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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0.11.30 20:05:4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혁연 대기자

허균(許筠·1569∼1618)은 역모사건과 연루, 당시 표현대로라면 '역적의 괴수'가 돼 능지처참을 당했다. 따라서 허균의 유작은 공개적으로 간행되지 못하고 몰래 필사돼 전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것중에 '성소부부고'(惺所覆부藁)라는 문집이 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등장한다.

'최원정은 세상을 내리보고서 벼슬하지 아니하고 화나 면하기를 바랐다. 하루는 제현(諸賢)이 정암의 집에 모였는데(…) 원정이 붓을 잡아 벽에다 산수를 그리자 김정(金淨)이 시를 지었는데…'

'맑은 새벽 바위 산 봉우리 우뚝한데(淸曉巖峯立) / 흰 구름은 산 기슭에 비꼈네(白雲橫翠微) / 강촌에는 사람 모습 보이지 않고(江村人不見) / 강변 나무 저 멀리 아득하누나(江樹遠依依).'

본문중 최원정은 최수성(崔壽山+成·1487∼1521), 정암은 조광조(趙光祖·1482~1519)를 일컫고 있고, 김정(1486~1520)은 우리고장 보은출신으로 사약을 받고 절명시를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세 사람이 한 공간에 등장했고, 또 시화까지 나눴다는 것은 이들 세 사람이 친구 사이를 넘어 사상적 동지였음을 의미한다. 조광조와 김정은 본란을 통해 어느정도 소개됐으나 최수성은 처음 접하는 이름이다.

그의 인생궤적은 실록 속에는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러 정황상 기묘사화로 사상적 동지였던 조광조, 김정 등이 목숨을 잃자 경기도 평택 남탄현(南炭峴)이라는 곳으로 낙향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호는 '원숭이 猿' 자가 들어간 원정(猿亭)이다. 야사에는 그가 남탄현에 머무를 때 원숭이를 길러서 이같은 호를 얻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최수성은 이후 지금의 고봉정사사(孤峰精舍·충북도지방기념물 제51호)가 있는 보은 마로면으로 이주했다.

그가 머무른 곳으로 알려진 마로면 원정리의 '원'도 흔치 않은 '원숭이 猿' 자이다. 최수성의 호가 '원정'이어서 마을 이름도 '원정'이 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가 먼저 죽은 김정을 대신해 마로면 고봉정사에도 은거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고봉정사와 관련된 기록은 '김정이 고봉(孤峰)이라 칭하고 학문을 연마하던 삼파연류봉(三派連溜峯) 정상에, 최수성이 고봉정(孤峰亭)을 세우고 은거하였다. 후에 병암 구수복(具壽福·1491~1535)이 이어받았다'라고 적고 있다.

최수성의 은거생활은 길지 못했다. 송사련이 신진 사림들을 고자질하면서 신무사옥이 일어났다. 그도 이에 연루됐다고 지목되면서 복주됐다. 복주는 사형의 또 다른 표현이다. '…최수성은 대신을 모해하려한 것 때문에 복주(伏誅)하고, 신변·화림수 귀(龜)는 알고도 고변하지 않은 죄 때문에 복주하였다.'-<중종실록>

이로써 '그날' 조광조 집에 모였던 3명의 30대 신진 사림은 3년 사이에 차례로 세상을 떠나야 했다. 이를 예견했는지 최수성은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옛 불전엔 몇 안 되는 중이 지키고 있고 / 수풀 끝엔 저녁종 맑게 울리네 / 창문은 트이어 천리 끝 닿고 / 담장이 눌러 서니 뭇산은 평평 / 나무는 몇 해나 늙어 왔는지 / 새는 별난 목청 우짖고 있네 / 험난한 세망에 걸릴까 근심하려니 / 오늘에 내 인생을 한탄하노라'-<성소부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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