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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수표 건넨 '익명의 천사'

팔순 노점상 할머니, 공동모금회 기탁
아너소사이어티 8호 자동가입 '감동'

  • 웹출고시간2013.11.21 17:24:39
  • 최종수정2013.11.21 19:19:52
"똑, 똑."

찬바람이 쌩쌩 불던 며칠 전, 머리에 하얀 서리가 내려앉은 할머니가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하얀 고무신을 신고 일명 '몸빼 바지'를 입은 할머니는 언뜻 봐도 팔순이 넘어 보였다.

"이것 좀 주려고 왔는데, 여기에다 놓으면 돼요?"

할머니는 대뜸 하얀 봉투를 내밀었다. 별 생각 없이 봉투를 열어본 공동모금회 직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수표 3장에 적힌 금액은 1억원.

"노인네 이름은 알아서 뭐하려고. 그냥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주시오." 할머니는 이름도, 나이도, 연락처도 알리지 않은 채 황급히 자리를 떴다.

공동모금회 직원의 끈질긴 설득에 할머니가 잠깐 뒤돌아섰다.

"6·25전쟁 때 월남해 청주를 제2의 고향으로 삼고 살았다오. 뭐 딱히 배운 것도 없어 시장바닥에서 노점을 해 자식들을 키웠지. 의지할 사람 하나 없었는데 청주사람들이 인정 많고 인심 좋더라고. 그래서 늦게나마 은혜 갚는 심정으로 가져온 거라오. 그게 다야."

익명의 천사는 그렇게 충북 아너소사이어티 8호 회원이 됐다.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 이상을 기부했거나 기부를 약속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할머니의 자동 가입으로 전국 380명, 충북 8명으로 늘었다.

이명식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은 "어르신께서 주름진 손으로 내놓은 성금봉투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며 "어려운 이웃에게 어르신의 뜻을 잘 전달하는 것으로 감사의 마음을 대신하려 한다"고 말했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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