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2년 6개월 정도 공황 상태로 몰고 갔던 전염병, 정체를 알 수 없어 더욱 불안했다. 이제 그 기세가 수그러드나 보다. 거리 제한이 완화되고 하늘 길도 열린다고 하니 숨통이 조금 트이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방역 당국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수칙을 준수하라는 문자가 날아오고, 어디를 가도 얼굴의 반을 가린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에는 변함이 없다. 봄·가을이면 우편물로 오던 청첩장을 받아 본지 언제였던가. 그동안 모바일 청첩장으로 자연스럽게 대체 되었고, 예전의 청첩장 문구에 '꼭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 주십시오.' 하던 당부의 말과는 다르게, 되도록 자제를 권하는 안내문에 익숙해졌다. 그럼에도 얼마 전, 지인의 자녀 결혼식에 참석했다. 로비에는 많은 하객이 붐볐지만, 멀리서도 혼주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오늘은 주인공 다음으로 혼주가 돋보이는 날이기도 하다. 지인은 부부 이름이 쓰여 있는 푯말 옆에 남편과 나란히 서 있었다. 때로 고(故)라고 한쪽 부모가 돌아가셨음을 알리며 혼주 혼자 서 있는 경우가 있고, 어느 때는 '고'자 없이 혼주 이름이 홀로 쓰여 있기도 하다. 자식을 기르고 성혼시키기까지의 과정은 인간의 또 다른 수행 길이다. 혼주가 이
경찰공무원인 아버지 따라 시골 어느 소읍(小邑)에 잠시 살 때 일이다. 이곳 학교에서 여러 차례 도내 백일장을 비롯 미술 대회에서 대상에 입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웅변대회 때도 상을 수상했다. 공부 역시 잘하여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다. 그 시절만 하여도 반장은 반에서 공부 잘하고 리더십이 있는 학생이 주로 뽑혔기에 부득이 자기 자랑 같은 이 말을 언급한다. 4학년 때 반장 선거에 나섰다. 반 아이들 60명 중 다수의 표로 당당히 반장에 선출되려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반장 자리를 딴 아이에게 내주어야 했다. 다름 아닌 동네 유지이며 학교 육성회 회장인 아버지를 둔 아이에게 엉뚱하게 반장 직이 돌아 간 것이다. 그 애도 선거에 나섰으나 겨우 8표만 얻었다. 담임 선생님은 그날 교무실로 필자를 불렀다. 아무래도 여학생이 반장을 맡음 아이들을 이끄는데 여러모로 지장이 뒤따른다고 했다. 선생님은 필자에게 반장 직을 육성회장 아들에게 양보하라고 타이르듯 말했다. 돌이켜보니 요즘 흔히 말하는 소위, '아빠 찬스'로 그 아인 학급 선거 결과와 무관한 반장을 맡게 된 것이다. 어린 마음에도 담임 선생님의 그 논리가 너무 부당했다. 무엇보다 육성회장 아들이
1988년 '사랑과 평화'가 "울고 싶어라"를 내놓았다. 떠나보면 알 거라고, 아마 알 거라고, 울지 않으며 불렀다. 헌법재판소가, 교육에 대한 사색을 멈추고 교육학적 지식을 암기해야 교사가 될 수 있다고 판결할 때도 이 노래를 불렀다. 이달 6월, 이 노래를 다시 부른다. 당신은 친정을 떠나 시댁에서, 학교를 혁신하려 했고, 중식을 무상급식 했으며, 학생에게 인권 의식을 심어주려 했다. 참교육의 이념이 아니라, 10월의 홍익 이념을 '5월의 어린이와 11월의 학생'에게 확장하려 했다고 말했다면, 시댁이 학생인권을 반대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중식은 물론이고 조식까지 주겠다고 말했다면, 시댁이 당신을 환영했을지도 모른다. 수업 혁신이 제자리인 상황에서, 교사의 자율성이 학생의 주도성으로 전이되는 비용만큼은 의결해달라고 말했더라면, 당신의 이념에 감염될 시댁 식구가 더 늘었을지도 모른다. 당신만큼 비정규직과도 소통하려 노력한 사람은 前 시대에도, 同 시대에도 없었다. 평생의 소신과 이념을 변치 않는 비전으로 꾸준히 제시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코로나 돌봄 문제로 교사와 공무직이 충돌할 때 당신은 모두의 교육감이 되고자 했다. 그래서 양쪽
금년 봄 가뭄은 여느 해 보다 심했다. 일 년 중 물 수요가 가장 많은 계절이어서 더욱 물의 중요성이 절실했다. 특히 수도권 상수원인 소양호나 충주호를 비롯해 많은 저수지가 바닥을 보이면서 물관리에 비상이 걸렸었다. 지난주부터 전국적으로 장마가 시작되면서 가뭄의 기세가 한풀 꺾인 것이 다행이다. 우리나라는 농업에 사용되는 물 수요량이 전체 물 사용량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러한 이유로 국토 곳곳에 많은 저수지가 설치돼 있는 것이다. 근래에 들어와 농업용수 이외에도 우리 국민의 생활용수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저수지 이외에 댐을 설치해 물을 공급하고 있다. 저수지나 댐은 흐름이 정체되다 보니 수질관리 측면에서 하천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지형적으로 자연형 호소가 만들어질 수 없는 구조로서 비가 오면 순식간에 바다로 유출된다. 국토 곳곳에 많은 인공 호소가 축조된 이유다. 맑은 물을 국민에게 공급하기 위해서 일단 호소 내로 유입된 물을 관리를 하게 되면 효과나 비용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다. 그보다는 발생원에서부터 오염물질의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저비용, 고효율 물관리 방법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차선으로 호소 내로 유입되는 지천을 관리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하지가 지났다.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농작물에 밤낮으로 물을 대는 농부의 애타는 마음을 생각하면 하지의 그 하루가 얼마나 길었을까 싶다. 하지 감자가 나오고 오이도 나왔다. 가뭄을 견딘 감자 속에서 허연 물이 새어 나오는 것을 보면 참 고맙고 대견하다. 가물면 오이는 쓰다. 곧게 자라지 못하고 오이 허리도 배배 돌아간다. 그런데도 꼿꼿하니 그렇게 많이 쓰지 않다. 이런 감자와 오이를 만드느라 이 염천 가뭄에 농부의 노력이 얼마나 컸을까 싶다. 이제 장마가 시작되었다. 단비가 내렸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한낮에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줄기는 참 시원하다. 보는 이도 이런데 온몸으로 단비를 맞는 풀과 나무들은 얼마나 좋을 것이며 농부의 마음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비가 쏟아지던 날 쓴 시가 있다. 폭우반점(暴雨飯店) 주문한 비 한 대접이 문밖에 도착 식기 전에 먹어야 제맛 수직의 수타 면발 자작 고인 국물 허기진 가슴을 채우기에 이만한 요긴 다시 없을 듯 빗발 끊임없이 쏟아져 뜨거움으로 고이는 이 한 끼 단언컨대, 죽지 말라고 비가 퍼붓는다 자, 대들어라 피골이 상접한 갈비뼈 두 가락을 빼 들고!…
나는 2015년 공무원으로 임용돼 약 7년간 사회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맡은 일을 수행했다. 과거의 나는 사회생활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선배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선배들의 말은 무조건 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매일매일 심리적인 압박으로 다가왔고, 본의 아니게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많았으며, 극심한 스트레스로 주변 사람들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 일도 있었다. 지금의 나는 크고 작은 경험이 쌓여 과거의 나와는 많이 달라졌다. 특히 재능 있는 우수한 후배들이 공직사회로 들어온 것은 나의 생각의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후배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후배들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배우는 점도 많았다. 그러나 후배들과 친해지면서 그 언행이 눈에 밟히는 일도 있었다. 이럴 때, 자연스럽게 마음속으로 내뱉었던 말은 '나 때는 선배들의 기분을 맞추려 노력했는데, 후배들은 왜 다르지?' 라는 생각이었다. 결국 겉으로는 아무 말 못하면서 마음속으로는 다른 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는 아마도 '꼰대마인드'라는 표현이 적당할 것이다. 공직사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나와 유사한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가상의 다른 예를 들어본다면
6·25전쟁에 대한 성격 규명은 남북이 공동으로 진행되어야 할 부문이다. 전쟁으로 남북 공히 입은 인적·물적 피해가 엄청났을 뿐 아니라 아직까지 전쟁의 상혼이 곳곳에 남아있는 역사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쟁의 발발 원인, 침략주체, 전쟁범죄 행위 등을 규명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한다. 그래야 통일이 된 후, 구성원들이 화합하고 미래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런데 남북이 6·25전쟁에 대한 접근방식이 근본적으로 상이하다. 현실적으로는 6·25전쟁에 대한 남북의 공통분모를 찾기가 난감해 보인다. 북한은 6·25전쟁을 조국해방전쟁으로 규정하고 이날을 미제반대투쟁의 날로 행사를 치르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조선민주여성동맹, 조선농업근로자동맹 등 근로단체들에서 단체별로 미제국주의에 복수를 결의하는 모임을 가졌고, 25일에는 평양시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에서 미국을 비난하는 대규모 군중집회를 열기도 했다. 한마디로 6·25전쟁은 미제국주의가 일으켰고 제국주의의 침략적 본성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집회의 목적이다. 6·25전쟁은 북한에 의한 남침이라는 사실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문,…
사흘 전, 한국전쟁이 일어났던 6월 25일을 지났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또다시 상기되는 한국전쟁입니다.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 아빠가 매어놓은 새끼줄 따라/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 한국인이라면 초등 음악교과서에 실려 있는 이 '꽃밭에서'라는 제목의 노래를 모르는 이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노래가 전쟁에 나가 돌아올 기약조차 없는 아버지를 기다리는, 지독히 슬픈 노래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한국전쟁 중이던 1953년 발표됐고 전쟁통에 헤어진 아버지를 그리는 노래입니다. 예쁘게 핀 꽃과 꽃밭을 만든 자상한 아빠와 딸아이를 상상하던 사람들은 이 이야기에 놀라게 됩니다. 가만히 불러보면 더 슬프고 애잔합니다. 전쟁으로 인해 돌아오지 못한 아빠를 그리고 있는 것을 상상하면 목이 메어 끝까지 부르기 어렵습니다. 한국전쟁이 시작된 6월과 3년의 전쟁 끝에 휴전된 7월, 모두 여름이었습니다.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이었고,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던 계절입니다. 작년인가, 김동률 서강대 교수가 '꽃밭에서'라는 노래의 유래를 자신의 글에서 밝혔습니다. 그는 군 출신의 친구에게서 이야기를 들었
우리는 하루에 수많은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버리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종이컵, 빨대, 음료수 컵 등 일상생활 속의 수많은 물품이 일회용품에 해당한다. 특히 코로나 19 사태로 배달 주문이 크게 늘면서 컵과 용기 등 일회용품 사용량이 더욱 급증하고 있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하루에 버려지는 일회용품의 양은 1천35t으로 1년이면 38만 t이나 된다고 한다. 일회용 컵만 보더라도,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발간한 '플라스틱 대한민국'보고서에 따르면 한 명이 연간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65개에 달한다. 이 컵들을 모두 한 줄로 쌓으면 지구에서 달까지 닿을 수준이라고 한다. 일회용품은 사용하기엔 편리하지만 지구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 일회용품이 소각되는 과정에서는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지고, 소재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 미세먼지나 미세먼지는 만드는 원인물질이 배출된다. 또한 일회용품들은 분해되는데 최소 2개월부터 50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여러 나라가 일회용품 사용 감축을 목표로 각종 조치를 취하고 있다. 프랑스가 세계 최초로 2020년에 일회용품 금지법을 시행했고, 유럽연합은 2021년부터 빨대
우크라이나 민간인 피해에 대한 국제엠네스티의 메일을 읽으며 슬픔과 분노를 느낀다. 새삼 인간의 역사는 욕망이 빚은 땅의 역사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러시아의 침공 역시 효용가치가 높은 땅을 점유하려는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원시시대 인류는 수렵, 채취, 어로가 쉬운 땅을 찾아 정처 없이 이동했다. 자연과 싸우기 위해 인간은 많은 도구와 생존 무기를 만들었고, 타 부족과 충돌하고 영토를 확장하면서 문명을 이룩했다. 좋은 땅을 찾아내고 그것을 정복하는 건 인간의 유전자에 각인된 생존본능이다. 종족의 번영은 자원이 풍부한 땅이 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인간의 질긴 욕망은 더 많은 자원의 착취를 위해 수많은 전쟁을 일으켰고 현대에 이르러서도 이는 계속 반복되고 있다. 마당에 커다란 네모 그리고 한 뼘 땅을 갖는다. 과감하게 목자를 튕겨 땅을 넓혀가야지 저 애는 동유럽과 서유럽까지 금을 긋고 경계를 지웠다 난 야금야금 일본을 차지하고 중국 상해와 북경까지 신중하게 목자를 보낸다 모스크바에서 알래스카를 먼저 공략해야 할 텐데 마른침을 삼킨다 남극에 열을 올리고 있는 너 북극을 욕심을 내고 있는 나 어스름해질 때까지 땅 따먹는데 "해…
소나기가 그었다. 뒤미처 햇살이 들더니 뒤란 양지바른 김치광에서 갓 목욕을 끝내고 해바라기 중인 누름돌. 빗물이 쓸고 간 몸태는 맥이 뛰는 듯하고 뒤란은 때 아닌 활기로 넘친다. 저만치 세월 밖에 나앉아, 언짢은 것도 묵묵히 삭이며 거슬리는 얘기 들어도 잠자코 묵언 수행 중인 군상들. 이목구비가 없으니 볼 수도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고 답답해 보이는데 둥글둥글하니 정겹다. 약속이나 한 듯 머리를 맞대고 있는 걸 보면 별다른 승강이 없이 구순하게 지낼 것도 같다. 어쩌다 모난 게 있어도 타박하지 않고 봐 주지 않을까. 저리 되도록 숱한 세월 둥글려 왔는데 뭐가 더 부족하랴 싶고 내 삶의 궤적을 돌아본다. 필연 어느 산골짜기에서 떠내려 와 저리 바뀌었으련만 지금 또한 바람모지 뒤꼍에서 자신을 둥글리고 있다. 물결치면 물결치는 대로 바람 불면 부는 대로 시달리던 아득히 그 때처럼. 어릴 적 마을 앞의 달래강변에도 그런 돌은 흔했다. 장마 때면 수많은 돌이 떠내려 오는데 들판이라 그런지 모난 돌보다는 둥글넓적한 돌이 많았다. 어떤 것은 그릇 모양이고 천연 나룻배 모양에 생김도 천태만상이다. 검은색 회색 등 빛깔도 가지각색이고 구멍 뚫린 것도 많은데 그 중 적당
신발장을 열다가 몇 년 동안 위층 선반에서 잠자고 있는 구두들에 눈이 간다. 대학 때 아버님이 고추 팔아 사 주셨던 검정 구두를 시작으로 옷 색깔에 맞춰 들인 덕에 여름 구두까지 도합 5켤레가 고이 모셔져 있다. 대부분 1980년대 중반에 사들였으니 내 발과 함께 한 시간이 어언 35년가량이다. 이 구두들과 전국 곳곳을 누볐는데도 오랜 기간 잘 버텨주어 고맙고 정겹기도 하다. 본디 아버님이 물건과 기계를 꼼꼼하게 잘 챙기심을 보고 배워 내게 속한 물건을 아껴 쓰는 버릇을 들였더니 그리 오래되었어도 구두약을 자주 발라주었기 때문인지 외관도 멀쩡하다. 돌아가신 아버님이 평생을 구두 한 켤레로 지내셨기에 이 못난 아들도 한 켤레로 살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겨울 구두는 물론 여름 구두까지 검정과 브라운 계열로 준비하여 신발장이 부족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구두 신을 적마다 아버님께 죄송한 마음이었건만 교육청에 정장 차림으로 출근하면서 그런 미안한 마음도 무디어갔더랬다. 퇴임을 하여 양복 입을 일도 적어 철철이 맞춰 입느라 사들였던 그 많던 남방과 넥타이도 버렸거늘 신발장에 있어 눈에 잘 안 뜨이던 구두가 남아 있었다. 이제 발에 편한 캐주얼화를 신고 다님에 상태가
1988 서울 올림픽 개최를 앞둔 늦봄, 공직에 첫발을 내딛던 기억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군 복무를 마치고 청년이자 초임 공무원으로서 일선 현장에서 처음 부여받은 업무는 같은 또래의 20대 농촌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4-H 육성이었다. 4-H 회원들과 함께 올림픽 성화 봉송 길을 코스모스 꽃길로 조성하고, 한여름엔 숲과 계곡에서 4-H 야영대회를 열었으며, 추수철에는 농촌 청소년 축제의 장인 경진대회를 개최했다. 이러한 활동들을 담은 4-H 회보를 매월 발간하며 고객이자 동년배인 4-H 회원들과 동고동락하는 값진 시간을 보냈다.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하는 이촌향도(離村向都)가 절정을 이루는 시기였기에 열악한 농촌에서 자라나는 청소년을 육성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였지만 힘든 만큼 세간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농업은 쇠퇴산업으로 인식돼 더는 희망이 없고 그래서 농촌은 떠나야만 하는 탈출구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우리가 시대적인 소명 의식과 인내심을 갖고 4-H 회를 육성, 발전시켜 오지 않았다면 이 시대가 절실하게 요구하고 있는 청년농업인 육성의 기반을 다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국가와 지역사회에서 훌륭한 리더로 성장하여 활동하고 있는
2021년 7월 18일에 태어난 조카는 최근 이 앓이를 하느라, 손에 닿는 모든 것을 입으로 가져간다. 무언가를 짚으며 두 다리로 서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제법 열정적이어서,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매번 다짐하게 만든다. 짝짜꿍, 짝짜꿍 노래를 불러주면 방끗 웃으며 박수를 치는데, 이는 요즘 우리 가족이 제일 사랑하는 퍼포먼스다. 소중하고, 사랑스럽고, 귀여운, 세상 모든 미사여구와 찬사를 붙여도 아쉬운 내 조카. 걸음마를 시작하면 함께 가고 싶은 곳이 많다. 제주도의 바람, 고성의 한적한 해변, 영월의 밤하늘. 그래서 요즘 고민이 많다. 이 지구가, 그때까지 버텨줄까? 심상치 않다. 사실 그전부터도 문제는 많았는데, 우리는 애써 모른 척, 아닌 척 해왔다. 당장 괜찮았으니까. 자연을 생각하는 건, 너무 번거롭고, 귀찮고, 불편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 당장 해야만 한다, 번거로워도 텀블러 좀 챙기고, 귀찮아도 장바구니 사용하고, 불편해도 음식 포장할 땐 다회용 용기를 내야 한다. 그동안 '나 하나쯤이야'라고 생각하며, 내가 써온 플라스틱들이 쌓여, 지금 내 사랑스러운 조카와 함께 누릴 행복들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나 하나쯤
누구나 건강하게 장수하기를 꿈꾼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오래전부터 인류에게 가장 주요한 관심사였다. 진시황제가 그렇게 찾았다던 불로초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는 실정을 감안할 때, 필자는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불로초를 찾아다닐 것이 아니라 내 몸의 혈관 건강부터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흔히들 우리 몸의 혈액은 자동차에, 혈관은 도로에 비유한다.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가 물자를 수송하듯이 우리 몸의 혈관은 세포의 생존을 위한 물질이 이동하는 통로다. 혈관을 통해서 생명활동에 필요한 모든 물질들이 움직인다. 상당보건소 대사증후군센터를 방문하는 민원인은 주로 심뇌혈관 질환이 의심되는 질병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다. 그리고 그분들의 대부분은 현재 고지혈증 약을 복용하고 계신 것으로 나타났다. 고지혈증이란 혈액 중에 지방, 즉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등의 물질이 과다하게 많이 함유되어있는 상태를 말한다. 혈관에 지방이 쌓이게 되면 점차적으로 혈관이 막혀 다른 질병을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자각증상이 없어 혈액 검사 전에는 고지혈증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며 검사를 통해 확인했더라도 증상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치료하지 않거나 생활습관을 고치지 않
운칠기삼(運七技三)은 운이 7할이고, 재주(노력)가 3할이라는 뜻이다. 곧 모든 일의 성패는 운이 7할을 차지하고, 노력이 3할을 차지하는 것이어서 결국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일을 이루기 어렵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성패는 운에 달려 있는 것이지 노력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고, 운이 기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일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노력을 들이지 않았는데 운 좋게 어떤 일이 성사되었을 때 쓰는 말이기도 하다. 자신의 주위에 어떤 사람이 있는데, 별로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도 하는 일마다 잘되어 성공을 거둘 경우, 인생사는 모두 운수나 재수에 달려 있어 인간의 노력 가지고는 되지 않는다는 체념의 의미로도 쓰인다. 어떤 일을 성취하는 데 필요한 요소로 외부환경인 운이 7할을 가리키는데, 자신이 스스로 바꿀 수 없거나 자기 노력과는 무관한 요인을 이른다. 그래서 돌고 도는 운수요, 우연적 요인이다. 그런데 그 비중이 무려 70%라는 얘기다. 자기 노력만으로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세상사의 오묘한 이치를 보여 준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자기 능력 바깥에 존재하는 환경과 제대로 만나야 성취가 가능하다는 인생의 소중한 경
시원섭섭하다는 말은 이럴 때 써야 할까. 주인도 없이 몇 년째 방치 된 옆집이 헐렸다. 옆집은 10년 전 주인이 청주로 이사를 가고 뜨내기들이 세를 들어 살았다. 그러던 것이 5년 전부터는 세를 얻는 이가 없어 빈집인 채로 몇 년이 흘렀다. 이년 전 쯤 이었나. 군(郡)에서 옆집을 사들였다는 소리가 들렸다. 5년 전 우리 마을은 도시재생 지역으로 확정이 되어 작년부터 여기저기 개발이 한창이다. 우리 옆집도 재생사업의 장소 중 하나인 모양이었다. 그동안 옆집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돌기도 했다. 폐가에는 으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그럴듯한 무서움과 두려움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남의 눈을 피해 숨을 곳을 찾아드는 이들에게 옆집은 안성맞춤의 장소였다. 햇살이 뜨겁던 날이었다. 우리 집과 텃밭이 붙어 있는 이웃집 아주머니는 밭에서 일하시다 말고 나를 보자 속삭이듯 빈집에 남자가 산다고 귀띔을 해 주셨다. 나는 그 사람을 보지 못했음에도 그날부터 왠지 인기척이 느껴진다는 생각에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내 방 창문에서 바로 옆집이 보였기 때문에 언제나 그쪽으로 귀를 쫑긋하고는 잠이 들기도 했다. 어떤 날은 불안한 마음에서인지 새벽녘까지 잠을 설쳤다.…
좁은 땅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높은 고층건물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마천루를 세울 수 있는 것은 철근콘크리트 기술 덕분이다. 하늘로 쭉쭉 솟아 있는 건축물들은 철근콘크리트 때문에 탄생된 것들이다. 이는 건물 기본 뼈대를 철근콘크리트가 튼튼하게 잡아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철근콘크리트는 프랑스 파리에서 화원을 하고 있던 조제프 모니에가 1865년경 화분이 자주 깨져 팔기 어려워지자 고심 끝에 깨지지 않는 화분을 고안해낸 결과이다. 당시 화분은 진흙으로 모형을 만든 다음 불에 구워 만들었기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쉽게 깨졌다. 당연히 화초를 팔 수 없었던 모니에는 적자에 허덕여야 했다. 살짝 부딪치기라도 하면 툭 부서지는 화분 때문에 화원 운영이 어려워지자 모니에는 직접 깨지지 않는 화분을 만들기로 계획한다. 얼마 후 화분을 진흙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잘 깨진다는 것을 알게 된 모니에는 진흙 대신 다른 재료로 바꾸면 어찌될까 연구해본다. 시멘트, 모래, 물을 함께 이겨 만들어 놓은 화분틀에 부어 콘크리트 화분을 만들어 봤다. 결과는 괜찮았다. 단순한 콘크리트를 사용해 만든 화분은 진흙 화분보다 튼튼했으나 만족할 수 없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입에서 나온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주요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의 존안자료인 이른바 X파일이 국정원 메인 서버에 남아있다"(2022.6.14. 중앙일보)는 발언에 크게 놀랐다. 그런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운 게 아니라 그런 자료가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 그 입이 놀라웠다. 직전 국정원장이라는 인물의 입에서 자신이 근무하던 조직에 X파일이 보관되어 있다고 언론에 나와 말해도 괜찮은 건지 이해가 안됐다. 국내 최고의 정보기관인 국정원장 출신이 업무 중 취득한 비밀사항을 자랑스럽게 공개하는 수준이라면 애초에 국정원장 자격이 없다고 봐야 한다. 국정원 전·현직 직원의 내부고발이나 양심선언이라면 몰라도 전직 국정원장 입을 통해 국민이 들어야 할 정보는 아니다. *** 국정원장 자격 없어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박지원 국정원장을 임명할 때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개 전임 국정원장들은 안보, 외교, 수사 등에 전문성을 가졌거나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었던 데 비해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도 아니고 정치 전문가로 소문난 그를 국정원장에 임명하니 이게 무슨 뜻일까 궁금했었다. 더구나 국정원은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제도화 되어 있는데도 말이다.
삼십여 년 일하던 약국을 퇴직하자 마음 한구석에 알 수 없는 강박감이 찾아왔다. 여행 문학 악기 배우기 같은 고상한 삶을 나열해 보지만, 정작 마음은 지적 허영인 듯 조바심만 더한다. 보다 못한 친구가 함께 걷자며 불러냈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기도와 같다"는 말이 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지나간 삶의 궤적들이 기도 제목처럼 고개를 든다. 나는 영혼의 묵은 때를 씻는 구도자처럼 묵언으로 기도하며 길을 걷는다. 초록이 싱그럽다. 가경 천 둑 방에 수목이 우거진 숲길을 간다. 나무 그늘 속으로 불어오는 푸른 바람이 시원하다. 살갗을 간지럽히는 바람을 한 모금 마셔가며 느릿하게 걸었다. 개천에 놓인 징검다리는 긴 가뭄에 덩그러니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비 오는 날이면 아버지 손을 잡고 징검다리를 건너던 개울가 추억이 어슴푸레하다. 웅덩이 옆에 날개를 파닥이는 두루미 한 마리는 먹이를 찾는지 두리번거리고 있다. 홀로 나온 백조 모습이 외로워 보이는데 먹이를 찾았는지 훌쩍 날아갔다. 조용한 숲에 이름 모를 들새들의 향연이 한낮의 음악처럼 하모니를 이룬다. 어느덧 살구, 자두, 복숭아가 익어가는 계절이다. 숲길 중반에 이르자 살구나무 길이다. 봄날 아름다운
충주 교현동의 향교말에서 시누골로 넘어가는 고개를 '갱고개'라 불렀는데 지금은 교현동에서 연수동으로 이어지는 '갱고개로'라는 도로명으로 그 흔적이 남아 있을 뿐이어서 어디가 갱고개였는지 찾아보기가 어려울 뿐아니라 갱고개의 의미도 알기가 어렵다. 일부 주민들은 '갱고개'가 아니라 날씨가 갠다는 의미의 '갠고개'이며 해가 잘 비치는 양지바른 곳에 있는 고개라서 '갠고개'라 했으므로 한자로는 '청현(晴峴)'이라 표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근거는 옛 기록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원통리와 충남 부여군 규암면 합정리에 '갱고개'라는 지명이 있는데 고개 이름으로 쓰이고 있다. 청주시 서원구 현도면 죽전리의 '갱치'라는 지명은 한자로 개영치(開榮置)로 표기하고 있으며, 보은군 보은읍 노티리와 충남 아산시 초사동의 '갱치'라는 지명도 '갱고개'와 같은 의미로 역시 고개 이름으로 쓰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고개를 수식하고 있는 '갱'의 의미는 무엇일까? '갱'이 쓰인 지명이 많지 않아서 그 의미를 찾기가 어려우므로 오랫동안 사용되어온 고유어 중에서 '갱'자가 쓰인 말을 찾아보니 '갱엿'이 언뜻 생각이 났다. 국어 사전에서 찾아보
우리가 흔히 평생학습을 떠올릴 때는 어르신들을 위한 취미용 여가활동들로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관내 평생교육기관들의 학습자들을 보면 어르신들만 보일뿐 젊은 청년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2030세대의 청년들은 평생학습에 관심이 없는걸까, 보이지 않는걸까.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진행한 '2020년 한국 성인의 평생학습 실태 조사'에 따르면 25~79세까지 연령대별 평생학습 참여율을 비교한 결과 25~34세 연령층에서 50.2%로 가장 높은 참여율을 보인 반면 65~79세 연령층에서는 29.5%로 가장 저조한 참여율을 보였다. 어르신들의 전유물이라고만 생각했던 평생학습이 사실은 젊은 청년들의 놀이터였던 셈이다. 그런데 평생학습관 주민자치프로그램들에서 왜 청년들을 보기 힘든 걸까. 25~34세의 청년들이 2020년 참여했던 학습영역들을 살펴보면 그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25~34세의 청년들이 참여했던 주요 학습영역으로는 직업능력향상교육이 30.8%로 가장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그 다음으로 문화예술스포츠교육(14.4%), 인문교양교육(8.7%), 시민참여교육(0.4%) 순으로 이어졌다. 2030세대의 많은…
코로나19의 길고도 음습(陰濕)한 터널의 끝은 어디인가. 코로나19가 끝날 듯 끝나지 않고 있다. 이렇다보니 우리의 눈이 미치지 않는 곳의 노약자들은 인권침해와 질병의 고통 속에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다. 장모님은 서울에 있는 요양원에 몇 년을 계셨다. 지난 5월 하순, 몸담았던 요양원에서 폐렴 증세에 이은 호흡곤란으로 119구급대 차에 올랐지만 쉽게 응급실로 가지 못했다. 근처 큰 병원 응급실로 그냥 가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119 구급 대원이 여기저기 병원을 알아본 끝에 남양주시 변두리 북쪽에 있는 어느 병원으로 겨우 이송하게 되었다. 그것도 병원 측이 요구한 '입원하는 조건'을 수락하면서 가능했다. 다음날 가족 2인에 한하여 단 한 번 면회가 허락되었다. 장모님은 깊은 잠에 빠져 흔들어도 움직이질 않으셨다. 의료진에 물으니 환자가 힘들어해서 수면제를 투여했단다. 그 후 10여 일 만에 돌아가셨다. 요양원을 나올 때 요양원에서는 10일 안에 못 돌아오면 재입소가 안된다고 했다. 입원 8일째 되던 날 요양원에서는 재차 확인 전화가 왔다. 그날 요양원에 가서 짐을 뺐다. 장례를 마치고 관할 구청에 요양원 재 입소에 관해 물어보았다. 담당자의…
올해도 벌써 무더위가 찾아왔다. 아직 본격적인 여름 기간이 아닌데도 무더위는 성큼 우리 주변에 와 있다. 매년 반복되지만 올해는 유독 더위가 심할 것이라는 예보가 있어 걱정이 앞선다. 기상청의 6~8월 장기 기상예보에 따르면 온난화 영향에 따라 우리나라 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으며, 일본 등 다른 나라들 역시 같은 장기예보를 내놓고 있다. 기상청 방재기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최고 기온은 대구 37.2도(31일), 홍천 36.9도, 인제 36.8도(이하 24일)다. 서울 낮 기온도 36.5도까지 올라갔다. 장기예보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온도 이에 못지않게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한여름 햇살이 작열하는 오후 들판에서 농사일을 하는 농업인들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얼른 뛰어가서 햇빛가리개라도 받쳐주고, 시원한 생수 한 병 드리고 싶다. 폭염으로 사망자가 있다는 뉴스를 들을 때면 더욱 답답하다. 청주시에서는 폭염에 따른 농작업 주의사항을 수시로 마을방송, 메시지 등을 통해 알리고 있으며, 특히나 연세가 많으신 농업인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더운 여름철 농사일을 할 때에는 새벽 시간을…
총체적인 위기다. 내우외환이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 우리가 잘못해서 일어난 게 아니라서 우리만 노력해서는 수습이 안 되는 특성도 있다. 무엇보다 안보가 급하다. 6·25동란으로 수백만 명이 떼죽음을 당한 이후 크고 작은 도발이 계속되었지만 요즘처럼 위급한 적은 없었다. 자칫 핵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어서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문명시대에 무력으로 남의 나라를 침공할 수 있겠느냐고 생각해 왔던 게 착각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우크라이나는 31년 전까지만 해도 같은 나라였던 러시아로부터 침공을 받고 아비규환에 빠졌다. 옛날 같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면 국제사회가 벌떼처럼 일어나 도와줬다. 세계의 경찰이라고 하는 미국도 말로만 평화를 외칠 뿐 병력은 파견하지 못한다. 인접한 나토도 사정은 비슷하다. 힘이 없으면 떼죽음을 당해도 구해줄 나라가 없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우크라이나는 우리와 유사한 점이 많다. 북한은 핵을 개발하면서 미국을 상대하기 위한 것이지 동족을 향해선 절대 쓰지 않겠다고 다짐해왔다. 최근 남한을 향해서도 핵을 쓸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으니 우크라이나가 같은 나라였던 러시아로부터 침공당한 것과 무엇이 다른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