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헌법재판소는 문재인 정부 시절 마지막 국회에서 다수당의 힘으로 민주당 의원들이 밀어붙인 검찰 수사권 박탈이라 말할 수 있는 소위 '검수완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과 관련된 법안에 대하여 야당의 손을 들어 주었다. 우리 사회가 극명하게 이분법으로 갈라져 있는 것임을 보여주듯 헌법재판소 재판관들도 이분화되어 자신을 지명해준 성향에 따라 서로 합의를 한 것처럼 판단을 내놓았다. 이런 판단 결과는 어쩌면 예견된 것이었다. 내가 대학원에 진학하여 헌법을 전공으로 선택한 1988년 8월 5일 헌법 9차 개헌으로 헌법 제6장에 헌법재판소가 등장했다. 대륙법계인 독일에서 시행되고 있었던 헌법재판소법을 우리 헌법에 채용한 것은 어찌 보면 국민의 기본권을 더 폭넓고 완벽하게 보장해 줄 것 같은 그래서 선진 헌법의 대열에 참여하여 국가의 독주를 제한하고 개개 법률로 인하여 생길 문제를 4의 기관이라 할 헌법재판소가 심판하여 바로잡아 줄 것이라고 믿어 헌법재판소 탄생을 환영했고, 나도 석사학위논문을 '헌법재판제도에 관한 고찰'로 선택했었다. 헌법재판소는 법원과 달리 「1. 법률의 위헌(違憲) 여부 심판, 2. 탄핵(彈劾)의 심판, 3. 정당의 해산심
얼마 전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조사한 한국인의 행복의 조건 1위는 '좋은 배우자(31.0%)'이고 2위가 '건강하게 사는 것(26.3%)이 차지했다. 이어서 '돈'과 '명예' 등의 순이라고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위급한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건강하게 살고 싶은 욕구에는 위급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하는 노력과 더불어 불가피한 위급상황을 안전하게 벗어나고자 하는 바람도 포함돼 있다. 요즘 사회적 이슈 가운데 하나가 '지방 의료격차 심각', '필수 의료 공백', '의사 인력 절대 부족' 등이다. 의료인력의 수도권의 상급병원 쏠림 현상으로 의료 서비스의 지역적 불균형이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염려다. 단양군은 2015년 단양서울병원의 폐원 이후 8년째 '응급의료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제대로 된 응급의료시설이 없어 군민과 단양을 찾는 연간 1천만 명의 관광객들이 평등한 의료혜택에서 소외돼 있다. 최근 5년간의 급성심정지 환자들의 생존확률을 보면 전국(7.5%)에 비해 단양(1.8%)로 현저히 낮은 수치며 치료 가능 환자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전국(43.8명), 충북(50.5명), 단양(71명)으로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삶을 달관한 듯, 어찌 보면 몹시도 지쳐 보이는, 인생의 신산고초를 다 맛 보았을 여인을 모셨습니다. 자신을 소개해 주시죠. "나혜석입니다. 날보고 신여성이라 합니다. 내 수식어가 무척 많은데 다 부질없어요. 험한 시대에 금수저로 나서 아무 수저도 없이 삶을 마쳤습니다. 한많은 여인이지요."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하고 선생의 생애를 살펴봤어요. 선생에게 큰 영향을 남긴 남자들 중심으로 얘기를 했으면 합니다. "알아서 하세요. 어떤 방식으로 하나 비슷할 테니까요." -그럼, 아버지 얘기부터 시작해 볼까요? "아버지는 모순되고 복잡한 분이셨어요. 수원에 많은 땅이 있었고 사법관에 일제시대에는 용인, 시흥군수를 지낸 부와 세력을 다 가진 분이었어요. 내게 온갖 재능을 물려주고 서양식 학교에 보낸 개명된 생각에 한편은 가부장적이고 첩을 데리고 살았던 분입니다." -부친에 대한 선생의 평가는 어떠신지요? "넘치는 재능과 그 당시 일본 유학을 보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분이지요." -선생은 일본 도쿄여자미술전문학교 서양화과에 입학합니다. 유학생활 중 많은 활동을 하면서 시인 최승구를 만납니다. 그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시죠. "꿈같은 시절이었지요. 어
단원 김홍도에 대한 역사기록을 찾다 문득 그가 연풍현감으로 있을 때 일화를 보고 놀란 적이 있다. 단원을 각별히 총애한 정조가 금강산 그림을 그려 달라고 명하면서 단양. 청풍, 영춘, 제천의 산수도 그리라고 한 것이다. 금강산 그림은 겸재 정선 그림과 더불어 너무나 유명하지만 충북 북부 3군을 그려달라고 어명한 것은 특별한 것이기 때문이다. 단원이 연풍 현감에 임명되어 단양을 찾아 상선암, 사인암을 그려 남긴 것은 단편적인 그림을 통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그림들은 리움에 소장 된 보물 '병진년화첩'안에 실려 있다. 김홍도가 51세 때인 정조 20년(1796)에 그린 작품들이다. 유홍준의 글 '국보순례'에도 언급 된 이 화첩은 총 20면으로 되어있으며 각 그림의 크기는 가로 36.6㎝, 세로 26.7㎝ 정도이다. 그림은 종이에 먹으로 그린 후 담채 했다. 한지에 그린 그림을 두껍고 빳빳한 양지에 붙여 10면을 1첩으로 하여 2첩을 한 갑에 넣어 1면씩 열어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단원의 단양 산수화는 신필(神筆)로 대우받을 정도로 아름다운데 그 가운데 조선 선조 때 단양군수를 지낸 퇴계 이황을 생각하며 지은 화제가 가장 마
며칠 전 월출산을 갈 기회가 생겼다. 오랜만의 일이었다. 우리나라 산 중에 "악"자를 품은 산은 대부분 수려한 경치를 자랑한다. 월악산, 설악산 등이 그렇다. 남도의 월출산은 "악"자도 없는데 바위산으로 단연 으뜸이라고들 하더니 정말 그랬다. 월출산은 산 전체가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멋진 경치로 눈을 사로잡았지만 정말 험했다. 산행의 묘미는 기대하지도 못한 멋진 풍경이 나타나기도 하고 형형색색 피어난 꽃과 나무로 감동을 줄 때이다. 이번 산행에는 진달래가 그랬다. 아직 쌀쌀한 날씨라 기대하지 않았던 진달래가 산행의 초입에서부터 지천으로 피어서 산꾼들을 맞이해주었다. 나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처음부터 나를 위해 준비한 선물같이 행복한 순간이었다. '산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라고 하듯 서서히 바위가 나타나면서부터는 달라졌다. 흔들거리는 돌멩이도 밟아야 했고 돌이끼 낀 바위 위를 걸어야 했다. 발을 헛디딜까 조심하느라 열심히 발만 보았다. 바짝 긴장하며 조심조심 나아가야 했으며 가끔 미끄러운 길에 움찔했다. 오르고 또 올라서 능선 하나를 지나고 다시 내려가 또 다른 바위산을 올라갔다. 거친 바위를 오를 땐 손을 둘 데가 없어 당황하기도 했고…
새벽 아침 창문을 연다. 싱그럽게 첫 입을 떼는 새소리와 함께 여명의 꿈을 안는다. 빈 가슴속 빗장을 활짝 열면 봄 향기가 '톡톡' 내 마음을 노크하고, 들꽃들의 연분홍빛 설렘이 아른거린다. 나는 하던 일을 잠시 털어내며 봄맞이 길에 나선다. 바쁜 농사 일 틈으로 얻어내는 고마운 일상, 그것은 묵묵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에게 주는 참된 평화다. 차분한 생각 속에 얼굴을 묻고 조용히 넓은 들판을 걷는 일, 그것은 내게 슬픈 공허함을 메꿀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두 볼을 스치고 지나는 부드러운 바람결은 겨우내 속앓이 하던 아픔을 씻어라도 주는 듯, 조용히 마음을 가라앉혀준다. 마을 고샅길을 돌아 낮은 돌담의 한가로운 정취를 즐기며 걷다보니, 세상살이에 지친 할머니가 쓰다버린 유모차를 힘들게 끌다가 자불자불 졸고 있다. 세월의 주름진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른한 햇살이 크게 하품을 하고, 흰 구름이 멀리서 둥실 떠오른다. 노년기의 표정은 그 사람의 언어라는 말이 있다. 꽃이 피고 지는 일이나 사람이 태어나 청춘을 누리다가 시들어가는 일이나 같을진데, 사는 동안 누구든 굳은 일이나 아니꼬운 일 한번 겪지 않는 사람 있을까? 동네 골
지인의 출판기념회에 갔다. 외국에서 오래 생활하신 분인데 늦은 나이에 글공부를 시작하셨지만 꾸준한 열정 덕분에 수필집을 내게 되셨다고 한다. 그동안 쓴 작품을 묶어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얼마나 힘들면 한 권의 책 출간을 산고의 고통에 비유하기도 하겠는가. 상기된 표정으로 자신의 출간 기념회에 와 준 손님들을 맞이하는 작가의 모습을 봤다. 겉으로 뵙기에는 조용한 성품이지만 가슴속은 뜨거운 열정이 넘치는 분이시다. 끊임없는 독서와 습작으로 자신을 담금질하며 알찬 작품집을 탄생시켰다. 그런 노력이 있기에 여든을 넘긴 연세에 첫 수필집을 출간한 것이다. 출간 기념행사를 보며 더 놀라웠던 것은 멀리에서 찾아와 준 오랜 친구들과 작가의 우정이었다. 부산에서 음성까지 와 준 고교 친구들과 넘치는 우애, 멀리 미국에서 오셨다는 작가의 벗들이 진심으로 손뼉을 치며 자기의 일처럼 기뻐해 주는 모습이 인생의 후배인 모임 회원들을 숙연하게 했다. 오늘 행사의 주인공인 작가는 젊은 나이에 외국으로 이민을 가서 사셨다고 한다. 오랫동안 살아 온 그곳은 가족들의 삶의 기반이고 터전이다. 가까운 외국도 아니고 멀리 남미에 있는 과
과거에 비해 시민들이 '일터'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여론을 통해 기존 정책이 일부 수정되는 것 같기도 하다. 주 최대 69시간으로 논란된 근로 시간 개편안이 보완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안 대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될 여지가 보인다. 이러한 현상이 형성된 배경에는 인과율이 있을 것이다. 주요 동인은 세 가지 정도라고 생각한다. 지난 정권을 통한 개인의 권리의식에 대한 비약적인 증대, 소득과 자산 불평등의 확대, 집단주의 문화에 익숙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 간의 괴리 정도가 주요 요인이 아닐까 싶다. 그 중 '집단주의(세대 간의 괴리)'의 경우 주어진 상황에서 범인(凡人)이 일정 부분 해결할 수도 있다. 한 세대는 일반적으로 30년을 일컫는다. 그리고 책은 당시 시대의 사회와 문화를 반영한다. 교보문고에서 집계한 '1995년도 상반기 베스트셀러 50'라는 기사를 보았다. 베스트 셀러 1위는 '신화는 없다'라는 책이다. "회사 생활을 충실하게 하면서 빠른 나이에 승진하면 성공한 인생"이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적용되기 힘들 사례이긴 하지만, 긍정적으로 해석하자면 "젊은 나이에는 워라밸 따지지 말고 회사에 충실해
아침부터 객지에 나가 직장생활을 하는 아들이 전화를 걸어왔다. "엄마 상당구에서 보궐선거 한다면서요? 4월 5일에 마침 우리 회사 쉬는 날인데 그날 가서 투표할게요." 객지에서조차 고향의 보궐선거를 챙기는 너는 자랑스러운 공정선거지원단의 아들이구나 싶어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간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란 뒤 무료함을 달래보고자 시작한 공정선거지원단 생활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감시, 고발, 채증, 듣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단어들을 들먹이며 남편부터 반대하기 시작했다. 과거 '선거부정감시단'이라는 이름으로 완장 차고 활동하던 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위험하면 그만두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야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전국동시지방선거, 국회의원선거, 대통령선거는 물론 조합장 위탁 선거까지 치르는 사이에 후보자 현수막 위치가 이동되었다는 제보를 해주는 지인의 초등학생 아이들, 이른 출근길에, 늦은 퇴근길에 후보자들 선거유세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고 위반사항이 있는지 관찰해 주는 나의 고마운 지인들…. 나의 그림자 '공정선거지원단'으로서의 활약은 선거운동기간 우리들만의 또 다른 리그로 불타올랐다. 엄마의 공정선거지원단 생활로 인해 투표 날은 '쉬는 날
교육의 어원인 페다고자(pedagogy)는 '어린이를 이끈다'라는 뜻이다. 또한 'education'이라는 말은 '밖으로 끄집어내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교육안에서 학생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존재가 바로 교사다. 그렇기에 교사에겐 아이들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 교사의 삶의 중심에는 반드시 아이들이 있어야 하고 아이들이 삶의 핵심이어야 한다. 아이들이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끼고, 말하는 모든 내용은 교사의 자질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아이들의 노력을 1로 보았을 때 교사의 노력은 아이들의 교육성과를 끌어올리는 데 99의 역량이 필요하다. 그래서 교사가 전문적인 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인 대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러나 이와 함께 병행되어야 할 것은 바로 교사 스스로 자신의 교육적 철학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올바른 철학이 바탕이 되어야만 올바른 가치관이 형성될 것이며, 올바른 가치관의 토대 위에서라야 올바른 실천이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물에 가까이 다가가야 물고기의 속성을 알 수 있고, 산에 가까이 다가가야 새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법이
봄꽃이 아름답게 피기 시작하는 3월의 마지막 주말에 충주시 주덕읍 당우리 산 30번지에 이장(移葬)안치 된 능양 박종선(朴宗善)선생의 묘소 옆에 건립된 시비(詩碑)제막식에 다녀왔다. 성균관대학교 존경각에 소장하고 있는 능양시집 필사본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것은 불과 10년 전인 2013년이다. 후손이 보존하지 못하고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능양 시집이 나타나기를 학수고대하던 중에 대구의 고서점에서 발견하여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에서 2015년에 구입하여 존경각에 소장하게 되었다고 한다. 학계에서는 2017년에 2천여 수의 시가 실린 16책의 필사본을 영인(影印)하여 시집을 발간하였고 대동문화연구원이 주최한 학술대회를 개최 한 바도 있다. 선생께서는 충주 연원역(連原驛)근처에 사시다가 60세에 돌아가셔서 음성읍 석인촌에 안장(安葬)되셨다. 능양의 묘소를 201년 만에 현 위치로 이장하고 시비를 세우고 제막식을 하게 되었다. 이장을 할 때 그의 관 뚜껑에는 "통훈대부행 음성현감겸 충주진관병마절제도위 박공지구(通訓大夫行陰城縣監兼忠州鎭官兵馬節制都尉 朴公之柩)라 씌어 있었다. 행사를 마련한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이영호
개구리가 긴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도 지나고 봄을 알리는 산수유가 노랗게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인 봄이 온 것을 실감한다. 모든 이들이 봄꽃 구경에 들떠 있을 즈음 공직자로서 항상 한 가지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산불이다. 왜냐하면 농부들의 마음과 손길은 영농준비로 분주해지는 바쁜 시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어르신들 중에는 농사를 시작하기 앞서 논·밭둑, 그리고 집안에 있던 잡동사니들을 끌어모아 영농철이 시작되기 전에 태워야 한다는 강한 의욕이 앞서는 까닭이기도 하다. 올해 3월은 전년대비 낮 평균기온이 10도 이상을 웃도는 날씨가 계속되는 한편 전국적으로도 건조한 날씨로 우리 충북도내에서도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하고 있고, 급기야 대통령은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시켜 산불방지 대응태세를 강화한 가운데 실제로 지난 15일 낭성면 소재 한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하여 인근 산으로 옮겨붙어 대형 산불로 번질 위기에 처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 시에서는 대형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기간인 11월부터 5월까지 산불 산불방지 특별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전문진화대와 산불
충북도 '어쩌다 못난이 김치'가 인기다. 여기저기서 주문 전화가 걸려 온다. 대부분 신문이나 방송을 보고 전화했다고 한다. 한번 먹어 본 사람들이 재구매를 요청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가끔 "왜 이름을 어쩌다 못난이 김치로 지었냐?"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못난이 김치의 시작은 지난해 가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년 가을배추값이 하락하면서 배추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농사는 잘됐는데 배춧값보다 인건비가 비싸고 일손도 부족해 수확을 포기해야 했다. 이때 나선 구원투수가 '도시농부'다. 도시농부는 도와 시군에서 임금 일부를 지원하여 농가일 손을 돕는 사업이다. 이렇게 수확한 배추를 김치공장과 연결하여 만든 것이 못난이 김치다. 농가를 돕고 가성비 좋은 국산 김치를 공급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어쩌다 못난이'란 품질은 손색이 없는데 어쩌다 보니 못난이가 되었다는 의미다. 어떤 이들은 못난이 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첫 번째 의문은 저렴한 가격이다. 못난이 김치가 국산 일반 김치와 품질은 같은데 어떻게 반값에 팔 수 있냐는 것이다. 그 이유는 유통마진에 있다. 국내산 상품 김치는 OEM 방식으로 생산되어 홈쇼핑을 통해 판매된다. 이러다 보니
4월 1일 만우절이 지나갔다. 토요일 휴일이라서 아이들이 하는 모바일 게임을 보면서 문득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본다. 마치 명절과 같은 분위기로 온라인에서 다양한 이벤트들이 진행되었고,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서도 여러 크리에이터들이 만우절 콘텐츠들을 쏟아냈다. 만우절에 대한 유래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고 하는데 프랑스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가장 많다고 한다. 서양에서 유래된 이벤트날인 것이다. 오랜만에 지인들과의 만남에서 또는 단체톡방에서의 가벼운 말장난을 시작으로 유쾌한 날을 보냈던 것 같다. 그밖의 타국에서 유래된 많은 '이벤트데이'들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고 그 문화를 활용해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외국인들 또는 주위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리나라는 명절, 국경일도 많고 쉬는 날도 많다고들 한다. 그래서 갑자기 궁금한 생각이 들어 국경일을 비교해 봤다. 인터넷을 서치해 나온 정보이기에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경일은 3·1절을 시작으로 6월 6일 현충일, 7월 17일 제헌절, 8월 15일 광복절, 10월 3일 개천절, 10월 9일 한글날이 있으며, 4대 명절인 설, 한식, 단오, 추석이 있지만 공휴
척 봐도 공주님이다. 그런데 나만 그런가. 보통의 어린아이한테서는 잘 보이지 않는 이 우아함과 도도한 느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이는 이제 다섯 살, 스페인 왕 펠리페 4세의 딸로 최고 궁정 화가였던 벨라스케스의 작품 '흰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공주'의 당사자이다. 그런데 왠지 표정보다 옷에 시선이 더 간다. 우아함도 우아함이지만 드레스 질감을 어찌나 정교하고 생생하게 표현했는지 옷이 숨 쉬는 것처럼 느껴진다.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 전'에서 처음으로 벨라스케스의 작품을 본다. '시녀들'과 함께 대표작으로 꼽히는 현존하는 3개의 공주 초상화 중 두 번째 그림이다. 친척이며 미래 시아버지인 페르디난트 3세에게 공주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정기적으로 보냈던 초상화란다. 어찌 보면 그림을 보는 게 아니라 역사를 듣고 있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역대 왕들의 초상화에도 역사가 숨 쉬고 있다. 정략결혼을 통해 합스부르크가는 유럽이라는 기틀을 세운 막시밀리안 1세를 비롯해서 예술과 과학을 사랑한 은둔형 수집왕 루돌프 2세, 갑옷과 이국 공예품에 매료된 수집광 페르디난트 2세 대공, 일생을 전쟁터를 전전하며 예술적 안목으로 회화를 수집한 레오폴드
과거 30년 동안 우리나라는 일선 소방관서와 보건소, 군인, 병원 인력 등이 합동으로 해마다 실시하는 긴급구조통제단 훈련 및 다수사상자 훈련이 행사진행자의 설명에 의한 재난 시나리오별 보여주기식 재난 대응훈련의 성격이 강했다. 훈련 시간은 고작 30분 또는 1시간 이내에 끝났으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보여주기식 훈련, 특히 구급차에 환자를 태우고 가까운 곳에 내려주고 바로 현장에 돌아오는 방식 등으로 훈련을 해왔다. 1998년 오버나 샴페인 일리노이주 파크랜드 대학 응급구조학과 방문을 했을 때 그 지역에서 10여 년 전 비행장에서 불시착한 사고가 있었다. 그 시나리오를 그대로 시뮬레이션하는 훈련을 1년에 2번 한다고 하였다. 4살부터 80세까지 210명의 환자를 발생시켜 비행기 사고 있었던 사고를 재현하는 데를 참관하였다. 훈련 시간은 장소, 환자 수마다 약간 상이하지만 주로 약 4시간 정도 훈련했다. 누구에게도 보여주려고 하지 않고 경찰(10대), 소방(8대), 구조대(3대), 병원 및 소방 구급차(총 16대)가 출동하였다. 구조대 환자 구조, 응급구조사는 환자 분류 및 응급처치 그리고 긴급환자 우선 이송을 왕복 20~25분 정도 걸리는 병원까지 모든
가격표에는 '10원에 5개'라고 써놓고, 5원을 내면 3개를 준다? 이해되는가? 판매 최소 금액을 10원으로 정했으면 5원어치는 팔지 말던지. 아니면 가격표에 '5원에 3개'라고 써놓던가. 국민학교 2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나를 떠나지 않고 있는 질문이다. 내 인생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 사소한 질문일 뿐인데,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1960년대 후반, 오창국민학교 후문에 있던 호떡집 얘기다.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세 번이나 바꿔 썼다. 그 호떡집을 알게 된 국민학교 2학년 때가 첫 번째이고, 자본주의 시장경제 이론을 배운 고등학교 때가 두 번째다. 그리고 사회 일선에서 물러난 최근, 세 번째 답을 썼다. 그 호떡집은 국민학교 2학년인 우리 같은 꼬맹이들에게 인기가 아주 많았다. 호떡 맛도 맛이지만, 그보다 우리를 홀딱 반하게 한 건 판매 방식이었다. 가격표에는 '10원에 5개'라고 써놓고, 5원을 내면 3개를 줬다. 더 환상적인 건 10원을 내고 5원어치만 사고 5원을 거슬러 받은 다음, 그 자리에서 금방 5원을 내면 또 3개를 주는 거였다. 자연스레 그 호떡집은 우리 같은 꼬맹이들로 언제나 북새통이었다. 호떡을 먹고 싶으면 우리는 돈을 모았다
봄, 꽃의 향연이다.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나무 등, 나무들이 바투 꽃을 피어내는 중이다. 눈을 어디로 돌려도 사방천지가 온통 꽃 잔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성이 차지 않는지 전국의 명소를 찾아 꽃들을 보기위해 떠나기 바쁘다. 하지만 어디 잔치를 벌인 것이 꽃 뿐 이랴. 봄나물들에게도 봄은 몸을 달뜨게 만드는 계절이지 않던가. 다행인 것은 봄나물은 그리 멀리 가지 않아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들은 주말이라 꽃구경을 간다지만, 나는 봄을 먹으러 가는 중이다. 딱 이맘때, 3월이 지나면 먹을 수 없다는 불미나리 삼겹살 행사장이 그곳이다. 어느 해는 3월이 훌쩍 지나고 나서야 생각이 나는 바람에 그만 놓쳤던 때도 있었다. 올해는 다행이도 C여사님 덕분에 귀한 불미나리를 먹게 되었다. 불미나리는 돌미나리라고도 하는 밭 미나리를 말한다. 이곳의 불미나리는 향도 진하고, 줄기도 전혀 질기지 않아 생으로 먹어도 식감이 좋다. 미나리에는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질이 풍부한 알카리성 식품이니 영양 만점의 봄나물인 셈이다. 음성의 구안리 청정 불미나리 먹거리 행사장은 2013년부터 운영되어 온 마을기업으로 3월, 한 달간만 운영을 한다.
3월! 벌써 양지쪽에는 노란 산수유 꽃이 꿀벌들을 유혹하고 있다. 공익직불금 신청을 위한 농민들의 행렬이 꿀벌들의 모습과 흡사하다. 먼저 농어촌공사에 들러 농지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읍.면사무소에 가서 농지 대장에 등록한 다음,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농업경영체에 등록한다. 그래야만 공익직불금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월 말까지 농지소재지 읍.면사무소에서 공익직불금 신청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21조 제1항에는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소작제도는 금지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여기서 '경자유전(耕者有田)'이란 농민이 아니면 농지를 소유할 수 없다는 뜻이다. 1949년 제정 공포한 농지개혁법은 경자유전의 헌법정신을 실행한 한국 농정사에 가장 큰 사건이었다. 농지를 농민에게 돌려줌으로써 지주제를 철폐하고 자작농 체계를 갖춤으로써 자본주의국가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게 되었다. 농지개혁의 기본 철학인 경자유전의 헌법정신에 대한 역사를 잠시 살펴보자. 첫째, 고려 31대 공민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365년 개혁가 신돈(辛旽)을 발탁하여 전민변정도감(田民辯正都監)을 설치한다. 권세가들이 부당하게 차
공직 사회에 들어온 지 2년 4개월이 지났다. 이쯤에서 나는 나 자신을 청렴한 공무원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던져보았다. 처음에는 크게 고민할 것 없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내 곧 소극적 청렴의 틀에 갇혀 나 자신을 청렴하다고 생각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금품 등을 받지 않았고 부조리에 동참한 적도 없다고 해서 이것을 청렴의 모든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즉 반부패가 청렴의 전부는 아니라는 의미다. 청렴이란 맑을 청(淸)에 청렴할 렴(廉)으로 성품과 행실이 맑고 깨끗하며 탐욕이 없음을 뜻한다. 공직 사회에서의 청렴은 부패하지 않아야 한다는 소극적 의미의 청렴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의사결정 과정 및 결과의 공개로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권익 증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업무를 추진한다는 적극적 청렴까지 의미한다. 청렴은 공무원의 6대 의무 중 하나로 국가와 국민에게 매우 중요한 가치이다. 즉 공무원이 청렴하게 일하는 것은 국민과 국가의 안전과 발전에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공무원은 이와 같은 청렴한 업무 수행을 통해 국가와 국민에 대한 신뢰를 유지한다.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공무원
3월부터 상당구청 기타 동호회에 가입하여 통기타를 배우고 있다. 겨우 코드 몇 개 칠 수 있는 소박한 실력이지만 학창시절 이후로 새로운 악기를 배우는 것이 처음이라 설레기도 하고 매주 월요일 동호회 시간이 기다려진다. 기타동호회에서는 직급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기타를 배우고 소통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며 한 시간 남짓의 수업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간다. 이 즐거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꾸준히 배워서 장범준의 노래를 연주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열심히 해봐야겠다. 사실 직장동호회 담당자이면서도 활동을 할 생각은 못 했는데 과장님의 강력 추천과 과 직원들 몇 분이 기타도 없는 초보이지만 동호회 신청을 한다고 하시기에 용기를 얻고 시작하게 되었다. 기타를 배우며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손가락 근육도 쓰게 되고 코드를 외우기 위해서 매일 짬짬이 기타를 연습해야 하지만 오랜만에 느껴보는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는 나날이다. 며칠 전 굿모닝 지식정보 게시판에서 '나이가 들면 왜 시간이 빨리 갈까'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얘기이겠지만 하루가 길게만 느껴지던 유년 시절과 달리 직장인이 된 지금은 하루하루 시간이 화살과 같이 지나가는
고물가 시대의 신풍속도로 천원짜리 학식이 인기를 끌고,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편도족이 증가하고 있다. 고물가로 모든 분야가 고통을 받는 와중에 대학생들이 천원에 아침밥을 먹을 수 있다는 생소한 소식은 반가우면서도 일견 우울한 얘기다. 서울대, 성균관대 등 수도권 대학과 지방의 몇 대학에서 시행하는 '천원의 아침밥'을 먹기 위해 오전 8시 식권 판매 시작 전부터 길게 줄을 서고 이용 학생수가 늘어나는 추세란다. 천원 학식을 이용하는 대학생들은 고물가 때문에 밥 한 끼 사먹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아침 밥값이 천원이어서 경제적이고, 아침밥을 먹으니 건강에도 좋아서 만족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 고물가 시대 신풍속도 대학들이 천원의 아침밥을 내 놓는 것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의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천원의 아침밥 사업 지원을 받아서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2017년부터 시작한 천원의 아침밥은 쌀 소비를 늘리고 20대 청년들에게 아침밥을 먹도록 하자는 의도에서 사업 참여 대학에 아침 한 끼 당 천원씩을 지원하고 학생이 천원을 내면 나머지 비용은 참여 대학이 부담하는 제도이다. 이게 고물가와 겹쳐서 이용하는…
한 번 본 영화를 반복해서 여러 번 보는 편은 아니지만, 어쩌다 봤던 영화를 다시 보게 되면 이전에 볼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재미를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얼마 전 오랜만에 다시 본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2000)가 그랬다. 이 영화는 전과자인 레이(우디 앨런 분)와 스트립댄서 출신인 프렌치(트레이시 울먼 분) 부부가 우연히 사업에 성공하여 막대한 부를 가지게 되면서 상류사회에 진입하려 애쓰지만 결국 좌절하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다. 레이와 동료들은 은행 옆 가게에서부터 땅굴을 파고 들어가 은행 금고의 돈을 훔칠 계획을 세운다. 땅굴을 파는 동안 의심을 피할 목적으로 지상에서는 레이의 아내인 프렌치가 쿠키를 팔기로 한다. 땅굴은 엉뚱한 방향으로 뚫리고 경찰에 의해 발각되지만, 프렌치의 쿠키 가게는 입소문을 타고 방송에까지 소개되면서 결국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쿠키 사업이 크게 성공하고 1년 후, 레이와 프렌치는 호화로운 물건들로 장식된 넓은 아파트에서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 프렌치는 파티에 초대한 상류층 손님들의 수준에 어울릴 수 있도록 고급 요리들을 준비하고 값비싼 장식물로 치장하지만, 그들끼리 프렌치의 취향이 얼마나 저급한지
딸이 엄마에게 드리는 선물이라며 화분을 들고 왔다. 긴 줄기 끝에 넓은 잎새를 활짝 펼치고 있는 모양이 이국적이다. 이파리가 갈라졌고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다. 모양이 신비로워 이름을 물어보니 몬스테라라고 한다. 카스테라 빵과 한 글자가 틀리니 기억하기 쉬울 거라고 덧붙였다. 공간을 화사하게 연출할 수 있어 요즘 카페나 식당 같은 장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이다. 뿌리가 흙 위로 나와 공중에서 자라는 모양도 특이하다. 우리 집 거실 귀퉁이에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며 찢어진 몸과 뚫린 구멍을 하고 햇볕을 쬐며 끈질기게 생존해가는 몬스테라는 생명력이 뛰어나다. 대체 어떤 굴곡진 사연이 있기에 저토록 상처가 많은 걸까? 가만히 그 옆을 서성여본다. 비스듬히 뻗어가는 나무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새순을 잉태한 것처럼 볼록하니 줄기가 돋아나 있다. 며칠이 지나자 돌돌 감은 잎이 옆 줄기 가지의 잎새 위에 천연덕스럽게 걸 터 앉아있다. 귀엽고 앙증스러운 자태에 한참을 쳐다보니 돌돌 만 새잎 끝에 콩알만 한 물방울이 맺혀 있다. 식물의 세계에도 엄연히 해산의 고통이 따르는가 보다. 줄기 하나 가지 하나를 낳기까지 남몰래 흘리는 몬스테라의 눈물에 숙연하다. 이튿날 또…
지명은 단순한 지형의 형태를 묘사하기 위하여 생겨나지만 오랜 세월동안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면서 각종 이미지를 부여하게 된다. 그 이미지는 개인의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소망에서부터 주민의 안위와 행복, 나아가서는 국태민안을 염려하는 사상과 철학이 스며 들어가서 새로운 생명을 가진 지명으로 재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지명 속에는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생활 모습과 함께 역사가 스쳐 가면서 전설과 유래가 점차 보완되고 다듬어져서 소설과 같은 문학 작품이 만들어지고 민족의 문화를 이루는 토대가 만들어진다. 지명이 이러한 변화를 거치는 과정을 살펴보면 마치 언어의 마술사가 마술을 펼치는 듯 감탄을 금할 수가 없게 된다. '구렁'이라는 말은 '땅이 움푹하게 패인 곳'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지명에서는 산줄기와 산줄기 사이에 생기는 골짜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래서 '구렁골'이라는 지명이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금암리를 비롯하여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계원리, 증평군 도안면 노암리, 보은군 보은읍 산성리, 괴산군 문광면 문법리, 괴산군 괴산읍 능촌리,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괴산군 문광면 광덕리 등지에 보인다. 그런데 '구렁'과 유사한 음으로 '구렁이'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