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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0.03.09 15:17:0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정당한 분노

/ 조병준 / 가야북스

빛과 그림자

베란다로 쏟아지는 봄볕이 화사하다. 긴 겨울 그늘 속에 웅크리고 있던 화분마다 새순이 돋으니 집안에 생기가 돈다. 어린 초록빛에 마음이 동해 카메라 셔터를 눌러본다. 디지털의 발전 덕에 개인의 자잘한 일상들의 기록이 소소한 기쁨으로 전해지는 것이 요즘 풍경이다. 그렇게 잔잔한 웃음과 희망이 머무는 빛으로만 사각 프레임을 채울 수 있다면 세상은 얼마나 행복할까.

하지만 사각 프레임 안에 어떤 풍경들을 담을 지 결정하는 것이 사람이기에 종종 진실은 어둠속에 가려져 있기도 하다. <정당한 분노>는 카스한다. 31만장이 넘는 매그넘의 사진 중에서 선별한 31장의 사진에는 세계 곳곳에서 가난과 전쟁, 부패, 폭력, 소외…인간을 인간답지 못하게 만드는 불의에 희생되는 삶을 보여준다. 사진에 글을 붙인 조병준씨는 '상처 없고 과오 없는 인생이 어디 있는가. 나약한 우리지만 때론 정당한 분노는 우리의 의무가 될 때도 있다'고 얘기한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깊어진다. 매그넘은 우리가 누리는 평온한 생활 뒤에 드리워진 타자와의 거리를 조용히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곳, 들리지 않는 소리에 귀 기울일 때 봄볕 같은 사랑이 음지로 흘러들어 빛과 그림자의 벽을 허물고 새 생명을 싹 틔우리라.

누란

현기영 / 창작과비평사

막내가 대학에 진학하면서 집을 떠났다. 모든 것이 낯설 아이가 안쓰러워 이것저것 일러주는데 한마디 한다. '요즘 애들은 진지한 거 안 좋아 해. 재미있고 유쾌한 걸 좋아하지'그러면서도 아이의 작은 노트엔 취업을 염두에 둔 장기 계획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참으로 현실적이다. 386세대인 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 가끔 아이들과 소통에 불편하다. 시위와 최루탄 가스 속에 긴장의 세월을 살아내야 했던 우리에겐 눈앞에 놓인 개인의 현실보다 동참해야할 역사가 양심처럼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기영 씨의 소설 <누란>은 바로 그런 386세대의 이야기다.

87년 6월 항쟁을 이끄는 전위에 섰던 주인공 허무성은 모진 고문을 당한 뒤 끝내 함께 활동했던 동지들과 운동조직에 대해 자백을 하고, 장학금으로 유학을 보내주겠다는 고문자 김일강의 달콤한 제안을 받아들인다. 역사를 전공한 허무성은 귀국 후 대학의 교수로 임용되지만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김일강의 정신적 노예가 되어버린 배신의 죄책감과 고문의 기억으로 인한 공포에 시달린다. 게다가 그들의 희생으로 이룬 민주화된 나라가 급속하게 밀려든 세계화로 변화되는 현실은 그를 더욱 무기력하게 만든다. 대학의 모든 학문이 취업교육으로 변질되고 인문학이 위기에 처한 현실은 뜨거운 열정으로 이십대를 살아낸 우리에게 낯선 풍경이다. 진지함보다 가볍고 유쾌함이 지배하는 세상. "우리가 바꾸려던 세상이 우리를 바꿔버렸다"는 그의 탄식에 공감한다. 386세대인 우리들이나 진지함이 고갈된 시대의 이십대나 나름대로 고민과 열정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음을 인정해야하지만 기억해야할 역사가 있고 지켜야하는 정의와 진실은 변하지 않음을 말하고 싶다.

삼월이면 봄소식과 함께 반갑지 않은 손님도 함께 온다. 하늘을 온통 누렇게 뒤덮는 황사. 그 황사로 사라진 제국 '누란' 뒤에 숨은 깊은 뜻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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