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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석

제천소방서 의무소방원

대학 생활이 한창일 무렵, 군 입대로 걱정하는 내게 친구가 의무소방원 입대를 권유했다.

친구와 함께 시험을 준비하고 면접을 보러 다니는 노력들 끝에 36기 의무소방으로 선발됐다.

당시 의무소방 복무를 택한 이유는 개인 시간이 비교적 많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의무 소방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함께 입대를 했고 훈련소와 소방학교에서 두 달간의 교육을 마치고 5월 4일자로 이곳 제천 소방서에 배치 받았다.

이전부터 응급구조 활동에 대한 선망을 품고 있었기에, 보직을 정함에 있어 망설임 없이 구급활동 보조를 자원했다.

사실 이전까지 소방 공무원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친인척 중에 소방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 없었을 뿐더러 화재를 가까이서 목격하거나 구급차에 실려 이송되는 등의 경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나에게 소방서에서의 구급활동 보조는 끊임없이 새로운 경험들을 던져주었다.

일반적으로 구급활동이 이루어지는 방식은 이러하다. 제천시에 있는 누군가가 사건을 신고하면 충북을 관할하는 상황실에서 신고를 접수하고 이내 제천 소방서로 출동 지령을 내린다.

출동 지령이 특정 음악과 함께 나오면 센터에서 대기하던 직원들은 즉시 출동한다. 사건 현장에 도착해서는 상황에 맞게 응급 처치가 이뤄지며 환자는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된다.

구급 활동을 보조하는 두 달 남짓의 시간동안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했다. 때로는 큰 사고를 당해 사경을 헤매는 환자들도 보았고 때로는 별일도 아닌데 습관적으로 119에 신고하는 사람들도 보았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일인 만큼 구급 보조 활동은 느끼는 바가 많다.

간혹 큰 사고를 겪은 환자들을 대하는데, 말 그대로 큰 사고는 불현 듯 일어난다. 사고자의 부주의 탓에 큰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드물지 않게 우연히 일어나기도 한다.

단순히 운이 나빠 큰 사고를 당한 환자와 환자의 보호자들을 지켜보노라면 사람이 건강하고 다치지 않은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새삼 느낀다.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보며 저 자리에 내가 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사고는 누군가의 일이지만 분명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은 항상 무섭게만 느껴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구급차는 타지 않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구급차에 탔다는 것은 내가 다쳤거나, 내 주변 사람이 다쳤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의무소방대원으로서 구급 보조 활동을 하기 전에 내가 생각하던 구급차는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들을 이송하며 긴급한 상황 속에 응급처치를 통해 사람을 살리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때로 현실에서 구급차는 취객들의 택시가 되곤 한다. 야간에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많은 경우 술에 취해 쓰러져있는 사람들을 이송하게 된다. 큰 사고를 당한 환자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분명 다행이지만 가끔은 바쁜 119에서 이들을 일일이 돌보아야하는가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한다.

술에 취한 환자는 대부분 말썽을 부리기 마련인데 그들이 떼를 쓰고 고집을 부려도 구급 활동을 하는 소방 대원들은 웃는 낯으로 참고 또 참아야 한다.

소방학교에서 배운 소방가라는 노래는 봉사가 소방 대원의 사명이라고 말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구급활동에서 만난 취객들을 통해 소방 공무원의 봉사가 무척이나 무조건적이고 아름답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다.

군 생활을 조금 더 편하게 하고자 지원한 의무소방대원으로서의 복무는 내게 많은 가르침과 생각을 주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자다가 일어나서 출동을 나가고 현장 활동을 하는 것이 마냥 쉬운 일만은 아니다. 때론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든 상황도 있고 사람들을 마주 대하며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의무 소방대원이기에 얻어가는 경험들, 생각들은 언젠간 분명 내게 소중한 자양분이 될 것임을 알기에 오늘도 즐거이 배우는 마음으로 구급활동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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