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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노동현장에 던지는 속 시원한 일갈
일반적인 직장문화라는 명분하에 용인됐던
만성화된 '서비스 야근' 등 통렬하게 비판
'현대사회 직장인의 비애' 페이소스 자극

  • 웹출고시간2016.07.05 14:48:24
  • 최종수정2016.07.05 14:48:24

히노 에이타로 지음 / 오우아 / 176쪽 / 1만3천500원

[충북일보]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이 말을 직장에서 실제로 입 밖에 꺼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사에게 의욕 없고 열정 없는 사원으로 낙인찍히는데다 동료들에게는 '칼퇴'만 생각하는 '얌체족'으로 여겨질지 모른다.

책의 1장은 한 달에 평균 몇 시간의 야근을 하는지 묻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선뜻 답하기 어렵다. 제대로 손꼽아가며 세어본 적이 없을 만큼 야근이 습관화·만성화돼서다.

지난 3월 대한상공회의소와 맥킨지에서 발표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직장인들은 주5일 중 평균 2.3일을 야근한다. 주3일 이상 야근한다는 응답자의 비율도 43.1%나 된다.

가까운 일본의 직장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처럼 노동시간이 길어 '과로사(Karoshi)'라는 일본어가 영어사전에 정식 등재될 만큼 권위적이고 경직된 직장문화에 노출돼 있다.

'서비스 야근'이 일상이 돼버린 직장인들에게 책의 제목은 도발적이다 못해 비현실적으로까지 들린다.

일본 직장인들의 노동조건에 천착하며 블로그를 통해 노동과 일에 대한 소신 있는 의견들을 피력해온 이 책의 저자는 '일반적인 직장문화'라는 명분하에 용인됐던 열악한 노동조건을 통렬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매일 야근하며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개개인의 삶에 안부를 묻는다.

최근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야근을 살충제 성분인 DDT와 같은 2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당연하다는 듯 발암물질에 노출되면서도 야근수당마저 제대로 청구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경영자 마인드로 일하라'고 강요하는 자기계발서들이 넘쳐나는 시기에 이 책은 다른 노선을 걷는다.

프롤로그에 실린 '고작 일의 보람을 위해 사생활까지 희생하면서 열악한 근무 환경에 이리저리 휘둘리다 몸과 마음을 축내다니, 너무 바보 같지 않나. 이 책을 통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일의 보람이라는 저주에서 빠져나오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저자의 말은 어쩐지 통쾌함을 안겨준다.

저자는 우리가 매일 노동현장에서 맞닥뜨리는 비참함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그 안에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까지 제시한다.

책에는 '사축(社畜·회사에 매인 가축)'이라는 극단적인 표현도 등장한다. 노예형부터 기생충형, 주머니형, 좀비형까지 저자가 분류한 '사축'의 종류도 다양하다.

책에는 '그림왕 양치기'라는 예명으로 그간 폭발적인 공감을 자아내는 그림을 그려온 양경수 화가의 일러스트를 곁들여 조직생활의 단면을 풍자하고, 비애(悲哀)로 가득 찬 직장인들의 페이소스를 자극한다.

신랄한 어투와 유머러스한 일러스트를 통해 노동현실을 유쾌하게 비틀어 풍자하는 이 책은 결론에 이르면 일의 보람을 존중하는 사람도, 굳이 일에서 보람을 찾고 싶지 않은 사람도 결코 서로의 적이 아니며 동등한 노동자로서 존중받아야 함을 일러준다.

저자는 말미에 이렇게 말한다.

'비단 지금은 이 책이 직장인들이 몰래 표지를 숨기고 봐야 하는 은밀한 금서(禁書)로 읽힐지라도, 언젠가는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라는 이 책의 제목이 마땅한 상식이 되고 회사에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노동조건이 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

/ 유소라기자 sora96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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