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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순 초대 청주시자원봉사센터장을 만나다

5일 9회 자원봉사의 날
"봉사, 세상을 품어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 가는 것"

  • 웹출고시간2014.12.04 19:20:04
  • 최종수정2014.12.04 19:20:04
"그분은 자원봉사의 산 역사(歷史)다."

수많은 자원봉사자와의 인터뷰 중에 늘 입에 오르내리는 전설 같은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그분은 자원봉사자들의 영원한 어머니다."라고 말했다.

젊은 시절부터 자원봉사 활동은 그녀의 삶 일부였다.

현재는 금천동의 한 아파트 경로당 노인회장을 맡고 있다.

4일 오후, 연일 내리던 눈이 잠시 숨 고를 즈음 '그분'을 찾았다.

그분은 바로 청주시 자원봉사센터 초대 센터장을 지낸 류정순(77)회장이다.

자원봉사와 인연을 맺게 된 동기를 묻자, 유순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58년도 처음 초등교사로 발령받아 가난한 제자들을 돌봤어요. 당시 너무 가난해서 끼니를 제대로 먹지 못하는 제자들이 태반이었죠. 그때 급식용 분유를 드럼통에 넣어서 미군이 보내주었지요. 아기를 낳고도 영양이 부족해 젖이 나오지 않는 주변 산모들에게 몰래 분유를 나누어주었죠. 아마 그것이 봉사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본격적인 활동은 70년대 초, 당시 청주 시장인 큰오빠의 말 한마디였어요. 청주시 노인들을 위해 경로잔치를 열어보자는 겁니다. 약 300명의 노인들을 모시고 제일교회에서 충북 최초로 경로잔치를 열었어요."

그 뒤로 류회장은 새마을부녀회, 구국여성봉사단, 자유총연맹, 충북여성단체협의회 등 활동을 했다.

류회장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누구였을까.

"어머니죠. 어머니는 늦은 밤이면 제게 팔베개를 해주시며 이야기를 잘 들려주셨어요. 콩나물을 키울 때는 질그릇이 좋다고. 그래야 콩나물의 잔뿌리가 생기지 않고 잘 크는 법이라고. 질그릇은 물을 다 흘려보내지 않고 가슴에 품었다가 조금씩 콩나물에게 나눠주니 콩나물들이 다투지 않고 뿌리를 곱게 내릴 수 있다고 들려주었어요. 어쩌면 봉사의 마음은 그런 질그릇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투박한 질그릇처럼 완전하지 않은 사람들이 세상을 품어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질그릇 봉사회를 만드셨다. 어머니가 들려준 질그릇의 의미였는지 궁금합니다.”

"네, 어머니가 들려준 질그릇의 의미를 담고 봉사하자는 뜻이었습니다. 반공연맹회로 시작되었던 관변단체가 자유총연맹으로 바뀌었어요. 30~40여명의 인원들이었는데 의례적인 행사보다는 뭔가 뜻 깊은 일을 하고 싶었지요. 정치이념으로부터 자유로운 봉사단을 만들기로 한 거죠.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질그릇 봉사회'였어요."

류회장은 청주시 자원봉사센터 초대 센터장을 지냈다.

이 시대 자원봉사센터의 역할은 무엇일까.

"시대가 많이 변했어요. 과거에는 봉사라는 개념도 없었어요. 2천년에 들어와 청주시도 처음 자원봉사센터를 만들었죠. 과거처럼 제도나 행정의 우회적 지원만으로는 충족할 수 없어요. 제대로 된 복지서비스의 실현을 위해 전문적으로 자원봉사를 이끌고 돕는 기관이 필요한 거죠. 최종 목적지는 사회적으로 어렵고 힘든 이들이 건널 수 있는 튼튼한 다리가 되어야 합니다."

요즈음 류회장이 주로 활동하는 곳은 동네경로당이다.

"아파트 경로당 노인회장을 맡고 있어요.(웃음) 일을 그만 두고 한 일 년 정도 집에서 쉬었더니 심심해서 노인정을 나갔지요. 그런데 그곳에서 고스톱을 치다가 자꾸 싸우는 겁니다. 작은 돈이지만, 자신의 주머니로 갖고 가니 문제가 된 거죠. 그래서 아예 10원짜리 동전을 각자의 깡통에 500원씩 바꿔놓고 그 돈 안에서 고스톱을 쳐요. 돌아갈 때 즈음 서로 딴 것은 돌려줘 깡통에 500원을 다시 맞춰놓고 갑니다. 그 뒤로 다툼이 없어졌어요.(웃음) 나이 들수록 뭐든 자꾸 움직이고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류정순 회장의 삶에서는 순명(順命)의 경건함이 느껴진다.

은퇴 후 여유의 시간을 봉사에 쏟는 것도 아름답지만, 스무살 약관의 나이부터 봉사의 삶을 시작한 것은 어쩌면 일생을 고스란히 타인을 위해 바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청춘의 시절부터'봉사'를 자연스레 마음에 품어온 그녀가 많은 봉사자들의'어머니'라고 불리어지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다.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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