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점들이 무수히 찍혀 있어서 눈(雪)인 줄 알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꽃이다. 산속에 매화가 만개한 것이다. 6월에 매화를 보다니. 꽃향기가 온통 산을 덮었다. 꽃이 피니 긴 강에 접한 산과 언덕마다 듬성듬성 자라난 녹색 이끼들이 봄이 다가왔음을 알리고 있다. 그런데 꽃 못지않게 시선을 잡아끄는 게 있다. 은은한 향기 속에 자리한 작은 서옥(書屋)이다. 이 작은 집 안에 주인과 산객(山客)이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지난 6월, 간송 미술관 재개관 전시에 나온 김영(1837-1917))의 부춘산 매화서옥도(富春山 梅花書屋圖)의 정경이다. 이 그림은 청나라 때 매벽으로 유명한 오승량(1766-1834)이라는 사람이 부춘산에 매화 30만 그루를 얻어 심었다는 데서 모티프를 둔 것으로 작가가 이를 무척 부러워했다고 전한다. 아마도 이 그림은 평소 작가가 그리는 이상향 세계라고 짐작된다. 그렇다면 그는 수많은 꽃 중에서도 왜 매화를 사랑했으며 선비와 서옥(書屋)을 한 공간에 올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사실 19세기 조선의 화가와 선비들은 매화를 많이 사랑했던 것 같다. 매화를 즐겨 그리고 짧은 시도 적어 넣었다. 그중에서도 '매화'하면 제일 먼저 생각
우리는 과연 나눔에 얼마나 마음을 열고, 내것을 내어주며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세계에서 기부를 많이 하는 나라들을 살펴보면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들만 있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지난 1월 영국 자선지원재단(CAF Charities Aid Foundation)이 발표한 2023 세계기부지수에 따르면 상위 10개국은 인도네시아, 우크라이나, 케냐, 라이베리아, 미국, 미얀마, 쿠웨이트, 캐나다, 나이지리아, 뉴질랜드 순으로 나타났다. 세계기부지수는 영국 자선지원재단이 매년 전 세계 140여개 국가를 대상으로 나눔 활동을 조사한 뒤 발표하는 순위이다. 우리나라는 79위를 차지했다. 2023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이 세계에서 14위인 대한민국이 기부 순위에서는 한참 뒤에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 숙연해지고 꿀잼도시를 추구하는 청주의 기부주소는 어디쯤인지 궁금해진다. 나옹선사는 청산가에서 靑山兮要 我以無語(청산혜요 아이무어), 蒼空兮要 我以無垢(창공혜요 아이무구)와 같이 "말과 티 없이 자연순리에 더불어 살라"고 했지만, 우리의 청춘은 역동적인 삶의 방식에 따라 찰나에 변화하는 첨단문화 시대를 이겨내려 발버둥 치며
이매진(Imagine)은 비틀즈의 멤버였던 영국의 싱어 송라이터이자 반전 평화 운동가인 '존 레논'이 1971년에 발매한 동명의 앨범 오프닝 트랙에 수록된 타이틀곡이다. 멀티미디어 아티스트이며 가수, 평화 운동가였던 그의 일본인 아내 오노 요코와 공동으로 제작했다. 레논은 오노 요코가 쓴 책 '그레이프프루트'에 수록된 시에서 영감을 받아 이 노래의 가사를 썼다고 한다. 솔로로 활동하며 작업한 존 레논의 두 번째 정규 음반 이매진은 그가 발매한 음반 중 가장 많이 팔린 싱글로 알려져 있는데, 영국에서만 170만 장 이상 팔렸다. 발매되자마자 영국 차트 1위를 차지했던 이 곡은 1980년 레논이 암살된 뒤 역주행하여 다시 싱글 차트 1위에 올랐었다. MBC에서 조사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10위에 들었던 곡이기도 하다. 이매진의 노랫말을 통해 존 레논은 장벽이 없는 평화로운 세계를 상상하며 종교나 인종간의 갈등에서 빚어지는 증오심을 버리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반전과 평화를 이루기 위한 무정부, 무신, 무소유를 요구하는 가사 내용 때문에 한때 방송 금지가 되기도 했지만, 9.11 미국 테러 사건 이후 미국의 라디오 방송국에서는 이
전국에 폭염과 열대야가 수일째 이어지고 있다. 폭염일수는 일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날의 수를 의미한다. 8월 7일 기준 전국적으로는 평균 11일 이상 지속되고 있다. 폭염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보건, 산업, 농업 등에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 특히 폭염에 취약한 노년층의 피해가 더욱 우려된다. 2022년 질병관리청의 '기후변화에 따른 노령인구의 건강영향평가 연구'에 따르면, 여름철 33도이상 고온에 노출될 경우 65세 이상에서 허혈성심질환, 심근경색 등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증가하고, 대사질환과 인지기능 변화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나이가 들면 뇌의 체온조절 기능이 저하되고, 피부층도 두꺼워지면서 온도변화에 둔감하게 된다. 이에 따라 노년층은 체온상승과 탈수증상을 잘 느끼지 못해 체온 유지와 땀 배출을 조절하는 능력이 저하돼 폭염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극심한 폭염으로 신체가 체온조절반응에 실패할 경우, 몸의 온도가 높아져 뇌 기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뇌는 높은 온도에 취약한데, 뇌가 고온에 오래 노출되면 중추신경계에 면역반응이 과하게 나타나 뇌가 손상을 입게 된다. 건양대의대 생화학교실 '열 스트레스가 기억력과 뇌구조
'물라 어차르'가 우리집 식탁 위에 올라왔다. 물라 어차르는 피클에 가까운 네팔의 무김치다. 매우 신맛이 나는 김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음식이든 과일이든 유난히 신 것을 좋아하는 나는 어차르를 고향 음식 먹듯이 맛있게 먹는다. 네팔에서도 달밧을 즐겨 먹었으며 곁들여 나온 어차르와 사그(시금치 무침)도 별 부담감 없이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락시(쌀음료)와 차도 맛있게 먹었다. 얼마 전 네팔에서 온 제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회사에 다니고 있는 제자 부부는 주간과 야간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그래서 가끔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통화를 할 뿐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이번에는 여름휴가를 맞이해서 미리 연락하고 직접 찾아온 것이다. 꽤 오래전에 한국에 온 제자는 보기 드물게 예의 바르며 한국어가 유창한 편이다. 늘 안부 전화를 하며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는 잊지 않고 메시지를 보내온다. 이번에도 날씨가 너무 더운데 건강하게 잘 지내느냐며 안부를 먼저 묻고 만나고 싶다며 부부가 같이 오겠다고 했다. 제자는 부부와 아들이 한국에서 함께 살고 있다. 나도 제자의 가족이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느냐고 물었다. 제자는 모두 잘 지내고 있다고 대답을 하면서 말
어느 일요일, 지인의 자녀 결혼식이 인근 도시에서 있다고 해 부부 동반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내비게이션에 의지해 두 시간 이상을 달려 찾아간 예식장의 외양은 시골답지 않게 깨끗하더군요. 우리 부부는 접수석 근처에서 지인을 몇 만나 인사를 나눈 뒤 중간쯤의 자리를 택해 앉았습니다. 곧 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자연히 산만하던 분위기가 차분하게 가라앉았습니다. 그러나 정돈된 분위기는 오래 가질 않았습니다. 신랑 신부가 처음 치르는 결혼식이어서 실수가 있을 터이니 널리 이해해 주기 바란다는 등의, 예식에 참석하면 흔히 듣게 되는 농담을 던지던 사회자가 갑자기 신부가 홀아비의 무남독녀임을 밝혔던 것입니다. 홀로 살며 딸을 키워냈다는 신부의 아버지는 대충 읽어도 일흔이 넘었을 나이였습니다. 혼자 살아가기 어려워 보일 정도로 병색이 완연해 모두를 가슴 아프게 했습니다. 딸이 곁을 떠나면 누가 그를 지켜 줄 것인지 안타까워 모두는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육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신랑의 부모가 홀로 앉은 노인을 죄스러운 눈길로 건너다보더군요. 주례사의 차례가 왔습니다. 사회자의 소개에 의하면 주례는 전직 교장이었습니다. 동류의식이 느껴져 자세히 살피니 함께 근무한 적은 없지
2024년 파리 올림픽이 7월 26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막이 올랐고, 8월 11일에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이번 올림픽은 예상을 뛰어넘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올림픽으로 화제가 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이유를 궁금해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은 세대교체로 MZ세대들이 주축을 이루었고, 이들의 말과 행동은 과거와는 달랐다. 양궁의 김재덕 선수는 손등에 벌이 앉았다. 그럼에도 김재덕 선수는 동요하지 않았고 심지어 10점을 쏘았다. 보통 사람들 같았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김재덕 선수는 해낸 것이다. 그리고 김재덕 선수의 경우 심장박동 수도 화재이다. 3년전 도쿄 올림픽에서 그의 심장박동 수는 160BPM 이상으로 불안정하고 매우 높았다. 하지만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김재덕 선수의 심장 박동 수는 70BPM으로 ·매우 안정돼 있었다. 배드민턴의 안세영 선수는 예상했던 대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세영 선수의 경기는 긴장감을 느낄 수 없었다. 당연히 이길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고, 경기력 면에서도 다른 선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월등한 기량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세영 선수의 인터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안세영 선수는 이
매년 8월 18일은 '쌀의 날'이다.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이 줄어든 쌀 소비를 늘리고, 쌀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제정하였으며, 올해로 10주년이 되었다. 많은 날 중에 8월 18일을 '쌀의 날'로 정한 이유는 쌀 미(米)를 풀어내면, '八(8), 十(10), 八(8)'이 되는 것에 착안했으며, 쌀 한 톨을 얻기 위해선 모내기부터 추수까지 농부의 손길이 여든여덟 번 필요하다는 의미도 담겨있다. 쌀은 대대로 우리의 삶을 이어주는 주식으로 예전부터 귀한 곡식으로 여겼다. 그렇기에 쌀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건 생명을 유지 할 수 있는 큰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었으며 이렇다 보니 곡식 만 섬가량을 거두어들이는 이를 '만석꾼(萬石꾼)'이라는 말로 큰 부자로 비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귀했던 쌀이 요즘은 소비가 매년 줄어들고 있어 오히려 걱정거리가 되었다. 통계청이 올해 1월 26일에 발표한 '2023년 양곡소비량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4kg으로 전년 대비 0.6%(0.3g) 감소 하였으며, 30년 전인 '93년 소비량(110.2kg) 대비 절반 수준이다. 이는 해당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63년 이래 가
2024년 8월 15일은 우리 조국 대한민국이 일본제국주의 식민통치에서 벗어나 해방을 맞이한 지 79주년이 되는 아주 뜻 깊은 날이다. 1910년 8월 22일 대한제국의 내각총리대신 이완용(李完用, 1872-1937)과 제3대 한국 통감인 데라우치 마사타케(寺·正毅, 1852-1919)가 우리 주권을 일본에 송두리째 넘겨주는 한일합병 문서에 조인했고, 8월 29일에는 이를 공포함으로써 27대 519년 만에 조선왕조는 멸망하고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다. 그래도 충신인 학부대신 강암(剛庵) 이용직(李容稙, 1852-1932)은 "이 같은 망국 안에는 목이 달아나도 찬성할 수 없다"라고 반대하면서 뛰쳐나갔다. 그리고 병합조약 직후 역사학자이자 시인인 매천(梅泉) 황현(黃玹, 1855-1910), 참정대신(현재의 부총리)인 한규설(韓圭卨 1848-1930), 의정부 참찬을 역임한 이상설(李相卨, 1871-1917) 등 일부 지식인과 관료층은 이를 일방적 압력에 의해 이루어진 늑약으로 보고 극렬하게 반대의사를 표현했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 후 35년 동안 우리 한민족은 일제의 억압적인 식민통치 아래 온갖 핍박을 당하다가 1945년 8월 15일 해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이라니 마음이 설렜다. 책과 영상으로 접했던 대가의 작품을 직접 마주한다니. 그의 이름을 들으면 '빛'이란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오래전 '빛의 교회'란 건물을 맨 처음 봤을 때의 감동이 되살아났다. 비록 사진이었지만, 건축예술에 무지한 나는 건물 벽에 틈을 낸 작품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단순한 디자인의 교회 안에 자연 채광을 들인 십자가는 빛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재단의 십자가를 자연의 빛으로 장식한 그 발상의 근원이 궁금했던 기억이 있다. 초록빛 잔디가 깔린 주차장이 안온하게 차를 받아준다. 자동차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듯 싱그러운 초록빛 광장이 품을 내준다. 미술관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고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그의 철학을 읽는다. 각각의 자연 테마로 조성된 야외 정원을 산책하듯이 거닐며 감상했다. 조각정원 한편에 '빛의 공간'이 있다.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외관이 먼저 시선을 끈다. 콘크리트 건물 안에서 노니는 햇살 줄기를 좇다가, 문득 내 안에도 빛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통로가 필요함을 느낀다. 7월 중순의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가벼운 소나기가 흩뿌리듯 지나가면 바로 뜨거운 볕이 나온다. 미
여름이면 모피 값이 절반은 떨어진다. 애당초 400만원에서 다운된 200만원도 만만치는 않으나 '하로동선(夏爐冬扇)'이다. 여름에 화로를 장만하고 겨울에 부채를 준비한다. 그 바람에 비싼 코트지만 엄두를 냈다. 가격도 있지만 복중에 삼계탕을 먹는다. 여름이면 덥다고 타박이나 더위를 피하는 피서避暑가 있다면 다스리는 극서克暑도 있음직하다. 겨울 부채 또한 겨울일수록 차가워야 된다면 나름 꿰맞춘 양면성이 그럴듯하다. 오늘도 무척 덥다. 이글이글 땡볕 속에서 세상은 하루하루 타들어갔지만 에어컨 없이 살고 있다. 에어컨을 틀어 놓고 있다가 나오면 시원했던 만치 후끈하게 더웠다.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무찔렀을까. 찾아보니 많다. 에어컨만은 못해도 죽부인, 등등거리도 있다. 요즈음 같은 열대야에서는 함께 자는 것도 부담인지 대나무로 사람 형상을 만들고는 죽부인이란다. 이름부터가 해학적이고 등나무 줄기로 엮은 통풍구 등등거리는 느낌도 시원하다. 대청마루에 꽃무늬 화문석을 깔고 부채질할 때는 왕골의 깔깔한 질감과 꽃무늬 돗자리 때문에 더위가 파고들 수 없다. 쥘부채 여백마다 산수화도 시원하다. 느티나무에 그네를 매고 솔밭에서는 활쏘기다. 누각에서 투호를 던지고 바둑
얼마 전 '대통령 염장이'로 유명한 유재철 장례지도사가 한 인터뷰가 가슴을 두드린다. '중용(中庸)'은 염장이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상주도 아닌데 울상을 짓고 있으면 안 되며, 표정이 너무 밝아도 어두워도 안 된다고 했다. 고인을 존중하는 마음만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 '굿바이'에서 이쿠에이 사장과 다이고의 모습이 그러했고, 우리 동네 염장이 아저씨가 그러했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타키타 요지로 감독의 '굿바이'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첼리스트였던 다이고가 염습사가 되리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주검을 대하는 일은 누구나 두렵고 무서운 일이다. 게다가 시신을 염습하는 일이란 그보다 더 고통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정작 염습을 하는 그 자체보다 타인의 시선이 더 무섭고 두려워 다이고가 그리 도망치려 했던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이쿠에이 사장이 납관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다이고는 자신이 가야 할 길도 비로소 그곳에서 깨닫게 된다. 그만큼 진중하고 엄숙하게 그러면서도 예를 다하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죽은 자를 치장하는 이쿠에이 사장의 모습은 거룩함 그 이상이었다. 그 모습을 숨죽여 지켜보던 내가 먼 기억 속 그를 소환한 게 어
한 20여 년 전쯤의 일이다. 필자는 서울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내 좌석으로 갔다. 나보다 몇 살 위로 보이는 분이 내 좌석 옆에 앉아 있어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좌석에 앉았다. 얼마 후 스물 두셋 정도 되어 보이는 아가씨가 내 앞 좌석 통로에서 좌석번호를 확인하고 있었다. 잠시 후 창가에 앉아 있는 칠십이 조금 넘어 보이는 노신사에게 말했다. "제 자리가 창가인데요!" 노신사가 창밖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해서였는지 아니면 착각해서였는지 아가씨의 좌석에 앉은 것 같았다. 내 옆 좌석에 앉은 분과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을 맞추며 함께 웃었다. 옆 좌석에 앉은 분이 필자의 귀에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요즘 젊은 사람들 건들면 큰일 나요!" 사실 나 역시 아가씨가 말할 때 마음이 조금 불편하여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왜 마음이 불편해졌는지 당시를 회상하니 비록 자신의 자리이긴 하지만 그래도 좀 상냥하게 말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기대와는 달리 다소 툭툭하게 말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필자는 왜 아가씨가 말할 때 예의 있게 또는 겸손하게 말하기를 바랐을까. 또 필자가 바란 기준으로 판단하고서 마음이
더워도 너무 더운 여름, 배롱꽃을 마주하는 일은 내 몸이 먼저 달아오를 일이다. 해마다 이맘때는 배롱꽃이 절정이다. 기꺼이 땀 흘릴 각오가 됐다면 배롱꽃을 마주하기는 햇볕 쨍쨍 내리쬐는 날이 제격이다. 흰 구름 둥둥 떠가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붉은색 요염한 배롱꽃은 여름 풍경의 백미(白眉)이다. 배롱꽃은 주름진 붉은 꽃잎이 초록 잎과 잘 어울리는 여름 꽃이다. 한번 꽃이 피면 백일 이상 간다 하여 '백일홍'이라고 하나 실제는 7월에서 9월까지 여러 꽃망울이 이어가며 새로 핀다. 도종환 시인은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배롱꽃을 그의 시 '목 백일홍'에서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라 했다. 내가 꼽는 배롱꽃 명소는 아쉽게도 충북엔 없으나 근처 대전 우암사적공원의 '남간정사', 논산 '명재 고택' 그리고 서산 '개심사', 담양 '명옥헌', 달성 '하목정', 안동 '병산서원'이다. 남간정사(南澗精舍)는 숙종 때 송시열이 후학을 가르친 곳이다. '남간'은 주자의 시 운곡남간(雲谷南澗)에서 따왔다고 한다. 우암사적공원 여기저기에 배롱나무가 있지만 남간정사 앞 작은 연못가에 오래된 배롱나무가 일품이다. 연못에 비친 남간정사의 반영(反影)과
우리나라 속담 중에 가장 이해가 안 되는 말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스스로 돕는 자는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인지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지요. 그 말을 조금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대학입시와 공무원시험 공부할 때입니다.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시험을 봤을 때는 떨어지는 것이 마음 아프기보다 남보기 창피하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시험을 봤을 때는 남이 어떻게 볼 것인가는 생각나지 않고, 합격여부보다 그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사람으로서 할 일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이란 말이 바로 이 속담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그런 경기를 여러 번 보았습니다. 특히 남자양궁 개인전 결승에서 김우진과 미국의 브레이디 엘리슨의 경기에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서로 두 세트씩 주고받은 5세트, 김우진이 내리 세발 모두 10점을 쏟아부은 신궁이 빛날 때, 이에 맞선 36세의 노련한 엘리슨도 세발 모두 10점을 맞추었습니다. 그 두 선수는 그야말로 몰아의 경지에서 경기에만 몰두했습니다
한국이 개발도상국(開發途上國) 지위에서 중진국이라 주장하던 시기는 동남아 순회공연을 방금 마치고 온 가수의 공연이 특히 많았다. 당시 한국과 동남아 간 별 차이가 없었기도 했고 선진국에서는 공연 섭외가 안 들어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동양 최대, 최고라는 수식어는 부족한 현실보다 최초라는 의미로써 선구적 지위를 주는 명칭을 한국 대중이 원했기 때문이었다. 외국 공연을 하고 왔다면 우선은 인정해주는 사회 분위기는 한국이 아직 갈 길이 멀고 후진 곳이라는 내부 평가가 마음속에 늘 있기도 했다. 그때 즐겨 썼던 단어가 '최초'이다. 그나마 최초라는 것은 아직 더 벌어질 기회를 여는 단어기도 했지만 우선 내가 선점한, 정복의 시작 의미도 있었다. 아직 아무도 시도를 안 했다는 이유가 '최초'라는 단어 속 숨어있다. 그런데 최초라는 명칭에 관한 이야기가 회자 되는 것은 예술이라는 장르가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장르라는 것이다. 특히 전통 예술은 대중에게 더 익숙지 않다. 충북지역의 서양음악의 수준은 잘해도 세계적인 성장이 어렵겠지만 국악 장르는 못 해도 세계 탑 클래스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늘 서양을 동경하고 그들을 흉내 내려 한 것에는 국제적인 이라는 명칭을 통해…
상당보건소에서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으로 찾아가 보기로 했다. 신규 보건사업이라는'삐약삐약 병아리 건강 나들이' 사업이 눈길을 끌었다. 보건소 견학과 함께 올바른 식습관 형성을 위한 영양보건 프로그램부터 두뇌를 발달시키는 신나는 신체활동, 어린이 구강보건과 금연교육까지 다양하게 준비돼 있었다. 내용들이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매력적인 내용이라서 모두 참여하고 싶었지만, 욕심을 내려놓고 2~3세인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적합해 보이는 신체활동 프로그램을 신청하게 됐다. '삐약삐약 병아리들이 보건소 앞마당에 떴다!' 아이들과 방문하기 전 보건소에 대한 추억을 떠올려보자고 하니 코로나 시국을 떠올리며 긴 솜방망이로 코를 찔러서 아프고 무서웠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여기는 병원 같아요!" 하며 긴장되고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보건소에 들어갔다. 그런데 아이들을 즐겁고 설레게 하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귀여운 캐릭터로 만든 포토존이 아이들을 반갑게 환영하고 있었다. 마중 나온 보건소 선생님들의 따듯하고 친절한 인사에 조금 전까지 몸을 잔뜩 움츠리던 아이들은 긴장감을 녹아내며 종알거림과 호기심 어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우리나라 선수들의 활약과 언행을 보면서 든든한 마음이 드는 건 부분에 대한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일까. 특히 젊은 선수들이 올림픽을 즐기며 자신감 넘치는 경기를 펼치고 경기가 끝난 뒤 메달 색깔과 관계없이 당당하게 소감을 밝히는 모습에 밝은 미래를 발견한다.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강하게 실력을 갈고 닦아 선수 개인과 국가에 영광을 바치는 올림픽은 드라마보다 더 흥미진진하다. *** 금메달 능가하는 공정의 가치 대회 초반 총, 칼, 활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기염을 토한 한국 선수들은 여러 분야에서 진가를 드러내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양궁대표팀은 여자 양궁 단체전에서 올림픽 10연승의 대기록을 세웠고, 남자 양궁 단체전은 3연패를 달성했으며 양궁 전종목 금메달을 석권하는 전무후무할 위업을 이루었다. 청주시청 소속 김우진 선수는 올림픽 통산 5개의 금메달을 따 역대 우리나라 선수 중 가장 많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등극했다.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종목은 개최국 프랑스를 4강전에서 꺾은데 이어 세계 최강 헝가리를 맞아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올림픽 3연패의 기염을 토했다. 여자 펜싱은 사브르 최초로 올림픽 단체전 은메달을 획
통합 청주시 10주년을 맞으면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 중에 하나는 바로 미호천의 발원지에 관한 문제이다. 미호천으로 흘러오는 하천을 거슬러 올라가면 청주 지역을 벗어나 증평, 진천, 음성으로 그리고 충청남도 천안시와 경기도 안성시까지 이어지므로 미호천의 발원지 문제는 청주 시민들의 이해는 물론 해당 지역의 주민들의 공감을 얻어야 하는 어려운 문제인 것이다. 과거에 미호천의 발원지에 대한 논란은 금왕읍 도청리에서 발원하는 도청천, 음성 보현산에서 발원하는 초평천, 삼성의 마이산에서 발원하는 덕정천, 경기도 안성에서 발원하는 칠장천 등 4곳이 대상이 되었었다. 그 중에서 하천의 발원 기점과 유입 종점까지의 거리를 기준으로 한다면 칠장천이 가장 최장 거리일 것이다. 하지만 칠장천의 발원지는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로서 충북이 아닌 경기도라는 점에서 충북의 하천인 미호천의 발원지로서 호응을 얻지 못하였다. 옛 기록에 보면 1823년 에서 동진강은 망이산으로부터 진천현을 지나 연기현에 이르러 금강으로 들어간다 했으며 와 에서도 같은 내용을 볼 수 있다. 그래서삼성의 마이산이 발원지로 굳어져가는 듯 했으나 금왕 지역에서 흘러오는 도청천과 음성
급체를 한 것 같다. 입덧처럼 속이 울렁울렁 매스껍다. 강의실로 들어갔다. 예쁘장한 수강생이 사과를 쪼개고 있다. 집에 소화제가 없을 때 사과로 체기를 다스렸던 적이 있어 냉큼 사과 한쪽을 집어 들었다. 막 입으로 넣으려고 하는데 사과를 나누던 수강생이 한마디 한다. "다 함께 먹어야 하는데…." 나는 "급체한 것 같아서요."라고 하면서 약초 공부를 하는 수강생에게 손을 내밀어 맡겼다. 그가 내 손을 지압하며 풀어주었다. 강의 듣는 내내 속이 시끄러웠다. '회비로 사 온 게 아니고 자비로 사 왔나?' 생각의 끈이 끊어지지 않을 즈음 그녀는 자비로 사 왔다고 너스레를 떤다. 아무리 사괏값이 금값이라도 그렇지. 사과 한쪽 먼저 집어먹는다고 그렇게 면박을 주다니. 그깟 사과 한쪽 먼저 집어 든 게 뭐라고 마음이 찜찜하다. 강의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데, 좀 전에는 미안했다고 사과하고 사과받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벌써 강의실을 빠져나가고 없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농수산물 도매시장에 들렀다. 냉장실에서 갓 꺼내온 사과는 크기와 빛깔이 내가 생각했던 기준에 못미쳤다. 단골인 영재농원으로 전화를 걸었다. 사과 한 알…
젊었을 때 사람을 판단하는 눈이 더 정확했을지도 모르겠다. 이즈막엔 시력이 흐릿해져서인지, 아님 심상(心想)이 무뎌져서인지 웬만하면 다 인격자로 보인다. 특히 풋풋한 외양의 젊은이들을 대하면 전부 곱고 멋지다. 이는 아마도 필자 자신에게 닥친 심신의 노화 때문인 게 분명 하다. 나이 들고 보니 젊음 그 자체가 아름다움과 멋있음의 표상(表象)으로 비치니 말이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실은 연령에 관계없이 외모보다 내면의 진정성이 돋보이는 사람에게 더 정이 간다. 특히 가슴이 따뜻한 사람을 만나면 별다른 세상에 와 있는 기분이다. 이는 눈만 뜨면 자신의 목적을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 이기적이고 그릇된 욕망에 의하여 종잇장처럼 얄팍한 사람 등과 부대끼노라니 더더욱 이런 사람이 그립다. 언젠가 지인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 일이다. 갑자기 그녀가 현재 마음 고생하는 사연을 하소연 해 왔다. 그녀는 평소 남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여겨온 이타심 강한 여인이었다. 늘 타인이 어려움에 처했거나,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자신의 힘을 보태곤 했다. 그런 그녀가 어느 여인의 일을 사심 없이 돕곤 했는데 그로부터 배신을 당했단다. 세상은 참으
인사철이 되면 자리를 이동하는 동료에게 축하의 의미로 많은 선물들이 오가곤 한다. 상품권 등 쿠폰으로 선물하는 실속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꽃, 화분, 먹거리 등 보여주기 위한 선물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선물은 그 사람을 평가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많은 화분과 먹거리를 받아야 인기 있고 능력 있는 직원으로 평가가 되는,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악습이 직장에 자리 잡았다. 화분과 먹거리 제공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인사철이 사업 발전에 커다란 기회로 작용하는 것은 인정이 된다. 그분들의 직업에 방해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 단지, 우리 주변에 다양하게 있는 폭넓고 실속 있는 선물들도 관심 속에 포함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선물을 받은 직원에게는 받았으면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조직 생활의 규칙 아닌 규칙이 돼 버린 지금의 행태를 다른 시각에서 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엉켜버린 실타래를 푸는 것이 쉽지 않지만, 누군가는 시작해야 한다. 다수의 직원이 부담감 없는 비용을 십시일반 모아 축하를 해줄 동료에게 꼭 필요한 서로 간에 정을 나누는 선물로 표현했으면 한다. 빵을 좋아하는 동료에게는 빵을 살 수 있는 쿠폰을,
이루마의 'indigo'를 들으며, 일인용 식탁에서 밥을 먹는다. 밖을 보며 먹을 수 있도록 식탁을 창 앞에 놓았다. 창밖엔 적막에 쌓인 맹렬한 여름이 녹음을 우려내고 있다. 간간이 부는 바람이 긴 손가락 뻗어 내 머리칼을 쓸어 준다. 이 얼마나 오랜만에 맞는 혼자만의 시간인가. 6시간을 달려 섬에 당도한 뒤 맛보는 고독이 주는 황홀함이 좋다. 나는 늘 점심시간이면 아이들의 재잘거림을 찬으로 삼아 밥을 먹었다. 특수아가 바닥에 뒹굴기라도 하면 그날 점심은 없다. 먹던 숟가락을 놓고 아이를 어르고 달래서 교실까지 데리고 가야 한다. 오늘은 나 혼자 먹는 점심이다. 찬은 필요 없다. 고요가 찬이다. 혼자 밥을 먹으면 독해진다는 데, 혼자 먹는 밥이 좋으니 난 독한 사람인가 보다. 오늘은 나만 돌보면 된다는 사실에 깃털이 된다. 누군가를 돌봐야 한다는 것, 누군가를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 보람 있는 일이지만 동시에 책임감과 부담감이 함께하는 일임을 새삼 느낀다. 그동안의 일들이 아득하게 밀려온다. 며칠 전까지 나는 빽빽한 아이들 틈에 있었다. 아이들이 거는 은근한 최면에 걸려 히죽거리며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했다. 아침에 출근을 하면 9명의 외국인 아이들과 3명
이번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김원호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 길영아 삼성생명 배드민턴 감독의 아들이다. 길 감독은 1995 세계선수권 여자복식 금메달, 1993~1995 전영오픈 여자복식 3연패에 이어 1996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을 거머쥔 배드민턴계의 슈퍼스타였다. 28년 전 올림픽 메달의 영광을 조국에 바쳤던 어머니에 이어 아들이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된 '길영아, 김원호' 모자는 '모자 올림픽 메달리스트 1호'라는 쾌거를 이뤘다. 피는 못 속인다고 한다(The apple doesn't fall far from the tree) 그래서 그 아버지에 그 아들(like father, like son)이라는 말이 생겼나 보다. 이들의 경우엔 그 어머니에 그 아들(like mother, like son)로 바꿔 써야 맞는 말이겠다. 부모의 재능이 자녀에게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특히 스포츠계에서 재능의 대물림이 흔하게 목격된다. 타고난 신체적 조건이 우선 받쳐줘야 하는 스포츠의 특성상 부모로부터 운동능력과 함께 뛰어난 신체조건을 물려받는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대
더위를 견디는 여전한 친구는 책이다. 첫 페이지를 읽기 시작하자마자 도전적인 질문이 제시된다. 노인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나 표현 다섯 가지를 나열해 보라는 것이다. 얌전히 질문에 따라 답을 만들어본다. 베카 레비의 책 '나이가 든다는 착각' 이야기다. 나름대로 다섯 개의 단어를 궁리한 다음, 페이지로 눈을 돌리니 이번에는 그 중 긍정적 단어가 몇 개인지 묻는 질문이 이어진다. 아쉽게도 내가 준비한 단어들 중 긍정적인 것은 둘 뿐이다. 내용을 보니 나만 그렇다기보다 많은 사람들의 경향이 그러한 듯해서 조금 위안이 되기는 한다. 시간은 지나간 뒤에 돌아보면 참 빠르게 흘렀다. 문득 지나온 과정을 돌아볼 때마다 새삼 느끼곤 한다. 빠르게 흐른 시간이 층층이 누적된 만큼 이제는 교직에서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동안 막연하게 여기고 있었던 퇴직 이후를 비중 있게 준비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읽는 책 목록의 한 부분이 그 방향으로 짜여진다. 과감한 제목을 가진 이 책도 진지하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퇴직 이후에 대한 생각은 대체로 피상적이되 '여생'이라는 말에 함축된 의미에서 크게 벗어나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