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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성 - 쇼코의 미소

100% 타인일 때 열리는 이해의 가능성
여고생 소유·일본 교환학생 쇼코의 조우
변주되는 쇼코의 미소… 복잡한 내면 묘사
'기댐'과 '기댐 받음' 연쇄의 힘 일깨워

  • 웹출고시간2016.08.09 15:59:53
  • 최종수정2016.08.09 16:00:37

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96쪽 / 1만2천원

[충북일보] "선천적으로 눈이나 위가 약한 사람이 있듯이 마음이 특별히 약해서 쉽게 부서지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전혀 짐작할 수 없는 타인의 고통 앞에 겸손히 귀를 열고 싶다."

등단 초기부터 최은영 작가가 밝혀온 포부다.

최 작가는 전혀 짐작할 수 없는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 물음에 정직하게 마주한다.

작가의 시선은 개인의 내면뿐 아니라 인간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와 역사에까지 미친다. 이런 탐구와 통찰이 그의 소설에 깊이를 더한다.

그의 전작 '씬짜오, 씬짜오'는 베트남전쟁을 바라보는 한국인과 베트남인의 간극을, '언니, 나의 작은, 순애언니'는 우리 현대사에서 국가가 사회운동가들에게 자행한 폭력을 소재로 삼았다.

최 작가의 첫 소설집 '쇼코의 미소'는 별다른 기교 없이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정통적인 방식을 통해 읽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특별함이 있다.

사람의 마음이 흘러갈 수 있는 정밀한 물매를 만들어내 독자들을 그 '사람의 자리'로 이끈다.

소설은 지방의 한적한 마을에 사는 주인공 여고생 소유의 집에 일본의 자매학교에서 교류 프로그램으로 온 쇼코가 1주일 동안 묵게 되면서 펼쳐진다.

또래보다 조숙하고 예쁘장한 쇼코는 외할아버지, 엄마와 주인공이 사는 적적한 집안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짧은 기간이지만 소유는 영어로, 할아버지는 일본어로 소통하며 쇼코와 친구가 된다. 그러나 쇼코는 보기와 달리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복잡한 내면을 갖고 있다.

소유는 쇼코와 처음 만나게 된 순간을 이렇게 묘사한다. '쇼코는 정말 우스워서 웃는 게 아니라, 공감을 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게 아니라, 그냥 상대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 그런 포즈를 취하는 것 같다'고. 실제 어떤 마음 상태로 쇼코가 웃었는지와는 상관없이 알 수 없는 이질감 탓에 소유는 쇼코의 미소에 묘한 거리감을 느낀다. 낯선 타인과 조우한 사람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핵심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어떤 식으로 쇼코의 미소가 변주되는냐다.

소설은 소유와 쇼코의 성장 과정을 통해 누구나 겪는 인생의 굴곡을 각각 다른 빛깔로 그려낸다.

'분명히 쇼코도 그때 느끼고 있었겠지. 내가 쇼코보다 정신적으로 더 강하고 힘센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마음 한쪽이 부서져버린 한 인간을 보며 나는 무슨 일인지 이상한 우월감에 휩싸였다.'

두 사람의 고통은 어떤 지점에서 교차하지만, 서로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상대의 현재 모습만을 보며 열등감 혹은 우월감을 느끼기도 한다.

쇼코가 일본으로 돌아간 뒤 소유의 할아버지와는 일어로, 소유와는 영어로 편지를 나눈다. 그 편지들이 쌓여 특정한 이야기를 구축해가고, 짐작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숨은 사연들은 쓸쓸한 여운을 남긴다.

맑고 투명한 목소리로 타박타박 담담하게 이어지는 소유와 쇼코의 이야기는 서로에 대한 마음의 '기댐'과 '기댐 받음'의 연쇄가 갖고 있는 힘을 믿게 한다.

타인에 대한 윤리감각이 희박해지는 시대에 작가는 소설을 통해 순하고 맑은 힘으로 잃어버렸던 감각을 부드럽게 일깨운다.

/ 유소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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