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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2.03 17:45:5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최영순

수한초등학교 교감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스무 명도 되지 않는 작은 시골학교이다. 너무나 조용해서 아이들이 등교해도 고요하기만 하다. 하교 전 모든 아이들이 운동장에 나와 뛰어노는 모습이 학교임을 증명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 여름방학이었다. 돌봄 교실에서 놀던 아이들이 운동장 가장자리에 있는 플라타너스 나무 밑으로 바람을 쐬러 나갔다.(플라타너스 그늘은 운동장 반을 덮을 만큼 커서 한여름에도 나무 그늘에서 체육이 가능하다)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나갔는데 갑자기 떠들썩한 소리에 시골학교 운동장이 깨어나는 듯했다. 교무실에 있던 우리들도 무슨 일인가 궁금해 나가보니 낯선 새 두 마리가 기어 다니고 있는 것이 아닌가? 눈은 인형 같고, 몸집은 큰데 날개는 작고, 주변에서 흔히 보던 새가 아니라서 아이들도, 선생님도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기 새에 대해 부엉이, 올빼미 등등 각자의 의견을 분주하게 말하다 새의 정체도 궁금하고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도 몰라 보은야생동물보호협회에 연락을 했다. 얼마 후 도착한 협회관계자는 솔부엉이 새끼라고 하면서 천연기념물 제324호라고 했다. 정말 귀한 손님이 우리 학교를 찾아왔던 것이었다. 솔부엉이 실물을 처음 본 나는 신기하고 예뻐서, 협회에 인계하기 전 핸드폰 사진을 찍었고 이를 지인들에게 보냈다. 예쁘다, 인형 같다, 부럽다 등등의 답신 중 '솔부엉이 두 마리를 수한 아이들로 받아 스무 명을 채우지 협회에는 왜 보내'라는 농담 섞인 답신이 왔다. 우리학교의 사정을 잘 아는 후배의 답신에 우리 모두는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며 한바탕 웃었다. 솔부엉이 두 마리 덕분에 즐거운 여름날이었다.

한바탕의 소란이 잦아든 후 솔부엉이 덕분이었을까. 8월 말쯤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본교에 한 명도 없던 1학년이 전학을 온다는 것이다. 너무나 반가웠다. 전학생은 솔부엉이만큼이나 귀엽고 명랑한 아이였다. 선생님을 모셔 오고, 교실을 배정하면서 난 은근히 기대가 되었다. 솔부엉이는 두 마리였는데……. 개학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학생이 또 왔다. 이번에 2학년과 유치원 학생이었다. 이 작은 학교에 아이들이 늘고 있다니 행복했다. 여름 방학에 찾아온 행운의 선물, 솔부엉이 덕분이라며 모두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나는 이 아이들이 어떤 경로로 우리 학교에 전학을 오게 되었는지 알고 있다. 본교 교장선생님의 끊임없는 설득과 노력 덕분이다. 지역의 기관단체장들, 마을 주민들, 주변 학교의 교장선생님들까지 우리 학교를 살리기 위한 학교 홍보와 지역사회에서 학교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끊임없이 강조했다. 덕분에 우리 학교의 이미지도 올라가게 되었고, 지역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게 된 결과 아이들이 우리학교로 오게 된 것이다.

귀한 아이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하였다. 물론 어느 시대에도 아이들은 늘 귀한 존재였다. 그러나 지금보다 귀한 존재로 대접받은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던 시대도 없었다. 현재 일반적인 잣대에서 아이 키우기 힘들다, 교육비가 너무 많이 들어 아이를 키울 능력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분들께 이야기하고 싶다. 어린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제공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어린 아이라 할지라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면, 아이들에게 친구를 돌려주었으면, 아이들을 지키려는 노력보다 아이들이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 능력을 기를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푸른 하늘과 푸른 산을, 넓은 들과 바다를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 모든 아이들이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반가운 손님인 솔부엉이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던 우리 아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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