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50여년 만에 쓰는 면사포

"파뿌리 다시 검어질 때까지"… 사랑 재확인

  • 웹출고시간2007.07.19 19:00:4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곱디 고왔던 젊은 시절 너무 가난했던 시절에 가정을 이루고 7남매를 기르신 헌신적인 희생에 청춘이 가는 줄도 모르고 세월은 덧없이 흘러 이제야 이런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청춘을 저희를 위해 희생하시고 정작 나의 행복 나의 편안함보다는 자식들을 위해서 하루하루를 보내셨으니 앞으로 남은 인생은 두분만의 행복을 위해서 서로를 위해서 행복하셨으면 합니다’

부모님에게 쓴 편지를 사회자가 읽어 내려가는 동안 파뿌리가 된 머리와 밭고랑처럼 패인 주름살이 가득하지만 면사포와 드레스, 턱시도를 입은 부부는 손을 맞잡고 함께 입장한다.

하객들은 꽃가루를 뿌리며 이들의 결혼을 축하하고 결혼식을 마치기 직전 하객들이 신랑신부를 위해 단체로 인사를 올린다.

19일 청원노인복지회관에서는 반세기동안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살아온 노부부들을 위한 황혼결혼식이 열려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가 됐다.

이 결혼식에서는 52년 동안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채 살아 온 이범우(76·청원군 강내면 저산2리)·노복순(76·여) 부부와 56년 만에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게 된 김용덕(80·청원군 강외면 오송2리)·전영임(76·여) 부부, 약혼식은 했으나 가정형편 상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다가 이번에 식을 올리게 된 한선호(73·청원군 부용면 부강3리)·김영길(68·여) 부부 등 4쌍의 부부가 공식적인 부부가 됐음을 선언해 하객들로부터 축하를 받았다.

이 중 이범우 할아버지는 노복순 씨와 결혼식을 하지 않고 살아왔으나 부인 노씨가 최근 시력을 잃자 더 악화되기 전에 추억거리를 만들고 싶다는 청에 따라 이날 결혼식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져 참석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또 김용덕 할아버지는 6.25전쟁 중 전투를 벌이다가 아버지의 청에 의해 일주일 휴가를 받아 정수 한 그릇을 떠 놓고 부인 전영임 할머니와 맞절로 결혼생활을 시작했을 뿐 아직까지 결혼식을 제대로 올리지 못한 채 50년이 넘도록 살아왔다.

이 결혼식에서 주례를 맡은 청원군노인복지회관 관장 이수한 신부는 주례사에서 “오늘 결혼식을 보면서 오랜 세월동안 함께 하며 사랑을 이뤄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며 “오늘 이 자리에 계신 4쌍의 어르신들은 처음 만났을 때의 사랑의 아름다움을 아직까지 지키고 있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보여주셨다”고 극찬했다. 또 “나이를 먹어사도 보기에 아름답다는 평을 받은다면 사랑을 완성한 것”이라며 “이 자리에 모인 모든 분들은 물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젊은 부부들에게 모델이 되 주실 것과 더 아름답고 행복한 삶으로 장식하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 결혼식에서는 하객 중 자녀들이 단상에 서있는 부모님들께 인사를 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으며 결혼식을 마치고 행진에 나선 신랑이 하객들에게 손을 흔들며 씩씩하게 걷는 등 마냥 행복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 김규철기자 qc2580@empas.com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