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화제를 남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끝이 났다. 주인공 우영우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라는 설정의 신선함도 있었으나, 주인공이 주변 사람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모습들을 통해 선사하는 따뜻한 장면 하나하나가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와 고민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도 깊은 울림을 남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출연했던 배우들의 명연기만큼이나 드라마의 매력을 높인 것은 마음에 와닿는 대사들이다. 주옥같은 명대사들 속에 가장 회자되었던 대사는 바로 '봄날의 햇살'이다. "너는 봄날의 햇살 같아. (중략) 너는 나한테 강의실의 위치와 휴강 정보와 바뀐 시험 범위를 알려주고 동기들이 날 놀리거나 속이거나 따돌리지 못하게 하려고 노력해. 지금도 넌 내 물병을 열어주고 다음에 구내식당에 김밥이 또 나오면 알려주겠다고 해. 너는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5회 中)" 로스쿨 시절부터 지금까지 최수연은 늘 옆에서 우영우를 도와주고 응원해주었다. 그런 최수연의 따뜻함을 느끼고 있던 우영우는 그를 '봄날의…
민선 7기 김재종 옥천군수 시대가 막을 내렸다. 먼저 코로나19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군 발전을 위해 노력한 점, 군민의 한사람으로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 지난 4년을 마무리하면서 가장 큰 치적 중의 하나로 공모사업을 꼽았다. 재임 기간 총 212건에 4천827억 원이라는 막대한 사업비를 확보함으로써 역대 어느 군수도 하지 못한 일이라 자평했다. 공모된 사업들이 과연 꼭 필요한 사업인지, 사후관리는 문제가 없는지 성과는 차후 따져보아야 할 문제다.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자치단체에서는 국·도비 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몇 가지 문제점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첫째,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군수, 지방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는 공모사업의 유혹을 뿌리치기 매우 어렵다. 둘째, 공모사업 선정에 기여한 공무원은 승진과 성과금에 결정적인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매력이 있다. 셋째, 마을 이장이나 추진위원장 등 지역 리더들도 생색을 내거나 차후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데 최상의 메뉴다. 넷째, 사업비의 오류다. 사업비 중 적어도 30~50% 정도는 군비가 의무적으로 들어간다. 사업비가 100억 원이면 사실상 국·도비는 50
시와 음악이 흐르는 설렘으로 나의 문학은 시작되었다. 치마 속에 체육복 바지를 입고 친구들과 교정 뒤편에서 말타기 놀이를 즐기던 말괄량이 중학 시절, 가을이면 며칠 동안 소녀의 모습을 하곤했다. 그 당시 남학교였던 음성고 문학 동아리 '길문학'은 해마다 가을이면 문화원에서 시화전을 열었다. 중학 소녀는 시보다는 사람에 끌려 시화전을 날마다 들러 시화 액자 옆에 꽃과 초콜릿을 붙였다. 시화전 마지막 날에는 '작가와의 만남'처럼 작은 시낭송회를 열고 뒤풀이를 하며 사춘기를 보냈다. 그렇게 호기심으로 '시'를 알게 되었고, 나도 그들처럼 멋진 시를 쓰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누구나 한 번쯤 학창시절엔 문학소녀를 꿈꾼다. 꿈을 꾸고 글을 쓰다가 시인으로 문단에 발을 들였다. 시인이라는 허울은 처음에는 으스대기 좋았고, 세월이 흐를수록 그에 걸맞은 글을 내놓지 못해 부끄러웠다. 책을 많이 읽어 글 창고를 가득 채우는 것도 아니고, 습작도 안 하니 졸작으로 명맥만 유지할 뿐이다. 그래도 아직 글을 쓴다는 것은 칭찬할 만하다. 시를 쓰면서 가끔은 낭송을 하기도 한다. 전문적으로 배우지는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잘한다고 해주니 그 말에 힘을 얻어 낭송의 묘미도 알
종량제봉투에는 적정선까지 쓰레기를 담으라고 지시된 묶음선이 표기되어 있다. 쓰레기를 과하게 담게되면 봉투가 찢어져 발생할 수 있는 2차적 오염 뿐만 아니라 찢어진 종량제 봉투의 처리 등 수거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므로 적정양을 버리게 되어 있는 것이다. 테이프 등을 이용하여 과대하게 담은 종량제봉투를 수거하지 않거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지자체도 있기는 하지만 실제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하기는 쉽지 않다. 종량제 봉투에 이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일이 봉투를 뜯어 버린 사람을 확인할 수도 없기 때문이고, 찢어진 종량제봉투를 다시 버린 곳으로 가져다 놓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다시 가져다 놓아도 버린 사람이 본인 쓰레기임을 인지하고 다시 담는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기에 수거하시는 분의 추가적인 노동과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절약도 좋지만 그로 인해 누군가에게 피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 하지 않는 것이 성숙한 시민의 자세일 것이다. 과거 먹을 것도 쓸 것도 부족하던 힘든 시절에는 종이 한 장, 쌀 한 톨 허투루 쓰지 않을 만큼 절약이 미덕이었다. 물론 자원이 넉넉지 않은 지구 살림을 생각하면 현재에도 절약은 우리가 마땅히 지니고
'미호천'의 명칭이 '미호강'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지난 3월 충북도가 환경부에 하천명 변경을 건의하여 국가수자원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7월 7일 관보에 게재함으로써 '천'에서 '강'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미호천은 음성, 진천, 괴산, 증평, 청주 등 충북 5개 시·군을 지나 세종에서 금강과 합류하는 충북 중부권역 대표 하천이며 유역면적이 충북 전체 면적의 25%를 차지하는 등의 위상으로 볼 때 '강'의 명칭 사용은 지당하다고 본다. *** 지리책에 동진강, 미곶강 기록 문제는 '강'이 아니라 '미호천'에 있다. 미호천이라는 명칭은 일제가 이 일대를 효과적으로 수탈하기 위한 식민지 통치 수단의 일환으로 붙인 이름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통용된 어느 지리책에도 미호천이라는 지명은 없다. 동여도(18세기 중엽), 해동역사(1823년), 대동지지(1865년), 증보문헌비고(1903년~1908년)에도 미호천이라는 표기는 없고 물줄기를 따라 구간별로 오근진, 작천, 진목탄, 동진강 등 여러 명칭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것을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가 "여러 이름으로 불리거나 서로 다른 한자음으로 불리는 것을 한가지 명칭으로 보고하라"(조선총독부 관보 638호, 19
사람은 주로 슬플 때 울지만, 웃기고 신기하게도 기쁠 때도 눈물을 참을 수 없습니다. 일단, 그 기전은 우리 몸속의 도파민이란 호르몬의 작용입니다. 기쁜 감정을 느끼면 우리 몸속의 도파민이란 호르몬이 과다하게 생성되면서 호르몬을 분해, 눈물샘을 자극하게 되는데요. 이 때 눈물샘에 저장돼 있던 눈물이 자신도 모르게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입니다. 당연한 생리현상이니 기쁠 때 눈물을 참지 않는 우리가 됩시다. 제가 좋아하는 유시민 작가는 한 방송에서, 패널들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어릴 적, 5남매였던 저희는 나이순으로 일렬로 잠자리에 들었는데, 집 안의 어디선가 놀다가 그 자리에서 잠들었던 저를 아버지가 안아 올려 원래 제가 잠을 자던 자리로 데려다줬던 그 기억이 떠오른다고" 말입니다. "6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그 순간이 생각나는데, 아이들에겐 부모가 세상의 전부구나."라며 분명 그 순간에 깨 있었지만 그 안락감에 행복을 느껴 잠에서 깨지 않은 척을 했다고 했습니다. 필자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지 안했는지는 기억에 남아있지 않지만, 그 내용을 보고 있노라니 저절로 눈물이 흘렀던 것을 보면, 아마도…
강남이 물에 잠겼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는 서울의 길거리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상점과 지하 주차장이 물에 잠기고 길 가던 사람이 쓰러지고 맨홀에 빠져 실종되기도 했다. 이재민들이 망연자실 한탄하는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순식간에 불어나는 물은 늘 무서웠다. 젊었을 때 금관분교에서 근무할 때였다. 장맛비가 쏟아지자 아이들이 창문 밖 운동장을 내다보며 곧 물이 차오르겠네 라고 했다. 이 정도 비에 운동장에 물이 고인다고? 잠시 수업을 이어가다가 운동장을 바라보니 벌써 물이 무릎까지 찼다. 뒷산에서부터 흘러들어와 순식간에 불어난 물을 작은 배수구 구멍이 다 배출할 수가 없었던 거다. 혹시나 비가 더 올까 불안에 떨었다. 다행히 비는 그 정도로 그쳤지만, 순식간에 불어나는 물에 대한 공포가 생겼다. 우리 학교는 괜찮나? 출근길에 교문 앞을 지나가는데 내 자동차 바퀴가 양옆으로 물살을 갈랐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람! 차를 세우고 비가 쏟아지는 학교를 한 바퀴 돌았다. 인조 잔디 위로 물이 찰방찰방했고 배수로 위로 물이 넘실거렸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유난히 장화를 많이 신는다고 생각했는데 이유가 있었던 거다. 통학로마다 비가 많이 고인 곳을 지나가야 하니 장
임진전쟁 당시 선조가 의주로 파천할 때 궁중을 지키던 군사나 신료들은 거의 도망을 갔다. 임금보다는 자신이 먼저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때문이다. 이들이 궁을 먼저 빠져나간 구실은 늙은 부모를 먼저 안전한 곳으로 모셔야 겠다는 것이었다. 춘추관 사관들 마저 사초가 일본군 수중에 들어갈 것을 염려하여 불태우거나 산속에 묻었다. 임금이 탄 말이 궁을 빠져 나갈 때 호위를 한 신료 내관 궁녀 들은 90명 남짓이었다는 기록이 있다. 억수 같이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임금의 말고삐를 잡은 신하는 도승지 백사 이항복이었다. 횃불을 높이 들고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본 중전이 그가 누군가를 궁녀에게 물었다. '도승지 영감'이라고 말하자 중전은 '공의 충성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라고 감동했다는 고사가 있다. 이항복은 먼저 집에서 가족들과 이별했다. 가족들의 울부짖는 모습을 뒤로하고 궁으로 달려간 것이다. 그에겐 바로 '공(公)을 우선으로 하고 사(私)를 뒤로 한다'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승지는 임금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모시는 직책이다. 그는 자신의 가족보다는 임금의 안위를 먼저 생각한 것이다. 의주로 임금을 모시고 피난하면서 친구인 한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전 대표의 관계처럼 기구한 인연도 드물 것 같다. 누구든 세상을 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지만, 이를 분류해보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상대를 상생(相生) 관계라고 하고, 나를 못살게 구는 관계를 상극(相剋)이라고 부른다. 나를 못 살게 구는 상극만 없으면 얼마나 좋을까? 얼핏 이런 상상을 할 수도 있지만 상극이 없으면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자제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준석도 자신을 다스리는 자제력이 부족한 사람처럼 보인다. 자제력이 약하면 자기중심적이어서 조직생활을 잘 못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이준석은 본질을 왜곡하는 둔갑술도 탁월하다. 윤석열이 취임한지 100일뿐이 안된 상태에서 20%대의 지지율을 보인 것은 상당 부분 이준석 때문에 파생된 현상임에도 윤석열이 자신을 몰아내려고 한다고 뒤집어씌운다. 이준석이 당 윤리위에서 자격정지를 받은 것은 성 접대 의혹 때문이다. 막연한 소문이 아니다. 상대 여성의 신원이 밝혀졌고, 그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7억 투자 각서를 써주고, 성 상납이 없었다는 확인서를 받아다가 경찰에 제출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 정도로 구체적이라면 당 윤리위에서 자격정지를…
흔히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강한 것이다라고 한다. 적자생존, 즉 적합한 종이 번성하다는 것이다. 인류가 번성한 비결도 친화력과 협력적 의사소통에 있다. 10여 명의 무리를 짓는데 그친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한 반면, 호모 사피엔스는 100명을 넘는 대규모 집단을 이루고 기술을 고도화 시켜왔다. 사피엔스의 친화력은 타인과 연결되고 세대를 넘어 지식을 물려주게 만들었다. 진화의 역사에서 가장 다정하고 협력적인 종이 바로 인간이다. 우리는 한번도 본적 없는 누군가와 공동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함께 일할수 있다. 동물도 자상한 종이 번성한다. 개보다 강한 늑대는 절멸의 위기를 맞고 있지만 개는 수 억 마리에 달해 가장 성공적인 종이다. 개보다 IQ가 뛰어난 원숭이는 왜 번성하지 못할까? 개보다 공감능력, 즉 교감과 친밀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인간이 손가락으로 어떤 방향을 가리키면 원숭이는 손끝만 바라보지만, 개는 인간의 손끝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공을 던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뛰어간다. 함께 장난을 치고, 주인의 감정을 느끼며 애정을 공유한다. 친화력이 높은 동물은 성장이 빠르고 번식이 쉽고 지배 서열에 순응적이다. 한마디로 길들여지기…
해변의 풀들이 바닷바람에 몸을 맡기듯 나도 여름 태양에 순응키로 했다. 태양-달-지구 순서로 배열되어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이 일어나기 전에야, 물이고 그늘이고 작열하는 태양을 온전히 피할 곳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몸은 후텁지근하고 마음까지 답답한 2022년 여름에는 책과 놀며 더위도 세상사도 잊기로 했다. 일어사전에 '놀다'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즐기다'로 풀이하고 있어 인용하였다. 적어도 하루에 한 권 이상씩의 책을 보기로 마음먹고, 책상 위에는 읽어야 할 책이 대여섯 권 놓이도록 하였다. 어지간한 책은 다음과 같이 읽으면 하루 한두 권은 볼 수 있다. 1. 먼저 머리말과 맺음말을 분명하게 읽는다. 2. 목차를 죽 훑어본다. 3. 단락의 첫 문장만 읽어 나간다. (필요에 따라 끝 문장도 읽는다) 4. 장이나 절의 작은 제목도 읽고 도표도 본다. 5. 눈에 들어오는 문장은 전체를 읽는다. 6. 아래쪽에 있는 각주는 선별해서 읽는다. 올 여름에는 유난히 비가 자주 내렸다. 비 오기 전에 부는 바람은 산 위에서 부는 바람처럼 아주 시원하다. 몽골 사람들은 예로부터 비에 대해 경외심을 갖고 있다는데, 비오는…
만 19세 이상 성인만 따질 때, 한국의 커피 소비량이 세계 평균치의 3배에 달한다. 이 지표를 통해 한국의 여러 상황을 추정하고 또 예측할 수 있다. 예컨대 카페인의 각성효과가 필요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거나 사회적 교류가 활발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물론 이렇게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표들을 교차분석해야 한다. 한국내 지역별 상황도 커피지표를 통해 엿볼 수 있을까? 인터넷신문 '커피데일리'가 국세통계포털(TASIS)의 '100대 생활업종 동향' 6년치 자료(2017년 9월~2022년 5월)를 분석한 결과에서 국내 자치단체별 커피 상황을 비교할 수 있다. 커피음료점 사업자는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8만9천668명으로 9만 명에 육박했다. 커피음료점이 통신판매업(48만7천559명), 한식전문점(41만2천673명), 부동산중개업(14만7천411명), 미용실(11만182명)에 이어 사업자 수가 많은 '톱5 생활업종'에 올랐다. 100대 생활업종은 소매, 음식, 숙박 및 서비스에 속하는 업종 중 우리 생활과 밀접한 품목 또는 용역을 판매-취급하는 100가지 업종을 말한다. 제과점, 패스트푸드점, 편의점도 커피음료를 판매하지만 별개로 분류돼 커피음료점
이달 초, 부산교대의 박수자 총장은 '초등교사 신규임용이 사실상 필요 없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런 의견을 제자에게 전달할 때, 평생을 교사교육에 헌신한 교육자는 몹시 괴로웠을 것이다. 교육백년지대계(敎育百年之大計). 이 말은 교육을 사회발전의 근본으로 보고 먼 장래를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다. 대학 입시가 바뀔 때 학부모가 이 말을 소환하는 경향이 강했다. '교육은 백년지 대계'로 운을 떼기 시작하면 입시제도가 자주 바뀌어 혼란스럽다는 불만이다. 교원양성기관의 총장, 학장, 교수는 장밋빛 미래와 '교육은 백년지 대계'를 연결 지어 국가의 지원금을 촉구할 때 흔히 활용한다. 그러나 불안한 현실에서 더 고통스러운 미래를 이야기한 박 총장은 교육자의 책무성을 보여준다. 교육을 담당하는 최고 기관도 문교부(1978~1990), 교육부(1990~2001), 교육인적자원부(2001~2008), 교육과학기술부(2008~2012)를 거쳐 2013년 교육부로 변경되었다.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이 바뀔 때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혼란스러워 한다. 최근만 하더라도, 2005 개정 교육과정, 2007 개정 교육과정, 2009 개정 교육과정, 2011 개정…
일주일에 세 번 만나기로 했다. 막상 수업을 시작하고 보니 안드레이가 한국어 수업을 매우 흥미로워했다. 듣기와 읽기를 통하여 내용을 이해하고 중심 내용과 중심 문장을 찾는 문제도 거뜬히 해결했다. 방학이지만 시간도 잘 지켜 등교를 했다. 무더위 속에 짜증이 날 법도 한데,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시간에 맞춰 왔다. 외국인 학생치고 보기 드물게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학생이다. 특히 시간 약속을 잘 지킨다. 그래서 자주 칭찬을 받곤 한다. 특별한 행사가 있어서 수업 시간이 변경되어 한국어 수업에 좀 늦거나 반대로 시간이 앞당겨질 때는 반드시 미리 연락을 해 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끔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는 것이다. 운동도 잘하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며 한국어도 유창하고 한국 음식도 잘 먹는 편인데…. 안타까운 마음에 퍼뜩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이번 여름 방학 수업시간에 방학 숙제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그래서 안드레이의 생각은 어떤지 물어보았다. 마침 안드레이도 방학 숙제를 걱정하고 있었다며 손가락을 튕겨 소리를 내면서 좋다고 했다. 우리는 갑자기 출발선에 선 선수처럼 바빠지기 시작했다. 먼저 과목별 숙제 목록을 살
우리의 일상생활을 뒤흔들어 놓았던 코로나19가 재유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 요즘, 나는 청주시한국공예관에서 전시해설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깜깜한 전시장에 조명을 밝히고 밤새 이상 없었는지 점검하고 사무실로 간다. 인터넷 예약 상황을 확인한 후 준비물을 챙겨서 전시장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이제는 전시해설사, 도슨트의 역할에 대해 많은 분이 알고 계시지만 간단히 적어보자면, 큐레이터가 전시를 기획해 작가들을 섭외하고 작품 전시를 준비하면 도슨트는 작가와 작품에 대해서 조사하고 스토리텔링을 준비해 전시장에서 방문객들의 관람을 도와준다. 아무 기대 없이 우연히 들른 분에게는 전시 관람의 재미를 주고, 관심이 많은 분에게는 작업 기법이나 작품의 깊이 있는 분석으로 알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때론 작가나 관련 전문가들이 방문할 때도 있는데 그때는 오히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적당한 타이밍에 질문사항들을 해결한다. 이번 혼행일치 전시는 어린이들의 공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워크시트가 준비됐다. 전시를 관람하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워크시트를 꾸미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사진을 찍어봤다. 물론 시민기록활동가 양성과정에서 배운 대로
무엇보다 깨끗하고 정정당당해야 할, 정정당당 했을 것이라고 믿었던 스포츠가 날로 오염돼 가고 있는 느낌이다. 지난 6월 16일 'DB 그룹 한국 여자오픈' 골프 대회가 있었다. 이 대회가 끝나고 한 달이 지난 7월 25일 신인 유망주 윤이나 선수는 내 공이 아닌 다른 사람의 공을 쳤다는, 이른바 오구(誤球, Wrong ball) 플레이를 신고했다. 러프에 떨어진 공을 쳤는데, 그린에 올라가 보니 자신의 공이 아닌 것을 알았다는 것이다. 이때 신고를 하고 2벌타를 받아 경기를 진행했으면 탈이 없었다. 코치, 캐디, 가족들이 모두 알았지만 한 달간 감추고 있었다. 그러다 여론에 떠밀려 신고를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렀다. 골프는 '심판 없는 스포츠'라 하여 골프인들은 자부심이 크다. 아무리 나이 어린 19세라 해도 엄연한 프로골퍼로서 골프인의 자존심을 져버렸다는데 사람들의 실망은 크다. '박세리를 능가할 선수'로 촉망받는 신인이 저지른 실수라 더 안타깝다. 골프에서 오구 플레이는 승부조작에 준하는 반칙으로 골프에서 가장 금기시 한다. 이 사건을 보는 시각은 둘로 나뉜다. '나이가 어리고 반성하고 있으니 기회를 줘야 한다'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그냥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야외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었다. 그러나 생각을 해보면 우리는 코로나 이전에도 KF94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밖에 나갈 준비를 할 때 오늘의 날씨를 확인하면서 한 가지 더 확인하는 것이 있다. 바로 미세먼지 농도다. 가끔 핸드폰 알림문자로 미세먼지 경보, 주의보 등 알림 문자가 온다. 미세먼지가 몸에 안 좋은 물질인 것은 모두가 아는데, 정확히 미세먼지가 대체 무엇이며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미세먼지란 입자의 지름이 작아 대기 중에 부유하고 있는 흡입성먼지를 말한다. 주로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대기 오염물질이 공기 중에서 반응하여 형성된다. 이러한 미세먼지는 대기와 지구 사이의 복사 평형에 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으로서 작용한다. 구름이 형성되기 위한 응축핵이 되기도 하고,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등 대기 중 수많은 화학적 반응에 관여한다. 미세먼지는 입자의 크기에 따라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미세먼지(PM10)는 대기 중 공기역학적 지름이 10μm 이
-인성교육진흥법과 학교 현실 날로 심각해지는 청소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 인성교육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2015년 제정된 이 법의 핵심은 '국가·지자체·학교에서 인성교육을 의무화하고, 그 교육성과를 평가하며, 이 교육을 담당할 인성교육 단체, 교육원, 프로그램을 정부 기관에서 인증 및 허가한다'이다. 우리나라는 정규교육 과정에 '도덕' 과목이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이다. 이 과목은 암기 내용이 많다 보니, 학생들이 시험을 칠 때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다른 과목과 비교하면 만점을 받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점수를 잘 받았다고 해서 이 학생들의 도덕 의식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을까. 학교에서 학생들은 여러 가지를 배운다. 그 중 하나가 친구들과의 교류를 통해 사회성을 익히고 연대를 훈련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학교는 단체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을 하는 곳이다. 그러나 이러한 학습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듯하다. 학생들이 배우는 내용이 삶과 밀착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현행 교육이 교육자 혹은 기성세대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현행 교과는 가르치기 용이한 것, 측정하기 수월한 것에…
언어는 사람 간의 직접소통에 중요한 요소다. 직접적 소통은 사람의 표정, 말투, 몸짓 등에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언어를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동일 문화권에 사용되는 언어는 문화적 동질성을 나타내는 동시에 유대감을 형성하는 기본 조건이 된다. 소규모 지역도 지역마다 특유의 언어 표현 방법이 있는데 그것이 지역화가 되어 지역 방언으로 기능을 하게 되고 사투리 사용으로 지역민 간 유대감이 강해진다. 동일한 언어는 감정적 유대감의 기초이며 특유의 언어 표현법은 유대감을 극대화 시키는 것이다. 일정 지역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언어는, 지역의 물리적 공간에 대한 유대감을 나타내며 감정 공유와 문화 동질을 나타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직접소통과 다른 간접소통에서는 기록이 중요하다. 기록은 그 지역 언어를 바탕으로 음을 기록하는 것을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아이가 처음 음을 내는 방법은 가장 소리를 쉽게 내는 방법인데 입술을 움직이며 숨을 뱉는 행위를 통해 처음의 언어가 나오게 된다. 그러다 점차 다양한 언어를 하게 된다. 오랜 시간 이런 소리를 정리하게 되고 개, 돼지와 같은 동물들을 부르는 동일한 언어로 정리하게 되며 이를 기록하게 된다. 글로 정리를 하면 개, 돼지
참으로 따듯한 이름이다. '포옹의자', 이름만 들었을 때는 나도 그 의자에 안기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요즘 ENA채널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드라마 보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도 요즘은 챙겨 보는 프로그램 중에 하나다. 그동안 법정에 관련된 많은 프로그램이 있었다. 아무래도 범죄와 관련된 이야기다 보니 치열한 공방 속에서 밝혀지는 진실보다는 음모, 비열함 등이 난무해 나중에는 참담함을 느꼈던 순간이 여러 번이었다. 물론 다른 드라마도 그렇지만 유독 법정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는 데는 따뜻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우영우 변호사가 문제 해결을 앞에 놓고 고전을 할 때, 문득 고래가 헤엄쳐 다가오는 장면이 나타나면 우영호 변호사에게 해답을 안겨주곤 한다. 드라마의 각본은 감독의 몫이라 하지만 그 발상이 얼마나 동화적이란 말인가. 어쩌면 이런 변호사도, 이렇게 해결되는 일도 우리 현실에서는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희망과 위로를 주는 드라마임에는 틀림이 없다. 얼마 전 라디오에서 청취자가 들려주었던 말이 생각난다.…
얼마 전에 태국 생두 농장에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태국에 커피 나무가 자란다니…. 흔히 말하는 로부스타 종만 있겠지?' '태국 카페 문화는 어떤 문화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태국에 도착하였다. 도착해서 처음 맛본 태국 음식들은 기본적으로 새콤, 매콤 그리고 짜게 느껴졌다. 그리고 생각지도 않았던 과일들과 다양한 향신료들을 음식 재료로 이용하는 것도 신기했다. 한국에서 먹었던 태국 음식은 많이 한국화된 것이구나 생각도 들었다. 다음날 방문한 태국 생두 농장은 국가에서 관리하는 곳으로, 일반인들은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고 했다. 커피 관련 종사자들의 도움으로 한국인들은 최초로 방문한 것이라고 했다. 방문한 농장은 세계 각국에서 자라는 아라비카종 커피 나무들을 가져다 관찰하고, 교배 등을 통해 태국에서 재배될 수 있게 하거나, 질 좋은 품종으로 개량하는 등 다양하게 연구하는 곳이라고 했다. 농장에서는 커피 나무를 나라별로, 종별로 재배하고 있었다. 가장 큰 생두로 알려진 리베리카 커피 나무를 처음 봤지만, 리베리카처럼 큰 생두를 갖는 엑셀사 커피 나무가 있다는 것도 알았다. 여러 종류의 커피 나무들과 병에 걸린 커피 나무들을 구분하는 방법에
코로나19 창궐 이후 지폐 만지기가 꺼려진다. 다행히 요즘은 굳이 지폐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 지폐 대용물로 신용 카드가 있어서다. 이에 편리한 반면 돈의 가치도 다소 희석되는 기분이다. 전에는 많은 지폐를 일일이 손가락으로 세노라면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불렀잖은가. 또한 이젠 지폐를 셀 필요가 없다. 네모난 플라스틱 재질의 신용 카드 및 스마트폰 앱은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조차 재화(財貨) 역할을 톡톡히 해줘서다. 이런 세상이다 보니 전처럼 지갑이 두툼하도록 지폐를 넣지 않는다. 지폐를 논하노라니 젊은 시절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직장에서 첫 월급을 타던 날이다. 월급봉투를 고스란히 어머니께 갖다드릴 생각에 기분이 들떠서 시내버스를 탔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린 후 무심코 핸드백을 열어보던 필자는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소매치기가 용케 돈 냄새를 맡고 첫 월급을 몽땅 털어 간 것이다. 핸드백 밑이 예리한 칼날에 의하여 베인 듯 가로로 찢어져 있었다. 월급봉투뿐 만 아니라 그 안에 들었던 자질구레한 소지품들이 모두 버스 바닥에 쏟아진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른 채 빈 가방만 들고 버스에서 내렸다. 그날따라 유독 많은 사람들로 버스 안은 만원이었다.…
충북 도민의 젖줄인 미호천이 미호강으로 격상되고 미호강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하니 바다가 없는 충북에 대청호, 충주호는 물론 미호강, 남한강 물길에 레이크파크를 조성함으로써 아름다운 호수의 바다, 환경과 생명의 바다, 문화와 예술의 바다가 만들어진다는 부푼 기대를 하게 된다. 강에는 저마다의 발원지가 있다. 발원지의 의미는 강의 시작에서 끝이 바다에 닿는 거리가 가장 긴 곳을 말한다고 하는데 그 시작점을 어디로 삼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서로 자기 동네가 발원지라고 주장하여 논란이 되곤 한다. 그래서 연중 마르지 않는 물길을 기준으로 삼기도 하고 또는 솟아나는 샘물을 발원지의 기준점으로 삼기도 한다. 그동안 미호강의 발원지는 일반적으로 음성군 삼성면의 마이산으로 이야기하면서도 고서에 기록된 마이산의 옛이름인 망이산, 또는 망이산성을 발원지라 하기도 하고, 언론에 따라서는 도청천의 시작인 금왕읍 부용산을 언급하기도 한다. 또한 발원지가 강의 본류에서 가장 긴 상류를 가리킨다고 할 때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의 칠장사와 죽산면 당목리도 미호강의 발원지라 주장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러한 논란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도 이번 기회에 발원지를 명확히 밝혀
오래전 중국의 당나라 때의 한 스님과 제자들의 일화 중 청렴에 관한 이야기이다. 칠백명의 제자가 있는 홍인(弘忍) 스님은 제자 중 누가 수행을 잘하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모두들 가장 뛰어난 제자로 신수(神秀)를 추천했고, 신수(神秀)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와 벽에 글을 적었다. "몸은 보리수요, 마음은 명경대이로다. 늘 부지런히 닦고 닦아 작은 티끌이라도 남기지 말아야한다" 몸을 나무처럼, 마음을 거울처럼 닦게 되면 먼지가 묻지 않을 만큼 깨끗하다는 의미이다. 수행 중에 세상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마음의 순결을 유지하라는 뜻이다. 홍인(弘忍) 스님은 신수의 글을 극찬하며, 다른 제자들에게도 벽에 있는 글을 읽게 했다. 하지만 또 다른 제자 혜능에게 벽에 있는 글을 비판하며 이렇게 말한다. "이 게는 경이롭기만 할뿐 공성을 깨닫게 하지 못한다." 수행을 해서 몸과 마음이 닦으면, 만물은 비어버려서 먼지가 묻을 걱정을 하지 않고 계속 먼지를 닦을 필요도 없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홍인(弘忍) 스님은 혜능의 글을 더 높게 평가했다. 이 이야기는 청렴을 대표하는 사자성어 일진불염(一塵不染)의 유래이다. 일진불염(一塵不染)이란 一(한일), 塵(티끌 진
이기적으로 살기로 했다. 오직 나만을 생각하며. 그동안 가족들 뒷바라지에, 직장 일에 얼마나 많은 날을 쉬지 않고 달려왔던가. 나를 위한 시간은 늘 뒤로 뒤로 미뤄놓다 보니, 내가 누구인지 왜 사는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올여름은 나 혼자 먹고 나 혼자 자고 나 혼자 나를 만나고 나 혼자 산책하고 나 혼자 책을 보기로 했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나를 뒤적여 볼 생각이다. 혼자라는 것은 얼마나 호젓할까. 나를 아는 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나를 찾아가는 일, 생각만 해도 두근거렸다. 다섯 시간을 달려 도착한 그곳엔 바람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내비게이션상으로는 네 시간 이십 분이 찍혔었다. 하지만 워낙 공간지각력이 떨어지고 길치인 나는 길을 잘못 들어 헤매기를 몇 차례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예상 시간보다 무려 사십 분 늦게 당도했다. 차에서 내린 나를 처음 맞아준 것은 바닷바람이었다. 두 팔 벌려 반기는 바람의 환대에 한참을 품에 안겨 죽림리 해변에 서 있었다. 미역처럼 길게 펼쳐진 해안도로에 파도 소리가 몰려왔다. 멀리 수평선이 밑줄처럼 그어진 곳엔 갈매기들이 춤추고 있었다. 방을 배정받고 짐을 풀었다. 폐교 옆에 딸린 부속 건물이었다. 폐교는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