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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8.05 18:28:5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강현숙

복대중학교 교사/교육학 박사

런던시간 28일,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하는 소식에 전국민이 혼란에 빠졌다. 석연찮은 실격 논란으로 박태환은 물론 5천만 국민이 긴박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박태환은 남자자유형 400m에서 말 그대로 죽었다가 살아났다. 예선에서 터치패드를 먼저 찍고도 결선행이 확정되기까지는 5시간이나 걸렸다.

박태환은 실격의 이유조차 몰랐다. 그렇게 끝난 줄로만 알았던 자정, 또 다른 소식이 들려왔다. 박태환의 실격 판정이 번복돼 결선에 오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일이 마법처럼 현실이 되었다.

세계 수영 역사에서 실격 처리가 번복된 것은 2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필자는 이번 해프닝을 지켜보며, 무엇보다 실수를 인정한 국제수영연맹(FINA)의 용기와 결단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적지 않는 부분에서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덮기에만 급급하기에 더 많은 문제들이 생기고, 결국 곪고 곪다가 터져서 수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FINA의 결정은 세계 수영의 역사를 빛나게 할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필자는 승자의 참 모습을 발견하였다.

한 사람의 인격은 그가 궁지에 몰렸을 때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베이징 올림픽을 끝내고 박태환은 4년 동안 런던을 위해 모든 열정을 바쳤다. 4년간의 땀과 노력이 어처구니없는 실수 탓에 뒤엉클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태환은 끝까지 품격을 잃지 않았다.

그는 풀에서 나오면서 전광판을 통해 자신이 실격처리 됐음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말도 안 된다. 이건 뭐가 잘못된 것이다."라고 흥분하지 않았다. 그는 "레이스에는 문제가 없었다. 아직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 페이스는 괜찮았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지켜봐야겠다."고 말하며 미소까지 지었다.

필자는 박태환의 미소에서 잊고 있었던 오래전 친구의 모습을 떠올렸다.

중학교 시절, 각종 미술대회에서 대상을 휩쓴 친구가 있었다. 우린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마침 교내 미술대회가 열렸다. 그런데 얼마 후 어리둥절한 일이 벌어졌다. 당연히 있어야할 수상자 명단에 그 친구의 이름이 없었던 것이다. "어? 왜?", "이게 말이 돼?" 그러나 우린 선생님께 이유를 묻지 않았다. 고등학교에 진학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뿐더러 그 친구가 여유 있게 웃음으로 결과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끝으로, 박태환은 핑계를 대지 않는 영웅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는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이번 해프닝과 관련하여 어떠한 핑계도 대지 않았다. 남 탓 역시 하지 않았다. 은메달에 머문 것을 섭섭해 하는 대신, 은메달의 가치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 박태환은 진정한 신사, 영웅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금메달의 무게와 비교할 수 없는 그의 당당하고 세련된 매너와 품격을 우리 학생들도 배우길 소망한다.

"너희의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의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니라(마태복음 7장 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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