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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성 - 달이 뜨면 네가 보인다

태풍처럼 지나간 사랑… 그 뒤 엄습하는 서늘한 진실
지탄받는 사랑 등 존재하는 모든 형태의 사랑 묘사
어두운 터널 같은 이야기 속도감 넘치는 전개 눈길

  • 웹출고시간2016.10.18 18:29:56
  • 최종수정2016.10.18 18:29:56

달이 뜨면 네가 보인다

전아리 지음 / 문학동네 / 256쪽 / 1만2천원

[충북일보] 소설가 전아리가 진중하고 날카로운 열두번째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파격적인 치정 멜로 서사를 부리며 읽는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 인간의 복잡한 심리는 집요하게 파고들어 정확한 문장으로 묘사했다.

소설은 여대생인 '나'가 대학 시간강사 '박승안'에게 마음을 빼앗기며 겪는 절절한 심경의 변화부터 연인들의 야릇한 성애까지 사랑이라는 감정이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적나라하게 그려나간다.

언제나 사고를 몰고 다니는 오빠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평범한 대학생인 나는 오빠가 낸 교통사고로 또 한번 곤란을 겪는다. 학교로 나를 만나러 오던 오빠의 차가 모교의 시간강사 박승안의 차와 부딪쳐버리고, 이 사건을 계기로 '나'는 입원한 박승안의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고 만다.

박승안은 큰 키에 하얀 얼굴, 교수들에 비해 젊은 나이로 여학생들에게 꽤 인기가 있다. 나이 차도 많이 나는데다 약혼자가 있으면서도 여학생들에게 작업을 거는 바람기마저 갖춘 나쁜 남자인 그에게 주인공 나는 자꾸만 마음이 끌린다. 결국 나는 운명처럼 박승안과 내연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문제는 나에게 오랫동안 사귄 남자친구 재우가 있다는 거다. 재우는 변해버린 나의 모습에 상처 입으면서도 안타까운 시선으로 나의 곁을 맴돌고, 결국 헤어지자는 말을 건네는 나를 붙잡는다. 그런데 일편단심일 것 같았던 재우에게도 사실은 연상의 애인이 있었던 것이 밝혀지면서 나와 재우는 서로의 외도를 묵인하면서 기묘한 관계를 이어간다.

약혼자와 결혼한 뒤에도 박승안은 나와 연애를 지속한다. 그러나 그의 애정을 확신할 수 없는 나는 박승안이 자신과의 관계를 이어나가려고 하는 이유가 사랑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예감한다. 결국 박승안의 아내가 자신의 남편과 나 사이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나의 주변을 끈질기게 맴돈다.

'박승안의 마음이 향하고 있는 사람은 과연 나인 걸까?'

사건의 진실에 대해 알고 있음에도 그것을 함구하는 화자이자 관찰자인 나에 의해 인물들의 사정은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채 더욱 복잡하게 뒤엉킨다.

진심이 깊어갈수록 불행해질 뿐인 사랑을 멈출 방법을 모르는 나와 축복받을 수 없는 인연을 이어나가보려는 인물들의 행로는 숨 막히는 반전으로 치닫는다.

마치 어두운 터널과 같은 이야기는 속도감 있게 질주한다. 터널 밖으로 빠져나오는 순간 흩뿌려져 있던 단서들은 독자가 세운 가설들에 맞아들어가고, 소설은 전율과 쾌감을 남긴다.

사제 간의 비밀 연애와 복잡한 삼각관계, 일상화된 불륜과 상대를 향한 무서운 집착 등 소설에는 지탄받기 십상인 비틀린 사랑의 모습들이 담겨 있다.

마치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정상적인 사랑'이란 그저 환상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작가는 위험하고 위태로운 관계들을 집요하게 응시하면서 독자를 충격에 빠뜨린다.

제도와 성(性)의 경계를 흩뜨리며 퍼져나가는 인물들의 파괴적인 욕망은 예기치 못한 사건들의 전개를 통해 생생하게 그려냈다.

모든 사람이 행복해질 수는 없는 방식으로 얽혀 있는 세상의 매듭을 풀기 위해서는 어떤 끈은 잘라져야만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떠나고, 남은 사람은 오랫동안 울어야 한다.

하지만 소설의 마지막은 이상하게도 산뜻하고 밝다. 누군가의 사랑은 그 당사자에게만은 소중하고 의미 있는 삶의 사건이라는 것과 자신만이 만들어낼 수 있었던 그 사랑을 다른 사랑들과 동등하게 여겨도 괜찮다는 것, 이뤄졌건 이뤄지지 않았건, 그 결과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것. 존재할 수 있는 사랑의 모든 형태를 담은 소설은 읽는 이들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기 충분하다.

작가의 소설은 늦여름의 마지막 태풍이 지나간 뒤 느닷없이 찾아오는 차가운 가을 공기처럼 피부에 스며드는 서늘한 기운을 풍긴다.

/ 유소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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