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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10.21 16:09:2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유정희

율량초등학교 교사

매년 내게 달려와 주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좋아서 적지 않은 세월을 아이들과 함께 보내고도 여전히 다가올 내일을 기다리며 오늘을 고민하고 있는 나는 이 땅의 초등학교 교사다. 우리 아이들에게만큼은 세계 최고의 교사를 꿈꾸는 나는 어느새 현장경험 17년을 채워가는 중견교사가 되었다.

교사로서의 삶이 자랑스럽고 이 삶을 가꾸기 위한 오늘의 작은 노력들이 내일의 우리 아이들을 반듯하게 세워갈 것이란 믿음이 오늘도 나를 살아있게 한다.

교사의 생명은 우리 아이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하기에 소통의 끈-수업-살아 있는 수업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여전히 나는 수업에 대한 고민이 많다.

우리 아이들을 누구보다도 사랑한다고 스스로 생각했고 그 아이들의 학교엄마로 자처하면서 열정을 다한다고 늘 믿고 있었지만 아이들이 정말 무엇을 배워가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수업시간이며 쉬는 시간에 참으로 여러 모양의 호기심 어린 질문들을 쏟아내는 나의 아이들, 때로는 어떻게 답을 건네야 하나 즐거운 고민도 하게 만든다.

설렘으로 시작한 지난 3월 서른명의 아이들이 또 나에게 달려와 주었다. 그 중에 첫날부터 유독 눈에 띄는 아이가 있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친구들과 다투고, 몸싸움을 하고, 거친 말투로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는 아이. 교사인 나에게도 공손하지 못한 태도를 보이고 수업중이라도 거침없이 감정을 표출하곤 하던 아이. 나와 아이들에게 힘든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쉬는 시간, 방과후 틈틈이 이 아이를 만났다. 잠시도 내가 건네는 말에 집중하려들지 않는 아이의 모습은 내게 큰 실패감을 안겨다주었다. 이 아이에 대한 생각으로 며칠 밤을 뒤척이기도 하였다. 변할 것 같지 않는 아이의 모습 앞에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늘 주변 친구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아이,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지만 내게는 여전히 사랑해야 할, 보듬어야 할 소중한 나의 아이였다. 그 아이는 어쩌면 더 많은 관심과 보살핌을 나에게 요청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변함없는 그 아이의 태도와 관계없이 나는 날마다 그 아이와 마주했다. 듣든 아니 듣든 아이에게 이야기를 건네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이 아이가 마음을 열어주었고,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았다. 그러는 가운데 슬기로운 생활 '이웃'단원 수업을 열어가게 되었다. 이웃에 대한 개념이 거의 형성되어 있지 않은 우리 아이들과 '15소년 표류기'로 이웃의 소중함을 배워가고 조금은 서툴지만 모둠끼리 이웃간의 도움을 주고받았던 이야기를 나누게 하였다. 이웃놀이도 해 보았다. 우리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가 주변 사람 곧 이웃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내 곁의 친구가 이웃임을 그리고 그 이웃된 친구와 도움을 주고받고 살아가고 있음을 삶으로 배우기 시작하였다.

"선생님~~ 친구가 달라졌어요." 친구들의 사소한 반응에도 불끈불끈 화를 내던 그 아이의 모습이 변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웃과 함께 지내는 여러 가지 모습을 많은 이야기로 만나면서 그 이야기들을 나누어가면서, 그리고 우리반 친구들이 나의 가장 소중한 이웃임을 몸으로 느껴가면서 이렇게 이어져간 슬기로운 생활 수업 덕분에 그 아이의 모습이 따뜻함으로 덧입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들이 그리고 내게 절망감을 안겨주었던 그 아이가 꿈을 가꾸고 행복을 키워가는 소중한 하루하루를 경험할 수 있도록 살아있는 수업을 고민하고 설계하는 이 땅의 교사일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했다. 아이들이 있어 내가 있고, 끊임없이 고민을 던져주는 아이들로 말미암아 내 삶이 비로소 아름다운 빛깔로 빚어질 수 있음이 감사했다. 숱한 고민과 열정으로 빚어진 수업의 한 장면 한 장면이 우리 아이들을 가꾸어간다고 나는 믿는다. 이젠 그 아이가 친구들에게 수줍지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건네고, 청소 시간에는 앞장서서 골마루를 쓸면서 가득 모인 쓰레기를 나에게 보여준다. 미소 띤 그 아이의 마음 가득한 행복이 내 마음에 밀려들어온다. 이런 행복을 어떤 사람이 또 알까· 이 땅의 그 어떤 권세도 권력도 명예도 부럽지 않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초등학교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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