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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성 - 두 번 사는 사람들

누구도 같을 수 없는 가슴 저릿한 삶의 드라마
하숙집 한지붕 아래 부대끼면 상처 보듬는 사람들
단 한 번의 삶을 사는 인간 존재의 한계 역설적으로 풀어내

  • 웹출고시간2017.03.28 10:07:19
  • 최종수정2017.04.18 13:04:00

책과 지성

황현진 지음 / 문학동네 / 348쪽 / 1만3천원

[충북일보] "오랫동안 궁금해하며 살았습니다. 한 사람을 죽음으로 끌고 가는 그 고통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한 사람의 사인이 심장마비라면, 사는 동안 그를 죽도록 괴롭혔던 게 오로지 심장뿐이었을까? 우리의 사인은 우리의 삶입니다. 세상이 아프면 우리의 삶도 아픕니다."-작가의 말 중에서

소설 속 인물들의 '살아 있음'을 입체적이고 매력적으로 그려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온 황현진의 신작 장편소설이 출간됐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세계를 살아가거나 혹은 살아낸 사람들의 누구도 같을 수 없는 '삶의 드라마'를 감정의 과잉 없이 가슴 저릿하게 펼쳐 보인다.

1979년 10월26일, 두 명의 박정희가 죽는다.

김재규의 총탄을 맞고 쓰러진 1917년생 남자 박정희의 육신과 1960년생 여자 박정희의 영혼이다.

소설은 이 두 박정희의 죽음에서 시작해 1960년생 여자 박정희가 낳은 딸 '구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구구의 아버지 조금성은 아내 정희의 육신마저 떠나보내고, 홀로 하숙집을 꾸리며 억척스레 구구를 키워낸다.

금성의 하숙집에는 저마다 남다른 이야기를 지닌 인물들이 큰 물줄기로 흐르는 시내처럼 자연스레 모여든다.

삼시 세끼 홍시만 먹고 사는 홍시 할머니와 한전에서 근무한 금성의 이력을 빌려 컬러텔레비전을 만드는 공장에 취직한 기욱, 기욱의 애인 순점, 운동권 청년 용태, 부잣집 아들 같지만 어딘가 수상한 만수가 바로 그들이다.

하숙집 한지붕 아래 부대끼며 서로의 상처를 돌보는 이들이지만, 처음 하숙집에 흘러들어올 때의 모습이 달랐던 것처럼 현실을 마주하고 극복해가는 방식은 모두 다르다.

불행하게 느껴지는 삶의 굴곡들이지만 움푹 팬 상처의 이면으로 어느새 새살이 돋아나는 것처럼 작가는 이들의 삶을 결코 불운하거나 불행해지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오히려 한 번 죽고 나서야 또다른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삶의 비의'를 넌지시 드러낸다. 소설이 구구를 중심으로 한 삼대의 이야기라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작가의 말'처럼 여러 번 살고 죽는 게 삶인데, 마치 한 번 살다가 죽을 것처럼 살아가려니 불편한 삶을 사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삶의 무게에 비례하는 삶의 비의를 발견해낼 수 있다면 덜 고통스럽겠지만, 그럴 수 없기에 또다른 삶을 예비하고 맞이해야 하는 것이다.

소설은 역설적으로 단 한 번의 삶을 사는 인간 존재의 한계를 뚜렷하게 그려낸다.

작가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르고 내일의 나도 예측 불가이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삶을 잊은 채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너무 많은 것을 기억하고, 너무 많은 것을 잊지 않으려고 애쓰기 때문에 삶이 고통스러운 것은 아닐까.

작가는 '누구 하나 똑같지 않은' 인물들의 모습에 세심하게 정당성을 부여해준다.

/ 유소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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