매는 법을 새로 배우고는 기뻐했던 적이 있다. 전에는 감치기 비슷하게 매서 석 삼(三)자가 드러났는데 새발뜨기 식으로 매니까 X자 모양의 맵시가 돋보였던 거다. 요즘은 끈이 길게 나와 매듭이 치렁치렁 망측하다. 그래서 엊그제 새로운 끈매기가 있다는 걸 알고 시도해 봤더니 정말 십상이다. 이런 게 어쩌면 '소확행'이 아닐까. 봄이야 볕과 함께 반길 것이 많다. 그러나 가을이면 뭔가 쓸쓸함을 달래 줄 게 필요하기에 소확행의 의미가 새삼스럽다. 주책없게도 종종 그런 단상이 옆으로 번질라치면 인생관과 마주친다. 그저 내맡기거나 적당히 즐길 것이냐, 아니면 아등바등 치열하게 목표를 향할 것이냐의 선택 문제다. 즉 인생을 얼마나 대수롭게 보느냐다. 얼마 전 읽은 책이 생각났다. 제목부터가 도발적이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인데 세상의 꿈꾸는 자, 노력하는 자를 비웃는 투다. 저자는 삽화가로 6년가량 일하다 '퇴사의 맛'을 꿀맛에 비유하며 백수를 자원한 30대다. 방황을 맘껏 즐기겠다는 당찬 용기가 멋있어 보였다. 처자식을 위해 워라밸은 생각도 못한 채 놀기는 고사하고 맘 편할 날 없는, 돈 때문에 밥벌이에 나선 이 땅의 직업인들에게…
제주도는 예로부터 돌, 바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고 불렸는데 요즘에는 '사다도'라고 불린다고 한다. 늘어난 쓰레기 때문이다. 제주 북부 소각장은 하루 평균 140t을 처리할 수 있는데, 하루에 반입되는 쓰레기는 210t으로 매일 70t의 쓰레기가 쌓여간다. 쓰레기를 압축해 주변에 쌓아두고 있는데 이 공간마저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갈 곳을 잃고 야적된 압축 쓰레기는 무려 5만 t이라고 한다. 제주의 1인당 쓰레기 배출량은 전국 최고 수준으로 1년에 1500만 명씩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가 주원인이다. 제주 이주 붐으로 인구가 급증하고, 이 흐름에 맞춰 각종 건축과 개발이 늘어난 것도 악영향을 끼쳤다. 이번 가을 새로운 폐기물 처리 시설인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가 완공돼 풀가동해도 밀린 쓰레기를 소각하려면 3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쓰레기들이 다 소각될 때까지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을까? 제주도 어느 한적한 시골마을에는 100년 된 돌집에 아내와 딸, 아들과 살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김지환이고 직업은 작가이다. 그는 제주에 내려온 뒤 우연한 기회에 해안가에 떠밀려온 바다 쓰레기에 주목했고, 동화적인 상상을 시작했다. 바로…
매년 10월 29일은 「지방자치의 날」이다. 지방자치의 날은 1987년 10월 29일 헌법개정을 통해 지방자치가 대한민국 국정운영의 중요한 원칙으로 자리매김한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2012년 제정되었다.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는 2013년부터 매년 지방자치의 의미를 되새기고 지역발전에 대한 의지를 다지기 위해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을 개최해 오고 있다. 지방자치라는 말이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20여년 전에는 생소한 단어로 여겨졌다. 1990년대 중반부터 지방자치단체의 장을 선거로 선출하기 시작하였으며, 2000년대부터 지방자치단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2010년대 들어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이 확대되어 지역 특성에 맞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지방자치가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지속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부각 되었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내의 코로나19 확산 정도, 지역 주민의 연령별 특성 및 의료·방역 인프라 등에 따라 조금씩 다른 정책으로 대응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지역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 여건에 따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거나, 지역상품권 발행을 지원하는 등
의도 하지 않고 자유롭게 내면을 표출하여 그림을 그리는 초현실주의 기법인 오토마티즘(Automatism)으로 작업을 하는 현대미술 작가가 있다. 자유로운 움직임에 해방감이 느껴지는 작품은 붉은색 선으로만 표현되었지만 단순해 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작품마다 담긴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번개 소녀'라는 작품은 작가 자신의 소녀 시절의 자화상을 그린 것이다. 어머니가 일을 나가시고 편찮으신 아버지가 방에 누워있었고 본인은 부엌에서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날의 기억은 여기까지 밖에 없다. 요리를 시작하기 위해 감자를 들었던 순간 집이 번개에 맞아 화재가 발생했고 순간 정신을 잃었다고 전한다. 편찮으신 아버지가 딸을 힘겹게 부여안고 넘어지고 미끄러지며 겨우 구출했다. 어렵사리 탈출 후 소방차가 와서 화재는 진압되었고, 당시 뉴스에 보도가 될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고 한다. 극적인 사건을 겪고 활기차고 밝은 에너지로 활동하는 작가의 모습에서 삶의 희망이 느껴졌다. 그 일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감수성이 풍부한 소녀 시절 충격을 받을만한 일이었음에도 서로 간의 이해와 사랑이 힘든 일을 극
70년대 후반으로 기억된다. 청주시 청원구 영하리 옛 절터에서 발견 된 고려초 석조여래불좌상은 미소가 일품이었다. 불상이 찾아진 절터는 비하리에서 초정약수로 가는 중간 왼편 언덕이다. 처음에는 몸체만 있는 파불(破佛)로 발견되었으나 인근 무당이 장독대에 안치하고 있던 불두(佛頭)를 찾음으로써 완전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 불상은 지금은 작고하신 서원학회 고(故) 이원근회장(강릉대 교수)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찍은 흥덕사지를 찾는다고 청주시와 청원군 일대의 절터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얻은 쾌거였다. 필자도 이 불상을 구조하는 과정에 참여하였는데 당시를 기억하면 지금도 짜릿하다. 현재 불상은 국립청주박물관에 전시되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불상의 생명은 '미소에 있다'라는 말이 있다. 시대가 올라갈수록 아름다운 상호를 지니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미소는 백제시대 불상이다. 백제 불상이 왜 이렇게 아름다운 미소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고구려와 백제에 불교를 전해 준 1천 5백년전 중국의 북위, 북제나 남조인 양(梁) 나라의 영향을 받은 때문이다. 북위시대 불상은 대부분 돌로 만든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조각 솜씨
망태기란 가는 새끼나 노끈으로 너비가 좁고 울이 깊도록 짠 네모꼴의 주머니로서 수천 년 겨레의 숨결을 담아내 온 우리 조상들의 생활의 필수품이었다. 양끝에는 끈을 달아 어깨에 메는데 지역에 따라 구럭이라고도 한다. 강원도의 산간지대에서는 주루막이라 하여 주둥이에 끈을 달아 두루주머니처럼 주둥이를 죌 수 있게 만들어 쓰기도 한다. 민간 설화에 망태 할아버지 이야기가 있다. '말 안 들으면 망태 할아버지가 잡으러 온다!' 어렸을 때 할머니나 할아버지와 함께 자란 이들이라면 곧잘 들었을 말이다. 망태 할아버지의 위력은 엄청났다. 기다란 집게로 어린아이들을 집어 망태기에 넣고 사라지는 노인의 모습을 상상만 해도 아이들이 벌벌 떨었던 것이다. 다음 동요는 최병엽 작사, 한동찬 작곡의 '꼴망태기'라는 노래로서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생활필수품으로 늘 곁에 두고 사용해왔던 망태기의 친근한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언제부터 걸려 있었나 잿간 흙벽에 외로이 매달린 작은 꼴망태기 하나 그 옛날 낫질 솜씨 뽐내셨을 할아버지의 거친 숨결이 아버지의 굵은 땀방울이 찐득찐득 배어들어 누렇게 누렇게 삭아버린 꼴망태기 하나 할아버지
'남자의 자격'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서구적 외모의 박칼린이 등장하여 넬라판타지아 합창을 감독하던 순간에는 남자로서의 자격을 갖추는 시간을 벗어나서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보는 '사람의 자격' 시간으로 변화되었다. 늦은 밤에 걸려온 민원 전화로 힘들어 하는 교사를 만났다. 칭찬이 부족하여 교사 자격이 없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내 학부모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격려가 없어도 행동이 변화되면 칭찬을 아끼지 않지만, 공부를 잘하는 아이라도 별다른 변화를 보여주지 않고 성장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칭찬보다는 격려를 한다. 아낌없이 정직하게 사용하는 칭찬만이 가르치는 맛을 깊어지게 한다고 믿었다. 마음씨가 고운 교사였다. 발표를 주저하는 아이의 한 마디에도 칭찬을 해주었고 지각하던 아이가 일찍 오는 날에도 칭찬을 하였다. 교과서만 가지고 와도 칭찬을 해주었다. 기회를 주어도 망설일 경우 무조건적으로 칭찬을 하지 않는 것은 나와 같았다. 위선의 칭찬은 처음만 사용했다고 한다. 공개적인 칭찬은 위선적이지 않아야 효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감기에 걸린 환자에게 항생제를 쓰는 정도가 의사마다 다른 것처럼, 자기도 칭찬의 명약을 표현하는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