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청주연극협회 국제교류 연극공연 동행취재

충북 연극바람, 中 천진 스모그를 걷어내다

  • 웹출고시간2014.10.26 19:18:03
  • 최종수정2014.10.26 19:20:06
지난 19일 아침, 청주를 출발해 인천공항을 거쳐 공업도시 천진에 도착하니 오후 3시. 천진의 하늘은 뿌연 스모그로 덮여 천지를 구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우뚝 솟은 빌딩만이 유령처럼 허공에 둥둥 떠 있는 듯 했다. 불과 몇 시간 전 떠나온 우리 고장의 맑은 하늘이 절로 생각났다. 그러나 한국 시각보다 1시간 정도 앞당겨진 천진 시각을 보니 날씨에 대한 서운함을 다소 보상받은 느낌이었다.

청주연극협회(회장 정창석)는 매년 해외교민들에게 우리 충북의 연극을 알리고 문화적 체험을 공유하기 위해 국제교류 연극공연을 실시해 왔다. 이번 청주 천진 간 국제교류 연극공연도 그런 목적 중 하나였다. 연극인들은 매년 전국연극제에서 수상을 하는 관록과 열정에 걸맞게 도착하자마자 쉴틈없이 천진시 하서구에 있는 롯데백화점 5층 대공연장에 찾아가 사전 답사를 마쳤다.

'작은 사랑의 멜로디' 공연 모습

'작은 사랑의 멜로디' 공연(연출 이창구)은 20일 오후 7시에 열렸다. 이는 그동안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형태로 무대에 올려 진 스페인 특유의 익살 풍자희극이다. 공연 시작 전 오후 내내 무대설치와 리허설이 이어졌다. 한국 연극 팀에서 간단한 의상은 준비해 왔지만, 다른 무대세트는 이곳 현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테이블과 탁자, 의자와 창틀 등 무대에 필요한 모든 물품은 천진시 메이쟝국제학교에서 조달했다. 특히 메이쟝국제학교 김태경(39)교사는 처음 시작부터 연극을 마치는 순간까지 모든 조력을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는 작은 테이블보 하나를 마련하기 위해 시장을 돌며 천을 구해 재봉틀을 직접 돌려 만들어오는 성의를 보이기도 했다.

메이장 스탭들, 뒤쪽 왼쪽 메이쟝 국제학교 김태경 교사

김 교사는 "우리 교민들에게 이런 연극은 정말 흔치 않다. 특히 생각이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클래식 같은 이런 정통 연극을 접할 기회는 거의 없다"며 "한류 열풍으로 아이돌 가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따뜻한 삶을 조명하는 이런 연극이야말로 학생들의 정서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연극이 시작되기 전, 소품을 세팅하고 리허설을 하는 동안 천진의 스모그처럼 어두운 그림자가 장내에 드리우기 시작했다. 공연장의 에어컨이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배우들은 뜨거운 사우나처럼 숨이 턱턱 막히는 가운데 리허설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뜨거운 조명 아래 환기조차 되지 않는 공연장 시설은 최악이었다. 더구나 관객들의 열기와 더해지면 공연장은 한여름의 찜통을 방불케할 것이 틀림없었다. 제대로 연극이 상연될 수 있을까 조바심이 났다. 천진시 롯데 측에 에어컨 작동을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어쩔 수 없다'라는 답변뿐이었다. 객석에 선풍기라도 설치해 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해도 묵묵부답이었다. 사전 점검을 할 때, 이런 부분을 미처 체크하지 못한 연극협회의 불찰도 있었다.

오후 7시, 찜통 안에 들어앉은 듯한 열기 속에 연극은 강행되었다. 막이 오르자, 관객들은 더위로 인한 불편함을 뒤로 한 채, '작은 사랑의 멜로디'에 고요히 귀를 기울였다. 손부채와 손수건으로 연신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도 눈앞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삶에 흠뻑 빠져들었다. 충북이 자랑할 만한 연극배우 이은희(마루하 역)의 열연과 노련한 정인숙(돌로레스 역), 안진상(안달레시오 역), 윤종구(블라사 역), 이계택(사뚜리오 역), 조영복(사라게따 역) 등의 역할은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순서를 마치고 대기실에 돌아온 배우들은 온통 땀으로 젖어 있었다.

작은 사랑의 멜로디 기념촬영

마침내 연극이 끝나자,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나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주었다. 찜통의 열기는 오히려 그만큼의 뜨거운 감격으로 바뀌고 있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감동이었어요. 이런 좋은 연극을 소개하는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백혈병으로 골수이식을 받고 회복중인 구나경(메이짱고 · 2)은 파리한 안색이었지만, 환하게 웃으며 연극을 본 소감과 희망을 전했다.

공연장을 나서자, 시원한 밤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천진의 야경들이 제법 또렷하게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멀리 천진까지 와서 교민들의 가슴을 뜨겁게 울린 연극인들의 열정이 천진의 스모그마저 훌쩍 날려버렸나 보다.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