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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여행부부 '신용수·노선환 부부'

부부의날 특집 - "여행은 삶의 축복"

  • 웹출고시간2014.05.29 20:17:48
  • 최종수정2014.05.29 20:17:48

"여행은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통로였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교감하는 것,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 자연의 에너지와 하나 되는 것 모두가 우리에게는 다 힐링이었죠."

주말이면 무조건 아내의 손을 잡고 여행을 떠났다. 테마여행을 온 사람들은 뒤에서 수군거렸다. 흔한 농담으로 '손을 잡고 가면 불륜이고, 떨어져 걸으면 부부'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각종 여행사에서 주관하는 테마여행을 꼼꼼히 체크해서 주말이면 일처럼 여행을 떠났다. 그렇게 매주 주말여행을 시작한지 벌써 15년이 흘렀다. 그간 명절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주 여행을 다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여행을 다니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아내가 많이 아팠어요. 특별한 병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워낙 체력이 약해서 잘 걷지도 못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주말에 무리해서라도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여행이 벌써 15년이 흘렀네요. 덕분에 아내가 건강을 회복해 너무 행복합니다."

남편 신용수(50)씨는 그저 담담했다.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 노선환(50)씨의 눈빛이 따뜻했다. 심술을 부리듯 돌직구를 날려본다.

"부부싸움은 안하세요?"

"자주해요. 티격태격하고 사는 것도 삶의 재미죠."

부부싸움도 재미란다. 허참, 못 말리는 부부다.

이들 부부는 설악산에서 처음 만났다. 우연히 회사직원들과 함께 설악산 등산모임에 참여했다 일행이었던 동갑내기 아내 노선환(50)씨를 만난 것이다. 둘은 서로 한눈에 반했다. 연애를 시작한지 2년 만에 결혼했고, 1남 2녀를 두었다. 사업도 순조로웠다. 하지만 웬일인지 아내의 몸이 자꾸 쇠약해져갔다. 특별한 병도 없었지만, 아내는 무려 37kg까지 체중이 빠졌다. 그래서 남편은 결심했다. '운동 잘하고, 잘 먹으면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여행을 결심했다. 첫 여행은 코레일에서 주관하는 1박3일 제주도 여행이었다.

"잠자리가 조금 불편했지만, 아내의 얼굴에 생기가 돌더군요. 희망 같은 거였죠. 여행을 통해 많은 대화를 나누고 함께 하니 새로운 에너지가 생기더군요. 그런 에너지면 아내가 금방 회복될 것 같았어요."

그렇게 시작한 여행은 주말마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이어졌다. 아내의 건강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어느덧 주말여행은 15년을 훌쩍 넘겼다. 15년 동안 여행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었던 이유에는 남편의 직업도 한몫했다. 관상어를 파는 수족관 가게였다. 90년 초, 관상어 인기가 절정일 때 오히려 남편은 횟집 수족관 사업으로 전환했다. 당시 벽돌로 만들었던 횟집 수족관의 유행을 단번에 바꾸어 버렸다.

"남편은 전국으로 수족관 납품을 다녔죠. 하지만 주말에는 모든 일을 접고, 어김없이 여행을 다녔어요. 그 덕분에 건강도 얻고 삶의 재미도 늘어갔어요."

남편은 아내 앞에서 오래된 축음기를 직접 틀어본다. 신용수씨의 또 다른 취미는 옛 물건을 수집하는 일이다. 십이지상(像), 오래된 동경, 소주 옹기, 진공관 라디오, 축음기 등이 매장에 가득하다. 아내는 먼지가 수북이 쌓인 옛 물건을 쓰다듬으며 싱긋 웃는다.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오래된 노래에 부부는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창밖으로 봄빛이 절정을 구가하고 있다. 15년 동안, 우리나라 전국 구석구석 안 가본 여행지가 없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여행지를 물었다.

"갈 때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곳은 제주 성산 일출봉입니다. 그런데 여행은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중요합니다. 여행은 새로운 풍경이 아닌, 새로운 시각을 갖고 돌아오기 위한 여정이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혼자가 아니라, 함께 느끼고 얻으니 서로 공유하는 것이 더 많아졌어요. 여행 덕분에 아내가 건강해졌고, 삶도 더 풍성해졌습니다. 여행은 우리에게는 삶의 에너지이자, 축복입니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도 했다. 여행을 통해 삶을 일으켜 세우고 방향을 정하는 이 여행부부는 이번 주말도 어김없이 미지(未知)의 여행지를 함께 고르고 있었다.

/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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