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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0.10.03 17:53:5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혁연 대기자

사림파 김종직은 수양대군(세조)의 왕위 찬탈을 중국 초나라왕 의제(?~BC 296)의 죽음에 비유하는 글을 남겼다. 의제는 진나라 군사에 체포돼 3년 동안 유폐생활을 하다 죽음을 당한 인물이다. 이 글을 그의 제자 김일손이 슬그머니 사초에 끼워넣었고 이를 발견해 연산군에게 고자질을 한 인물이 유자광이다. 이는 하나의 구실로 무오사화의 비극은 그 이전부터 잉태되기 시작했다.

연산군은 현실적이고 위민적인 정치를 하려고 했으나 중앙정계에 막 진출하기 시작한 사림파는 왕도정치를 지향했다. 이는 왕권과 신권이 조화를 이루는 정치를 말한다. 두 권력이 부딪히기 시작한 곳은 왕과 신하가 경서를 함께 공부하거나 정치적인 토론을 하던 경연이라는 공간이었다.

'우의정 한치형은 말하기를, "청컨대 전하께서는 정신을 가다듬어 정치를 도모하되, 공구스럽게 생각하여 몸을 닦고 성찰하시며, 부지런히 경연에 납시어 날마다 여러 신하들을 접견하시어 재변을 해소시킬 도리를 다하소서" 하고…'-<연산군일기>

면전에서 대놓고 "정신을 가다듬어 정치를 하라"고 노골적인 힐문을 하고 있다. 또 경연에 자주 결석을 했는지 "부지런히 경연에 납시어"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듣기에 거북할 정도의 상소도 올린다.

'영의정 한치형·좌의정 성준·우의정 이극균이 아뢰기를, "옛말에,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튼튼해야만 나라가 편안하다'하였습니다. 백성이란 지극히 어리석지마는 신령한 존재이니, 백성의 원망을 조심하지 않을 수 없사온데, 백성의 원망이 이때보다 심한 적이 없었습니다" 하고'-<연산군일기>

사가들은 무오사화는 이같은 스트레스가 쌓인 끝에 1차 폭발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본문 중에 한치형(韓致亨·1434~1502)의 이름이 자주 보인다. 그는 연산군대 직언을 가장 많이 한 신하의 한 명이었다. 무오사화 때는 유자광, 노사신 등과 정치적 친분 관계가 있어 화를 입지 않았다.

그가 죽은지 2년 뒤에 갑자사화가 일어났다. 연산군 어머니 윤씨는 '질투가 심하다'고 해서 시어머니 인수대비 등에 의해 폐출된 끝에 사약을 받고 죽었다. 이 사실을 임사홍이 연산군에게 고자질했다. 가뜩이나 신하를 손보려 하고 있던 연산군은 이를 숙청의 기회로 활용한다. 한치형도 그 숙청자 명단에 들었다. 사후의 일이기 때문에 부관참시를 당하게 된다. 실록을 보면 더 참혹한 일이 벌어진다.

'어서를 내려 이르기를, "간신의 해골을 바람에 날려 천지간에 의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땅에는 영험스러운 풀이 있고 하늘에는 신통한 새가 있어서이다" 하였다'.-<연산군일기> 본문 중 간신의 명단에는 이극균·윤필상·한치형 등이 포함돼 있다.

당시에는 연좌법이 철저하게 적용됐다. 따라서 그 자식, 부인, 사위 등 일가가 화를 입는 것은 당연했다. 연산군은 엉뚱하게도 한치형이 살던 집에도 화풀이를 한다. '또 그들의 집을 헐어 못을 만들고 비(碑)를 세워 그 죄명을 기록하였다'.-<연려실기술>

당시 사관은 '연산군이 정치를 어지럽힐 때를 당하여 누차 검소와 절용할 것을 아뢰다가 이로 인하여 비위를 거스렸고 화(禍)가 죽은 뒤에까지 미쳤으니, 슬픈 일이다'라고 졸기를 적었다. 그는 청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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