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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성 - 커피를 좋아하면 생기는 일

대학원생에서 한국 대표 스페셜티커피 전문가로
16년간 세계 산지 누비며 커피 '빛과 그림자' 조명

  • 웹출고시간2020.12.10 15:03:06
  • 최종수정2020.12.10 15:03:06

커피를 좋아하면 생기는 일

서필훈 지음 / 문학동네 / 276쪽

△커피를 좋아하면 생기는 일

"정녕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노력과 책임이 필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스페셜티커피 전문가인 서필훈 커피리브레 대표는 커피가 좋아 16년간 전 세계 커피 산지 곳곳을 누비며 살았다.

책에는 저자가 커피 생두를 한국에 들여오는 일을 하게 되고, 그도 모자라 남미 오지에서 직접 커피 농장을 운영하기까지 '범상치 않은' 이야기가 담겼다.

어느 날 우연히 마신 커피 한 잔은 그의 모든 시간과 감각이 커피를 향하게 했다. 저자는 원래 쿠바 여성사를 공부하던 대학원생이었다. 그가 커피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된 건 학교 앞 '보헤미안'이라는 카페에 발을 들이면서부터다. 바리스타 1세대인 박이추 선생의 제자 서영숙 점장이 운영하는 카페였다.

저자는 대학원에서의 공부보다 커피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는 보헤미안에서 낮에는 바리스타로 일하고, 밤에는 커피 책을 들추며 생두와 로스팅에 대한 공부를 이어갔고, 그러다 스페셜티커피의 매력에 깊숙이 빠져든다.

당시만 해도 '믹스커피 왕국'이었던 한국에 스페셜티커피를 소개한다는 건 불가능한 꿈처럼 보였다. 그는 영화 '나초 리브레'를 떠올렸다. 보육원 운영비를 벌기 위해 가면을 쓰고 프로레슬러가 된 구티에레스 신부를 보며 현실은 초라할지언정 자유와 용기, 희망을 상징하는 그만의 마스크를 써보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새로운 브랜드'커피리브레'를 창업한다.

책 속에는 자기가 하는 일의 본질을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 사람만이 만들어내는 단단한 직업 철학이 담겼다. 커피리브레의 슬로건은 '얼굴 있는 커피'다.

저자는 한 잔의 커피가 우리 손에 들리기까지 거기에 관여한 모든 사람과 이야기를 발굴하고 복원하는 고고학자나 연금술사의 역할을 커피가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빛보다 그림자가 더 많은 커피의 길도 조명했다. 커피는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생산돼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소비하는 대표 산업으로 꼽힌다.

4천 원짜리 커피 한 잔에서 생두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돈은 고작 1%인 40원밖에 되지 않는 반면, 소비국의 매장 인건비와 임대료로 2천600원이 들어간다.

저자는 이를 불균형한 소득 분배라 말한다. 터무니없이 적은 거래 원가를 극복하기 어려운 남미, 아프리카, 인도의 커피 소농들은 결국 커피 재배를 포기하거나 단가가 높은 다른 작물 재배로 바꾸거나, 국경을 넘어 불법 밀입국을 시도한다.

커피 생산량 자체가 줄어들면 커피 산업도 머지않아 위협받을 수 있다. 저자는 굳이 비용과 시간을 써가며 산지 농가와 다이렉트 트레이드(직거래)를 하는 것도 비즈니스에는 눈앞의 숫자와 효율보다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다이렉트 트레이드가 말처럼 쉽진 않았다. 한국의 작은 업체에 불과했던 커피리브레가 커피 농장과의 직거래를 성사시키는 과정은 말 그대로 좌절의 연속이었다.

3부는 저자가 코로나로 인해 의도치 않게 과테말라 현지에서 약 한 달간 유배 생활을 보낸 기록이다.

올해 2월 남미로 출국한 직후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져 귀국하지 못하고 발이 묶여버린 저자는 과테말라의 작은 마을 파나하첼에서 머물게 되고, 봉쇄령이 풀리기까지 기약 없는 기다림이 이어진다.

서울의 사무실로, 세계 100여 군데의 농장으로, 바삐 오가던 그의 삶에 예기치 못한 선물처럼 주어진 작은 마을에서의 고요한 일과는 커피에 미쳐 보낸 16년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파나하첼에서 보내는 일과는 단순했다. 장을 봐서 밥을 지어 먹고, 초급 스페인어를 배우고, 마을 성당에 가서 기도하고, 작은 카페 크로스로드에서 커피를 마시는 게 전부다. 32년간 커피 일을 해왔다는 크로스로드의 주인 마이클은 어느 날 경험에서 얻은 커피 철학을 낯선 친구에게 전해준다.

저자는 16년간 스페셜티커피 불모지인 한국에 각 산지의 원두를 소개하고 유통해 한국 스페셜티커피의 외연을 넓히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커피를 감별하고 등급을 지정하는 큐그레이더 자격증을 한국인 최초로 획득했다. 2012년과 2013년 월드로스터스컵에서 우승한 이력도 있다.

/ 유소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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