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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0.02.16 13:31:2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오영근 CJB경영기획국장

70년대 초 무렵인가. 설 명절이 다가오면 양지바른 골목 담장에 어김없이 극장포스터가 새로 나붙었다. 주를 이룬 것은 당산대형, 정무문, 용쟁호투와 같은 이소룡 영화였다.

아이들은 요즘말로 역삼각형 '초콜릿 복근'의 이소룡 앞에 몰려들었다. 한번이라도 영화를 보았던 아이는 곧 또래의 대장이 된다. 상상에 과장을 보태 이소룡을 찬사하느라 입에 침이 마른다. 그리곤 설날, 세뱃돈을 챙긴 아이들은 한 껏 상기돼 극장으로 줄행랑이다. "아뵤~!" 독특한 괴성에 화려하고 절도있는 무술동작. 아무리 영화라지만 어떻게 사람의 몸에서 그런 동작이 나올 수 있을까? 내가 처음 본 중국 쿵후(功夫) 영화는 신기하기만 했다.

그 뒤로 쿵후영화는 성룡과 이연걸로 이어지며 내게 여전히 재미있는 영화가 됐다. 영화의 구성이나 스토리, 촬영술등 작품성에 매료돼서가 아니다. 단지 쿵후배우의 사실적인 무술 동작 하나하나에서 느끼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설 연휴 끝에 중국 쿵후영화를 얘기하게 된 것은 순전히 축구 때문이다.

스코어 3대0. 도저히 믿기지 않는, 충격이었다. 국내 한 일간지에는 '한국이 이긴 스코어가 아니다'라는 코미디성 부제까지 달렸다. 외신은 '마침내 공한증(恐韓症)에서 벗어났다'며 중국대륙이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고 전했다. 공한증은 '한국에 대한 두려움'을 뜻한다. 1978년 이후 A매치에서 한국을 한 번도 이기지 못하자 중국 축구계가 자조적으로 만든 용어다. 32년간 역대 전적 27전 11무 16패, 중국은 유독 한국에게 약했다. 일본도, 유럽강호도 종종 꺾었지만 한국만 만나면 주눅이 들곤 했다.

그래서 우리는 늘 믿었다. 아니 한 수 아래쯤으로 여겼다. 그런데 그것이 깨졌다. 대한축구협회 홈 페이지가 다운될 만큼 국민들의 분노도 컸다. 충격적인 패배 후 분석이 나왔다. 감독의 선수기용에, 선수 정신력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못한 한국'보다 '달라진 중국'에 무게감이 쏠렸다.

그동안 중국축구는 자국인들에게 미운 오리새끼였다. 그러던 중국 축구가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룽즈싱 품격 발언'으로 달라졌다. 룽즈싱은 중국 축구계의 전설적 스타. 뛰어난 기량에 상대팀을 존중하는 페어플레이로 존경받는 인물이다. 후 주석은 지난해 10월 룽즈싱을 만난자리에서 "중국 축구가 당신의 품격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질적인 편파판정과 승부조작, 도박에 얼룩진 중국축구를 비판한 것이었다. 이후 축구에 대한 대대적인 공안수사가 이어졌다. 승부조작과 도박에 연루된 축구계 인사16명이 구속됐다. 최근에는 축구협회 수뇌부의 비리도 드러났다. 사정 한파 속에 축구계 내부엔 자성의 바람이 불었고 이번 대회에 자극제가 됐다고 축구계는 분석한다. 아무튼 중국축구가 달라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다시 쿵후얘기로 돌아간다. 월드컵 4강 신화가 있던 2002년 그 해. 저우싱츠(周星馳) 주연의 코미디 영화 '소림축구'가 개봉됐다. 사회의 낙오자가 된 쿵후 무술가들이 축구선수로 거듭 난다는 게 줄거리다. 영화에 등장하는 선수들은 하나같이 날렵한 쿵후로 무장해 상상의 축구기량을 과시한다. 만두를 빚던 가녀린 여인은 태극권을 갖춘 골기퍼로 변신한다. 저우싱츠의 걸레조각 운동화 발이 뿜어대는 케논 슛은 담벼락을 무너뜨릴 만큼 가공하다. 현실에선 분명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그 일이 현실화 될 것 같다.

최근 중국 베이징에 '쿵후(功夫)사커' 클럽이 창단했다고 한다. 소림사계 무술학교 출신을 포함해 20여명의 선수들도 뽑았다고 한다. 대부분 13~17세 청소년들이다. 쿵더바오(孔德寶) 클럽 대표는 "선수들에게 오버헤드킥 정도는 식은 죽 먹기'라며 '쿵후기술로 무장한 축구선수를 국가대표팀에 공급해 중국 축구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싶다"는 포부까지 밝혔다. 이제 중국축구에 소림축구까지 경계해야 할 판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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