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학교로 옮기고 난 후 지인을 만나면 괜찮냐고 물었다. 보은에서는 가장 큰 학교이고 아이들도 많으니 각종 민원이나 다양한 어려움이 있을 거라 예상하고 하는 말이다. 나는 대답 대신 큰 학교라 가장 좋은 것이 뭐냐고 물어달라고 요청하곤 했다. 대답을 정해놓아서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아이들이 전학을 가도 전학을 와도 매우 놀라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이고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농촌 소규모학교에 근무해본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지 잘 알기에 공감하며 함께 웃곤 했다. 작은 학교에서는 학생 한 명이 전학 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가슴이 철렁하곤 했다. 소문만으로도 전 교직원이 이야기의 진위를 따져가며 수군거렸다. 무슨 일인지 어떤 사정인지 확인하고 사실이 아님을 알게 되었을 땐 모두 안도했다. 반대로 학부모가 사실이라고 알려오면 비상사태가 벌어졌고 일말의 여지가 있다면 어떡하든 문제를 해결해서 학생을 붙잡으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전학을 간다던 학생들이 지금까지 남아 있기도 하니 노력이 헛되진 않았다. 학생 한 명이 전학 가는데 웬 호들갑이냐고 말하겠지만 결코 만만한 이야기가 아니다. 다자녀 가정의 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학생 수가 적으니 2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주인공인 월나라 왕 구천은 오(吳)나라의 포로가 된다. 온갖 굴욕을 당하며 포로생활을 하던 그가 천신만고 끝에 살아 돌아온다. 월나라로 돌아온 구천은 특단의 부국강병정책을 세우는데 그 특단은 다름 아닌 인구증산정책이었다. 스무살이 되어 혼인하지 않으면 부모가 벌을 받고, 자식을 낳으면 상을 줬고, 쌍둥이를 낳으면 양육비를 지급하며 출산을 통해 부국강병을 꾀했다. 사람이 돈이다. 예나 지금이나 양상만 다르지 사람이 돈이 된 건 오래되었다. 고대에서 근대까지 농사를 짓던, 전쟁을 하던 국가의 자산은 사람이었다. 지금도 소위 대국이라는 국가의 힘의 원천은 사람이다. 우리나라는 낮은 출산율 때문에 비상이 걸렸지만 불과 35년 전에는 사람을 줄이는데 돈을 쓰기도 했다. 이후 불과 10년이 조금 지나 다시 사람을 늘리기 위해 돈을 쓰고 있다. 국부의 원천도 사람이고 사회의 핵심도 사람이므로 많은 돈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좀처럼 사람이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명확한 이유를 단언하기가 어렵지만 국가가 사람의 가치에 투자하지 않고 사람의 수(數)에 투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둘도 많다 하나만 낳자"는 식으로 인구를 줄이기 위한 정
지난 1월 말, 정부는 그간 미뤄왔던 실내 마스크 해제를 선언하였다. 사실상 코로나19에 대한 무장해제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결정과 함께 주목되는 부분은 재택근무의 지속여부이다. 최근 넷마블, 넥슨, 엔씨소프트 등 주요 게임사는 재택근무를 폐지하며 집합근무로의 회귀를 선언하였다. 그렇다면 재택근무는 코로나19 기간에만 불가피하게 시행되었던 일시적 체제가 될 것인가? 코로나19 이전에 재택근무를 도입하지 못했던 이유는 다양하지만 '경험재(시간 및 노력을 들여서 경험을 해봐야 가치를 알 수 있는 재화)'라는 IT의 특성이 작용했다는 의견이 많다. 대면근무에 익숙한 대다수 직장인들에게 재택근무를 위해 필요한 프로그램(Zoom, 팀즈 등)을 학습시키는 데에 시간과 경험이라는 비용(Cost)을 들여야 했기 때문에 사측은 이와 같은 시도를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은 이 같은 경험을 강제적으로 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그 결과 초기에는 접속 오류와 같은 문제로 인해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약 4년 간 이어진 코로나19 기간을 통해 우리는 대면근무 우선에서 재택근무 우선으로의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에 완벽하게 적응할 수 있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변화를 가져왔다. 캠핑과 차박 등의 야외활동이 증가하고, 일상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원의 중요성이 커졌다. 그러나 과연 '우리 모두는 원하는 공원을 가졌는가?', '우리 모두는 공원을 충분하게 누리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 도시 보다 더 큰 공원, 싱가포르 '공원 속의 도시' 1967년 싱가포르의 리콴유 총리는 도시 비전으로 '공원 도시(Garden City)'를 선포했다. 도시에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개념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이었다. 실천 전략으로 '나무 심기의 날'을 지정하고, 공공 및 민간 건축물의 녹지 공간 확보를 의무화했다. 쓰레기 발생량에 따른 세금 인상법을 제정하고, 시민 환경 교육을 강화했다. 그 밖에 도로 청소·배수 시설 및 하천 정비 사업, 녹지 공간 확충 사업을 시행했다.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곧 비전이 수정됐다. '공원 속의 도시(A City in a Garden)'이다. 도시에서 섬처럼 작게 따로 떨어져서 배치되는 공원의 도식이 '도시>공원'이라면, 싱가포르는 이제 공원을 도시보다 더 큰 개념으로 바라보고 공원 안에 도시를 배치하는 '도시
필자는 생물학적으로 노년의 시기에 들어서면서, 인생의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할 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였다. 경로의 존성에 따라 평범하면서도 안정적인 삶의 패턴을 그대로 유지하며 살 것인가, 혹은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갈 것인가의 고민이 항상 있었다. 그리고 일상을 탈출하여 나 자신의 체력과 정신력을 시험해보고 판단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어느 기업인이 주관하는 안나푸르나베이스캠프(ABC) 트래킹 일정에 참여하였다. 총 13명의 대원과 약 20여 명의 산악가이드·포터·쿡 등으로 팀을 꾸리고 14박 15일의 일정으로 트래킹을 시작하였다. 13명의 참가자들은 대부분 초면이었으며 다양한 직업군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리더를 제외한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오랫동안 계획했다기보다는 머뭇거리다 용기를 내서 참여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팀 이름을 '어쩌다 안나'라고 짓고 말았다. 트래킹 초반에는 세상에서 살았던 얘기들, 그리고 세상의 희로애락에 대한 대화가 주류였으나, 점차 높은 산을 오르면서 우리의 내면을 돌아보고 새로운 깨달음과 자연의 위대함에 대한 대화를 통해서 점차 자연과 일체가 되는 경험들을 하였다. 그리고 히말라야가 우리를 환대하고 있음
내 아이에게 최고의 것을 주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의 공통된 바람일 것이다. 많은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를 건강하고 똑똑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헌신하며 다방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 것이 최선일까? 정답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시대와 문화, 또는 개인이 처한 현실에 따라 양육관이나 교육관은 달라지고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 알아야 하고 갖추어야 할 것은 많겠지만, 아마도 그 시작점은 '내 아이의 타고난 성향을 잘 이해하는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각 개인의 타고난 성향을 기질이라고 말한다. 기질은 생물학적 기초 및 유전적 요소를 갖는 타고난 반응 경향성으로, 시간이나 상황에 걸쳐 비교적인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개인적 특성을 일컫는다. 갓 태어난 아기들이 모여있는 신생아실에서 우리는 다양한 기질을 접할 수 있다. 어떤 아기들은 아주 작은 움직임이나 온도 변화도 민감하게 알아채고 큰 울음으로 반응하는가 하면, 배가 고프거나 옆자리의 아기가 아무리 큰 소리로 울어도 별다른 반응 없이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아기가 있다. 환경적인 영향에 거의 노출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렇
커피업계가 수입된 에티오피아 커피 생두에서 암을 유발하는 '오크라톡신'이 과다 검출됐다는 소식에 비상이 걸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1일 "생두수입사 '블레스빈'이 수입한 에티오피아 커피 생두 38.4t을 표본조사한 결과, 오크라톡신 A가 기준치(5㎍/㎏ 이하)보다 2배 이상 많은 13.0㎍/㎏이 검출됐다"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냈다. 오크라톡신 A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의 분류기준에 따르면 '발암가능물질(GROUP 2B)로 지정된 곰팡이 독소로서, 고온에서도 분해되지 않아 커피 음료에 그대로 담길 위험이 크다. 더욱이 동물실험에서 암 뿐만 아니라 신장독성, 간독성, 면역독성, 기형아 출산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된 물질이어서 불안감이 증폭됐다. 커피시장 일각에서 즉각 에티오피아 커피 구매 거부와 반품 소란이 일었다. 지난해 수입된 에티오피아 생두의 물량이 1.9만t에 달하는 수준이어서 이미 통관된 생두에 대한 안전성 시비도 일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지만 신선하고 깨끗한 생두를 수입하는 업체들까지 피해가 번졌다. 정상임을 확인하는 검역증서를 보이며 소비자를 안심시키는 업체들의 절규가 잇따랐다. 사실,
지난 주말에 실내에서 열린 문학 행사에 다녀왔다. 백여 명이 모인 자리였다. 의무적으로 실내 마스크를 착용하는 부담이 줄어선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모였다. 모처럼 아는 얼굴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사람의 정체성은 표정에 있는 게 아닐까?' 오랫동안 우리는 '이름'을 통해 누군가를 인정했다. 그러다가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았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지문이나 홍채 같은 생체 인증을 통해 개인의 자격을 인증받는 단계까지 왔다. 한마디로 우리는 '인정'받는 존재에서 '인증'되는 존재가 된 것이다. 인정과 인증은 어쩌면 별 차이 없을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당신이 당신이라는 걸 알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인정과 인증에는 다른 의미 맥락이 있다. 인증은 배제를 전제하고, 인정은 포용하려는 의지가 깔려 있다. 지문이나 홍채를 통해 인증받지 못한 사람은 구성원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인정이 좀 더 인간적인 증명 방식이라는 뜻은 아니다. 인정받지 못하는 일이 때로는 가혹한 좌절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인간 소외는 대개 '인정'의 문제에서 비롯한다. 인정과 인증 이야기를 꺼낸 것은 우리가 늘 자기를 증명해야 하는 존재임을 말하
중국 당나라 때 관리를 선출했던 네 가지 표준의 사자성어 이다. 첫음절 신자는 신수를 말하는 것으로 겉을 보고 안을 짐작한다는 문자인데, 지금도 인재를 등용할 때나 일반인들의 생활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하지만 이 예지는 가끔 빗나간 적이 있었다. 컴퓨터를 배우던 때의 일이다. 창밖에 후드득 후드득 빗줄기가 떨어지고 있던 날, 옆자리의 그녀가 불쑥 핸드폰을 내밀며 보라고 했다. 폰에는 '창밖에 비가 오고 있어요. 내리는 빗방울만큼 당신을 사랑해요.' 라고 보낸 문자에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라는 답 글이 있었다. 나이 50이 가까운 여인이 소녀 같은 여린 감성으로 남편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머리에는 나비모양의 반짝이는 핀을 꼽고 손톱에는 화선지인양 여러 가지 색과 무늬가 그려져 있었고, 손목에는 팔찌, 발목에는 고리모양의 발찌가 찰랑거렸다. 서로에게 익숙해 갈 무렵, 자기 집의 시세를 알아봐 달라고 하며 방문을 요청했다. 마음속으로 여인이 겉모습처럼 섬세한 솜씨로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을 집안이 궁금했고, 이런 여성과 함께 사는 남자는 누구일까 알고도 싶었던 차였다. 그런데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이란 글자가 무참하게 깨져
하루도 빠짐없이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공공재가 있다. 이구동성으로 전기라고 말하는데 아무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아무 거리낌 없이 무한정 사용하면서도 별다른 고마움과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으로 LNG 등 국제 연료비는 과거 경험하지 못한 수준으로 폭등하였고 이를 반영한 전력시장가격(SMP)도 급등하는 바람에 전기요금의 인상은 불가피하게 되었다. 그동안 주택용 전기요금은 아래 그래프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14년 이후 엄청난 물가상승등 여러 요인에도 정부정책 등에 따라 계속 동결되었으며, 도리어 2017년과 2019년에는 전년대비 -1.7%, -0.5%가 각각 인하되기 까지 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유류는 국제에너지 수입 가격에 연동됨에 따라 휘발유가격이 높아질 경우 대중교통 이용 등 자동차 이용을 최소화하여 자연스런 소비 유도가 이루어 지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사용해야 하는 전기의 경우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되었으나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즉각 반영이 되지 않다 보니 에너지 절약에 매우 둔감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점심시간 식당에 가보면 아무도 보지 않는데도 TV가 혼자 열
얼마 전 아이가 학교에서 스티로폼과 클레이를 이용해 눈사람을 만들어 왔다. 장갑을 낀 눈사람의 손에는 무언가 들려있었다. 자세히 보니 핫팩이라고 적힌 글씨가 보였다. 이번 겨울의 지속적인 한파로 인해 등교할 때 장갑을 끼도록 하고 핫팩을 준 적이 있었는데 그것이 인상적이었는지 자신의 모습을 눈사람에 투영하고 있었다. 아이는 만들어 온 눈사람을 장식장 위에 올려두고 날마다 보면서 흐뭇해했다. 열심히 만든 만큼 애착을 느끼고 있었다. 문득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이 떠올랐다. 초라하고 슬픈 삶을 살았던 자신의 모습과 내면의 진솔한 감정을 가감 없이 그린 화가이다. 본인의 모습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은 매우 용감한 일이라 생각된다. 간단한 증명사진 한 장을 찍더라도 좋지 않은 피부나 모난 부분들을 보정을 통해 실물보다 아름답고 우월한 모습으로 수정한다. 이를 통해 누구나 자신의 얼굴에서 나타나는 단점을 드러내기 어려우며, 실제보다 좋은 모습으로 보이기를 원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흐는 작품활동을 시작한 27세부터 생을 마감하기까지 10여 년간 36점의 자화상을 그렸다. 그의 자화상은 고통과 희망이 공존하고 있다. 신인상주의 기법에 영감을 받았던 고흐는
설날을 며칠 앞둔 섣달 그믐께다. 이른 새벽인데 카톡 소리가 요란하다. 궁금하여 핸드폰을 열어보니 넷째 여동생이 신생아를 안고 있는 사진과 손자를 얻었다는 사진과 함께 문자가 보인다. 반가운 소식에 7남매의 톡방은 출산 축하 메시지로 가득 찼다. 곧바로 넷째 동생과 영상통화로 산모와 아가의 건강상태를 물으니 아가도 건강하고 산모도 건강하다고 했다. 동생은 연신 싱글벙글 웃음꽃을 피우며 얼떨결에 할머니가 되었다고 계면쩍어 하며 좋아하는 모습이다. 그 모습을 보니 12년 전 내 모습이 떠올랐다. 특히 첫째 외손녀가 태어났을 때는 나 혼자만 손녀를 얻은 것처럼 황홀하고 감격하여 어쩔 줄 몰랐다. 곧바로 날아가 산바라지를 하면서 신생아를 씻기고 먹이는 일이 서툴고 힘들어도 그저 좋기만 했다. 그 후 2년 터울로 둘째, 셋째 손녀를 안겨 주었을 때도 마냥 좋았다. 지금도 튼튼하고 씩씩하게 무럭무럭 자라주는 재롱둥이 손녀들이다. 예쁜 손녀들은 고사리 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만들고, 악기연주를 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내온다. 이렇게 할미에게 늘 기쁨과 웃음꽃으로 삶의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행복 바이러스다. 새 생명의 탄생은 소중하고 신비로운 존재다. 계묘년 새해 벽두
어린 시절 동네 어른에게 받은 토끼 한 마리를 위해 아버지께서는 토끼장까지 만들어 주며 잘 키워 보라 하셨다. 토끼털이 배설물로 더럽혀지는 것을 막고자 토끼장 바닥 판자의 틈을 벌려 오줌과 똥이 잘 빠지도록 안배도 해 주었다. 새하얀 털에 빨갛고 동그란 눈이 예쁘고 오물오물 먹는 모양이 귀여웠다. 그래서 토끼 먹이를 뜯어다 주려고 학교 끝나기 무섭게 들판으로 내달리곤 했다. 이렇게 정성껏 먹거리를 조달해 주었건만 이쁜 토끼는 제대로 크지 못하고 얼마 뒤에 죽고 말았다. 눈이 퉁퉁 붓도록 울면서 그렇게나 열심히 먹이를 주었는데도 굶어 죽었다는 사실이 어린 눈에 매우 의아했었다. 최근 반추에 관련된 내용을 들었다. 반추란 되새김질 작용으로 보통 4개의 방으로 나누어진 반추위(反芻胃)를 가지고 있는 기린, 사슴, 소, 양 따위의 초식동물에 해당하는 말이다. 맹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면 기회 있을 때는 먹이를 저장해두고 시간이 있을 때 되새김질해 소화하는 생존법이다. 이러한 생존본능으로 네 개의 위가 생긴 것인데, 신기한 것은 위가 한 개밖에 없는 토끼도 반추를 한다고 한다. 토끼가 초식 위주 동물이기는 하지만 반추위를 가진 동물도 아닌데 어떻게 반추를 하겠는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통합을 위한 근거법이 조만간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조정이 필요한 각론에 대한 조율이 한창이다. 특히, 현재 추진되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지방시대위원회로의 전환 작업을 필두로 5차 국가균형발전계획과 17개 시도에서 하위계획으로 수립 중인 지역발전계획들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방 입장에서는 법과 계획에 담길 기회발전특구와 도심융합특구 등 새로 도입될 특구에 관한 관심이 큰 것으로 과열 양상을 띨 정도로 준비가 한창이다. 지금까지 중앙정부는 특정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근거 법률과 명칭을 달리하는 50여 개의 특구를 지정해 왔다. 1970년대 말 영국 대처 정부의 기업특구, 수출가공특구(export processing zones)가 정책으로 구현된 이후, 1980년대 레이건 정부 시절 주 정부 기업특구(state enterprise zones) 정책으로 실현되었다. 1993년 클린턴 행정부에서 자율특구(empowerment zones), 기업 커뮤니티(enterprise community), 재개발특구(renewal community) 등 기업특구와 성격이 다른 변형된 형태의 정책으로…
당신은 칭찬과 지적 중 어느 것을 먼저 하는가? 스탠포트대 커뮤니케이션학과 클리포드 나스 교수에 의하면 지적을 한 후에 칭찬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나스 교수는 다양한 대인관계 실험의 권위자인데 주로 컴퓨터를 활용하여 카사(CASA : Computers Are Social Actors) 실험을 한다. 실험내용은 사람들에게 '스무고개 게임'이나 '시뮬레이션 운전 중 길 찾기' 같은 상황을 주고, 컴퓨터가 지적을 하는 경우와 칭찬하는 경우를 상정해 반응을 살피는 것이다. 실험 결과를 종합해 보면 사람들은 칭찬보다 비판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했다. 비판이 뇌를 깨운다. 비판을 받기 시작하면 앞선 상황들은 잊혀지고 현재 상황을 방어하는 데 집중한다. 특히 운전 중 길 찾기 실험에서 길을 잘 찾는다고 칭찬하다가, "운전이 불안하다, 서툴다"라고 반응을 주는 순간 피험자들은 예민하게 돌변했다. 앞선 칭찬이 망각되는 '역행간섭(retroactive interference)' 시작된 것이다. 역행간섭은 새로운 자료가 시간상 역행적인 방향으로 과거의 정보 재생을 간섭하는 현상이다. 비판과 지적을 받게 되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해 그 이전의…
내가 원한 적이 없었던 '지구촌은 한 가족'이라는 주제는 이데올로기(집단 신념) 문화적 산물이다. 지구촌의 관점으로 모든 것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되면, 지역에서 누군가가 바라보는 것도 곧 세계라는 모호한 논리는 결국 비논리로 결론된다. 중앙에서 다수에 의한 시점 정리로 본다면, 지역 관점이 세계의 관점보다 멀 확률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폭력적 획일 시각의 이데올로기는, 도시를 떠나 점차 지역으로 확산, 전파되고 지역인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유행과 같은 첨단이며 빠른 지구촌의 관점은 지역을 이해하려는 상황이 아닌 그냥 문화식민적 사고로써 지역이 따라야 하는 일로 대한다. 지역인은 각자 의견의 관점이 있고 그것이 꼭 세계적일 필요가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이런 유행을 따르지 않았을 때는 가차 없이 촌스러움으로 결정지어진다. 문화식민적 사고는, 국제적이라는 명분으로 잣대를 대고 지역에서 만들어 낸 결과를 세련과 촌스러움으로 나누는 방법으로 사용한다. 그렇기에 지역의 표현은 각자 지역에서 지역에 맞게 진화되더라도 결정을 지을 필요 없이 오랫동안 꾸준히 진행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이런 방법이 문화식민적 관점을 극복하는 시도가 되고 지역 정체성을…
나무 계단이다. 2층으로 연결 된 길은 좁고 가파르다. 올라가는 길은 그렇게 수나롭지 않지만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보기와는 다르게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건물이 오래 되기도 했거니와, 이 가게도 견뎌 온 세월이 만만치가 않다. 40년 가까운 세월이다. 그 시절 음성에는 '비원'이라는 레스토랑이 있었다. 야채 시장 거리의 지하에 있던 식당이었다. 1980년대 그 지하에는 비원 뿐 아니라 나이트클럽이 있어 젊은이들의 요새이기도 했다. 내가 남편과 선을 본 곳도 '비원' 레스토랑이었다. 친구들과 만나 밥을 먹기도 하고 술도 한잔 하며 담소를 나누던 곳이었다. '비원'은 읍내에서 유일한 경양식 가게였기에 청춘들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흔치 않은 장소였다. 남편과 선을 보던 날 왜 그리 떨리던지, 다른 날 같으면 아까워서라도 돈가스 한 접시는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은 반도 먹지 못했다. '샛별' 레스토랑은 '비원' 보다 한참 후에 생겨난 가게였다. 내가 결혼하기 1년 전쯤이었지만 그곳에 가 본 것은 그보다 몇 년 뒤였다. 나는 결혼을 하고 남편을 따라 삼성면이라는 곳에서 1년여를 살다 다시 음성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비원'
바텐더,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직업 일 것이다. 음료를 조주하며 바에 앉은 손님들과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고 여러 가지 고민도 들어주고 어느 정도 해결책도 제시해 주는, 그런 역할을 주로 한다. 때로는 고해성사 비슷한 본인들의 속마음까지 모두 털어놓는 바람에 간혹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바텐더란 무엇인가? 근본적인 자세는 립 서비스와 경청하는 자세이다. 그저 밖에서 안으로 이야기가 흐르듯, 봤어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해야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가끔은 정말 낯선 사람에게 나의 모든 속마음을 털어놓을 때 가장 속이 후련해진다는 것이다. 그때 적당한 알코올이 가미된 칵테일이나 위스키 한 잔과 함께라면 더욱더 편해진 분위기가 연출될 것이다. 바 라는 특정된 장소만큼은 그 어떤 사람도 무장해제가 어느 정도 쉽게 되는 것 같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는 생각이다. 듣는 이의 자세와 분위기 조성에 있어 바텐더는 듣는 자세를, 손님들은 분위기에 적당히 취해 보는 서로의 자세 아닐까. 바텐더의 업무는 비단 조주 만이 아니라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가. 예를 들어 한 손님이 울적한 표정으로 들어와 독한 술 한 잔을 주문하고 앉아있다면 그 사람의
지난달 21일 프로야구 추신수 선수는 미국 한인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에 대한 비판적 시선에 대해 해명하고, 최근 야구 국가대표 선발에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2010년 병역혜택을 받은 이후 국가대표를 하지 못한 것을 해명하고, 특정 선수의 국가대표 선발 제외와 세대교체가 안 된 점을 비판했다. 그러나 그 선수의 과거 학교폭력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은 용서가 쉽지 않은 것 같다'는 발언은 호응은 커녕 오히려 사람들의 반감을 샀다. 발언 의도가 아무리 선할지라도 그간 추신수의 국가대표 '먹튀' 논란과 음주 운전에 대한 곱지 않은 감정을 억제해온 야구팬들에겐 감정 분출의 기회가 됐다. 그가 한국에 돌아와서 행한 소신 발언이나 아름다운 기부에 가려져 있던 불편한 심기가 한꺼번에 폭발한 것인지도 모른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 - 학교폭력, 음주운전, 병역기피에 대한 국민 정서를 간과한 위험한 발언이었다. 20년 넘게 입국이 불허되고 있는 스티브 유(유승준)는 병역의무의 신성함을,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 트랙 국가대표 빅토르 안(안현수)은 국가대표로서 받은 국민의 성원과 사랑을 저버렸다는 데서 국민은 분노한다. 추신수의 발언
코로나로 인해 배달음식의 수요가 급증했다. 과거보다 우리는 쉽게 다양한 음식을 집이나 회사로 배달시킬 수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쓰레기도 커다란 문제가 됐다. 한 개의 메뉴를 시켜도 거기에 딸려오는 반찬 플라스틱 통이 보통 3~4개는 되니 배달로 만들어지는 쓰레기가 생각보다 굉장히 많다. 1인의 쓰레기양이 이 정도인데 3~4인이 시킬 때는 가방 하나 크기의 양이 될 정도가 된다. 배달음식을 먹고 재활용을 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해 음식물이 남아있는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무조건 재활용이 안된다고 생각해서 타는 쓰레기봉투에 넣어버리면 쓰레기의 부피나 양이 많아지게 된다. 그렇다면 이 쓰레기양을 줄일 방법은 무엇일까? 조금만 더 신경을 쓰고 올바른 분리배출 요령을 알고 있으면 방대하게 배출되는 쓰레기양을 조금은 줄일 수 있다. 먼저 용기의 재활용에 대해 살펴보자. 국물 자국이 있으면 재활용이 안돼서 일반 쓰레기로 배출해야 하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일회용 배달용기는 PP재질 용기라 음식물 자국이 남아도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컵라면 용기도 음식물은 다 버리고 물로 헹궈 버리면 된다. 단, 음식물이 남아 있지 않도록 깨끗
코로나19 팬데믹과 기술발전은 1인 가구 증가와 소비·유통 트렌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 같은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농촌 고령화로 농가 인구와 후계 인력이 축소된 농업 분야에도 기회를 제공했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농업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창출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청년 귀농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높은 초기 투자 부담과 창농 후 단기간 내 정착에 어려움 등은 청년 농업인들을 좌절시키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중앙 및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다양한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농업인들이 안정적으로 농촌에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을 소개한다. 첫째, 체계적인 계획 수립과 품목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 이른바 '맨땅에 헤딩'은 무모한 결정이 될 수 있다. 우선,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농업과 농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농업인들은 자신에게 맞는 교육 및 체험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청년귀농 장기교육, 농촌에서 살아보기 등 청년 특화 귀농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재배하고자 하는 품목에 대한 지식 습득이 중요하다. 예비 청년농업인의 영농 기초
새해 들어 언론에는 내년 선거에 대한 보도가 적지 않다. 지키려는 자와 도전하는 자, 그리고 경쟁하는 자들에 대해 꼼꼼히 지면을 채워가고 있다. 국민들의 상실감이나 아쉬움은 아랑곳하지 않고 소위 '선수'들에 대한 말뿐이다. 그들의 면면을 보기보다 대진표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선수들의 전투력만 평가된다. 이렇듯 시간은 질곡의 굴레에서도 어김없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채워간다. 그리고 선수들은 선택의 시간에 앞서 '진정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자신만이 진솔하고 진실되며 다방면의 정치행위에 가장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뿐이다. 그동안의 경험에서, 약속을 실천하고자 하는 그들의 진정성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았다. 이는 비단 지키려는 자에게만 있지 않다. 도전자와 경쟁자 모두에게 동일하다. 물론 특정 정당을 비꼬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선거행위는 정당이나 후보간 벽을 두고 각을 세워 다툰다. 하지만 진정성이 사라진 정치행위는 정당마다 유권자와 벽을 세워 갈등하는 양상이다. 유권자에게 쏟아냈던 공약이나 비전은 오간데 없고 주옥같던 선거용어는 허언(虛言)이 되고 만다. 나 또한 정치에 몸을 담고 있으니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이러한 현상
30년 전 효성 지극한 의뢰인을 만났다. 시골에 살고 계신 부모님께 살기 편한 집을 지어 드리고 싶다고 했다. 거리가 있어 거절했다. 며칠 후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인 아들 친구 아버지이며 할아버지 되시는데 하고 부탁을 했다. 의뢰인과 약속을 잡고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미리 와계셨다. 선해 보이는 50대 중반의 남자였다. 부모님께서는 어려운 형편 가운데 상급학교에 진학시켜 주셔서 고위직 공무원을 하면서도 살기 바빠 효도 한번 하지 못했다고 했다. 지극해 보이는 효성에 감동하여 계약을 했다. 늦여름 기초를 시작해서 3개월 후 완공했다. 건축 대금을 정산하고 돌아오는 길에 늘 돌과 모래더미에서 놀던 아이들을 만났다. 잔돈을 아이들 용돈으로 주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눈만 반짝반짝하다. 뒤따라 나오셨던 건축주 할아버지가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이 아이들은 뒷집 아이들인데 모두가 벙어리고 아이 할아버지만 말을 한다고 하셨다. 막내딸과 여섯 살 동갑인 아이를 동의를 얻고 데려왔다. 청주에 도착하자, 이비인후과에 가서 진료를 받으니 정상이라고 했다. 내 일처럼 기쁘다. 막내가 다니는 청주 어린이집에 입학시키려 했으나 거절당했다.
지명의 생성은 주로 지형의 형태에 따라 만들어지는 자연 지명으로 시작이 되는데 역사적인 큰 사건의 현장인 경우 그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지명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지명들은 듣기만 해도 그 이미지와 의미가 떠오르지만 세월이 흘러 언어가 변화하면서 그 의미를 알 수가 없게 되고 담겨 있는 이미지가 사라지면서 변이가 시작된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계속 변하다 보면 그 지명의 의미와 이미지가 전혀 엉뚱하게 변하는 경우도 많다. 더욱이 한자로 표기하면서 이두식 표기를 활용해 자연지명의 음과 훈이 전해지는 일도 있지만 자연 지명의 음을 버리고 의미만을 가지고 한자로 표기하는 경우에는 원래의 음을 잃게 되고, 변이된 자연지명을 가지고 한자로 표기하게 되면 그 지명의 유래와 어원을 찾는데 커다란 혼란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자연지명의 경우에는 고어와 지역 사투리 등을 기반으로 그 지역의 지형과 주변의 자연지명들을 살펴보거나, 비슷한 지형을 지닌 다른 지역의 지명과, 다른 지역의 비슷한 지명들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보면 그 어원을 알아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행정지명들은 국가의 정책에 따라 일정한 글자를 붙이거나, 행정 편의에 따라…
재래시장에서 일이다. 노점상인인 어느 할머니와 젊은 여인이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 걸음을 멈춘 채 귀기울여보니 물건 값 때문에 옥신각신 하는 것이었다. 사연인즉 여인이 채소류를 사면서 5만 원 권을 분명히 냈단다. 그럼에도 할머니는 만원 만 받았다고 우긴다고 했다. 분을 못참은 듯 여인은 할머니를 향하여 입에 게거품을 물며 악다구니를 퍼붓기 시작했다. "노인 양반이 남의 돈을 꿀꺽해? 보아하니 죽을 날이 곧 코앞인 듯 한데 정직하게 살아요" 라고 충고까지 한다. 이에 할머니는, "만 원만 받았으니, 받았다고 하지 내가 왜? 남의 돈을 가로채겠나. 죽는 것은 나이도 필요 없어. 자넨들 이를 어찌 장담하나?"라며 억울한 듯 음성을 높인다. 할머니의 모습을 보자 왠지 측은지심이 일었다. 시퍼런 힘줄이 불끈 솟은 앙상한 마디 굵은 손, 추레한 외양에선 고단한 할머니 삶을 대충 미뤄 짐작 할 수 있어서다. 그런 할머니 입에서 누구나 죽음 앞엔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이 나왔을 때 갑자기 죽음을 떠올려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그러자 언젠가 신문에서 읽은 내용이 문득 뇌리를 스친다. 경기도 포천시 신읍동에 위치한 모현 호스피스에서 봉사를 하는 어느 수녀 이야기가 그것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