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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열매 '된서리'

성금유용·北 연평도 도발 등 영향
충북공동모금회 사상 첫 목표 미달
행정력 동원 모금활동 여전 '눈살'

  • 웹출고시간2010.12.30 18:28:1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사랑의 열매'가 얼고 있다. 겨울을 녹이던 온정(溫情)도 차갑게 식어버렸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성금 유용 파문과 북한 연평도 도발로 기부 분위기가 확 가라앉은 탓이다.

충북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최근 종료한 시·군 순회모금에서 사상 처음으로 목표액에 미달했다. 반면 행정력 동원 등 구태의연한 모금 행위는 그대로였다.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6일부터 22일까지 '희망2011 나눔캠페인-시·군 순회모금'을 진행했다. 총 모금액은 27억2천16만5천905원으로 목표했던 29억5천만원에 7.8% 못 미쳤다. 지난해 28억5천928만4천225원보다는 1억3천911만8천320원(4.9%) 줄었다.

지역별로는 제천시 2억3천600만원(전년대비 105%), 단양군 1억1천500만원(80%), 충주시 2억8천600만원(87%), 영동군 1억300만원(87%), 옥천군 2억800만원(106.6%), 괴산군 8천300만원(93.7%), 증평군 6천700만원(78.8%), 진천군 2억2천200만원(92.4%), 보은군 8천700만원(96.3%), 음성군 1억9천700만원(93.3%), 청원군 3억3천700만원(102.6%), 청주시 상당구 3억1천900만원(100.4%), 청주시 흥덕구 4억5천300여만원(100.6%)을 각각 모금했다.

모금액 감소 이유는 공동모금회 내부에 있었다. 국민이 낸 소중한 성금을 제멋대로 쓴 사실이 최근 적발된 것이다. 국민의 분노는 당연했다. 북한 연평도 도발로 인한 기부심리 위축은 사실상 핑계에 불과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월11일부터 21일간 공동모금회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이 결과 성금 분실, 장부 조작, 공금 유용 등 각종 부정비리가 적발됐다.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노래연습장 등지에서 44만원을 부적절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비 부정집행, 평가결과에 따른 제재 수준 책정 부적정 등의 사항도 지적됐다.

공동모금회는 곧바로 쇄신안을 발표했다. 인적 쇄신과 투명성 강화, 자정능력 제고 등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되찾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온라인 피드백 서비스'와 '모금 배분 공시시스템'을 내년 상반기부터 운영키로 했다. 이는 기부금 사용 내역을 온라인으로 알리는 서비스다.

공금횡령이나 금품향응 수수행위는 엄벌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행위가 적발될 경우 금액과 지위에 상관없이 즉시 퇴출키로 했다. 환수금액과 별도의 3배 징계부가금도 받기로 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한 번 떨어진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네티즌들은 현재에도 하루 수십건의 항의글을 공동모금회 홈페이지에 올리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 같은 실망감은 모금실적에 반영됐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사랑의 온도계'는 예년보다 뚝 떨어졌다. 30일 현재 전국 평균 58.5도. 목표액의 58.5%만 모았다는 뜻이다. 모금은 1월 말까지 진행되는데 대부분 지역에서 집중모금인 시·군순회모금을 종료, 사실상 전국 평균 100도 달성은 어려울 전망이다.

그나마 충북의 사정은 괜찮은 편이다. 78도로 인천 98도에 이어 두 번째다. 충북공동모금회는 "인천은 연평도 피해자 모금활동을 따로 전개, 실질적인 모금 참여 및 달성률은 충북이 전국 최고"라며 "도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하나로 합쳐졌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리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모금 과정에서 행정력 동원 등 구태의연한 모습이 그대로 답습됐다. 공동모금회는 쇄신안까지 발표하면서 대대적인 개선을 천명했지만, 나쁜 관행을 죄다 버리지는 못했다.

한 관공서 공무원은 "매번 시·군 순회모금을 할 때마다 공동모금회 측에서 목표액을 설정한 뒤 사실상 할당한다"며 "하루 단위인 모금 일정을 보면 각 시·군 경쟁을 시키려는 게 훤히 보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통장들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상당구 3억2천900만원, 흥덕구 4억6천300만원의 목표액이 세워진 청주시는 가구 수 등을 고려해 동별로 2천만원~3천만원을 할당했다. 이는 통별로 수십만원씩 쪼개졌다.

모금 최일선 임무를 떠안게 된 통장들은 집집마다 사정하다시피 모금액을 거뒀다. 한 남자 통장은 "그래도 동네 인맥이 넓은 여자 통장은 나은 편"이라며 "여성 혼자 사는 집에 갔다가 나쁜 사람으로 오해받기도 했다"고 푸념했다.

시민 유모(43·청주시 흥덕구 분평동)씨는 "진정한 불우이웃돕기는 자발적인 참여에서 비롯돼야 한다"며 "이런 방식의 반강제 모금은 근절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도 "공동모금회에 대한 반감으로 어려운 이웃이 소외돼서는 안 된다"며 "이럴 때일수록 국민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랑 유래 없는 '사랑의 열매' 파문. 결국 썩은 열매를 다시금 풍성하게 회복하는 길은 스스로의 뼈를 깎는 노력과 국민의 사랑 밖에 없다.

/ 임장규기자

'사랑의 열매'로 유명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사랑의 열매'로 잘 알려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1998년 민간주도의 이웃돕기 성금 모금 및 배분을 위해 충북에서 최초로 설립됐다.

그동안 정부가 주도해온 공동모금제도는 기업체에 한정된 모금과 불투명한 배분 등의 문제점을 드러내왔다.

충북공동모금회는 민간이양 후 첫 모금 해인 1999년 9억1천만원을 모았다. 정부주도의 전년 모금액 7억4천여만원보다 23% 늘었다.

이후 2000년 14억원, 2001년 20억5천만원, 2002년 40억6천만원, 2003년 33억3천만원, 2004년 39억원, 2005년 48억4천만원, 2006년 43억7천만원, 2007년 41억2천만원, 2008년 42억9천만원, 2009년 39억7천만원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모금방법도 다양해졌다. 시·군 순회모금, 고속도로 톨게이트 모금, 가두캠페인, 연중참여 소액기부인 한사랑 캠페인, 사랑의 계좌 성금 모금, 기업 사회공헌 모금, 이벤트 성금모금, ARS 전화모금, 온라인 모금 등으로 확산됐다.

모아진 성금은 긴급구호사업, 저소득가정 사랑의 집고치기 사업, 난치병어린이 진료비 지원, 사회복지시설 승합차량 지원, 저소득층 및 사회복지시설 명절 물품 지원, 저소득 노인 보행보조기 지원, 다문화가정 지원, 월동난방비 지원 등 도내 어려운 이웃들에게 쓰였다.

이처럼 10여년 간 나눔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사랑의 열매'가 성금 유용 파문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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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