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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05.12 18:06:3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혁연 대기자

중국 고서 중에 '잠서'(蠶書)가 있다. 북송 때 진관(秦觀·1049~1100)이라는 인물이 지은 책으로, 가장 이른 시기의 잠업책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 때 이 잠서를 알기 쉽게 풀이한 인물이 서강(徐岡·?∼1461)이다. 또 그는 최항 등과 함께 손자주해(孫子註解)를 교정할 정도로, 학문에 관한 한 경지에 올랐다.

학문에 대한 그의 열정은 행동으로도 나타났다. 그의 직언은 유명했다. 단종실록 내용이다.

'헌납 서강(徐岡)이 본원의 뜻을 가지고 아뢰기를, "신 등이 듣건대, 내일 장차 동교에 사냥한다고 하는데, 사철 강무같은 것은 인군(人君)의 부득이한 일이지만, 지금 명분도 없는 사냥을 자주 행하시는 것은 불가할 것 같으니, 청컨대 이를 정지하소서…"'-<단종실록>

이 대목의 실록 내용은 훨씬 더 길다. 단종이 '뭐 그런 것을 가지고!'라는 식으로 말을 해도 그는 직언은 계속 된다. 시쳇말로 임금에게 한 마디도 지지 않고 있다. '서강이 또 아뢰기를, "전하께서 나이가 바야흐로 어리신데, 자주 사냥을 구경하러 다니시고 학문을 폐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하였다.'-<단종실록>

주군이 바뀌었지만 그의 직언 태도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상대가 단종과 정반대 성격의 세조였다. 하루는 세조가 대신과 종친들을 불러 충순당이라는 곳에서 술자리를 베풀었던 모양이다.

이때 어찌어찌 하여 '석교'(釋敎)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그 과정에서 세조와 서강 사이에 언사(言事)가 불거졌다. 석교는 조선시대 불교를 지칭하는 말이다. 취기였을까, 아니면 평소 성격이었을까. 서강이 고성을 낸다.

'"성상의 하교가 이와 같으시니, 신이 무슨 면목으로 진신(縉紳) 사이에 끼겠습니까. 죽음이 있을 따름입니다" 하고 임금의 옷자락을 잡고는 스스로 하소연하기를 그치지 않았다.'-<세조실록>

'진신'은 벼슬아치를 총칭하는 표현이다. 마침내 세조의 인내가 폭발했다. 그에게 장 30대 형이 즉석에서 내려졌다. 그러자 서강이 "신이 집에 있을 적에도 항상 내전(內典) 을 열람하고 있습니다"라는 말로 다시 한번 각을 세운다.

내전은 불경을 뜻한다. 서강은 결국 뱉어낸 말에 대한 대가를 치뤄야 했다. 그러나 그 대가는 혹독한 것이었다. 그의 부인의 하소연에도 불구하고 서강에게 교형이 내려졌다.

'즉시 의금부에 전지를 내려 교형(絞刑)에 처하게 하였다. 그 아내가 상언하기를, "서강은 독자이니, 빌건대 죽음만은 면하게 하소서" 하였으나 윤허하지 않았다.'-<세조실록>

교형에 처해진 탓인지 그의 문장은 거의 전해지지 않는다. 다만 그가 음성현을 방문했을 때 그 감상을 적은 시가 지리지에 전한다.

"고목은 가는 대로 서로 연달았고, 먼 뫼뿌리는 바라보면 다시 에워쌌네. 말은 잔디 풀을 먹으며 서 있고, 제비는 보리 바람에 스치어 난다. 지쳐서 빈 관사에 찾아드니, 정신이 피곤하여 옷을 이기지 못한다."-<신증동국여지승람>

음성읍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시도 정황상 고갯마루에서 현을 내려다보며 지은 시로 보여진다. 그것이 탄현 쪽인지, 아니면 가섭산 쪽인지는 분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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