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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더욱 뜨겁게 사는 사람들 - 청주농수산물시장 경매사와 중도매인

눈치경쟁 치열… 새벽을 깨우다

  • 웹출고시간2009.08.05 19:12:2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배용한 경매사의 진행에 따라 중도매인들이 수박을 살피고 있다.

ⓒ 임장규 기자
6일 오전 7시. 아직은 이른 아침이지만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는 과일 경매가 한창이다.

웬만해선 알아들을 수 없는 경매사의 속사포 진행과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좋은 품질을 낙찰 받으려는 중도매인 사이의 눈치경쟁이 치열하다.

오전 8시가 되자 복숭아, 포도 경매에 이어 수박경매가 시작됐다. 도매시장 한 켠에 수북이 쌓여있는 수박 사이로 배용한(49) 경매사가 비장한(?) 각오로 모습을 드러낸다.

배 씨가 심호흡을 한 뒤 마이크를 잡았다.

"원산지 초평, 특품 24개, 개당 10kg"

배 씨의 상품 소개가 있자 중도매인 120여명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수박을 살핀다. 이리저리 돌려가며 색깔을 보더니 손가락으로 '통통' 쳐본다.

"꼭지 상태 봐봐. 윤기가 좔좔 흘러. 일단 한번 잡숴보셔. 이거보다 단 거 있으면 가지고 와봐 한번"

배 씨가 쉬지 않고 흥을 돋운다. 견본품의 맛을 본 중도매인들이 손에 들고 있던 낙찰기 버튼을 눌러댄다. '72번(중도매인 개인번호) 8천300원'. 출발이 좋다.

배 씨는 "개당 8천원대면 최상급"이라며 "꼭지가 말라 있거나 당도가 떨어지는 것은 개당 1천원 미만으로 떨어진다"고 했다.

이 곳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수박의 양은 하루 평균 40~50t 정도다. 충북, 경기, 전남, 강원,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이름 꽤나 알려진 수박들이 거래되다보니 품질도 최상급이다.

한 중도매인이 낙찰받은 수박을 나르고 있다.

이 중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음성 맹동수박, 진천 초평수박이라고 한다. 다만 장마 탓으로 대체적으로 당도가 떨어져 시세가 많이 하락된 것이 경매사와 납품자들을 속상하게 한다.

경매는 2시간 정도 진행됐다. 이날의 스코어는 경매수량 8천개, 최고가 8천800원, 최저가 1천100원이었다.

"아, 좋은 게 있었는데 놓쳤어. 눈치 싸움에서 진거지요"

전유봉(53) 중도매인 조합장이 땀을 닦으며 말한다. 전 씨는 "경매가 시작되는 오전 5시30부부터 10시까지는 전쟁"이라며 "마지막으로 수박경매가 끝나고 나면 진이 쏙 빠진다"고 했다.

전 씨는 "이 맘때만 되면 슈퍼마켓, 마트, 급식업소에서 밀려오는 주문량에 정신이 없다"며 "거래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상급 품질을 좋은 가격에 낙찰받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 씨는 여름철만 되면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워낙에 바쁜 시기다보니 변변한 피서 한 번 못 가봤기 때문이다.

과감하게 올 여름에 휴가 한 번 가볼 생각 없냐고 묻자 전 씨가 과일 상자를 나르며 말한다.

"허허, 그랬다간 거래처 다 끊겨요. 먹고 살려면 여름에 바짝 벌어야 된다니깐요. 올 여름에 장사가 잘 되면 가을에 근사한데로 놀러갈 겁니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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