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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숙

복대중학교 교사/교육학 박사

얼마 전 ○○일보 사회면에 충격적인 사진 한 장이 실렸다. 어느 고등학교 강당 앞에 남녀 학생 30여명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는 장면이었다. 사진 속 학생들은 교복과 체육복 차림으로 버젓이 벤치에 걸터앉아 삼삼오오 잡담을 나누며 한가롭게 담배연기를 뿜고 있었다. 후미진 곳도 화장실 근처도 아닌 탁 트인 공간에서 바로 옆 주택가가 훤히 보이는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전혀 거리낌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학교 안에서 집단 흡연을 했다는 사실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학생들이 느긋하게 흡연을 즐기고 교실로 돌아갈 때까지 아무도 그들을 말리거나 나무라지 않았다는 점이다. 교사 93명이 근무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물론 이것이 대한민국 전체 학교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스승의 날을 바로 코앞에 앞둔 시점에서 접한 이 기사는 필자의 마음을 씁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사도의 길을 다시 한 번 생각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선생님은 학생들을 배려하는 자상함과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엄격함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이 좋아한다고 말하는 선생님은 그저 학생들에게 편한 선생님이다. 간섭하지 않고 원하는 것을 맘껏 하도록 해주기 때문에 좋아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선생님을 좋아한다고 해서 반드시 존경하는 것은 아니다. 선생님을 좋아하는 것과 존경하는 것, 그것은 엄연히 다른 차원의 문제임을 이야기하고 싶다.

유독 야단을 많이 치셨던 선생님이 계셨다. 한번은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무단으로 불참한 단 한 명 때문에 반 전체가 그 친구가 돌아올 때까지 남은 일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이유는 선생님이 '우리를 사랑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선생님의 방식이 모욕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정말 가르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뼛속까지 느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나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결코 학생들을 귀찮아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학생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처방하는 일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끊임없는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고, 이해하고 공감하기까지의 인내가 요구된다. 그래서 교사에게 있어 폭넓고 깊은 전문성은 필수적이다. 학생문제는 학교와 가정에서 늘 접하는 문제임에도 소홀히 대처하여 결국 큰 문제로 불거졌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선생님은 학생들을 깊이 이해하고 문제해결과 예방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그들의 마음을 늘 헤아리는 데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은 결코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길러내는 위대한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교사는 언제나 특별한 존재였다. 단순한 직업인의 하나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생님이자 스승이었다. 교직이 '박봉'과 '격무'의 대명사였던 시절에도 많은 인재가 기꺼이 교직을 '천직(天職)'으로 택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선생님'의 길을 벗어나면 그 대가는 혹독하다. 우리보다 먼저 학교 폭력과 교실 붕괴를 겪은 선진국에서는 교사들이 일찍이 '선생님'을 포기하고 '직업인'으로 바뀌었다. 담임교사 개념도 사라졌다. 교직이 단지 생계를 위한 일자리일 뿐이라면, 매일 출근해서 학생들을 마주치는 일은 고역일 수밖에 없다. 미국·영국·호주 같은 나라에서는 초임 교사의 30~50%가 5년 이내에 다른 직업을 찾아 학교를 떠난다고 한다. 그 결과 그들 사회에서는 자연히 교사에 대한 존경심도 사라지게 되었다.

내일이 바로 '스승의 날'이다. 우리 학생들은 과연 스승의 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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