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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9.16 15:11:4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김성완

제천교육지원청 장학사

"……교사로서 학생사랑의 초심을 잃지 않고……"

9월 1일자로 제천교육지원청으로 발령을 받은 신규 선생님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가 있었다. 선생님들의 얼굴에는 긴장하는 빛이 역력했지만 학생들을 만나 교사로서 처음으로 가르치는 것에 대한 설레임과 순수함, 풋풋함이 가득 묻어나고 있었다. 그 중 대표 선생님의 다짐을 들으며 나의 초임교사 시절이 떠올랐다.

음성의 어느 시골 6학급으로 발령을 받아 가보니 1학년을 맡아야했다. 나를 바라보는 10여명의 아이들의 그 눈빛에 나는 '뭐든 열심히 무조건 잘 해야지, 너희들은 내가 하는대로만 따라오면 최고가 될 수 있어 알았지' 하는 다짐을 하였다.

하지만 수업에 들어가 가르쳐보니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았다. 글자를 익혀야하는 것이 1학년의 지상과제라 생각했는데 받아쓰기 시험을 보면 틀린 글씨가 많아 대부분 아이들의 점수가 엉망이었다. 분명히 다음 날 시험을 본다고 예고를 하고 숙제를 냈는데도 오르지 않는 아이들의 점수 때문에 야속한 마음은 커져만 갔고 그럴수록 나는 교과서의 쪽수를 적어주며 일정부분을 써오게 하는 숙제로 계속 닥달했다.

단어부터 익혀야하는지, 아니면 기본 음절표가 먼저인지 등 글자를 익히게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연구와 고민도 없이 쓰고 외우기만 하면 된다는 무식한 믿음으로 밀어붙이던 시절이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수준을 파악하는 데에도 인색했고 집에서 과연 어떻게 생활하는지 살펴봐야하는 데에도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그렇다고 동료 선생님들에게 묻고 노하우를 배우려는 노력도 안하고 내 방식만 옳다고 밀어붙였던 것 같다.

그런 매일 매일의 싸움과 좌절 그래도 대부분의 아이들이 글자를 익혀 나름 열심히 잘 가르쳤다는 나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안 것은 그 학년을 마친 다음 해 학부모님들과의 자리에서였다. 조금만 하면 금방 글자를 잘 읽고 쓸 것 같아서 무던히도 애태웠던 아이의 아버지께서 웃으시며 말을 걸어오셨다.

"작년에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세요?"

갑작스런 질문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알고보니 내가 내준 교과서 베껴써오기 숙제가 사실 1학년 아이가 쓰기에는 무리였던 것이다. 연필을 잡는 손가락의 힘도 부족한 상태에서 심할 땐 3쪽 분량을 써야하는 숙제였으니…… 그 숙제는 고스란히 부모님의 몫이 되었던 것이다. 농사를 마친 피곤한 몸으로 어느 날은 밤 1시까지 졸려하는 아이를 다독이며 쓰게 했단다.

옆에 계시던 다른 아이의 어머니도 서운함을 그제서야 말하셨다. 엄한 학급 분위기 탓에 화장실 간다고 말을 못한 여자 아이가 그만 바지에 실수를 했고 당황한 나는 다른 아이들이 알지 못하게 하는 데에만 급급해 그 아이를 그냥 집에 까지 혼자 걸어가게 한 것이다. 화장실로 데려가 씻기지도 않았고 집에 연락도 하는 것도 깜박 잊은 참 무책임한 행동이었다. 6학급 모두 남자 선생님들이었지만 조언과 도움을 청했더라도 아이와 어머님의 마음을 그렇게 다치지 않게 처리했을 일을.

다시 생각해도 참 어리석은 일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런 초보교사의 실수를 참아주고 이해하며 기다려주신 학부모님들에게 너무 고마웠다. 무척이나 원망스럽고 서운했을텐데도 요즘처럼 바로 그 날 전화해 항의하지도 않고 시간이 흐른 뒤 웃으며 얘기해주시는 그 넉넉함에 나는 더욱더 부끄러웠고 나 자신을 교직생활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 시행착오에 대한 부끄러움을 만회하려고 나는 아이들의 글자 익히기, 글쓰기와 읽기에 대한 자료를 찾으며 지도방법에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빨리 읽고 쓰는 '받아쓰기'가 아니라, 바른 자세로 정확한 획순에 따라 썼으면 몇 글자 틀렸더라도 더 칭찬해주는 '바로쓰기'로 가르치자고 주장하게 되었고 이런 관심들이 대학원의 전공도 국어를 선택하게 되는 것으로 이어졌다.

더불어 신규교사들에게는 늘 교과 진도보다도 아이들이 책상 속이나 가방, 사물함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정리정돈과, 나누어준 안내장이나 학습지를 잘 챙기고 전달하는지를 먼저 살펴야하고, 학기초 학부모에게 학급운영 안내 편지쓰기, 방학 중 아이들의 안부를 살피는 전화하기 등 작지만 감동을 줄 수 있는 교육서비스를 찾아 실천하도록 안내하였다.

교사도 사람이므로 완벽할 수 없다. 하지만 초임교사들이 나와 같은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주변 동료 선생님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교직 생활의 노하우를 습득하는게 중요하며 학습방법에 대한 연구를 위한 자신만의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교과를 가르치는 것 못지않게 생활지도를 위해 학부모와의 상담, 아이들 눈높이에서의 대화를 통해 아이의 수준과 고민을 살펴볼 줄 아는, 그래서 학부모의 만족과 신뢰를 얻는 진정한 선생님으로서의 길을 우리 신규교사들이 우직하게 걸어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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