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삶을 꾸려나가기에도 힘든 현대인에게 배려란 다소 거창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바쁜 일정들을 소화하다 보면 배려를 하는 것도, 받는 것도 모두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지난주 나는 배려란 꼭 내가 따로 시간과 비용을 준비해야 하는 특별한 것이 아닌,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씨 한 조각이라는 것을 나의 작은 이웃을 통해 깨달았다. 여느 날과 다름없는 퇴근길 아파트 공동현관에서 만난 초등학교 4학년쯤 되어 보이는 작은 이웃은 내가 현관으로 들어올 때까지 현관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현관을 들어간 후, 우편함에 온 것들을 확인하느라 잠시 멈칫한 사이 그 아이는 먼저 엘리베이터 앞에 당도했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 놓고 있었다. 우편물을 챙긴 후 승강기로 향하는데 위층으로 가는 버튼이 눌러져 있는 것을 보고 나는 당연히 그 아이가 엘리베이터에 함께 탈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승강기를 기다리지 않고 1층 101호 현관문의 잠금을 해제하고 있었다. 작은 이웃의 뜻밖의 행동에 당황한 나는 아이에게 "엘리베이터에 타지 않는 거니?" 물어봤더니 그 아이는 자신은 1층에 산다고 대답했다. 그러면 날 위해 버튼을 눌러준 것인지 다
사회복지사로 10년 넘게 일했지만, 여전히 홀로 사는 어르신의 독고사 뉴스를 접하면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그런 날에는 어르신들에게 잊지 말고 전화 한 번씩 드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출근길에 나선다. 지난 1월이다. 유난히도 추웠던 어느 날 평소 자원봉사와 명예사회복지공무원으로 활동하는 주민으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다. 홀로 사는 어르신 댁에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다는 것이다. 황급히 달려가 한 시간이 넘도록 언 손을 비벼가며 문을 두드리고 발로 걷어차 보기도 했다. TV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오고 자녀들과 우리가 걸어대는 전화벨 소리도 들렸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결국 경찰과 소방서에서까지 출동해 담장을 넘어 현관문을 잡아당긴 순간, 태연한 표정으로 TV를 보고 계신 어르신이 오히려 깜짝 놀란 얼굴로 우리를 바라봤다. 홀로 사는 노인가정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나이가 들며 청력이 약해지다 보니 밖에서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듣지 못하는 것이다. 주변이 어수선하면 그 정도도 심해진다. 보청기도 집에서는 불편하여 빼놓기가 일쑤다. 이렇다 보니 아예 문을 열어놓고 생활하는 어르신도 계시다. 청력이 미약할 경우
눈 멀미가 날 정도였다. 지천으로 피어난 봄꽃들 때문이다. 흰색, 붉은색, 연분홍, 형형색색으로 어우러진 영산홍 꽃밭을 거니노라면 순간적으로 눈앞이 어질어질했다. 이제 영산홍꽃잎이 한 잎 두 잎 시들자 온 산하를 연초록 융단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어쩌면 자연은 나무나 꽃들에게 이토록 아름다운 빛깔들을 선사할 수 있을까? 봄이 오면 어김없이 현란한 빛깔로 꽃잎을 물들이고 있잖은가. 붉디붉은 영산홍 꽃 앞에 서있노라면 그동안 회색빛이 전부였던 메마르고 옹색했던 가슴마저 화안해진다. 이 때 마음 그릇 역시 한껏 넓어지는 느낌이다. 한편 하루가 다르게 초록빛이 완연해지는 나뭇잎들을 대할 때마다 권태로운 일상을 위안 받는 기분마저 든다. 이런 나무, 꽃들은 참으로 의연하다는 생각이다. 몰아치는 거센 바람이나 쏟아지는 봄비에 나뭇잎, 꽃잎을 전부 떨구어도 결코 자연을 탓하지 않아서다. 우리는 어떤가. 젊은 날 지녔던 아름다움을 상실하거나 나잇살로 몸에 군살이 붙으면 왠지 초조해 하고 불안해하기 일쑤다. 애꿎은 세월을 탓하기도 한다. 그래 여성들은 비싼 화장품을 바르고 피부과를 찾아 온갖 시술로 젊음을 되찾으려고 안간힘 쓴다. 성형도 감행 한다. 하지만 살…
추상적인 그림보다 단순한 그림이 부담이 없고 편하다. 복잡한 지식의 맥락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그런 편한 그림을 만났다. 2023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현존(現存)하는 20세기 마지막 거장, '앙드레 브라질리에'(Aandre Brasilier)전에서였다. 프랑스 태생으로 샤갈 마티스 고갱의 계보를 잇는 낭만의 색채 마술사라고도 알려져 있다. 올해 94세로 한 번 붓을 잡으면 12시간까지 그림을 그린다는 열정의 화가다. 내겐 낯선 이름, 앙드레 브라질리에(Aandre Brasilier). 120여 작품의 첫인상은 단순함이었다. 전시실은 크게 3부로 나눠져 있다. 첫 번째 전시실을 들어서자 은은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음악과 관련된 작품이 펼쳐진다. 실제로도 그는 양복을 단정히 입고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을 그린단다. 이어 다음 전시실에는 그에게 첫 모델이었던 말(馬)이 주제다. 말(馬)은 자신의 영감의 주제라고 말할 정도로 그에게 중요한 테마란다. 어렸을 때부터 보아온 말에게서 생명력과 생산적인 힘, 역동성과 아름다움에 사로잡힌다고 한다. 마지막 주제는 아내인 샹탈을 올렸다. 아내 역시 영감의 원천이며 자신의 영원한 사랑이라는 고
지구온난화로 더울 것만 같았던 4월이 생각보다 일교차도 크고 4월 답지않게 추위가 계속되는 것 같다. 술자리를 줄인다고 줄여도 자주 먹게되어 귀가를 하다보면 겉옷을 입어도 쌀쌀하기도 춥기도 하다.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주변에 요즘 독감에 걸린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사실 코로나19로 마스크가 익숙했던 시기가 지나고 요즘은 미세먼지도 걱정은 되지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다니는 것이 편하고 좋다. 길을 다니다 보면 오히려 요즘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분들이 착용한 분들보다 많은 것 같다. 얼마 전 지인분들과 스크린골프를 치고 저녁을 같이 먹기로 한 약속이 있어서 약속장소로 가던 도중 한 멤버분이 전날 독감이 걸려 올수가 없을 것 같다고 연락이 왔고 식사 자리는 할 수 없지만 스크린골프에는 잠깐 들른다고 연락이 왔다. 대표로 전화통화를 한분께서 굳이 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과 들를거면 마스크 착용을 꼭 하고 오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상황이 낯설지가 않은 상황이다. 예전 같았더라면 "그깟 감기가 대수냐"라는 식의 질병보다 사람의 인간성이 중요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난다. '사랑보다 의리'라는 웃픈 말처럼 말이다. 한 측면에서는 아이를 키우거나 노부모를 모시고 계신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을 뜻하는 청렴(淸廉)은 공무원의 의무 가운데 하나다. 공무원의 필수적인 덕목이 무엇인가 묻는다면 대부분이 첫 번째로 청렴을 꼽을 것이다. "탐관의 밑은 안반 같고 염관의 밑은 송곳 같다"라는 속담이 있다. 탐관은 엉덩이가 살이 쪄서 안반 같고 청렴한 관리는 엉덩이에 살이 빠져 송곳 같다는 뜻으로, 탐관은 재산을 모으고 청렴한 벼슬아치는 가난하게 지낸다는 말이다. 이처럼 부패는 청렴과 함께 예전부터 있어왔다. 조선 후기 세도정치 시절 권세가를 중심으로 뇌물과 매관매직이 성행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조선 전역에 수령과 향리의 수탈이 만연했다. 때문에 국가 재정이 파탄에 이르게 되면서 조선의 백성은 빈곤이 일상화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열강의 이권 침탈과 일제강점기까지 겪어야만 했다. "관리가 청렴하지 않으면 나라가 어려워진다"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조선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오늘날의 부패는 금품 수수나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법적인 투기 등으로 나타난다. 전자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통해 방지하고 있지만 후자의 경우는 근절되지 않고 미디어를 통해 꾸준히 접하게 된다. 내부정보
인연은 우연히 이뤄졌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은 한 달에 한 권씩, 아닌 두 권 일수도 있지만 여하튼 일 년이면 12명의 저자가 쓴 책으로 토론을 한다. 대부분 책의 두께도 만만치 않다. 그러다 보니 12월에 사는 책들은 내년의 시작을 알리는 의식이 되곤 한다. 또한 6월에 주문하는 책들은 하반기 6개월 동안 열심히 읽고 1년의 마무리를 잘 하자라는 나와의 약속이며 다짐이기도 하다. 작년 6월,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주문했다. 며칠 후 택배가 도착해 뜯어보니 그중 한 권이 주문한 책이 아니었다. 오배송이 된 모양이었다. 책은 꽤나 두껍기도 했지만 제목을 보니 무겁고 어려워 보였다. 어느 누가 이렇게 어려운 책을 읽을까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호기심도 일었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내 책이 아니니 주인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인터넷 서점에 전화를 하고 난 며칠 뒤 잘못 온 책과 내가 주문한 책을 맞교환했다. 그런데 그때부터였다. 잘못 배송된 그 책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며칠을 심란하게 했다. 결국 일주일 후 그 책을 주문하고야 말았다. 그 책은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이다. 책을 받아보니 두껍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내용
나에게 처음학교는 초등학교인 국민학교다. 현재, 우리 아이들의 처음학교는 유치원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국가교육 강화를 위해 유치원 의무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국가가 책임지는 유치원 의무교육 실현을 위한 선결과제는 유보통합이다. 유아들의 보육과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도 유치원 의무교육 실시다. 유치원 의무교육 실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됐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유치원의 역사는 100년이 지났다. 유치원은 유아교육을 위하여 설립·운영하는 학교라는 명확한 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현재, 유치원 운영주체는 사립·민간의 비중이 72%이고 국공립은 28%수준으로 국가가 책임지는 유치원 의무교육 실현과 균등한 유아교육 기회 보장을 위해서 국공립 유치원이 50%이상은 되어야 한다. 유치원 의무교육을 위해 국공립유치원 확대는 그래서 필수다. 대한민국 모든 어린이가 교육에 있어서 평등한 출발 기회를 보장받기 위해 헌법 제31조를 개정해야 한다.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유·초·중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지고,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는 내용으로 개정하여야 한다. 의무교육은 무상교육보다 정부 책임이 강
"세상에 공짜는 없다." 중학교 3학년 때, 과학 선생님 말씀이다.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일의 크기'를 구하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얼마만큼의 일을 해야 할 때, 작은 힘을 들이면 오래 해야 하고 큰 힘을 들이면 짧게 해도 된다. 세상살이도 이와 같다. 어떤 결과를 얻고자 한다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공부도 그렇다. 너희가 지금 힘을 크게 써서 열심히 공부하면 나중에 편안하게 살 거고, 지금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나중에 고생하게 될 거다. 노력하지 않고 잘되길 바라는 건 공짜를 바라는 도둑놈 심보다." 이후 이 말씀은 내게 진리였다. 이 말씀을 듣고 대오각성하여 죽어라 공부해서 성공했다는 얘기가 아니다. 적어도 이 말씀이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손톱만큼도 하지 않고 살았다는 얘기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열심히 살았다. 성실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인간관계는 더하기와 빼기가 없도록 했다. 사리가 분명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렇게 살다 보니 조금씩 성취가 쌓이고, 어느덧 어느 정도의 명예와 먹고 살 만한 부를 얻게 되었다. 모두 내가 열심히 노력한 데 따른 정당한 대가라고 생각했다. 내가 자랑
경칩도 지나지 않은 3월 초, 높은 산에는 아직도 희끗희끗 잔설이 남아있고 음지에는 땅도 채 녹지 않은 겨울이다. 어느 시골농협 앞마당에 농민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농협 예초기 수령 안내"라는 문자를 받고 모여든 사람들이다. 이들은 지난 1월 30일에서 2월 3일까지(5일간) "○○농협에서 지자체 협력사업으로 예초기를 확보하였으니 자부담금 12만 원을 준비해 신청 바랍니다"라는 안내에 따라 이미 신청한 조합원들이다. 3월 8일 3회 전국 동시조합장선거를 며칠 앞두고 2개 농협은 공급을 완료하였고 1개 농협은 논란이 될 것이 예상되어 공급을 보류하고 있다. 3월 24일자 옥천신문에 "여기저기 반발 터진 지역농협 지자체 협력사업"이란 제하의 기사를 보았다. 문제가 된 2023년도 예초기 지원사업을 살펴보면, 농업정책과 사업으로 예산과목은 지속가능한 친환경농업육성 민간자본보조(자체재원)사업이다. 농업용 동력예초기 공급으로 대당 40만 원, 50% 지원하는 사업으로 군비 4억 원이 편성됐다. A 농협 500대, B 농협 800대, C 농협 700대 총 2천 대가 확정되었다.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에서 20% 지원하고 30%가 농민 자부담이다. 지자체협
날이 갈수록 환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환경오염은 환경 문제에서 가장 먼저 이슈화된 문제로 시민들이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오염은 사람의 활동에 의해 환경에 해를 주는 물질이 방출되는 것으로 정의된다. 방대한 오염의 근원과 오염의 효과가 복잡하게 결합되어 있다. 현재 지구 상황은 화석연료의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전 세계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CO2) 농도는 418PPM으로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 수준에 비해 1.1도 상승했다. 화석연료로부터 배출되는 탄소는 각 생태계에 고스란히 흡수되어 악영향을 끼친다. 기후 위기로 인해 기온이 상승해 해빙이 녹아내리며 해수면이 상승한다. 또한 열대성 폭풍과 허리케인, 폭염 및 홍수와 같은 기상 이변 현상이 이전보다 더 강렬하고 빈번해지고 있다. 무분별하게 버리는 쓰레기로 인해 생물 다양성이 손실되는 나비효과도 발생한다. 바닷새, 물고기 등 바다 생물들은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하여 죽고, 인간이 버린 쓰레기에 목이 걸려 죽는 동물들도 있다. 인류의 자연환경 파괴로 인해 지구의 생태계가 급격하게 무너지고 멸종 속도는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우리는 더 이상 죽어가는 지구를 외면
북한은 핵 개발을 날로 고도화 하여 남한을 향한 선제 핵 공격을 법제화 했고, 핵탄두 실물이 보이는 장소에서 북한의 김정은이 현지 지도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북한은 핵을 보유했고, 핵 투발수단인 미사일도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까지 달성했다. 핵무기를 자체 개발한 북한은 남한 뿐 아니라 일본, 미국 등 국제사회를 향해 자신감 넘치는 언사로 핵 위협을 강화하는 현 시점이다. *** 북한의 핵무력 완성 핵무기 이외의 모든 무기는 파괴력과 공포심에서 재래식 무기로 격하당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가공할 위력의 핵무기도 약점은 있다. 핵전쟁이 벌어지면 공멸의 길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재래식 무기 사용하듯 쉽사리 핵 버튼을 누르지는 못한다. 핵무기로 공격당하는 상대방도 핵무기가 있을 때 적용되는 '공포의 균형'을 말하는 것인데 불행히도 북한으로부터 핵 위협에 시달리는 남한에는 핵무기가 없다. 다만 남한이 핵무기를 갖지 않는 대신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확장억제) 정책에 의해, 북한이 남한을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미국도 북한을 핵으로 공격하여 남한을 보호해 주겠다고 한다. 핵우산이 북한 핵무기를 상대해야 하
나는 임용된 지 갓 1년이 넘은 병아리 공무원이다. 현재는 오송읍 민원팀에서 근무하고 있고 첫 발령지는 흥덕구청 주민복지과였다. 처음에는 낯선 업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일도 배워야 하고, 적응도 해야 해서 정신이 없었다. 면접 준비를 하며 외운 공무원의 덕목과 그 중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는 청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바빴다. 그러다 우연히 청렴에 대한 교육을 듣게 되었고 맡은 업무와 청렴을 어떻게 연결 할 수 있는지 고민했다. 나의 역할은 국민 기초생활보장 서비스와 기초연금 수급자 신청이 들어오면 민원인이 서비스의 대상자가 될 수 있는지 소득, 재산을 빠짐없이 조사하여 적격 여부를 보는 것이었다. 이 업무와 관련하여 민원인들이 이 업무의 담당자에게 바라는 청렴함은 어떤 것일까? 짐작 하건데 먼저 '객관성'이 아닐까 싶다. 기초연금 부적합 안내를 위해 전화를 하면 자주 듣는 말이 "저보다 재산이 많은 사람들도 기초연금 다 받는데 왜 저는 부적합인가요?"이었다. 이에 대한 민원인의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기준으로 대상자 선정이 이루어지는지를 객관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이 과정이 민원인과 공무원 간의 신뢰도에 영향을
방금 세수한 소년의 얼굴처럼 아침 햇살 사이로 초록 잎새의 나풀거리는 풍경이 아름답다. 하루가 다르게 푸르러 가는 산야의 초목과 짙게 드리운 가로수 물결이 가히 초록 바다이다. 사월에 신록이라니, 예년보다 이른 자연의 선물에 눈이 황홀하다. 봄꽃이 그리도 앞다투며 만발하더니 꽃을 음미할 겨를도 없이 어느새 지고 난 자리에 푸르름 일색이다. 변화하는 계절의 순리에 순응해가며 나는 연둣빛 가로수 길을 걷는다. 아기 손바닥만 하던 잎들이 활짝 피어나 하늘하늘 춤을 춘다. 바람에 실려 오는 향긋한 풀 냄새를 맡으며 유유자적 푸른 길을 간다. "나에게도 이렇게 푸르른 시절이 있었지" 하며 아쉬워하는 사이 흘러간 젊은 날이 저만치서 손짓을 한다. 어느새 초로에 서 있다니, 초록길을 따라 소풍이라도 떠나고 싶은 심정이다. 소풍! 얼마나 설레는 말인가, 소풍의 사전적 의미는 답답한 마음을 풀기 위하여 바람을 쐬는 일이라지만 또 한편으로 소풍(逍風)은 여러 가지 대상을 접하며 나름대로 만족을 느끼는 일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매일 매일 소풍을 하는 셈이다. 마침 외손녀가 봄 소풍 간다며 한껏 부풀어 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처음 가는 소풍이니 얼마나…
단양은 남한강가에 위치하여 유난히 수해가 심하였다. 그 옛날에도 물난리가 얼마나 자주 있었으면 물과 상극이라고 할 수 있는 불의 의미를 지닌 '단양(丹陽)'이라는 지명을 사용하였겠는가? '단양(丹陽)'이라는 지명 속에는 물의 피해를 막아서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조상들의 꿈과 소망, 그리고 간절한 염원이 배어 있다. 또한 옛 단양의 진산인 두악산을 소금무지산이라 부르는 것도 위대한 자연의 힘과 자연을 다스리는 신의 힘을 빌어 수해를 막고자 하는 안간힘으로 소금항아리를 묻었다는 전설이 생겨났을 것이다. 단양의 수해는 현대에 와서도 그치지 않았다. 1972년 8월 19일 태풍 베티가 불어 닥치면서 150년 만의 대홍수로 기록되고 있는 이때의 장마를 단양 사람들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이재민이 1만366명에 달했고 95명의 사상자와 실종자를 냈으며 거의 모든 도로와 하천이 유실된 당시의 참상은 기억하기조차 두려운 물난리였다. 단양군청 소재지가 있던 단양읍(현재 단성면) 시가지는 물속에 파묻혀 아예 흔적도 없었고 매포읍 시내 역시 물 위로 집채가 둥둥 떠다닐 정도였다고 한다. 6·25 사변 전쟁 중에도 소실되지 않았던 군청의 보존 자료
영화 의 주인공 찰리(브랜든 프레이저 분)는 초고도비만이다. 그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혹은 자기 자신에게 실망하거나 타인으로부터 상처받는 순간에 폭식한다. 찰리의 폭식은 음식에 대한 욕망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징벌에 가깝다. 공격 대상은 자기 자신이다. 어떤 사람들은 때로 자해를 통해 마음의 괴로움을 드러낸다. 세상에 대해서나 심지어 자기 자신에 대한 어떠한 통제력도 가지지 못한 사람이 유일하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자기 몸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그는 더 이상 삼킬 수 없어 게워낼 때까지 마치 자기 육신을 벌하려는 듯 빠른 속도로 음식을 욱여넣는다. 다음 날 거울에 비친 모습에서 환각과 같았던 전날 밤 폭식의 순간을 떠올리며, 다시 스스로에 대한 환멸과 수치심으로 좌절한다. 극 중 찰리와 같은 폭식증은 식이장애의 대표적 증상 중 하나다. 식이장애는 음식을 섭취하거나 거부하는 일종의 행동장애인데, 심리적, 사회적, 생물학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 이를테면 찰리와 같이 심리적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과하게 음식을 섭취하거나, '날씬한 몸'을 만들려는 과정에서 식이와 관련된 행동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 일부 청소년들
도서관법 제34조에는 도립대표도서관 설립·운영 의무화에 대한 조항이 있다. 현재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도립 대표도서관이 설립돼 운영 중인 시·도가 11개고 건립 중인 자치단체가 4개다. 이 가운데 단 2개 시·도 충북과 강원만이 도립 대표도서관이 없다. 지난해 11월 충청북도와 충청북도교육청이 손을 잡고 2026년까지 청주 밀레니엄타운에 총면적 1만3천㎡ 규모의 도립 대표도서관 건립이 추진될 것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많은 도민이 도와 교육청이 협력해 당초 규모의 2배로 건립된다는 소식에 환영했을 것인데 어찌 된 사연인지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도립 대표도서관 건립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도립 대표도서관은 단순히 지역을 대표하는 큰 도서관의 역할을 하는 곳이 아니다. 대표도서관은 도내 도서관 발전을 견인하는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 다양한 문화정책, 행사, 독서 캠페인 등을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지역 내 도서관 전문성 강화와 지역 관련 자료를 보존하는 기능을 한다. 또 지역 문화·생활·소통의 중심이 되는 공간으로 다양한 소통과 교류가 이뤄어지는 커뮤니티 중심지 역할을 한다. 충청북도 도서관 정책을 이끌어야 할 콘트롤타
곡우(穀雨)를 전후로 생명을 윤택하게 하는 급시우(及時雨)가 때맞추어 내리자, 산과 들에 연녹색의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4월의 아름다운 자연이 인간의 심성과 영적 순화를 위해 조건 없이 혼신의 조화와 헌신으로 세상을 바꾸어 나갈 때, 우리 삶 속의 4월의 역사는 처절하게 아프고 슬픈 상흔들로 점철되지만, 그 이면의 선명하고 숭고한 정신은 가슴속에 오롯이 자리하고 있다. 4·3 희생자 추념일, 4·19 혁명 기념일, 모두 우리 현대사의 치유되기 어려운 아픈 역사이다. 역사의 아이러니일까? 민주주의란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듯이 현대사의 이런 아픔이 있었기에 우리나라의 민주화가 빨리 진전될 수 있었고, 정착될 수 있었음은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련만, 국가의 돌발적인 재난과 안전에 관한 매뉴얼조차 지켜지지 않은 일상의 방심이 결국 대참사를 자초하고 말았다. 2014년 4월16일, 일어나자마자 습관적으로 TV를 켰다. 하지만 화면은 현장 아나운서의 다급한 멘트와 바닷속에 거꾸로 처박혀 침몰해 가는 세월호의 흉측한 모습이었다. 수학여행을 떠나며 꿈에 부풀어 있던 천사 같은 아이들이 배에 탄 채 오랜만에 흥에 겨워
소문 무성하던 표지도 속지도 빨간 만첩萬牒의 홍매가 출판되었다 오, 이런 뜨거운 내통! 만 장의 편지에는 가히 사무치는 문장들이 절창이다 발간되기 무섭게 베스트셀러다 고려 말 조선 개국을 두고 원수 집안이 된 사내를 사모한 여인의 연서란 추측이 있고 결혼한 사내를 사랑한 개화기 신여성이 썼을 거라 믿기도 했다 누가 누구에게 쓴 편지인지는 정확하지 않았으나 그럴수록 붉은 연서의 구독률은 올랐다 한 牒 한 牒 붉은 염료를 먹이고 햇살 고운 날 바람에 펼쳐 말린 후 노란 비단실로 수를 놓고 총총 적어 내려갔을 활자를 생각하면 지는 꽃잎을 쓸어 모아 수만 개의 그리움을 적고 또 적어 보내고 싶은 얼굴도 마음도 말도 못 하게 붉어지는 봄날 저녁 한 차례 비 오고 나면 절판이 임박하다 하니 아직 못 읽었다면 서두르는 게 좋다 마지막 장에는 끝내 연서를 받지 못하고 죽은 그가 동박새로 환생해 그제야 편지를 읽느라 만첩홍매를 찾아와 운다는 설화가 짤막이 소개되어 있다 -시 「만첩홍매」 전문 홍매는 피었다 벌써 졌다. 매화 중에서 꽃잎이 여러 장 겹쳐 핀 매화를 만첩홍매(萬疊紅梅)라고 한다. 나는 매화의 꽃잎을…
# 1. 국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지명되었던 정순신 변호사 아들이 고교 재학시절 학교폭력이 논란이 되어 자진 사퇴하였다. # 2. 트로트 오디션에 출연하여 우승이 예상되었던 참가자가 학창 시절 학교폭력이 폭로되어 중도하차하였다. # 3. 고교 시절 학교폭력을 당한 주인공이 성인이 되어 복수를 하는 드라마 가 굉장한 화제작이 되었다. # 4.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자살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미래를 꿈꾸어야 할 청소년들이 폭력에 노출되어 영혼을 갉아먹는 행위가 벌어진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학교폭력이란 학생 간에서 일어나는 폭행, 상해, 왕따, 모욕, 공갈, 강요, 위협, 감금, 약취, 유인, 강제적인 심부름, 명예훼손, 성폭력, 사이버폭력, 면박이나 핀잔주기를 이용하여 학생의 신체적·정신적·재산적 피해를 주는 행위이다. 이처럼 신체 폭력, 언어폭력, 사이버 폭력, 금품 갈취, 따돌림 등 다양한 형태로 학교폭력이 존재한다. 학교폭력의 원인은 학우 간에 공감하지 못하는 갈등 상황에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일어나거나, 소유욕을 충족하기 위해서나 심지어 폭력을 통해 쾌감을 느끼기
생명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있을까? 역사는 인간생명의 보편적 가치의 발전을 위한 과정이었으며, 수없이 많은 피를 흘리면서 적어도 생각 속에서라도 평등한 생명의식이 자리 잡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인간의 생명에 가장 직접적이면서 영향력이 큰 직업군을 꼽는다면, 의사, 판사·검사·변호사, 목사로 대표되는 종교인을 들 수 있다. 의사는 인간의 생물학적 생명을 직접 다루고 있으며, 판사·검사·변호사는 인간의 사회적 생명을 좌지우지하며, 목사로 대표되는 종교인은 인간 정신과 영혼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을 직접 다루는 이들 3 부류의 직업군을 본다면 웬지 모든 인간 생명의 보편적 가치에서 멀어져 보인다. 먼저 의사를 보자.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제도에서 의료수요는 소득과 상관없이 모두 균등하게 서비스를 받는다는 측면에서 사회주의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 의료서비스 공급자인 병원과 의사들은 다분히 자본주의 체계를 가지고 있다. 수요측면에서 보았을 때, 급여항목의 의료수가를 엄격히 규제하여 적은 비용으로 다수에게 의료혜택을 주려는 의료의 공공재적 특성을 가진다. 반면 공급자 측면에서는 주어진 진료 시간에 최대한 많은 환자를 진료하거나
경찰서 민원실의 좁다란 방에서 그녀와 마주 앉았다. 한껏 움츠린 채 미동도 하지 않는 그녀는 길 잃은 아이처럼 불안한 듯 떨고 있었다. 겨울임에도 그녀는 반팔 티와 반바지 차림에 담요 한 장 걸치고 있을 뿐이다. 온몸은 깡말라서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같이 위태로워 보인다. 그녀와 눈빛이 마주쳐지지 않는다. 그녀의 시선은 삭막한 그 공간의 어딘가를 응시할 뿐이다. 나는 차분히 말을 걸어본다. "000님, 괜찮으세요? 잠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지금 기분은 좀 어때요?" 며칠 전 자살 시도 이후 병원에 입원했다 어제 퇴원해 귀가 후 사라졌단 신고를 야간에 받고 다음 날 경찰의 소재 파악으로 임시 보호 조치 중이었다. 단양엔 정신의료기관이 없어 야간이나 주말에 경찰을 통해 상담 요청이나 출동 요청을 종종 받는다. "우울증으로 자살 시도 이후 입원하셨는데 또 자살할 생각이나 계획이 있나요?" "네, 죽으려고요..." 한번 자살 시도한 사람은 다시 할 확률이 높아 자해의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돼 경찰과 협의 후 응급입원을 진행하고 행정입원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우울증은 생각의 내용, 사고 과정, 동기, 의욕, 관심, 행동, 수면, 신체활동 등…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함을 사회 곳곳의 틈바구니에서 수시로 목격하게 되지만 이를 젊은이들의 다양한 취미생활에서도 종종 엿보게 됩니다. 이 나라 국민 소득이 북한이나 필리핀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던 빈한한 시절에 태어나 먹고 살기 바쁜 삶을 살았던 세대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희귀한 취미에 탐닉하는 자유롭고 분방한 영혼들을 바라보며 부러움과 함께 경이로움까지 느끼게 됩니다. 어쩌면 그런 사회적 현상이 이 나라가 잘 살게 됨으로써 나타난 즐거운 변화라는데 생각이 머물면 자긍심까지 뿌듯하게 샘 솟고요. 중앙대에서 사진을 전공한 스물여섯 살의 이종원씨는 2015년부터 사라진 옛 한국 버스를 보존하고 기록하기 위해 '한국버스연구회'를 발족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28명의 버스 마니아들은 정기적으로 만나 보유 중인 버스를 운행 관리하고 답사나 여행을 함께 하며 버스의 보전에 동참합니다. 사라진 옛 버스의 사진이나 영상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모였던 그들은 버스를 보존해 후손에게 남겨야 한다는 공감대로 뭉쳐 2017년부터 직접 버스를 구입해 복원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현재 16대의 버스를 보존 중입니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이 버스들은 후일 경기
홍우선(洪雨先)은 '홍아장(亞將:조선시대 각 군사조직의 두 번째 서열을 지칭하던 호칭)'이라 불린다. 경북 상주 용화 출신이며 보은군 내북면 도원리에서 살았다. 의병장 홍아장은 얼마나 몸이 날랬는지 '넉자 다섯자 담을 비호같이 넘어 다녔다'한다. 피체되지 않고 집에서 운명을 달리한 그는 국가의 서훈마저도 붙들지 못한 날쎈돌이 의병장이었다. 도원리 주민들은 '같은 의병장인데 한봉수 의병장이 나이가 두살 더 많아 의병대장이 되었다'는 말을 전한다. 전투에서도 혁혁한 공을 세운다. 내북면 이원리 비문에는 '1907년 진천 문백에서 왜(倭) 헌병대위 도각선치를 사살하였다. 같은 해 괴산·청원군 일원에서는 60여 명의 적을 사살하고, 많은 무기를 노획하여 큰 타격을 주었다. 적 수송대를 급습 물자 및 현금을 탈취하여 주민들에게 분급하는 한편 아군비용에 충당하였다. 다음 해 청주, 전의, 목천, 평택, 여주, 홍성 각지에서의 격전 그리고 문경에서의 최대승첩 등 전후 불가승기의 전투는 의병전사 사실로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적혀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듭된 전투에서 축창과 총포 대결로 인한 중과부적의 형세로 전투를 지속하기 어렵게 되어 잠시 속리산에 후퇴
철쭉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진달래는 찹쌀을 입혀 화전으로 지져 먹는 반면 철쭉은 독이 있어 먹지 못하는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꽃이 너무 아름다워 걸음을 멈추게 된다는 척촉(躑躅)이 있고 연달래라고도 부른다는 것은 생소하다. 진달래 다음에 피어서 그렇게 부른 거지만 진달래도 분홍이면 연달래다. 알맞게 붉으면 진달래, 자주색이면 난초 빛 같다 하여 난달래라고 했으니까. 가뜩이나 비슷한 터에 이름까지 겹쳤으나 진달래를 연달래라고 할 때의 연(軟)은 빛깔이 연하다는 뜻이다. 반면 철쭉의 연(連)달래는 뒤미처 핀다는 뜻으로 엄밀히 다르다. 시기적으로도 진달래가 먼저고 철쭉은 나중이다. 진달래는 또 꽃이 먼저 피고 철쭉은 잎이 먼저 돋는다. 진달래는 꽃잎이 얇고 투명해서 소녀 같은 느낌이고 철쭉은 두꺼우면서 끈적끈적한 게 진달래와는 딴판이다. 진달래는 참꽃이고 철쭉은 독성이 있는 금기의 꽃으로 알려진 배경이다. 신라 시대의 헌화가에 등장하는 꽃이 진달래인지 철쭉인지 논란이 분분한 것도 그 때문이다. 여러 가지로 비슷한 중에도 진달래가 압권인 것은 성분이 순해서 핀으로 꽂거나 머리 장식을 하고 꽃병에 꽂는 일이 많은 까닭이다. 순하다는 것은 독이 없다는 뜻이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