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목동 잠수정 밀린 세를 받으러 갔다 반지하 셋방이 잠수정처럼 어둠에 반쯤 잠겨 있었고 길바닥이 턱밑까지 차올라 있었다 문창살에 매달린 불빛이 제 몸을 채 썰어 도주를 하고 있는 사이 믹스커피 냄새가 천장을 향해 자라난 곰팡이 냄새와 난처하게 섞이고 있었다 반지하 수압에 가자미처럼 납작해진 사람들 일자리를 잃고 더 깊이 모래 속으로 박히고 있는 남자 건조대에 널린 아이들에게서 물에 불린 미역 냄새가 났다 이거 정말 면목 없습니다 면목 없는 남자는 되돌아가는 주인 여자를 향해 찬 파도를 맞으며 오래 문을 열고 서 있었다 여자가 올라가는 계단을 비추던 불빛을 거두고 문이 닫혔을 때 출렁, 잠시 잠수정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가라앉았다 다는 아니겠지만 서울로 유학을 가 본 사람들이나 상경하여 정착한 사람들은 저렴한 서울의 반지하에 살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작은 창문으로 비춰 들어오는 햇빛만으로는 늘 부족해 낮에도 전등을 켜놓았었다. 지나가는 발소리, 길고양이 울음소리, 전화 통화를 하는 누군가의 사생활을 풍겨오는 담배 냄새와 함께 늘상 듣고 살았다. 늦은 밤 가끔 술 취한 사람의 볼일 보는 소
처서가 지나면서 조석으로 불어오는 찬 바람이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절기에 따른 날씨 변화는 결코 틀림이 없다. 올여름에 맹위를 떨치던 폭염도 결국은 가을의 시작과 함께 막을 내리는 것 같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점점 한반도 기온이 상승하는 것은 분명하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지난 1000년 동안 지구 온도를 분석한 결과를 보아도 지구의 온도가 증가하는 것은 팩트이다. 특히 얼마 전 우리나라를 강습한 대홍수 또한 기후변화의 재앙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단지 기온 상승에 따른 한 계절 동안 폭염만 있다면 이는 참고 견딜 수 있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수반된다면 이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올해 한반도가 경험하였듯이 미처 대비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실로 막대하기 때문이다. 금년 집중 호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하여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 손실이 있었다. 가까운 북한도 예외가 아니었다. 우리나라의 강남 일대가 침수될 때 북한의 신의주를 비롯해 여러 도시 지역이 물에 잠기는 피해가 있었다. 실로 기후변화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금년 한반도를 강습한 비는 10
가정마다 배달음식을 이용하는 비율이 크게 늘었다. 배달음식에 이용되는 플라스틱 그릇의 수요도 크게 늘면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사태에도 생활폐기물은 가파른 증가 추세를 타고 있다고 한다. 플라스틱은 500년이 지나도 분해되지 않는다. 생태계 내에서 플라스틱은 미세한 입자로 부서지며, 이러한 미세플라스틱은 생물 체내에 축적되는 생물 농축 현상을 일으킨다. 이 생물 농축 현상 때문에 먹이사슬의 상위 계급으로 갈수록 체내에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결국 먹이사슬의 최종 소비자인 인간에게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이러한 플라스틱의 생물 농축 현상에 대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대체로 내용을 인지하고 있으며, 분리수거 또한 잘하는 편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플라스틱 재활용 업체에서는 분리수거한 플라스틱을 어쩔 수 없이 소각하고 있다고 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재활용 업체에서는 기본적으로 깨끗한 플라스틱만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배출하는 플라스틱에는 각종 음식물 찌꺼기가 묻어 있는 경우는 물론, 비닐 랩, 휴지, 나무젓가락 등과 함께 수거되는 경우가 많아 재활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PET, PP, PE 등 플라스틱 재질과 색깔에…
공무원이 되고 나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청렴이다. 그래서 공직자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단어는 '청렴'이다. '청렴'이란 사전적 의미로는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을 말한다. 부끄러움 없이 깨끗한 마음씨를 가지고 자기 직분을 다하는 일 또는 사리사욕에서 벗어나 공평하게 일을 처리하는 공직자의 자세라고 정의를 하기도 한다. 청렴은 예나 지금이나 공직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것이다. 공무원의 6대 의무로는 성실의 의무, 복종의 의무, 친절 공정의 의무, 종교 중립의 의무, 비밀 엄수의 의무, 청렴의 의무, 품위유지의 의무가 있다. 이 중 공무원으로 갖춰야 할 제일 중요한 의무이자 기본적인 덕목은 청렴의 의무이다. 공직자로서 청렴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이나 공기와 같이 청렴은 공직자로서 생존과 성장에 가장 큰 토대가 된다. 청렴의 반대되는 말은 부패이다. 가장 경계해야 하고 멀리해야 하는 것이다. 부패가 만연한 국가는 결국 존립할 수 없다.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청렴이 중요한 덕목이다. 조선 초기 문신 정갑손의 이야기이다. 성품이 맑고 곧으며 준엄했던 정갑손은 자식들도 감히 사사
평화는 우리 시대의 중요한 화두다. 대체로 전쟁이나 국가 간 혹은 국가 내부에 갈등이 점철되는 시기에 평화에 대한 관심은 고조된다. 지금 남북관계에서 갈등은 지속되고 있고,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시기다. 세계 곳곳에서 민족, 인종, 계층 간 갈등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이런 시기에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인간 사회에서는 평화에 대한 추구는 끊임없이 있었다.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평화는 요구되어 왔다. 시대적 혼란이 가중되던 춘추전국 시대에서 학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평화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유가들은 공동체에서 인간의 도리를 강조했다. 인간을 교화해서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묵자의 경우는 겸애(兼愛)를 공동체의 덕목으로 내세우면서 전쟁을 죄악으로 보고 침략에 대한 방어전쟁을 평화의 수단으로 보았다. 그는 비공(非功)·비전(非戰)을 통해 평화가 가능하다고 봤다. 고대 그리스 학자들도 비슷한 논리다. 수백 개의 폴리스가 끊임없이 전쟁했던 시기를 살았던 플라톤도 그가 설파했던 이상국가에서 평화를 서로 다른 사회집단 사이의 협조와 우정으로 이루어진 질서로 파악했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폴리스에서 최선의 삶을 유지하
충무공(忠武公)이라는 시호(諡號)를 받은 무장(武將)은 이순신을 비롯하여 조영무, 남이, 구인후, 정충신, 이준, 김시민, 이수일, 김응하 등 아홉 명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충무공 하면 오직 이순신 장군만을 떠올린다. 너무나 훌륭한 명장(名將)이라 광화문에 동상이 세워졌고 아산 현충사 사당을 지어 온 국민이 존경하고 추모하는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사오니 죽기를 각오하고 싸운다면 능히 적을 이길 것이옵니다."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라는 명언은 임진왜란에 나라를 구하고 장렬하게 전사한 불후(不朽)의 명장이다. "대장부로 세상에 나와 나라에서 써주면 죽음으로써 충성을 다할 것이요, 써주지 않으면 야인이 되어 밭갈이하면서 살리라(丈夫出世 用則效死以忠 不用則耕野足矣)"고 했다. 임용발령을 기다리며 자신의 보직이나 출세를 위하여 권문세가에 아첨하거나 영화를 탐내지 않기로 한 결심으로 보인다.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꿈나무들 중에는 청소년시절을 보내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꿈을 키우려는 의지가 약한 청소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순신 장군의 11가지 생활신조가 감동을 안겨주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① 집안이 나
세계 에너지 수급이 위기를 넘어 대란(大亂)에 이르고 있다. 천연가스를 비롯한 석유와 석탄가격까지 폭등하면서 E플레이션(에너지+인플레이션)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전력을 담당하는 한전은 올 상반기에만 14조3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연료비 급등으로 발전 자회사로부터 전력을 비싸게 사서 소비자에겐 싸게 파는 '역마진' 구조가 굳어지면서 발생한 예견된 적자다. 유래없는 원자재가격의 상승속에서 2022년 3분기에 연료비조정단가 kwh당 5원 조정, 4분기부터는 kwh당 4.9원 요금이 인상된다. 그러나,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살 때 기준이 되는 2022년 상반기 기준 구매가격(kwh당 169.3원)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판매가격(kwh당 110원)으로는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좀처럼 개선될 여지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손실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작년부터 국제 에너지價의 급등 (전년대비 두바이유 44%, LNG 56%, 석탄119%) 에 따른 것으로, 통제 불가능한 외부비용이 급증한 것이 주 원인이다. 한전은 최악의 영업손실에 대응하기 위해 비핵심 자산 매각 등 고강도의 자구노력을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이대로
카드를 쓰다 보면 잔액이 없어 당황할 때가 있다. 드림흥정하듯이 나누어서 지불하는 것도 번거롭고 그래 잘 쓰지 않는다. 미리 미리 넣어두면 간단한데 아무리 많아도 잔액에 신경 쓰기는 마찬가지일 테니까. 어느 날 내게 추억 통장이 하나 생겼다. 비밀번호도 필요 없고 아무 때나 출금이 가능하다. 찾아 써도 늘어나고 새로 넣으면 더더욱 늘어난다. 어디 은행에서 발급받은 게 아니라서 잃어버릴 염려도 없거니와 다른 사람이 찾아 쓴들 걱정할 게 아니다. 뒤늦게 알고 나면 자기에게도 있음을 깨닫게 될 테니 오히려 좋은 일이다. 내가 잃어버린 통장으로 누군가는 잃어버린 행복을 찾게 된다. 강물도 쓰면 준다지만 그럴 염려가 없는 전천후 통장. 특별히 밤에도 꺼낼 수 있어서 편리하다. 일반 통장 같으면 컴퓨터를 여는 등 번거롭지만 추억통장은 생각하는 동시에 인출이 된다. 잔고에 신경을 쓰거나 힘들게 벌어서 입금할 필요가 없다. 축복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이나 여행을 다닐 때는 훨씬 많이 꺼내게 되고 동영상이 나오면서 만리성을 쌓기도 한다. 넝쿨째 들어오는 행복은 흔하지 않으나 추억 통장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축축이 꺼내 볼 때마다 잠깐 행복에 젖는다. 가끔
세상은 만만치 않고 살아가기가 힘들다. 계획한 대로 되는가 하면, 계획한 것과 어긋나는 경우도 많다. 계획한 대로 된다고 믿는 사람들은 '어떤 행위를 하면 반드시 이러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라고 단언한다. 반면 계획한 것과 어긋난 사람들은 '실제로 도달되는 결과는 예상밖에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다반사이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심리학적 모델 적용이 가능할까· 과도한 일반화 적용 사례라 할 수 있겠지만, 계획한 대로 된다고 믿는 사람들은 행동주의 심리학 모델 적용이 가능하다. 행동주의 심리학 이론은 어떤 특정한 반응을 보이지 못하던 자극(중성 자극)이 그 반응을 무조건적으로 끌어내는 자극(무조건 자극)과 반복 연합되어 그 반응을 유발한다고 보았다. 또한, 어떤 반응에 대해 선택적으로 보상함으로써 그 반응이 일어날 확률을 증가 혹은 감소시킨다고 보았다. 이는 계획한 대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이론이 아닐까 한다. 한편 '실제로 도달되는 결과는 예상밖에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다반사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형태주의적 심리학 모델로 설명되기도 한다. 형태주의 심리학 모델은 사람들이 어떤 대상(현상)을 지각할 때, 대상을 구성하고
MBC 인기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이 신입기자가 돼 취재에 임한 적이 있다. 그는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키오스크를 어르신들이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지 취재하겠다고 당당하게 나섰지만, 어르신들은 둘째 치고 유재석 본인도 영화티켓 한 장을 가까스로 구매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TV를 보며 웃다가 얼마 전 나의 상황이 오버랩되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주말 세 살배기 아이를 데리고 햄버거 전문점에 들어갔다. 그 매장에는 키오스크가 1대 뿐이었고 점심시간 이후였는데도 2~3명의 손님들이 내 뒤에 줄을 서 있었다. 몇 번의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있었기에 당당하게 터치스크린에 손을 가져갔지만 감자튀김을 다른 메뉴로 바꾸는 과정에서 문제가 시작됐다. 엉뚱한 메뉴를 골라 당황한 나는 삭제 버튼을 찾다가 모든 메뉴를 지워버렸고 갑자기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의 눈빛이 따갑게 느껴졌다.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결국 원하던 사이드 메뉴가 아닌 기본 메뉴를 급하게 가까스로 결제하고 햄버거를 받을 수 있었다. 몇 번의 이용 경험은 있었
계절마다 그 계절이 내는 소리가 있다. 입추와 말복도 지나 이제 처서다. 아침과 저녁으로 가을소리가 더 가깝게 들린다. 옛 시인들은 오동잎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소리를 가을소리라고 했다. 가을엔 가을의 소리가 있다. 갈대밭과 억새밭, 낙엽들이 구르는 소리도 가을소리의 대명사지만 베짱이, 방울벌레, 여치, 메뚜기나 귀뚜라미 같은 가을을 알리는 풀벌레들이 내는 가을소리는 묘한 선율을 타고 우리들 귀를 통해 머리가 아닌 가슴속을 파고든다. 귀뚜라미는 잡식성이라 도심의 아파트 정원이나 집 마당에도 살지만 벼를 먹고 사는 베짱이는 산골 논이나 억새가 우거진 수풀까지는 나가야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방울벌레는 마치 방울이 굴러가는 듯 '띠링, 띠링, 띠링' 청아한 소리를 낸다. 방울벌레가 날개를 올리면 고음이 나고 내리면 저음이 난다. 베짱이와 여치는'치이, 치이, 치이'소리가 서로 비슷하다. 베짱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도 지금은 듣기 힘든 베짜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었다고 한다. 1930년대 서울에서는 가을이 오면 베짱이 장사가 나타났다고 하는데, 베짱이를 파는 베짱이 장사라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베짱이를 방안 장롱 안에 놓고 그 소리를 즐겼다고 한다
제법 뜨거운 햇빛도 차침 가을빛으로 바뀌고 아직은 짧은 옷가지가 어울리지만 겉옷을 둘러도 어색하지 않은 계절의 변화가 점점 뚜렷해진다. 요즘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등으로 청주권역 아파트 분양이 늦어지고 건설사들의 분양과 준공 일정 계획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올해 초 청주시는 15개 지구에 1만4천900여 세대의 아파트가 분양될 예정이었는데 원자재 가격 급등과 금리 인상 등이 겹치면서 아파트 분양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인상을 공급자 측면으로 볼 때 금리 인상은 수요자 측면으로 부동산 경기 전반에 걸쳐 영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에 대한 부담은 매수심리를 크게 위축시켜 수요가 줄어드는데 이 위축된 심리는 부동산 가격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시장 분위기는 지수에서도 나타났는데 한국 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청주권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보다 0.07% 떨어져 6월 둘째 주 이후 10주 연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고, 충북권 전체 아파트값도 일주일 만에 0.05% 내려 2020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폭을 나타냈다. 또 아파트 가격 하락은 전
다알리아, 여름이면 친정집 앞을 화사하게 밝혀 주던 꽃이었다. 하지만 여간 키우기 힘든 꽃이 아니다. 부지런해야 키울 수 있는 꽃이다. 꽃이 지고 늦가을이면 엄마는 어김없이 뿌리를 캐어 비료 포대에 담아 건넌방 구석에 잘 모셔놓는다. 다알리아가 다시 세상을 나오는 건 따뜻한 봄이다. 엄마는 그렇게 다알리아를 심고 거두는 일을 매년 행사처럼 잊지 않고 챙겼다. 10여 년 전 5월의 어느 날 엄마는 읍내 막내 딸네를 다녀가시다 그만 도랑으로 굴러 떨어지는 바람에 뇌를 다치고 말았다. 그 후 엄마는 살림은 물론 사람도 잘 알아보지 못하는 치매를 앓기 시작하셨고 요양원에서 생활을 하시게 되었다. 그해 여름 언니와 나는 엄마를 모시고 잠깐 친정집을 들르게 되었다. 분명 주인도 없는 집인데도 집 밖의 담장은 물론이고 마당에도 꽃들이 잔치를 벌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마당의 터줏대감인 하얀 진달래는 탐스러웠을 꽃송이들을 땅에 떨구고 있었고, 집밖을 지키던 다알리아는 담장을 기대고 서서 단아한 얼굴로 엄마의 귀환을 환영하고 있었다. 엄마는 워낙 꽃을 좋아하는 분이셨다. 친정집 앞의 큰길가는 엄마가 심어 놓은 금잔화와 과꽃이 여름에서 가을까지 지나는 사람들에게…
지난 8월 13~14일 서울에서 세계 최대의 전기차 레이싱이 열렸다. 전기차 레이싱 중계방송을 보면서 최대 속도 280km/h까지 가능한 전기차의 성능에 놀랐고 기본의 매연기관차 레이싱과 다르게 소음이 적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랐다. 중계 아나운서 역시 '전기차이기 때문에 매연과 소음이 적어서 도심지에서 레이싱 경기가 진행되는 놀라운 광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친환경 차라고 하는 전기차 레이싱이 매연기관 차와 비등한 성능으로 레이싱을 한다는 사실에 미래차에 대한 기술이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소위 '친환경 차'라고 하는 전기차, 수소차가 과연 진정한 친환경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전기차, 수소차를 친환경으로 분류하는 기준이 차를 생산해서 폐차할 때까지 전 과정에 대해서 친환경이어서 친환경이라고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전기 배전함에 '전기는 국산이지만 원료는 수입입니다.'라는 문구가 쓰여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전기차 운행을 위한 전기를 생산하는 주된 발전비율은 2020년 기준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 40%, 원자력 38.9%에 달한다. 그에 반해 풍력,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발전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과 국토 불균형이 심하다는 것은 국민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국토균형발전'은 역대 대선에서 어김없이 제시되는 공약 중의 하나다. 윤석열 대통령도 공약으로 '골고루 잘사는 대한민국'으로 제시하였다. 선거 때마다 주요 공약으로 등장한다는 것은 '국토균형발전'이 국민이 원하는 주요한 과제이며, 또한 실현이 어려운 과제라는 것을 의미한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수도권 규제를 통해 지역에서의 유출 방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지역발전에 가장 큰 요소는 인적자원이다. 그런데 최근 고등학교 성적 우수졸업자 대부분이 서울에 소재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지역을 떠나고 있다. 서울의 중위권 학생들은 지방에 소재한 대학으로 입학한다. 서울에 소재한 대학에 진학했던 학생들은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의 기업에 취업하고, 지방 소재 대학에 진학했던 학생들은 졸업 후 다시 서울과 수도권에 취업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양상은 최근에 훨씬 심해졌다. 과거에는 지역의 국립대학과 서울의 중위권 대학에 동시에 합격이 가능한 경우 지역의 국립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지역의…
친구 여식의 결혼식에 가려고 축의금 봉투에 '축 화혼'이라고 쓴다. 그렇다고 내 글씨가 빼어나게 잘 쓰는 명필은 아니다. 반듯한 인쇄 봉투를 마다하고 굳이 손 글씨를 고집하는 이유는 어렵사리 손편지를 쓰시던 어머니 글씨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이따금 컴퓨터 자판으로 쓰는 정형화된 글씨에 주눅이 들기도 하지만 나는 동글동글한 내 손 글씨가 좋다. 중학교에 들어가서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 펜글씨 연습을 하는 나에게 "글씨는 그 사람의 마음이고 얼굴이다." 시며 내면을 갈고 닦듯 한 자 한 자 똑바로 쓰라시던 아버지 말씀이 아직도 생생하다. 셋째 오빠가 해병대에 입대하고 얼마 지나 청룡부대로 월남전에 파병되었다. 자식을 전쟁터로 보내고 가슴 졸이며 눈물을 삭이던 부모님의 모습은 어린 나에게도 슬프게 다가왔다. 힘겹고 막막하던 세월에 목숨을 담보로 타국에 아들을 보낸 부모님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라디오로 베트남의 전쟁 소식을 듣는 게 전부였으니 서로 연락할 수 있는 통신 수단은 오직 편지뿐이었다. 어느 날 청룡부대에 같이 갔던 남주동 사는 김 병장이 전사했다는 소문이 들렸다. 그러던 중에 오빠한테서도 연락이 끊겼다. 소식을 기다리던 우리는 월남에 있는 오빠에게
제천시 봉양읍 옥전리에 댓골이라는 지명이 있는데 대나무가 많았다 하여 한자로 '죽동(竹洞)'이라 표기하지만 음차를 하여 '대곡(垈谷)'이라 표기하기도 한다. 진천군 초평면 용산리의 '댓골'은 골이 크고 깊다 하여 '대굴'이라고도 부르고 '대구동(大口洞)'이라 표기하였다. 충주시 신니면 마수리의 가섭산 계곡에도 '댓골'이라 불리는 지명이 있는데 그 의미를 알기가 어렵다. 전국의 지명에서도 댓골이라는 지명은 서울시 양천구 신정동을 비롯하여 대전시 유성구 대동, 충남 공주시 사곡면 계실리, 경북 상주시 중동면 간상리, 전북 김제시 금구면 오봉리 등 많은 곳에서 찾을 수 있으며 그 의미는 크다는 의미의 '대(大)'와 대나무를 가리키는 '죽(竹)'으로 나누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댓골'은 자연지명이므로 '대'는 한자어가 아닌 고유어로 보아야 할 것이며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 군량리의 '큰댓골'이나 전남 광양시 옥룡면 동곡리의 '작은댓골(소댓골)'이라는 지명을 보더라도 '대'의 앞에 '큰, 작은'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으로 보아 '대'는 '크다(大)'의 의미가 아닌 것이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 '대'가 '크다(大)'는 의미가 아니라면 '대나무'의…
세 명의 노인이 시설을 탈출했다. 추격자 들을 피해 도망 다니다가 배고픔과 추위를 못 이겨 한 사람이 운명을 달리하게 된다. 세상의 온갖 지혜와 지식이 축적되어 있는 노인 한 명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 같다는 표현으로 일행의 안타까운 죽음이 표현된다. 먼 미래 노인인구가 급증하자 정부에서는 생산성이 없다는 이유로 노인들을 시설에 감금하여 보살피고 있다. 자유를 찾아 탈출을 시도하는 노인들의 이야기다. 어느 소설책에 있는 글이다. 비록 소설 속의 내용일 뿐이지만 사람보다 자본주의 경제에 우월성을 둔 현대의 사회현상을 지적하고 함께 사는 사회를 희망하는 작가의 생각이 글로 표현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누구나 나이가 들고 퇴직하면 직장생활과의 단절과 새로운 사회생활의 시작이라는 이중의 생활양식을 받아 들여야 한다. 하지만, 퇴직 후에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면서 활동 공간도 좁아지고 있어, 노인인구의 사회참여 확대를 위해서는 사회초년 부터 퇴직까지의 과정을 거치면서 습득하고 깨우친 지식과 지혜들이 더 많이 공유될 수 있는 사회구조로 바뀔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이 태어
윤석열 대통령이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도 보통 위기가 아니다. 외부의 공격에 의한 게 아니라 내부 총질에 의한 것이라는 데서 유례를 찾기 힘든 분란이다. 윤 대통령 위기의 두 번째 특징은 결정적인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도 위기로 과장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20%대까지 급락한 것은 국정의 실패나 과오가 많어서가 아니라 내부 분란이 악화되길 바라는 심리가 만연된 때문이라는 특징도 있다. 대통령을 나무 위에 올려놓고 마구 흔드는 바람에 정신을 못 차리는 혼란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출범한지 겨우 100일 뿐이 안 된 정부가 무슨 잘못을 그리 많이 했겠는가. 이제 막 진용을 갖추고 일을 시작하려고 하는 정부라서 잘 못한 일도 많지 않다. 지지율이 추락하는 이유 중에서 윤 대통령의 말투가 거칠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그것은 이미 알고 뽑은 것이다. 대통령이 그런 사람이라는 것은 후보시절부터 지적을 받아왔고, 고쳐 보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고쳐지지 않는 버릇이다. 마치 왼손잡이가 무리하게 오른손을 쓰려고 애쓰는 모습처럼 어색해 보인다. 차라리 왼손잡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 왼손 쓰는 게 자연스러워 보일 것이다.…
겨울 동짓달은 유난히 밤이 길다. 이 때 침대 위에서 몸을 뒤척일 때마다 애꿎은 베개만 수없이 고쳐 베곤 하였다. 필자의 베개는 참으로 오래된 베개다. 친정어머니께서 혼수로 장만해 준 베개다. 이 베개 베갯모엔 모란과 봉황, 대나무가 한 땀 한 땀 색색의 실로 정성껏 수놓아졌다. 또한 베개 속엔 흰 국화 말린 것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흐르는 세월은 베갯속 마른 국화의 형체마저 부식 시켰다. 생각 끝에 메밀껍질로 대체 시킨 베개다. · 신혼 시절, 그 베개를 벨 때마다 향긋한 국화 향기가 마치 어머니 체취처럼 풍겨왔다. 그 내음에 취하여 밤마다 절로 잠이 들곤 했었다. 어디 이뿐이랴. 형형색색의 고운 빛깔로 수가 놓인 베개다. 그것을 베노라면 눈앞에 봉황이 날아들고, 바람에 서걱이는 대숲의 바람 소리가 귓전에 들려오는 듯하다. 또한 새댁 시절엔 탐스러운 모란이 밤마다 활짝 피어나는 듯한 착각에 친정을 떠나온 시름마저 잠시 잊곤 하였다. 어머니는 혼수인 베갯모에 수를 놓으며 우리 부부의 백년해로와 부귀영화는 물론, 가정의 평안을 간절히 염원 하였을 것이다. 이로보아 베개는 단순한 침구만은 아니었다. 삶을 살며 숱한 고투와 맞닥뜨릴 때마다 필자의 손을 따뜻이
전교조 아웃을 외친 교육감의 제1호 사업은 기초학력 진단평가 개선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째 되는 날, 전교조 충북지부가 그 사업의 성격을 공론화하였다. 학력 신장의 외나무다리에서 두 진영 중 한쪽은 아웃 될 판이다. 진단평가에 대한 교사의 부정 인식은, 대통령 국정평가에 대한 국민의 부정 인식보다 높다. MBC에 따르면, 교육청은 ㉠평가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것이고 ㉡지필평가 외에 교사의 관찰도 반영하므로 학교별 집계는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부작용의 '최소화'가 아니라, 부작용 자체가 없어야 한다. 전통적 평가는 부작용 최소화를 공언하면서 '아동의 다면적(many-sided) 흥미를 고려하지 않는 교수 활동'을 유도하였다. 무엇보다 개헌정족수를 넘는 비율이 반대한다는 것 자체가 부작용이다. 7월 2일에 하달된 제1호 공약을 다시 봤다. '㉡'은 공문 내용과 달랐다. 내년의 방식이 아니라 현재의 방식이다. 시스템에 저장된 지필평가 자료와 교사의 관찰을 별도로 관리하면, 학교별 집계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공문은 명령하는 글이지 공감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도표 속에 복잡한 행정 사항이 채워지고, 온갖 교육 용어로 치장된 문장들이…
20대 금발의 여성이, 세계 상업·금융·문화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의 맨해튼에 있는 한 은행으로 들어섰습니다. 잠시 두리번거리던 그녀는 곧장 대출 담당자를 찾아갔습니다. 그녀는 업무상 유럽으로 출장을 가 2주간 체류할 예정이라며 5천 달러의 대출을 요청했습니다. 은행 담당자는 대출을 위해서는 담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고, 그녀는 담보물로 자신의 롤스로이스 차량을 맡기겠다고 했습니다. 자동차가 그녀의 이름으로 등록된 차량임을 확인한 은행 측은 다른 신상 정보도 확인했지만 이상이 없었습니다. 은행에서는 5천 달러의 대출을 승인했습니다. 은행장과 직원들은 고작 5천 달러의 대출을 받기 위해 고급차를 담보로 맡긴 그녀를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한 은행직원이 담보물인 그녀의 차를 곧바로 은행의 지하 차고에 예치 완료했습니다. 약속한 2주 후, 그녀는 정확히 돌아와 5천 달러의 원금에 이자를 더해 대출금을 갚았습니다. 이자는 채 20달러가 되지 않았습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대출 담당자가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아가씨, 정확한 날짜에 돈을 갚아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는데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그러세요." "아가씨께서
2022년 8월 15일, 대한민국 광복 77주년이 되는 해이다. 아침 일찍 경건한 마음으로 태극기를 게양대에 꽂으며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자, 분연히 일어섰던 순국선열들을 기리며 "대한민국" 독립을 외치던 숭고한 희생과 얼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중학교 때인가 단체 관람했던 영화 속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일경(日警)의 끔찍한 만행 앞에서도 절대 굴하지 않던 독립투사들의 우렁찬 함성과 양손에 잡은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특집방송으로 방영된 '군함도'를 보면서는 익히 알고 있었던 내용이었음에도 새삼 울분이 끓어올랐다. 독립 운동이란, 어떤 국가 또는 세력이 직, 간접적인 지배를 받는 지역에서 자치권 등의 권한을 되돌려 받거나, 스스로의 자립을 위해 벌이는 모든 행위라고 한다. 독립운동가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신채호 김구 안중근 유관순 등이 있지만, 우리지역 옥산에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정순만이 있다. 독립 운동가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국내는 물론이고 만주 지역까지 활약하였다. 민족 지도자들은 일제의 탄압을 피해서 만주와 간도 연해주 등지를 떠돌며 옮겨 다녔다. 아시아 대륙 동쪽에 있는 한반도인 우리나라를 주변의 열
새 시집을 읽는 건 새 사람을 만나는 일처럼 가슴 뛰는 일이다. 김규화 시인의 신간 시집을 읽고 있다. 말(言)과 말(馬)과 말 (名言)을 소재로 한 55편의 시가 담겨 있다. 구조의 꼼꼼함과 치밀함이 눈에 띈다. 시의 질료는 언급한 세 종류의 말이다. 시를 보며 독특한 문양과 외형을 가진 집들을 방문한 기분이 든다. 시인이 콜라주 한 언어의 집은 세계 곳곳에 지은 집이고, 시간을 초월하여 지은 집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시공간에 사는 말은 야생성과 인간성 그리고 신성과 진리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실험적 시편 가운데, 시집 말미를 장식한 시 한 편을 소개한다. 당신 몸의 살로 살쪄 있을 거 당신 몸의 다리가 되어 매달려 있을 거 당신의 입에 재갈로 물려 있을 거 당신의 등받이에 안장을 달아줄 거 "문학은 말의 춤, 언어의 무용이다. 같이 뛰고 놀자"는 김진우의 말 당신은 나와 함께 쌍생아로 살 거 당신은 나와 이별할 수 없을 거 당신은 나의 입에서 훈민정음 소리를 내게 할 거 당신은 나를 무등태워 흰 이와 잇몸을 내놓으며 노래하게 할 거 당신은 나의 애물 ―「말이 말한다」 전문, 김규화 (시집 말·말·말, 시문학사 2022) 이
도산선비문화수련원과의 인연으로 도산서원을 드나든지 5년 동안 서원 방문객들이 가장 풍광 좋은 곳으로 여기며, 강 건너에 있는 저 섬은 어떤 곳인가 하는 질문을 많이 하는 곳이 시사단이다. 얼핏 인공섬 모양이 동쪽은 뱃머리요 서쪽이 배꼬리라는데 반 십 년 동안 보통 기회로는 얻기 어려운 휘영청 밝은 보름달 아래에서도 봤고, 꽃피는 춘삼월과 북풍한설 몰아치는 한겨울에도 지나쳤건만 정작 단에 올라보지 못한 미진함이 있었다. 역사는 발로 기록한다고 말을 하면서도 눈으로 보라며 손으로 가르치기만 하는 아쉬움을 누가 알랴. 폭우로 전국이 몸살을 앓을 때 즉석 공부차 서원에 들르게 되었다. 통상 방문객은 점심 이후에 시작하여 4시 넘어 많이 옴을 고려하여 자리를 지키는데 비 때문인지 방문객이 없어 점심시간 직전 30분 정도의 자투리 시간이 생겼다. 걸음만 빨리한다면 그동안 벼르기만 하던 시사단을 다녀올 듯하여 석간대 아래의 잠수교로 내닫듯 이동했다. 이 다리는 평시엔 물에 잠겨 있다가 농번기와 갈수기에 모습을 드러내는데 빗줄기가 워낙 거세어 혹 잠길까 염려도 되지만 시사단을 보려는 열망이 더 크다. 긴 우산으로도 장대 같은 비를 막기 어려워 무릎 아랫도리는 이미 젖고…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