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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테안경

파시즘 시대 소외된 이들의 초상
1937년 반유대주의적 인종법 시행 앞둔 伊 배경
다름과 소수 인정받지 못한 유대인·동성애자의 고독
담담하고 심미적인 묘사… 서정적·애상적으로 표현

  • 웹출고시간2016.07.26 17:35:39
  • 최종수정2016.07.26 17:35:39

금테안경

조르조 바사니 지음 / 문학동네 / 168쪽 / 1만1천원

[충북일보]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소설가 조르조 바사니(1916~2000)의 작품으로 소외된 자들의 고독과 침묵을 서정적이고 애상적으로 그려냈다. 소설은 슬픔을 부르짖는 대신 침묵하고, 분노를 터뜨리는 대신 담담해서 목이 멘다.

유대인 부르주아 집안에서 태어나 이탈리아 북부의 소도시 페라라에서 성장기를 보낸 작가는 이 지역을 배경으로 한 일련의 네오리얼리즘 소설들을 선보이며 페라라를 이탈리아 문학사에 아로새겼다.

바사니의 작품은 페라라 부르주아사회의 유대인 박해라는 깊은 상처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정치적이다. 페라라, 부르주아계층과 바사니의 관계는 양가적이다. 한편에는 페라라 부르주아사회의 일원이던 시절에 대한 향수 어린 애정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모욕을 당한 데 대한 극도의 증오감이 상존한다.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보석 같은 작품으로 꼽히는 이 소설은 파시즘에 동조하며 호의호식하던 부르주아 사회가 명망 있는 의사 '파디가티'의 동성애와 반유대주의적 인종법 앞에서 민낯을 드러내는 이야기로, 바사니 문체 미학의 백미를 보여준다.

베네치아 출신으로 페라라에 정착해 성공한 의사로 살고 있는 아토스 파디가티가 주인공이다.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금테 안경'은 성공한 부르주아 파디가티의 상징물이다. 교양 있고 온화한 예술 애호가인 중년의 신사 파디가티는 페라라 시민들의 존경을 받으며 풍족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다 파디가티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고, 한 젊은이에게 공개적으로 수모를 겪으면서 한순간에 그의 인생은 반전이 된다.

작가 자신으로 보이는 서술자 '나'는 페라라에 사는 유대인으로 볼로냐 대학에 다니던 시절을 회상하며 주인공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는 모든 사람이 외면하는 파디가티에게 연민을 느끼고 친구가 된다. 다름과 소수를 인정하지 않는 세계에서 비슷한 처지에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 속 역사와 일상, 유대인과 동성애자는 서로를 되비추는 거울처럼 작용한다. 페라라 부르주아사회의 중심에 있던 두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어둠과 마주한다. 때는 반유대주의적 인종법 시행을 앞둔 1937년이다.

무솔리니의 파시즘 체제가 들어선 1921년 이후 위기를 예감하기는커녕 파시즘에 동조하며 안일하게 살아가던 유대인 공동체는 갑작스레 배신감과 당혹감에 휩싸인다. 유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가워지는 과정과 동성애자 의사에 대한 잠복해 있던 경멸감이 폭발하는 과정이 두 개의 톱니바퀴처럼 기묘하게 맞물려 돌아간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은 소설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는 바사니 문학 전반의 특징이다. 페라라와 볼로냐를 오가다가 아드리아 해안의 리초네로, 마지막에 다시 페라라로 돌아오는 장소 변화는 이야기 전개의 전환점이 된다. 평온한 일상에서 시작해 페라라~볼로냐 왕복 기차에서 서서히 긴장이 고조되고, 해변 휴양지 리초네에서 갈등이 폭발한다.

다시 페라라로 돌아왔을 때 두 사람에게 이 도시는 낯설고 혹독한 곳으로 변해 있다. 광장과 거리, 성당과 영화관 등 지도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사실적인 묘사는 도시의 삶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게 한다. 길 잃은 개와 함께 거니는 어두운 밤거리, 파디가티에게 유일한 위안인 아드리아 해의 검푸른 바다는 비극적인 운명을 암시한다.

바사니의 문체는 음울하지 않다. 격정도 눈물도 없다. 오히려 차분하고 담담하다. 정교한 플롯과 영화적 미장센, 격조 높은 심미적 묘사를 통해 바사니는 파시즘 시대의 일상과 부르주아사회의 속물적 이면을 담았다. 주인공이 바라보는 검푸른 아드리아 해처럼 아름다움 속에 죽음이 있고, 그 죽음 속에 자유가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바사니 문학 중 가장 탐미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 유소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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