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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성 - 꿰맨 심장

심장 속에 숨겨진 마법 같은 비밀들
현실에 우직하게 저항하는 여성의 감동적인 이야기
삶과 사회·여성의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질문 던져

  • 웹출고시간2017.04.04 09:56:09
  • 최종수정2017.04.18 13:03:50

책과 지성

카롤 마르티네즈 지음 / 문학동네 / 520쪽 / 1만5천500원

[충북일보] '고독'이라는 의미의 이름을 지닌 '나'와 솔레다드가 마법처럼 놀라운 바느질 실력을 지닌 어머니 프라스키타 카라스코의 파란만장한 삶을 적어내려가는 형식의 소설이다.

자신을 닮아 신기한 재능을 지닌 네 딸과 한 아들을 태운 수레를 끌며 농민혁명으로 총성이 난무하는 안달루시아 지방을 건너 북아프리카의 사막까지 방랑의 세월을 헤쳐가는 프라스키타의 전설 같은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있다.

헝겊으로 살아 고동치는 듯한 심장을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솜씨를 지닌 프라스키타, 태양빛을 흡수해 어둠속에서도 빛을 내는 아름다운 클라라, 죽길 바라는 이에게 입맞춤으로 죽음을 선사하는 밤의 아이 마르티리오 등 소설 속 세계는 기이한 인물들과 환상적인 서사적 장치로 풍성하고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실과 바늘로 마법과 같은 솜씨를 부리는 프라스키타 카라스코를 사람들은 마녀라고 부른다.

프라스키타는 바늘로밖에 글을 쓸 줄 모른다. 그녀의 손끝에서 태어난 작품마다 천 겹겹이 사랑의 언어가 깊이 새겨져 있다.

진짜보다 더 아름답고 생생한 꽃들이 수놓인 웨딩드레스를 만드는가 하면, 헝겊에 수를 놓아 만든 심장은 성모상의 의상 속에서 마치 기적처럼 고동치는 듯하다.

그녀는 세상 곳곳에 흩어져 있는 조그마한 광채들을 거둬들여 천 속으로 몰아넣는, 예술의 경지에 오른 바느질쟁이다.

프라스키타의 남편 호세는 닭싸움에 미쳐 가산을 탕진한다. 나중에는 걸 것이 없어지자 급기야 자기 아내를 걸고 대지주의 아들 에레디아와 내기를 한다.

호세는 내기에서 지고, 프라스키타는 어쩔 수 없이 에레디아와 동침한다. 프라스키타의 재능을 시기하던 마을 사람들은 득달같이 달려들어 그녀에게 간통녀라고 손가락질한다.

더이상 고향땅 산타벨라에서 살 수 없게 된 그녀는 그녀처럼 신비한 능력을 지닌 다섯 아이를 태운 수레를 끌며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머나먼 방랑의 길을 떠난다.

안달루시아 지방을 건너 북아프리카의 사막까지 이어지는 여정에서 프라스키타는 온갖 고초를 겪지만, 이제 남편과 마을 사람들로부터 자유다.

프라스키타와 아이들은 피와 총성으로 얼룩진 농민혁명의 한복판을 지나간다. 그녀는 바느질 솜씨를 발휘해 혁명을 꿈꾸다 군인들에게 붙들려 얼굴이 갈가리 찢긴 무정부주의자 살바도르의 살갗을 꿰매준다. 그리고 자신의 손끝에서 새로운 얼굴로 태어난 그와 사랑에 빠진다.

전쟁과 폭력을 온몸으로 겪으면서 프라스키타의 눈처럼 희던 웨딩드레스는 피와 진흙으로 점점 얼룩져간다. 그리고 이 여정을 통해 그녀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도 달라진다.

"프라스키타는 마녀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야. 우린 단지 사람들이 잊어버린 것들을 기억하고 있을 뿐이지. 재능이 있는 여자야."

그녀의 여정은 부서지고 파괴된 존재들, 죽어가는 사람들, 버림받은 생명들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약자들을 지켜내는 힘의 근원을 '남자들의 역사'가 아닌 '여자들의 비밀'에서 찾았다.

소설은 마법 같은 설정을 환상적으로 그려냈지만 여성의 현실을 묵직하게 다루고 있기에 결코 가볍지 않다.

현실의 폭력성을 마술적 사실주의로 오롯이 담아낸 이 소설은 삶과 사회, 여성의 현실에 대한 수많은 비판적인 질문들을 던진다.

/ 유소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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