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9일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은 그 열망해 온 정권교체를 이뤘다. 헌법상 대통령단임제를 채택한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났다. 5년간 얼마나 지긋지긋했으면 5년 만에 정권교체로 국민 의사를 표시했을까? 대선 전에 더불어민주당은 170석에 가까운 거대한 여당이었다. 민심의 바다가 소용돌이쳐 정권을 바꾼 것이다. 민심에 문 닫고 내로남불의 정권이라고 국민이 나서서 바꾼 것이 아니겠는가? 필자는 다른 각도에서 오늘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국민은 사법부의 오심 여부에 대하여 늘 관심이 있다. 시곗바늘을 2020년 이전으로 돌려보자. 당시 경기도의 이재명 지사는 2018년 지방선거 TV토론회에서 "친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했느냐"는 상대 후보의 질문에 "그런 일 없다"하여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무죄가 선고됐지만, 2심은 유죄가 인정돼 벌금 300만 원이 선고됐다. 이대로 형이 확정되면 이 지사의 당선은 무효가 되고, 30억 원이 넘는 보전된 선거비용도 반환해야 하며, 5년 동안 피선거권도 박탈될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 전 지사를 기사회생시킨 판결이 대법원 전원합의
마흔 중반에 노안이 왔다. 나이 쉰이 넘어가니 노안에 더하여 안구건조증도 찾아오고 우울증도 만났고 키도 좀 줄어든 것 같았다. 쉰 중반까지 학원 강사, 고등학교 교사, 무직, 전임 연구원, 입학사정관, 무직, 대안학교 교사, 출자출연기관 정책연구원, 무직, 대학 교수를 거쳐 왔다. 교사 생활과 대학원을 병행하기 어려워 학위공부를 하는 동안 벌이가 시원찮았고 학위를 마치고는 잠시 무직으로 살았던 적도 있다. 그러나 나는 성인기 대부분을 '전문직 여성'이라는 모습으로 살아왔다. "너 혹시 너희 나라에서 학교 교사였니?" 몇 해 전, 미국의 어느 공항에서 렌터카를 빌려주던 직원이 질문한 적도 있다. 같이 사범대학을 다녔던 동기들은 모두 교사 혹은 교수가 되었다. 오십대 중반의 나이가 되도록 주로 만나는 사람들은 학교의 교직원, 여교사, 여교수들이다. 육영수 여사, 이순자 여사, 김옥숙 여사, 손명순 여사, 권양숙 여사, 김윤옥 여사, 김정숙 여사. 대부분의 영부인은 변호사의 아내, 정치인의 아내로 전업주부 여성이다. 이십대 중반부터 직장에 출근하고 돈을 벌어 생계를 이어갔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또 돈을 모아 대학원을 다니고 가정주부로 이리 동동 저리 동동하
뉴스특보로 연일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고 있다는 기상예보가 있었다. 기상청은 이제껏 겪어 본적 없는 강력한 바람과 비를 몰려 올 것이라는 소식이었는데, 다행히 우리지역에는 큰 피해 없이 지나갔다. 기상예보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김** 통보관. 예보의 적중률이 낮았던 시절, 저녁방송 끝부분 짧은 시간에 그가 진행하는 일기 예보는 인기였다. "오늘은 불쾌지수가 높으니 감정조절에 유념 하세요"라든가, "바람이 몹시 부니 아가씨는 미니스커트를 입지마세요" 하는 특유의 구수한 경상도 말씨로 하는 생활관련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비 오는 날, 기후 탓인지 그의 입담과 떠오르는 것은 그가 자기 인생의 예측은 못 하였을까. 말년에 정치에 입문했다 퇴직금을 모두 잃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와 함께 나의 기억에도 퇴직금에 얽힌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퇴직금' 대개의 사람들은 평생을 몸 바친 직장에서, 자신의 월급 중 일정액 모아 두었던 돈과 사용자 측에서 주는 위로금 형식의 뭉칫돈이다. 가장이 퇴직을 하면 한가정은 한사람의 인생이 아닌 온 가족의 전환기를 맞게 된다. 20여 년 전, 교원퇴직 붐이 일던 때였다. 당시 교육부장관은 조기퇴직자에게 한시적으
커피 값과 관련해 생각이 깊어진다. "좋은 커피라서 비싼 것일까, 비싸니까 좋은 것일까?" 며칠 전 외신을 통해 '세상에서 제일 비싼 커피'가 새롭게 탄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센시블 커피(Sensible Coffee)가 주최한 경매에서 파운드당 6천 달러가 넘는 커피가 나왔다고 미국커피전문블로그 스프러지(Sprudge.com)가 전했다. 파나마 보케테지역의 엘리다 에스테이트(Elida Estate)가 재배한 게샤 아구아까띠요(Gesha Aguacatillo)가 파운드당 6천34달러에 낙찰된 것이다. 경매 당일 환율로 따지면 우리 돈으로 약 834만5천 원이다. 1파운드가 450g이므로, 1㎏으로 따지면 1천834만 원에 달하는 것이다. 생두 1㎏을 볶으면 무게 손실로 인해 800g 정도가 된다. 드립 한 잔을 만드는데 원두 20g을 사용한다고 할 때, 이 커피 한 잔의 값은 무려 45만8천700원이다. 한 잔에 45만 원이 넘는 커피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커피일까? 커피에서도 고가 와인처럼 소위 '1%의 부자들, 그들 만의 리그'가 만들어 지는 것일까? 이런 커피를 마시는 걸 말릴 순 없이만, 분명 바람직하지 않다. 턱 없이 비싼 커피가 나도는 데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시작된 원도심 고도 제한 TF의 활동이 막을 내렸다. 원도심과 관련된 논란의 발단과 무엇이 문제인지를 규명하기 위한 출발이었다. 원도심은 도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흥망과 성쇠를 겪어 왔던 역사적 현장이다. 원도심은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중요한 정책실험 대상이 된 듯, 갈등과 반목, 우려와 기대가 공존해 왔던 부침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이중삼중 규제를 받는 동안 도심은 침체되고 주민들이 떠나 더 이상 도시의 중심 기능을 상실한 방치 공간으로 전락하였다. 원인을 찾아보면 순환도로를 따라 형성된 외곽지역의 주거 벨트가 만들어지는 동안 원도심 내 APM, 영프라자, 대현지하상가, 롯데시네마 등 상업지역 내 주요 건축물 폐점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TF의 역할은 '원도심 돌출경관에 따른 스카이라인 훼손을 방지하고, 체계적인 개발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정된 원도심 경관지구가 왜! 논란의 한 복판에 놓이게 되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었다. 활동 결과, 원도심을 둘러싼 쟁점과 문제는 절차적 정당성과 합리성, 그리고 당위성 부족에서 출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첫째는 시민 공감대 형성 및 원도심 주민과의 충분한 소통이 없었다는 점이다. 설문…
올여름, 장마로 인한 습한 날씨에 미끄러운 계단에서 넘어지며 허리를 다쳤다. 계단에서 뛰어가는 아이를 따라가기 위해 같이 뛰어 내려가다 습기로 인한 계단의 미끄러운 부분을 밟았고, 하필 슬리퍼를 신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미끄러워서 결국 계단의 모서리에 허리를 부딪치며 심하게 넘어지고 말았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일어나려 했는데 갑자기 큰 통증이 몰려오며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갑작스럽고 혼란스러울 따름이었다. 이번에는 놀란 마음을 가다듬으며 일어나려 했는데 이번에는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앉은 상태에서 손잡이까지 기어간 다음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한 발짝씩 내디디며 집으로 향했다. 걸으며 철커덕거리는 뼈 소리와 심각한 통증에 직감적으로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이후 병원에서 천추 뼈 골절 진단을 받고 통증 주사와 진통제를 처방받았다. 깁스를 못 하는 부분이라 빨리 낫지 않고 절대 안정하며 뼈가 붙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조심하면서 생활해 왔지만 다치는 것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다. 삶은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변수가 있다. 그렇기에 드라마나 소설보다 더욱 극적이다. 불편함을 견디며 마음도 피폐해짐을 느꼈다.…
아침기온이 상쾌하다. 24절기의 하나인 처서가 지나서인지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공기가 상쾌하다. 하루 사이에 가을이 성큼 다가와 계절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는 아침이다. 아파트 근처 사직동산 둘레 길로 접어 드니 귀뚜라미 소리가 청량하다. 그 소리와 함께 나뭇가지에서는 여름을 대표하는 매미 소리가 맴 맴 맴 끝일 줄 모른다. 마치 늦잠꾸러기를 깨우는 모닝콜 소리 같이 힘차게 연속으로 울어댄다. 매미가 우는 것은 짝을 찾으려고 부르는 수컷의 신호란다. 대체로 서양 사람들은 곤충소리를 노래한다고 표현하고 동양 사람들은 운다고 표현한다고 한다. 운다고 표현하면 왠지 쓸쓸하고 울적해지니 짝을 찾기 위해 부르는 달콤한 사랑의 노래라 한다면 듣기가 더 좋겠다. 어쨌든 그 지역 나름대로의 문화이니 노래로 표현하거나 운다고 표현한다 해도 상관없다. 온 천지를 향해 거리낌 없이 우렁차게 부르는 수컷의 구애작전은 처서가 지났음에도 여전하다. 가을의 문턱까지 와서 온 힘을 다해 지칠 줄 모르고 절규하듯이 토해내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그 소리가 아직 짝을 만나지 못해 애간장을 태우는 것 같아 왠지 안쓰러운 생각마저 든다. 오랜 세월을 땅 속에서 7년 정도 나무수액만 먹고 살다
충주시 소태면은 나의 첫 공직생활을 시작한 곳이자 새내기의 1년을 온전히 함께해 준 장소다. 소태면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시간을 보내며 쌓인 1년의 추억을 떠올리면 계절이 변화할 때마다 새로운 매력에 지금도 자연스레 그곳으로 발걸음이 향한다. 코로나19가 한창 위세를 떨치던 시절에는 쉬이 자랑할 수 없었지만, 이제나마 소태면만의 각별한 매력을 조심스럽게 꺼내보며 이야기해보고 싶다. 생활 속 방역을 실천하면서 즐기는 국내 여행으로 계절마다 새롭게 더 가까이 다가오는 소태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첫 번째 봄. 봄 하면 벚꽃을 찾기 마련이다. 매년 봄이면 올해는 벚꽃을 어디로 보러갈까 고민하다가 결국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방문하게 되고 벚꽃에 대한 추억보다 많은 사람들을 본 모습만 기억에 남곤 한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절 드라이브스루 벚꽃 구경이 조금이나마 이런 상황을 바꿔줄까 했지만 그때는 사람 대신 차구경만 실컷 해야 했다. 이런 안타까운 기억을 가진 사람들에게 소태면의 숨겨진 벚꽃 길을 추천하고 싶다. 양촌리부터 복탄리까지 남한강변을 따라 핀 벚꽃에는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여유로움과 당당함이 가
살면서 형식이나 성향에 맞게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정치, 경제, 학문, 예술 등이 자신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준다면 흥이 살아나 보람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다. 자신이 주인 되어 살아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간혹 자신과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하여 간섭하고 관여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이것은 사람과 관계에 기본적인 자세, 다양성과 다원성을 인정하지 않는 자세,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자연 원리에 어긋나는 일이다. 루소는 『에밀』에서 "모든 것은 창조주에 의해 선하게 창조되었음에도 인간 손길만 닿으면 타락하게 된다"고 했으며, 칸트도 "다른 사람 인격을 수단으로 삼지 말고, 항상 목적으로 대우해야 한다"라는 도덕 법칙에 대한 명제(실천명령)를 제시했다. 루소는 본래 타고난 것을 존중하라고 했다. 자연에는 아름다운 질서가 있으며, 이 질서에 따라 사는 것이 올바르고 행복하다는 것이다. 자연에서 부여한 본성 보존을 위해 외부로부터 오는 제약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본성, 본래부터 가지고 태어난 선함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자연인이 되어 책임의식을 가지고 자기 삶을 주인으로 살아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가치는 좋은 가치가 있고
빗소리가 들린다. 잠결에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깨어난 후 다시 잠들지 못하고 자정을 넘긴다. 복잡한 심경에 울리는 '두두둑'소리에 정신이 또렷해진다. 추석 연휴에 밀린 일을 여유 있게 처리하려는 계획이 무산됐다. 2년여 만에 차례 음식을 준비하고 명절다운 명절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연휴 마지막날이다. 9월은 다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시간이 가고 있다. 명절이 지나면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위드 코로나'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행사며 축제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불안하지만 활기찬 일상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떠들썩한 축제가 기대된다. 음성에서도 며칠 뒤면 축제가 시작된다. 축제장을 알리는 아치가 입구에 세워지고, 프로그램을 알리는 대형현수막이 현장에 걸렸다. 벌써 잔치판이 벌어진 것처럼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다. 거리에 걸린 깃발과 현대적 디자인의 품바가 그려진 현수막이 마음을 흔든다. 내가 맡은 단체에서는 의상체험과 교복체험을 운영한다. 올해로 스물세 번째 열리는 이 축제는 각별하다. 민간단체인 예총이 주도적으로 이끈 지역축제다. 지금이야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정신축제로 알려졌지만,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거지 축제'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최근 재미있게 보았던 '취향소개소'라는 웹툰을 다시 정주행하였다. 이야기는 주인공 김주연이 한 교양 수업에서 매주 다양한 소확행을 즐기며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삶의 즐거움을 느껴보라는 과제를 부여받으며 시작된다. '난 좋아하는 걸 모르겠는데'라고 생각하던 주연은 교수의 추천으로 '취향소개소'라는 동아리에 방문하게 되고, 그 안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활동들을 경험하며 매일 새로워지는 삶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여러 경험들을 통해, 그리고 그 경험의 의미를 성찰함으로써 사람이 변화하고 성장한다고 생각하는 내게 이 웹툰이 던지는 메시지는 다시 보게 될 만큼 인상적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를 궁금해한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무엇을 좋아할까, 나는 언제 행복할까. 여러 질문들을 던지며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탐구해 나간다. 요즘 MBTI나 밸런스 게임 등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러한 활동이 자신을 알아갈 수 있는 도구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 여행할 때에는 계획적인지 아닌지, 영화나 드라마 중 무엇을 더 좋아하는지 등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확인해 나간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즐거워하는 것들은 각자의 취향이 된다. 우리는
원/달러 환율이 지난 6월 23일 1천300원을 돌파한 뒤 최근 1천400원에 육박하며 상승 속도를 높여 매번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과 국제유가 및 주요국 금리 인상 등 국제적인 현상은 국내 물가 상승을 부추겨 소비심리를 위축시켰고, 그를 제어하기 위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기업 투자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며 대한민국의 경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적 악재에 고통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되살리기 위해 청주시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청주시는 경부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 전국 유일의 KTX 경부·호남선 분기역인 오송역, 충청권 유일의 국제공항인 청주국제공항 등이 위치한 명실상부한 '교통의 중심지'다. 이러한 교통인프라의 발달은 경기도 및 수도권으로부터의 용이한 접근성으로 주변 산업인프라의 발전을 이끌었고, 산업단지 개발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청주산업단지, 오창과학산업단지, 오송생명과학단지 등 이미 완료된 12개의 산업단지는 물론, 현재 조성 중이거나 예정인 16개소의 산업단지 조성 추진현황은 더욱 밝은 청주시의 미래를 상징하고 있으며, 식품·전자·화학·제약 등 제
한 번은 함께 영어 수업을 하던 원어민교사 필리파를 집에 초대했다. 우리나라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웬만한 한글을 읽고 이해했다. 마침 아파트 입구 트럭에서 오징어 횟감을 팔고 있었다. 필리파가 걸음을 멈추더니 광고 현수막에 적힌 문구를 띄엄띄엄 소리내어 읽었다. "산∨오∨징∨어 3마리에 만∨원" 슉슉 헤엄치고 있는 오징어를 쳐다보며 말하기에 오징어회를 맛보고 싶냐고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한국에서는 오징어를 산에서 키우냐고 했다. 뜻밖의 질문에 박장대소했다. 외국인인 그녀는 산오징어의 '산'이 '살아있는'이 아니라 'mountain'으로 보였던 거다. 내가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음을 느끼게 했다. 오래전 아이들을 키울 때 일이다. 첫째 아이의 알림장에 적혀있는 준비물 목록에서 교사인 나도 도무지 알 수 없는 단어를 발견했다. "인형 1개, 받아쓰기 공책, 주사위, 산가지……." 산가지가 뭘까? 산에서 가지를 꺾어 가져오라는 건가? 보라색 가지를 말하는 건가? 늦은 밤 딸아이는 준비물을 다 챙겨야 한다며 보채는데 알 수 없는 단어 때문에 난감
나는 대학교에서 4년 건축공학을 전공했다. 대학원 2년 석사 과정에서는 건축계획을 전공했다. 이후 35년간 건축·토목 시공 회사에서 현업에 종사하고 있다. 나는 청주시청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다시 시청을 신축하는 것에 대해서, 처음부터 반대 의견을 피력해온 사람 중 하나이다. 국민들의 혈세를 아끼며―권위주의적 관공서에서 이제는 탈피하자며― 구 연초제조창의 리모델링과 일부 모자랄 수 있는 수요의 건축물과 주차장의 신축과 증축을 전제로 이전·제안을 하기도 했었다. 신청사 신축에 소요되는 비용의 1/10이면 해결될 수도 있겠다 싶었었다. 또한 사직동 언덕에 위치한 현 청주체육관 및 종합운동장과 야구장과 서원구청 자리를 청사 이전 자리로 의견을 내기도 했었다. 그리하여 경기장 규격 미달로 제대로 된 국제 스포츠 대회도 유치하지 못하는 종합운동장을 대신하여, 복합 스포츠콤플렉스 경기장을 청주시 외곽에 신설하여 이전하자는 주장을 편 바도 있었다. 그리고 제 3의 장소로, 충북개발공사가 주중동에 개발·분양하는 밀레니엄타운 내의 일부 부지를 시청사 신축 이전 부지로 제안하기도 했었다. 충북도와 충북개발공사 그리고 청주시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조가 이루어진다면, 비교
충북은 바다가 없어 내륙지방으로 불린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의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특성상 타 시·도와는 달리 바다가 없다. 바다는 없어도 크고 작은 호수와 산이 많다. 충주호(청풍호·단양호)와 대청호는 유역면적과 용수공급 능력에서 전국 1,2위를 기록할 정도로 큰 규모다. 충주호는 수도권에, 대청호는 충청권과 전북지역에 식수와 산업용수를 공급한다. 충북에 위치한 충주호와 대청호의 물을 먹고 사는 국민이 3천만 명이므로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충북의 호수 덕을 보고 있는 셈이다. *** 국민 절반 이상 충북 물로 살아 하지만 대형 호수를 안고 있는 충북지역은 수 십 년 동안 각종 환경규제와 개발규제에 묶여 온갖 경제적 피해를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있다. 충북도의 계산에 의하면 기회비용을 제외하고도 연간 10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을 입는다고 한다. 최근 충북도내 주요 교차로마다 충북도 예산 8조원 시대를 열었다며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는데 충북도의 1년치 전체 예산을 훨씬 웃도는 10조원의 손실을 매년 감수하고 있으니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인 것이다. 충주호와 대청호가 건설된 이래 지금까지 충북도민들은 호수로 인한 희생을 일방적으
필자가 좋아하는 가수 중 한분이 소리꾼 장사익이다. 굵게 패인 얼굴의 주름과 고요하게 토해 내는 노래 가락은 한이 넘쳐 비감에 젖게 한다. 장사익이 부른 백설희 노래의 '봄날은 간다'는 명곡의 반열에 올라있다. '어머니 꽃 구경 가요'라는 노래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울렸다. 늙은 어머니를 산 속에 버리려고 아들은 지게에 어머니를 태웠다. 그리고 산으로 올라간다. 산이 깊어지자 어머니는 '아이구머니나'하며 자신을 업고 꽃구경 가자는 아들의 뜻을 알아차린다. 그때 어머니는 길가에 솔잎을 따 뿌리기 시작한다. 아들이 '솔잎은 뿌려 뭣 한데유'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돌아갈 길 잃을까 걱정이구나' 자신을 산 속에 버리려는 아들의 야속함 보다 길 잃을까 걱정하는 어머니 마음이다. 장사익은 불혹을 넘어 데뷔한 늦깎이 가수다. 마흔다섯을 넘긴 후에야 그는 소리꾼으로 무대에 서게 됐다. 20여 년간 15군데나 직장을 옮겨 다닐 정도로 인생은 파란만장했다고 한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장사익은 이렇게 술회했다. "안 다녀본 회사가 없었습니다. 보험회사 무역회사 카센터까지. 직장생활이 안 맞는 사람인데 그걸 모르고 꾸역꾸역 다녔지요. 그땐 세월을 버린 거라 생각
매 해 약 십 만 이상의 생명은 하루아침에 보호자를 잃습니다. 이번 명절에도 여지없었을 것입니다. 누구나 알고 있고, 통계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시간이 지나가야 대략적인 추산이 이루어지겠지만, 작년 추석 명절 직전 2주간 만에 버려진 유기견의 추산치는 약 이천 마리입니다. 농림축산 검역본부 동물보호 관리시스템에 따르면 휴가철과 명절이 이어진 작년 7~9월간 버려진 유기견의 수는 2만 9천 마리에 달합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매해 10만 마리의 유기견이 발생합니다만, 작년 유기견의 총 추산치는 약 12만으로 겅중 뛰어올랐습니다. 각종 동물보호 단체 등은 이번 년에 더 큰 증가폭을 기록할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2020년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와 사적모임 제한 등으로 인한 여가시간의 확충 등으로 인해 2020년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반려동물 시장에 기인합니다. 2019년 대비 2020년에 수입 견, 묘는 1만여 마리로 전년에 비해 두 배 증가했습니다. 또한 통계에 의하면 2019년, 2020년, 2021년 모두 7월이 반려견 유기가 가장 활발(?)한 달로 밝혀졌는데요. 인간들의 휴가철에, 반려동물이, 처분 문제로 인해 고심 끝에(?)…
요즘 날씨가 더워 밖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서 뒹굴다 넷플릭스를 검색 중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란 제목도 특이하고 포스터가 맘에 든 영화를 보게 되었다. 특히 소설을 영화화한 것은 기본은 하리란 생각과 사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로맨스 영화를 본 기억이 저 멀리이고 오랜만에 그런 감성이 그리웠나 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내가 기대했던 로맨스 영화는 아니었지만 무언가 울림이 느껴졌다. 그래서 좀 더 깊이 있게 내용을 알고 싶어 책을 읽게 되었다. '건지'란 영국의 섬 지명이고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란 건지섬 내의 독서모임이다. 처음에는 풍경이나 모든 게 밝은 분위기지만 비교적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은 끝났지만 당시의 상처를 평생 짊어진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독일군에 점령된 건지섬 주민들의 아픈 식민지 시절과 그들이 감추고 있던 숨겨진 진실을 밝히는 내용이다. 주인공인 줄리엣은 작가인데 마치 기자의 역할처럼 주민 한 명 한 명 인터뷰해가며 진짜 건지 섬에서 일어났던 일이 무엇인지를 밝혀간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 생긴 이유는 독일군 점령 당시에 건지섬 주민들은 식량을 박탈당하고 홀로 고립되어
집무실 축소, 관사 폐지, 전화번호 공개 등으로 돌풍을 일으키던 김영환 지사가 '차 없는 도청'을 추진하다가 직장협의회 등으로부터 저항을 받으면서 한풀 꺾이는 듯했다. 얼마 전 느닷없이 중앙정부를 향해 충북지원특별법을 제정해 주지 않으면 불복종운동도 불사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이 말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던 것은 불복종운동이 갖는 의미 때문이다. 지금은 자치단체장을 주민이 선출하지만 중앙에서 임명하던 시절 같으면 반정부적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만큼 하극상적인 발언이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도지사·시장·군수는 중앙정부의 명에 의해 주민을 통치하는 하부조직이었다. 중앙정부의 지시를 주민에게 전달하고, 주민의 불만을 무마하는 역할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서 승진도 하고 좌천도 당했다. 그런 도지사가 중앙정부를 향해 지역 요구를 들어 주지 않으면 불복종운동도 불사하겠다는 말을 한 것이다. 주민이 선출한 도지사라고는 해도 여당 공천을 받고 당선되었으니 군사정권 시절의 임명직만큼은 아니더라도 윤석열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 해야 하는 공동운명체다. 그런 김영환 지사가 충북은 대청호 충주호 괴산호 등에 다목적댐을 건설하는 바람에 연간 10조 원 이상의 손해
오늘 난 깨진 유리잔이다.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이렇게 내가 무기력한 존재라니, 아니 네가 이렇게 나에게 강력한 존재였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다. 네가 없는 나는 껍데기일 뿐이란 것을 새삼 느끼며 오나전(*완전이라는 뜻. 인터넷 게시판에서 자판을 빠르게 치면서 생긴 오타에서 비롯) 멘붕에 빠져버렸다. 2학기 학부모 상담 전화를 하고 있었다. 조용하던 네 얼굴에 팝업창이 떠올랐다. 알아들을 수 없는 글자들이 거슬렸다. 수화기를 든 채로 아무 생각 없이 마우스 커서를 대고 클릭했다. 네 얼굴이 파래지더니 '응용프로그램 오류'라는 메세지를 토해낸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이었다. 메모리를 리드할 수 없다고 했다. 프로그램을 마치려면 확인을 클릭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마우스를 대고 확인을 클릭했다. 순간 네 얼굴은 백지장으로 변해버렸다. 아무리 본체를 켰다 끄기를 반복해도 네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하얀 얼굴은 어떤 음도 어떤 활자도 뱉어내지 않았다. 마치 전염병에 걸려 마스크를 끼고 있는 사람처럼 입을 봉했다. 내 모든 업무 정보를 담고 묵묵부답인 너. 순간 머리칼이 쭈뼛거리며 수백 마리 사마귀가 심장을 뜯어먹는 것 같았다. 사지가 절단된 채 돼지우리에
2학기 개학하는 날, 등교 맞이를 하다 보니 몇몇의 학생들 모습이 뭔가 달라 보인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다가 그게 뭘까 생각해보니 교복이었다.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취향에 맞게 줄여 입은 듯하다. 복장 규정보다는 아마도 개성이 더 중요했는가 보았다.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과감함의 정도 여부를 떠나 규정을 따르지 않고 자의대로 교복을 수선한 모습을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까. 2007년 미국 지에서 어떤 실험을 했다. 1월 어느 날 출근 시간 무렵, 워싱턴 DC의 랑팡 플라자 지하철역에서 허름한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에 야구모자를 눌러 쓴 청년이 바이올린을 꺼내 들고 열정적인 연주를 시작했다. 40여 분간 모두 6곡을 연주하는 동안 그의 앞을 지나간 사람은 천 명이 넘었다. 그러나 그의 바이올린 케이스에 돈을 넣은 사람은 30명이 채 되지 않았으며, 1분 이상 멈춰서서 연주를 들은 사람은 7명 뿐이었다.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서 으레 볼 수 있는 여느 나라 길거리 연주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이날 바이올린을 연주한 사람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로 명성을 얻고 있었던 조슈아 벨이었다. 길거리 연주 이틀 전 그의 공연 입장료는 100달러가
나름 내 스스로는 신규 공무원의 티를 벗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는지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자잘한 실수를 일삼고는 한다.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그냥 내 실수를 눈 감아 버리고 모른 체 해버리고 싶은 유혹에 휩싸일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공무원의 착오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거나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뉴스를 접할 때는 등 뒤에 식은땀이 흐른다. 같은 공무원으로서 나 또한 언제라도 삐끗하게 되면 내 일신상의 불이익은 차치하더라도, 나의 잘못된 답으로 인해 누군가의 삶이 송두리째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그 책임감이 막중하게 다가온다. 나는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관례를 그대로 따르고 있는 부분이 있는지 항상 단계마다 검토해보고자 한다. 여러 선배 공무원들께 항상 듣는 조언 중의 하나로 '전임자가 했다고 그대로 따라하지 말라'는 말씀이 있다.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고 관행에 젖어 일을 처리하는 것이야말로 잘못된 행동이라는 말씀이다. 모르는 것이 면책사유가 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혹여나 잘못된 관행을 인지한다면, 현재 이 자리에 앉아있는 내가 고쳐 나아가야 한다. 잘못된 것을 숨기지 않고, 그 즉시 바로잡을 줄 앎이 바로 청렴
한동안 산이 좋아 쉬는 날이면 배낭을 둘러매고 산으로 향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이곳저곳 몸에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건강상의 이유로 무리한 산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예전에 다녔던 산행 사진을 보며 나 자신을 위로하곤 한다. 추석이 되면 생각나는 산행의 기억이 있다. 추석 명절 전날 단양에 있는 도락산을 올랐던 옛 기억을 소환해 본다. 도락산(964m)은 소백산과 월악산의 중간쯤에 형성된 바위산으로 현재 일부가 월악산 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다. 사인암과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등 이른바 단양팔경의 4경이 인접해 있어 주변 경관으로도 유명한 산이다. 도락산이라는 산 이름은 우암 송시열 선생이 "깨달음을 얻는 데는 나름대로 길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는 필수적으로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는 뜻의 일화가 전해온다. 버섯이 많이 나는 산으로 특히 송이가 날 때쯤이면 송이 채취를 위한 산꾼들이 줄을 잇는 곳으로 기억된다. 그래서인지 그날도 산행 입구에는 등산로 이외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문구의 알림판들이 여러 곳에서 보였던 것 같다. 사전에 자료를 먼저 찾아보고 등산계획을 세웠지만 등산로 입구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갈림길에서 두리번거리다 옆에 가
가끔 노래 가사 속의 단어를 두고 그 진의(眞意)를 찾기 위해 한참을 헤맬 때가 있습니다. '으악새'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작고한 원로가수 고복수 선생의 '짝사랑'이라는 노래 가사에 나오는 단어입니다. '아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 지나친 그 세월이 나를 울립니다/ 여울에 아롱젖은 이즈러진 조각달 강물도 출렁출렁 목이 멥니다// 아 뜸북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 잃어진 그 사랑이 나를 울립니다/ 들녘에 떨고섰는 임자없는 들국화 바람도 살랑살랑 맴을 돕니다.' 가사 속에 등장하는 '으악새'가 무슨 새인지 주변에 질문을 던져 보면 흔히들 새의 이름이 아니라 '억새풀'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으악새가 슬피 운다'는 것은 '새가 구슬프게 우는 것'이 아니라 '바람이 억새풀에 스치는 소리'라고 해석하는 겁니다. 과연 그것이 진실일까요. '짝사랑'은 일제 강점기인 1936년에 고복수 선생이 나라 잃은 시대의 아픔을 짝사랑에 빗대어 노래한 것으로, 해방 후에도 선생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와 사람의 마음속을 애잔하게 파고드는 선율로 인해 오랫동안 불렸습니다. 지금도 50대 이상은 많이 부르는 노래입니다. 텔레비전에서도 수시로 나오는 노래이기에
추선(秋扇)은 가을 부채라는 말이다. 무더운 여름에는 늘 가까이하다가 선선한 바람이 불면 언제 그랬냐는 듯 멀어지는 것이 부채와 선풍기다. 추선이란 말은 총애를 받던 신하나 사랑받던 여인이 임금과 낭군에게 잊히는 신세일 때 종종 비유되는 말이다. 해마다 오는 가을인데 올가을을 맞는 느낌은 조금 특별하다. 올해는 절기가 빨라서 추석인데도 풋대추를 차례 상에 올려야만 했다. 체온을 웃도는 무더위와 싸우면서 삼복더위를 이기느라 모두가 힘들었던 지난 여름이었다. 단골손님으로 찾아오는 태풍이 올해는 역대급이라는 예보에 모두가 긴장했었는데 대륙에 접근하면서 다소 약해져서 큰 피해가 없었던 것은 천만 다행이다. 제주와 남해안을 할퀴고 지나간 '힌남노'의 상처는 피해 복구에 땀 흘리는 분들에게는 추석의 풍요와 화목한 가족의 행복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범람하는 하천, 무너지는 산, 가옥과 차량의 침수,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삼복더위에 간절히 바라던 시원한 바람은 없어도 되는 계절이다. 가을이면 상자 속에 던져 넣는 부채처럼 여름내 가까이했던 선풍기와 에어컨을 잊어도 되겠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계절이 변해서 내년에 여름이 또 온다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