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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0.11.09 18:18:0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혁연 대기자

여러 사람의 의견이나 주장을 표명하기 위하여 연명으로 작성한 문서를 '연판장'이라고 말한다. 조선시대에도 연판장 사건이 종종 일어났다. 이때 연명의 서두에 이름을 올린 사람을 소두(蔬頭)라고 불렀다.

지금도 그렇지만 소두가 되려면 다소의 용기가 필요하다. 민원의 주모자로 낙인 찍히면서, 사건이 어느정도 잠잠해 지면 사건을 추궁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519년(중종 14) 기묘사화가 일어나면서 한때 중종의 총애를 받았던 조광조(趙光祖·1482~1519)가 옥에 갖혔다. 그러자 성균관 유생 150명이 들고 일어났다. 이들이 경복궁 합문을 밀치고 들어와 곡성(哭聲)으로 집단 항의를 했다. 이 부분이 실록에 자세히 적혀 있다.

'성균관의 유생 이약수 등 1백 50여 인이 궐하(闕下)에서 상소하고 궐문을 밀고 난입하여 곧바로 합문 밖에 가서 통곡하니, 곡성이 궐정(闕庭)에 진동하였다'.-<중종실록>

본문 중에 이약수(李若水·1486~1531)라는 이름이 보인다. 바로 이날 행동의 소두가 이약수였다. 그러나 유생들의 이날 집단 시위는 관철되지 않았다. 되레 주모자를 의금부에 가두라는 명령이 내려진다. 이는 중종이 조광조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접었음을 의미하고 있다.

'임금이 이르기를,"상소는 오히려 할 수 있으나, 어찌 난입하여 통곡할 수 있는가. 유자(儒者)의 사체(事體)가 이러한가. 이제 곡성을 들으니 매우 놀랍다. 괴수(魁首) 5∼6인을 곧 의금부(義禁府)에 내려서 가두라" 하였다'.-<중종실록>

이약수 등 주모자급 유생들이 중종의 하명에 의해 옥에 갖혔다. 그러자 연명에 나섰던 동료 유생들도 함께 옥에 갖히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섰던 모양이다. 이는 동료애 여부를 떠나 조광조가 당시 성균관 유생들의 정신적 지주였음을 반증하고 있다.

'소두인 생원 이약수, 윤언직, 박세호, 김수성, 황계옥 등 5인이 잡히자 제생들이 앞을 다투어 옥에 들어가려 하여 마치 차례에 들지 못할까 걱정하니, 옥이 이미 가득 차고 쇠끈이 또한 모자라 새끼로 목을 엮인 자들이 종루에 모여 있게 되었다'.-<연려실기술>

이약수는 하옥된 지 3일만에 풀려나 신체적 자유를 되찾았다. 그러나 그 자유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1521년(중종 16) 이른바 신사무옥(辛巳誣獄)이 일어났다.

2년전 연판장 사건과 신사무옥은 시간의 간격이 있는 등 서로 무관한 것처럼 보여진다. 그러나 훈구파에 의해 사림들이 집단적으로 희생당했다는 점에서 꼭 그렇지도 않은 면이 있다. 이 희생자 명단에 유생들의 소두였던 이약수도 포함됐다.

신사무옥은 송사련(宋祀連)이라는 인물이 사림파 안처겸(安處謙) 등이 역모했다고 고자질한 사건을 말한다. 이때 송사련은 안처겸 모친상의 방명록을 이용했다. 그는 '조문 방명록에 서명한 사람들이 역모를 꾸몄던 무리들'이라고 고해 바쳤다.

이약수는 그해 평해로 유배되었다가 10년 만인 1531년에 예산으로 이배, 같은해 8월 그곳에서 죽었다. 이약수는 본관이 광주로 충주에서 태어났다. 전회 소개했던 이극감(李克堪)이 그의 증조부가 된다. 그가 처가가 있던 현 주덕읍 사락리에 정착하면서 충주 일대의 광주이씨 세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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