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수련원 본부 직원들이 맨발 걷기-跣足步行을 한다기에 마음 편히 따라나섰다. 어렸을 때 고무신은 비싸서 꿈도 못 꾸었고, 대부분 평평한 나무 바닥에 타이어를 가늘게 썰어 발등 걸개를 만든 일본 신발 '게다'를 신고 다녔다. 그런데 미루나무 게다로 땅을 끌고 다녔기 때문에 뒤축이 금방 닳아버려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 아이는 게다를 허리춤에 달고 맨발로 등하교를 했었다. 이런 기억으로 맨발 걷기는 자신 있었는데 신발 신었을 때는 그리도 곱던 길이 맨발로 대하니 온통 왕모래가 되고 날카로운 조약돌이 되어 발바닥을 괴롭힌다. 한 걸음 한 걸음 고통을 참으며 한 시간여 걸었는데 같이 걷던 옆 사람처럼 물집은 안 잡혔어도 발바닥에 난리가 났다. 덕분에 2, 3일간 발바닥을 느꼈어도, 전립선과 이명 그리고 꾸준히 하면 안경도 벗는다니 결단코 다시 도전해 보리라. 11월 5일 함양 상림 공원에서 맨발로 걸을 기회가 있었다. 걷다가 괴로우면 포기하고 신발을 신으려 배낭까지 준비했건만 꼼지락거리다 선두를 놓치는 바람에 신발을 보관소에 두고 출발했으니 천상 끝까지 가야 한다. 다행히 바닥의 돌들이 작아 발을 덜 찔렀고 부지런히 쫓아가느라 고통 느낄 여유가 없었다.
알타리 무를 다듬는 날은 하루종일 바쁘다. 떡잎을 떼고 새새틈틈 흙을 긁는 게 시간이 걸린다. 허리 한 번 펴 볼 새 없이 종종걸음을 치다 보면 산더미처럼 쌓인 무도 동이 난다. 함지에 넣고 왕소금을 뿌리고 나면 초겨울 짧은 해도 뉘엿뉘엿 넘어가고 금방 깜깜해진다. 부랴부랴 저녁을 먹고는 갓이며 파를 썰고 마늘을 찧는 등 양념 준비에 들어간다. 어느 새 밤도 이슥해지고, 잠도 자는 둥 마는 둥 새벽부터 알타리 무를 씻는다. 두 번 세 번 물을 갈아서 헹군 뒤 바구니에 차곡차곡 쌓는다. 모양도 크기도 제각각인 알타리 무는 일정하게 다듬어야 볼품이 있다. 큰 것을 쪽을 내고 뭉툭한 것은 먹기 좋게 저며서 양념과 함께 버무린다. 이튿날이면 어머니는 딸들에게 예의 택배로 부치셨다. 딸들 사랑도 어지간했지만 그렇게 싸움 싸움 하면서도 김장을 끝냈으니 나 또한 나도 어지간히 지쳤다. 세 분 이모님이 거들어 주신다 해도 번거롭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기실은 다듬을 때부터 도와 주셨다. 대부분 총각무인 알타리를 다듬는데 가끔은 알타리와 약간 다른 초롱무와 달랑무가 등장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다듬기만 하면 되는데 낯선 녀석들을 보고는 초롱무라고 했다가 달랑무라고
지난 4월 1일 발령을 받아 충주에 첫발을 디뎠을 때 큰 사과 조형물이 눈에 들어왔다. 고향이 대구인 나로서는 더욱 친근감 있게 다가왔다. 시간이 흘러 화사한 꽃을 피우며 뜨거운 태양과 태풍을 이기고 가을에 탐스럽게 열리는 사과나무 가로수가 있고, 남한강 물길 따라 여기저기 여행하다 보면 왜 충주를 머물다 보면 살고 싶어지는 곳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충북에서는 조금 멀리 있는 부산 남구 대연동에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친 유엔군 전몰 장병이 안장된 성지이자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인 UN기념공원이 있다. UN기념공원에는 미국, 영연방국, 터키 등 11개국의 전사자 2천300여 명이 젊은 나이에 이름도 모르던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이곳에 왔다가 생을 마감, 영면하고 있다. 몇 해 전만 해도 UN군 참전용사 재방한 행사지원을 위해 UN기념공원을 찾았다. UN군으로 참전한 참전용사와 그 가족을 초청하여 참전에 대한 보은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참전국과의 지속적인 우호 협력관계를 유지·강화하기 위한 행사였다. 잘 단장된 묘역과 추모관을 둘러보다가 비석 앞에 헌화하고 있는 유족을 가까이에서 만났다.…
산자락 단풍이 절정을 지나는 10월의 마지막 주말 저녁, 처음엔 흔히 있는 사고로만 알았다. 그러나 계속 쏟아지는 소식은 어이가 없었다. '이태원 핼로윈 축제'에서 일어난 압사 사고였다. 문득 지난날 어이없었던 사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3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끔찍하고 우리를 분노케 했던 황당한 사고들 - 1993년 28명이 희생된 청주 우암 상가 · 아파트 붕괴, 1994년 32명이 희생된 성수대교 붕괴, 1995년 502명이 희생된 삼풍백화점 붕괴. 더 오래전 1970년 33명이 희생된 서울 와우 아파트 붕괴도 있다. 세월이 흘렀어도 이번 사고와 과거 악몽 같은 붕괴사고는 공통점이 있다. 일반적인 붕괴사고의 부실공사, 관리 소홀 외에 '예견된 사고'라는 것이 이번 이태원 사고와 맥을 같이 한다. 사전에 제때 적절한 조치만 했어도 사고로 인한 희생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결국 '사람'의 문제이다. 논어 '안연(顔淵)' 편에서 공자는 정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군군 신신 부부 자자(君君 臣臣 父父 子子)' 즉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는 말이다. 요즘에 비춰
정의 실현을 위한 원칙 지키기 보수주의(保守主義)를 처음 제창한 18세기 영국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는 정치 권력의 남용, 부패를 반대하며 공정하고 정의로운 정치 제도가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진정한 보수(保守)란 원칙을 제대로 준수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했다. 우리 사회 정의(正義)가 올바르게 실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칙 준수가 중요하다. 현재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 중이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금품과 향응을 받은 공직자뿐만 아니라 부정청탁을 한 사람도 과태료 부과대상이 된다. 2016년 시행 시작 당시 일부 요식업자 및 화훼농가, 권력층 및 전문가층들은 현재의 관행은 문제될 것이 없으며, 이 법이 정착되지 못할 것이라고 하였다. 2022년 현재 김영란 법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대부분이다. 분배 정의 분배 정의는 어떤 것을 분배할 때의 공정성과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받을 만한 사람에게 받을 만한 것을 주는 것'이 정의롭다. 분배하려는 것은 '이익이 되는 것'과 '부담이 되는 것'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이익이 되는 것은 임금, 성적, 선거권 같은 것이고, 부담이 되는 것은 세금,
죽음은 나쁜 것인가? 사용 후 필요가 없어졌는데도 사라지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면 죽고 사라지는 것의 선함도 느낄 수 있다. 그런 것을 본다면 죽음이라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사물과 달리 인간에 대한 죽음은 현상과 이상이라는 두 가지의 다른 측면을 살펴보아야 한다. 먼저 죽음이 나쁜 것이 되려면 살아있는 것은 좋은 것이 되어야 한다. 죽음에 대한 부정은 곧 살아있다는 긍정을 수반하게 되는데 이것은 죽음이라는 공포를 이기기 위한 것이다. 생명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본능인 생명유지의 욕구는 인간 3대 본능활동: 섭식, 수면, 배설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욕구는 죽음과 정반대되는 생존에 대한 것으로, 본능이라는 어쩔 수 없음에 포함되어 남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어느 정도 이해를 요구한다. 살아있는 삶은, 나라는 존재가 현실에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다른 존재와 만날 수도 있고 약속을 통해 또 다른 시간, 다른 존재와 시간을 공유할 수도 있다. 현재에 있고 과거에도 있었고 미래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은 현실을 주도적으로 조정하며 산다는 것이다. 살아 움직이며 몸으로 만져지는 물리적 상태에 있는 것이 살아있는 것이라면 죽음은 무엇인가
우연한 자리에서 나를 보게 되었다. 지난 주말 서울에 일이 있어 올라갔다가 심야영화를 보게 되었다. 아들과 딸아이가 영화를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미리 예매해 놓은 모양이었다.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뮤지컬 영화였다. 남편과 자식을 위해 헌신한 주인공 세연은 자신이 폐암말기라는 진단을 받는다.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무섭고 두렵지만 현실은 자신의 아픔을 하소연 할 수도 위로 받을 수도 없었다. 여전히 남편과 자식들은 아침이면 세연을 바쁘게 불러댔고 고통을 참아 가며 아내와 엄마의 역할을 해야 했다. 그것이 현실이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어느 날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세연은 자신이 죽기 전에 하고픈 일들을 적어본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빛났던 순간을 함께했던 첫사랑을 찾기로 한다. 남편은 황당했지만 같이 찾아 나서기로 한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찾은 첫사랑은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세연에게 첫사랑의 죽음보다 더 황당한 것은 자신을 사랑했다고 믿었던 그 사람은 자신의 친구를 사랑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빛나게 해 주었던 사람은 정작 지금 곁에 있는 남편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는 이상하게도 세연이 암과 사투
최근 사회·문화·경제적 변화로 혼인 나이가 상승하고 청년층의 결혼 및 출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2000년에 64만여 명에서 2020년에 27만여 명으로 급속히 줄어들었다. 인구는 저출산·고령화로 역피라미드형 구조가 되면 경제, 국방, 복지 등 사회 대부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에 대응할 방법은 무엇보다 결혼·출산율을 회복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자유 상실, 막중한 책임감, 경력단절, 육아 문제 등이 큰 부담이 되어 결혼과 출산을 꺼리고 있는데, 이러한 기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직장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공존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져야 사회비관론이나 개인주의 성향이 줄어들고 아이를 낳을 생각을 할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일과 가정 양립이 힘든 현실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여전히 성 역할의 고정관념이다. 아직도 여성이 육아를 더 부담해야 한다는 사회 인식과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일자리 때문에 여성들은 육아를 위해 일을 그만두거나 자녀에게 소홀해진다는 죄책감을 안고 생활한다. 여성의 경제활동은 증가하고 있지만
청주시가 KTX 오송역 명칭변경을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현재의 '오송역'을 '청주오송역'으로 바꾸는 데 대한 찬반을 묻는 방식이다. 조사 대상은 청주시민 1천명과 전국의 철도 이용객 1천명이다. 청주시가 내세운 청주오송역 개명 사유는 '대부분의 고속철도역에 지자체명 포함' '오송과 청주는 하나의 지자체라는 공동체 의식 강화' '국가 X축 중심역이자 철도친화도시로서의 청주 이미지 향상' '철도 이용객 혼선 방지' 등이다. 모든 사유는 청주에 방점이 찍혀있다. 청주시의 주장이 옳아 보이기는 하나 지난 10월에 진행된 주민 의견 수렴에서는 청주오송역 개명에 대해 찬성과 반대 의견이 동수로 나왔다고 한다. *** 청주에 방점 찍힌 '청주오송역' 처음 KTX오송역이 생길 때는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되기 이전의 청원군 강외면 오송 지역이었으므로 오송역 명칭이 자연스러웠지만 통합 청주시가 된 이후에도 계속 오송역 명칭을 그대로 가져가는 데는 아쉬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청주오송역'으로의 개명에 흔쾌히 동의하기는 망설여진다. 세종역 신설 주장 때문이다. 세종역 신설을 강하게 추진하는 세종시를 향해 이미 오송역이 세종시 관문역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니…
날씨가 변덕스럽게도 가을을 아쉬워하듯 겨울의 손을 확실하게 붙잡지 않고 갈팡질팡하고있는 것 같다. 그 덕분인건지 비염이 오랫동안 좋아지질 않는다. 최근들어 현대인의 병 중 가장 많은 질병으로도 손꼽힌다고 한다. 옛날을 배경으로 한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면 어리숙한 아이들을 표현할때의 모습이 항상 콧물을 흘리거나 머리에 흔히 뗌빵이라는 상처가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 당시도 비염때문이진 않겠지만 요즘 필자의 아이들도 비염에 적응이되어 코가 막혀있거나 기침을 연속해서 하는 것이 안쓰럽기 짝이없다. 코막힘과 기침도 걱정이지만 호흡하는데 있어 뇌에 산소공급이 잘될까 하는 주워들은 의학지식때문인지 걱정이 이만저만이다.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자식에 대한 무한의 사랑과 털끝하나라도 다칠까 노심초사일텐데 이번 할로윈축제를 즐기기 위해 이태원으로 발길을 옮겼던 156명의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평균 연령대가 20~30대가 대부분이라는데 그 안타까운 젊은 희생자들의 부모마음은 얼마나 안타까울까 가늠할 수도, 하기도 싫다. 왜 이런일이 발생해야하는지 정말 말도안되는 일이 아닌가... 누구의 잘못인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발생을 했다. 그로인해 국가애도기간이 지정
몸도 춥고 가슴도 시리다. 그래서인가. 음식도 따뜻한 게 좋다. 삼복더위에도 뜨거운 숭늉을 찾곤 한다. 무엇이든 차갑고 냉랭한 것엔 거부감이 든다. 대 여섯 살 때 일이다. 외가에 가면 머리맡에 윤이 반들반들 나는 놋쇠 요강이 놓였다. 밤에 자다가 요의尿意를 느끼곤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어둠 속에서도 할머닌 용케 아시고 은가락지 낀 손으로 요강을 두드려 주었다. 그리곤 겨울철이면 싸늘한 요강 언저리를 당신 손바닥으로 온전히 감싸준 후 소변을 보게 했다. 현대는 예전에 비하면 그야말로 획기적이고 편리한 삶이다. 안방에서 몇 발짝만 나가면 비데까지 갖춘 좌변기가 마련된 화장실이 있잖은가. 이 뿐만이 아니다. 관공서 및 일반 공중 화장실, 고속도로 휴게실 등의 화장실은 어떤가. 청결과 위생적 지수를 한 눈에 짐작할 수 있을만큼 화장실 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다. 어렸을 땐 화장실이 후미진 곳에 자리해 있었다. 겁이 많았던 필자였다. 한밤중에 볼일을 보려면 잠든 남동생이나 어머니를 흔들어 깨워 손을 이끌고 함께 변소를 가곤 했었다. 또한 재래식 화장실은 큰 시멘트로 만든 통을 땅 속에 깊이 묻었다. 그 위엔 나무로 만든 발판을 걸쳐놓았다. 밤
괴산군 청천면 무릉리에 '소골'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무릉리에서 가장 큰 마을로 우동(牛洞)이라 표기하고 있다. 경남 김해시 진영면 우동리(牛洞里)는 소가 누운 형국의 와우산(臥牛山) 아래에 마을이 형성되어 예부터 '소골(솟골), 소동'이라 부르다가 '우동(牛洞)'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소골'이라는 지명은 영동군 양산면 가선리의 '소골'을 비롯하여 괴산군 청천면 무릉리, 진천군 백곡면 성대리, 제천시 봉양읍 마곡리,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내암리, 옥천군 동이면 평산리, 진천군 광혜원면 회죽리, 제천시 봉양읍 삼거리 등에 있는데 모두 소(牛)와 연관짓고 있지만 마을에 '소(牛)'가 있다고 하여 '소골'이라는 지명으로 부른다는 것은 설득력이 전혀 없으며 경기도 평택시 송북동 의 우곡마을은 고려 말부터 진주 소씨가 집성촌을 이뤄 '소골'이라 부르다 한자로 '우곡(牛谷)'으로 쓰게 됐다고 하지만 이 역시 지명에 쓰인 한자의 의미에 맞추어 만든 유래로 여겨진다. 유사한 음을 가진 '솟골'이라는 지명이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수산리의 '솟골'을 비롯하여 경기 이천시 설성면 장능리,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신월리,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충남 청양군 화성면 농암리
깊어가는 가을 하루,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들과 아이들의 웃음소리, 황금 빛 들녘 너머로 우리의 삶이 출렁이고 있다. 따스한 햇살을 머금은 과원은 얼마 남지 않은 한 해를 부지런하게 마무리하려는 농부의 손짓으로 더욱 아름다워진다. 하지만 최근 2~3년간 우리를 지속적으로 괴롭혔던 과수화상병으로 인해 농심(農心)은 적잖이 멍들었고 사과 재배면적도 많이 줄어들었다. 화상병은 세균이 나무의 꽃, 상처, 기공, 신초 등으로 침입해 나무 내에서 도관을 타고 이동하며 심하면 나무 전체를 고사시키는 무서운 병이다. 병이 진전되어 감염된 조직은 짙은 갈색에서 검은색 또는 붉은색으로 괴사해 과수의 에이즈라고 불린다. 흔히 병균, 기주, 환경을 병충해의 3요소라 부르며 한 가지라도 불량한 상황에 이르게 되면 병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과수화상병도 여기에 있어서는 예외가 없다. 2020년 충주시에 화상병이 대규모로 발생한 후 충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는 과수화상병 조기 발생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중앙지침 외 지역 맞춤형 방제대책으로 총력을 다해왔다. 맞춤형 방제는 크게 시기별, 작업별 농업인 교육 및 화상병 방제의무 고취, 화기전염 방지, 돌발병해충 공동방제, 발
이태원 참사는 경찰이 정상적인 주의만 기울였다면 156명이나 되는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태원이란 좁은 지역에 십여만 명이 몰려다니다간 대형 사고가 날 수도 있을 것이란 정보를 사전에 입수했어야 했다. 사전에 정보를 입수하지 못했더라도 현장에 배치한 경찰을 통해서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파악해 적절히 대처할 수도 있었다. 참사 4시간 전부터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이라는 112신고가 잇따랐는데도 방치하다시피 했다는 것은 경찰이 주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조직이란 역할을 못한 것이다. 특히 대통령이 지시할 때까지도 서울청장이나 경찰청장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은 경찰의 보고체계가 어느 정도로 부실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밖에 이태원 참사 책임 문제를 놓고 지휘부와 일선 경찰이 공방을 벌이는 것이라든지, 비밀문서가 유출되어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현상 등은 기강이 어느 정도로 해이한 것인지도 보여주고 있다. 경찰이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른 걸까? 그 근원을 따져 올라가다 보면 검찰과 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편과 무관치 않다. 왜냐하면 사실상 경찰의 업무를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외부기관이 없기 때문이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1% 미만으로 제로에 가깝다. 그만큼 교육에 대한 열정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배우고 익히기 쉬운 한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도로 발달 된 산업화 시대에 새로운 문맹이 생겨나고 있다. 바로 디지털 문맹이다. 문맹으로 산다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나는 요즘 세상에 나가는 것이 두렵다. 나는 기계 앞에서 청맹과니다. 먼 길을 가야 하는 일이 생겼다. 청주를 벗어날 때는 주로 남편과 함께하는 데 이번에는 남편이 사업상 중요한 다른 일정이 있다고 한다. 먹고사는 것이 중한 일이니, 사업상이라는 말 때문에 혼자 길을 나서기로 했다. 세 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이다. 멀기도 하고 언제 또다시 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곳이라, 예전에 신세를 졌던 분들도 보고 오기로 한다. 그들에게 과일이라도 사 갈 요량으로 마트에 들른다. 황금 사과를 사서 계산대로 가는데, 계산대가 모두 무인으로 바뀌어 있다. 갑자기 가슴이 콩닥거린다. 어찌해야 하나 어떻게 계산을 무사히 마치고 저 공간을 통과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다들 척척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계산을 잘도 한다. 막막함에 매장을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마지막 칸에 있는 계산원이 눈에 들어온다. 그곳으로
간혹 해변에 닿게 되면 바닷물이 밀려오고 밀려 나가는 광경을 한참 동안 바라보곤 한다. 익숙한 풍경이고 모래가 펼쳐진 어느 해안에서나 볼 수 있는 특별할 것 없는 광경인데도 마치 그것을 보려고 일부러 찾아오기라도 한 듯 몰두하기도 한다. 공연한 상념들은 덤으로 따라붙는다. 얼마쯤 바라보다 돌아설 땐 으레 신발에 모래만 잔뜩 묻혀오기만 했는데, 한두 번쯤은 생각이 딸려오기도 한다. 파도가 밀려올 때면 물을 머금은 모래들은 색이 짙어진다. 파도가 모래를 적시는 범위는 늘 달라서 색이 짙어지는 모래들의 범위도 함께 달라진다. 때론 제법 위쪽에 있는 모래까지 흠씬 적시는가 하면 저만큼 아래서 힘을 잃기도 한다. 모래는 바닷물과 만나는 잠시 동안 색을 바꾸었다가 물기가 빠지면 자신의 색을 다시 바꾼다. 그렇게 모래와 바닷물의 만남과 작별은 해안선을 따라 꾸불꾸불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러고 보니 바닷물에 완전히 잠긴 곳도 있고 저 위쪽 물이 닿지 않아 바삭하니 마른 곳도 있다. 태풍이나 해일이 밀려오지 않는다면 내내 그 상태로 머물 듯하다. 그 두 곳 사이에 젖으면 색이 짙어졌다가 물이 빠지면 흐려지는 모래들의 공간이 두툼하거나 얇게 들쭉날쭉 자리하고 있다. 경
토목설계 회사에서 설계 일을 하면서 바라보는 업무적인 공무원의 모습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원리와 원칙을 중요시했다.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조금은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종종 있었을 때도 의견의 조율이 안될 때는 다소 융통성이 없어 보이고, 제3자 입장에서는 맡은 일이 한정적이며, 단순한 업무일 거라는 편견 때문에 이해되지 않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민원인들을 대하는 과정에서는 외외의 모습이었다.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려 노력하고 주민들의 요구와 불편사항에 대한 의견을 귀담아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은 업무로 대할때와 상반된 모습이었기에 인상적이었다. 처음 공무원으로서 일을 접했을 때 사무실 분위기에 적응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예상보다 많고 다양한 업무들이 계속 밀려와 당황스러웠다. 일을 하면 할수록 전에 설계회사에서 일을 하며 보았던 공무원분들의 상황과 모습들이 이해됐다. 공무원의 업무가 법이라는 체계 안에서 진행되어야 하고, 시민들과의 이익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원리와 원칙을 중요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또한
가을이 익어간다. 단풍이 아름다운 늦가을에 여행을 떠나면 마음이 설렌다. 매년 가을이면 부부동반으로 고교동문들의 모임에서 여행을 다녀왔다. 사모님들도 기다리는 여행이었는데 코로나로 인하여 3년 만에 여행을 떠나니 더욱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8시에 충주를 출발하여 10시가 되어도 자욱한 안개가 걷힐 줄 모른다. 첫 여행지는 바다처럼 넓은 예당호(禮唐湖)였다. 관광버스에서 내리니 모노레일을 바로 탈 수 있었다. 호수 옆에 자리 잡은 동산을 굽이굽이 오르고 내리며 주변 경관을 관람하며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호숫가에 유유히 떠다니는 고깃배가 소나무 숲 사이로 보여서 사진을 찍었다. 군데군데 정자(亭子)도 있고 멋진 출렁다리가 눈길을 끌었다. 출발했던 곳에 도착하니 모노레일을 타려는 인파가 긴 줄로 서있는 것을 보고 모두들 바로 탈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고 했다. 출렁다리 중앙에 높은 탑이 솟아있고 다리를 지탱하는 긴 줄이 마치 현악기를 연상하여 호수와 잘 어우러졌다. 일행은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다리 중앙에 전망대를 오르니 주변 경관이 너무 아름다웠다. 출렁다리를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고 한바탕 웃으며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두 번째 여행지인 바다에
간디가 영국의 런던대학교 법과대학에서 유학하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는 식민지 출신의 젊은 학생을 아니꼽게 여기던 피터스라는 이름의 교수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점심을 먹기 위해 대학식당에 든 간디가 피터스 교수를 발견하고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간디를 슬쩍 곁눈질한 피터스 교수는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습니다. "이보게, 아직 잘 모르는 모양인데, 돼지와 새가 같이 앉아 식사를 하는 경우는 없다네." 교수의 이야기를 들은 간디는 그다지 불쾌한 기색 하나 없이 말했습니다. "걱정 마세요, 교수님. 제가 새가 되어 다른 곳으로 날아갈게요." 졸지에 돼지가 되어 버린 교수는 자신을 놀린 간디를 골탕 먹이기 위해 며칠 후 치러진 시험에서 의도적으로 식민지 출신으로서는 해결이 어려운 매우 영국적인 문제를 출제했습니다. 그러나 간디가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자, 간디를 불렀습니다. 그리곤 본인 수준에서 생각하기에, 쉽게 답하기 어려운, 앞뒤가 꽉 막혔다 싶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내가 길을 걷다가 돈이 든 자루와 지혜가 든 자루를 발견했다네. 자네라면 어떤 자루를 택하겠나?" 간디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습니다. "그야 당연히 돈이 든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가로수가 가을바람에 잎을 떨구고 느티나무 아래에는 여름 한 철 푸른 잎으로 그늘을 만들어 주던 나뭇잎이 수북이 쌓여가고 있다. 잎을 떨군 느티나무는 앙상한 가지를 조금씩 내보이며 만추의 계절을 실감하게 해 준다. 금년 연초에는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코로나로 인해 어려웠지만 요즘은 사회적 거리 두기의 완화로 중단되었던 축제 같은 행사 등도 큰 제약 없이 치러지고 야외활동도 할 수 있는 조건이 되면서 단풍 명소에는 가을 단풍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그동안 자유롭지 못했던 여행도 활기를 띠고 있는 것 같다. 계절적으로는 수확의 기쁨을 누리며 연초에 계획한 일들이 성과를 내면서 다가올 새해를 준비하는 계절인 것 같다. 계획한 일들이 차질없이 진행되었는지 연초에 계획했던 일들을 되돌아보고 아직 시작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해넘이 전에 실행에 옮겨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새로이 무슨 일을 시작하는 것은 그것의 좋은 점과 화려한 면을 생각하며 그것을 잘하는 사람을 모델로 그 사람처럼 되기를 기대하며 호기롭게 도전하지만 사실 엄두가 나지 않고 어려운 일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꼭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망설이지
출근하니 목단꽃이 먼저 반긴다. 부서 이동이 있는 날. 예금계로 발령받았다. 아차 결제인 도장을 준비 못했구나! 당황스럽다. 상무님이 어디론가 전화하셨다. 점심시간이 가까이 올 무렵 인각하는 분이 오셨다. 50여 년전 플라스틱 도장이 30원, 목도장이 50원 정도 했던 것 같다. 월급은 1만2천원, 상아 도장은 10만원, 상아에 인각했으니 지금이나 그때나 생각이 없기는 매일반인 것 같다. 상무님은 동그랗게 뜬 눈으로 쳐다보시고, 인각하시는 분 또한 놀라신다. 이름을 찍어 보고 또 찍어 본다. 매일 사용하는 도장 위로 실핏줄처럼 붉게 물들어 오르며 자리를 잡는다. 도장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일제 강점기 때이다. 일제가 지주들의 땅을 수탈하기 위하여 도장을 만들어 나누어주고 강제로 찍게 했다는 아픈 역사가 있다. 5년을 사용하다 보니 테두리가 먼저 닳아 이름만 섬처럼 동동 찍힌다. 인각 하시는 분께 부탁드려 닳은 부분은 잘라내고, 재인각하였다. 도장 덕분인가? 일복이 터져서일까? 45년을 매일 사용했다. 길었던 상아는 여섯 번을 재인각하는 동안 키가 절반으로 줄었다. 요즈음 신세대들은 싸인으로 대체한다. 마음만 먹으면 남의 글씨체를 흉내 내는
한 무리의 소년들이 무인도에 떨어진다. 핵전쟁이 일어난 가운데 비행기로 후송되던 영국 소년들이 태평양 어느 섬에 불시착한 것이다. 조종사는 죽고 살아남은 건 겨우 5-12세밖에 안 된 소년들뿐이다. 아이들에겐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청천벽력 같은 엄청난 일이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 집도 절도 없는 야만 지대였으니 그들의 사고를 세상이 알기나 했는지 모를 일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은 언제까지 이 섬에서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윌리엄 골딩의 '파리 대왕'은 무인도에 떨어진 소년들을 등장시켜 독자들에게 무한한 상상을 일으키게 한다. 그러면서 그들에게서 인간의 본성을 비춘다. 문명에 익숙했던 소년들이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막막하고 절박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천진하고 연약하며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아이들이라 마냥 울고만 있었을까. 물론 아니다. 그들도 하나의 인간이기에 생존본능이 발동한다는 것은 아주 자연스런 행동이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소년들에게서 내면화된 문명의 가치가 어느 정도의 견고성과 효율성을 가지고 있느냐는 의문을 던진다. 위험한 상황을 인식한 소년들이 제일 먼저 한 것은 빨리 이 섬을 나갈 수
지난 일요일 아침 이태원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들이 뜻밖의 인명 피해에 슬퍼하면서도 한편으로 기성세대 중 일부는 언제부터 핼러윈 축제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냐며 놀라워하고, 또 한편으로는 서양 귀신 놀음에 왜 우리 젊은 세대들이 열광하느냐며 불편하게 여기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러나 십만의 젊은이가 핼러윈 축제를 찾았다면 거기에는 젊은이들을 호기심으로 이끌고 가슴 뛰게 만들 그만큼의 재미있는 일이 있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들 다수는 핼러윈 축제의 의미를 되새기거나 서양 사람들 흉내 내려고 그 자리에 참석하였다기 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미디어로 접해오며 친숙함을 느껴왔던 핼러윈 축제라는 무대를 빌어 신명나게 뛰놀고 춤추고 즐기고 싶었을 것입니다. 전통의 놀이를 지키지는 못할망정 우리랑 상관없는 서양 귀신 놀이에 정신 못 차린다며 나무랄 일은 아닙니다. 그동안 우리는 외국과 상부상조하며 아픈 역사를 이겨내고, 끊임없는 교류를 통하여 지금의 번영을 이끌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본과 기술만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부지불식간에 그들의 언어나 종교, 음식, 풍습도 함께 수용하였습니다. 대원군의 쇄국정책이 조선의 운명을…
만추의 계절, 1년에 1천만 관광객이 찾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내륙관광의 1번지 단양의 소백산과 월악산은 오색단풍이 흐드러지며 단양호의 아름다운 물결과 어우러져 가을의 절정을 노래하고 있다. 한편으론 노랗고 빨갛게 말라버린 낙엽들이 한산한 도로에 나부끼며 아우성치는 소리가 시끄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 또한 찬란한 빛을 받고 충만한 물기를 머금은 넉넉했던 여름철 어느 때에는 저마다 싱그러움과 생기를 자랑하며 늠름하고 조용히 그 자태를 뽐냈을 것이다. 내 고장 우리 단양군의 찬란한 여름은 언제였을까? 아마 시멘트 사업이 호황을 이루던 1960년에서 1970년대가 아닐까 싶다. 필자는 태어나기도 전이다. 그 시절 단양군은 시멘트 산업이라는 충분한 양분을 받으며 인구가 9만 3천명에 달했다. 그랬던 단양군의 인구는 올해 9월 말 기준 2만7천 명으로 1/3 토막이 났다. 결정타는 1980년대 초반 충주댐 건설이다. 댐 건설로 인해 읍소재지 대부분이 수몰되며 1989년까지 10년간 2만5천 명이 지역을 떠나갔다. 이때 필자의 고향도 수몰돼 같이 모여 살던 큰집 가족은 할머니와 함께 서울로 떠났고 우리 가족은 지금의 단양읍인 신단양으로 이주했다.…
사랑하는 일은 하늘을 나는 숭고함이다. 그것은 환희다. 별처럼 휘황한 감정은 사람들이 즐겨 키우는 순수다. 사랑하는 까닭에 가슴엔 시냇물이 넘친다. 미끄러운 정서는 강을 따라 물결친다. 작은 풀벌레 움직임에도 정성을 기울이게 된다. 밀물이 갯벌을 덮는 것처럼 상대에게 압도당한다. 생각은 날개를 달고 둘만의 시간을 상상한다. 쏟아지는 달빛을 받으며 둘이 걸으면 습지대도 자갈길도 황금 길이 된다. 나도 황홀한 그 도가니에 빠졌던 때가 있었다. 쉽게 오지 않을 감정이 나를 찾아와 지배했었다. 그 일은 뇌성이나 번개처럼 예측하지 못하고 있을 때 일어났었다. 별안간 발생하여 나를 흔들었다. 한번 발생한 감정의 산맥은 봉우리를 넘어 높이 날았다. 의지의 나무는 노예가 되어 그에게 끌려다니며 휘둘렸다. 모든 것이 정열이고 영묘했다. 열정에 의해 의지는 뿌리째 뽑혔고 깊은 못 속으로 빠져 결혼했다. 한 나무가 내나 똑같은 새싹이 없고 똑같은 이파리가 없듯, 사랑 이야기 또한 사람마다 다르다. 허허벌판에서 만난 무너진 성전을 바라보는 것 같은 쓸쓸한 사랑을 하는 이도 있고, 수직 절벽을 타고 유장하게 흐르는 물 같은 사랑을 하는 이도 있다. 별처럼 먼 사랑이…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