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내일이다. 여러 달 전부터 예정된 백두산여행이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썩 즐겁지가 않다. 여행에 대한 호기심이나 설렘도 없이 그저 뜨뜻미지근한 나에게, 동행할 지인들은 뜨악해하며 한마디씩 던졌다. "박 선생, 아직은 마음이 떨리는 나이잖아. 왜 그렇게 시큰둥한 거야?" "여행은 마음이 떨릴 때 가야지. 다리가 후들거릴 때 가는 것 아니라잖아." "우리도 이제 몇 년 안 남았어. 어차피 갈 여행이니 기분 좋게 떠나자. 오래 기억될 추억도 만들어야지." 지인들의 수다에도 가라앉은 기분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일찍 찾아 온 더위 탓도 아니고 가끔 느껴지는 허리통증이 온 것도 아니건만 매사에 의욕을 잃은 지 이미 대 엿새나 되었다. 보름 전쯤이다. 친언니와 다름없던 이웃언니의 남편이 서울소재 대형병원에 응급으로 입원을 하셨다. 이런 저런 검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어서 빨리 쾌차하셔서 일상으로 돌아오시기를 기원하였다. 일주일 전이다. "띠링 띠링 띠링" 오랜만에 집 전화가 거칠게 울어대었다. 이상하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조심스럽게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영조 엄마, 오라버니 돌아가셨어."…
"절이 하늘의 별처럼 펼쳐져 있고, 탑들은 기러기 행렬인양 늘어섰다" 삼국유사는 서라벌을 이렇게 묘사했다. 그중에서 경주 남산의 길을 걷는다. 세계사에서 신라와 로마만이 천년의 역사를 이루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경주는 늘 내게 신비의 도시였다. 온 도시가 박물관이고 유적지인 경주를 다섯 번 정도 다녀갔지만 항상 아쉬웠다. 그 아쉬움의 중심에 남산이 있었다. 산 정상이 500m도 못 미치는 남산은 동서 4㎞, 남북 8㎞에 불과하나 무려 60여개의 골짜기가 주름처럼 놓여있다. 남산은 그 골짜기의 수만큼이나 신라 천년의 꿈과 영광, 좌절을 간직하고 있다. 남산의 유적과 유물이 694개에 이른다고 하니 가히 산 전체가 박물관인 셈이다. 신라인들은 어떠한 사연으로 이 좁은 산허리와 계곡마다 150여개의 절을 짓고, 백여 기의 탑을 쌓고, 수많은 불상을 새겼던 것일까? 서남산 초입에서 마주치는 삼릉, 마치 만삭의 임신부 배처럼 솟아있는 세 개의 능은 울창한 소나무 숲에 둘러싸여 푸른 잔디를 빛내고 있다. 천년에서 이천년 전 죽음의 자리조차 아름답다는 느낌은 신라의 정신이 아직껏 배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삼국사기는 이렇게 전한다. "경애왕은 927년 11월 포석정
청원구 민원실에 혼인신고 포토존을 설치한 지 100일이 지났다. '모두 함께 행복한 청주'는 가정에서부터 시작되고 가정의 출발이 되는 혼인신고 시점에서 사랑과 행복의 초심을 다지는 기회를 선물하고자 지난 2월 '혼인신고 위대한 약속을 축하합니다'라는 카피로 포토존을 설치하고 부부들의 혼인신고 추억을 촬영해주면서 혼인 세태가 많이 변했음을 실감한다. 예전에는 결혼식 후 신혼여행 마치고 다른 일에 우선해서 혼인신고 하는 것을 당연 시 하였으나 요즘에는 열쌍 중 일곱 쌍은 결혼식 후 1년 전후해서 신고를 하며 그 중에 대부분은 임신하여 출산을 앞둔 상태로 신고를 한다. 청원구에서는 혼인신고 부부가 방문을 하면 민원실안 응접실로 모셔 차를 한잔 대접하며 포토존의 의미와 혼인신고에 임하는 다짐에 대해서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먼저 왜 서로를 선택해서 결혼 하였는지를 물어보면 "좋으니까", "사랑해서", 혹은 "사랑했기 때문에" 라는 대답이 가장 많다. 그러면 "좋아한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의 차이를 함께 생각해 보고 결혼을 조건이 좋아서 했든, 사랑해서 하였든 혼인신고는 "사랑하기 위해서" 라는 다짐으로 신고서에 최종 서명하도록 한다. 좋아한
심리학에서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라는 것이 있다. 타인이 나를 존중하고, 나에게 기대하면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이다. 특히 교육 심리학에서는 교사의 관심이 학생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요인이 된다. 교사가 기대를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치면 교사가 기대한 만큼 학습의 효율성을 이룰 수 있고, 부모가 자녀에게 기대를 가지고 양육하면 부모가 기대한 만큼 자녀가 성장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인간의 마음 속에는 현실에 안주하거나 도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일 반복적으로 하는 일에 사명 의식을 느끼면서 변화와 비전이 가져올 미래를 바라보고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강한 사람이 있다.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세계가 전부이지만, 변화와 비전을 꿈꾸고 모험과 도전 의식이 강한 사람들의 눈에는 현재 보이는 세계 저 너머에 희망의 세계가 보일 수 있다. 인간의 마음 속에서는 인간의 행동 태도를 결정지어 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자아상(self-image)이다. 자아상이란 자기 자신을 보는 자세이다. 자아상은 인간의 행동과 태도를 지배한다. 건강하고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 육박하고 주 5일제 근무가 활성화 되면서 시민들의 문화 향유 욕구도 늘어났다. 특히 공연장을 찾는 문화 향유층이 많아지면서 질 높은 공연장 서비스의 요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들어서 많은 수의 국민들이 문화예술에 대해 적잖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유 인구도 많이 증가하였다. 2013년 한 해 동안에 공연장을 찾은 관객 수는 약 3천962만명으로 나타났다(2014년 공연예술실태조사, 2013년 기준). 이중에 연극은 약 730만명, 음악은 약 504만명, 무용은 187만명이 공연을 관람한 것으로 집계 되었다. 특히 뮤지컬 관객은 1천200만명을 훌쩍 뛰어 넘어 전체 관람객 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인구는 점차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렇게 공연장을 찾는 관객이 많아지면서 좀 더 신경을 기우려야 할 부분이 바로 고객 서비스와 마케팅이다. 공연장의 역할은 단지 공연물을 무대에 올리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공공 공연장을 포함한 모든 극장은 서비스가 우선적인 업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연장 운영자는 관객에게 쾌적한 분위기 속에
영혼의 우울함을 경험한 적이 있으신가? 그런 날이 있다. 신자라면 항상 기뻐해야 하건만 기쁘지 않다. 그런 날은 하늘의 해마저 검은 천을 드리운 상복처럼 느껴지고, 밤빛 같은 그림자가 가슴을 어둡게 한다. 그런 날은 설익은 열매가 떨어지는 것 같이 영혼의 허허로움을 느낀다. 이 불청한 손님은 혼을 음부의 나락 같은 곳으로 한없이 끌고 내려가고자 한다. 그런가 하면 감성의 갑갑함을 느끼는 날도 있다. 가슴을 음산하게 물들이며 감동을 잃게 하여 아무 사색도 할 수 없다. 반짝이며 톡톡 튀는 언어나 문장은커녕 컴퓨터에 앉아 있으나 단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한다. 하지만 죽을 만큼 힘든 그런 날에도 반드시 이것만은 하리라고 정해 놓고 행하는 나만의 규례가 있다. 정서가 고갈되어 도무지 글이 안 되는 갑갑한 날은 쓰는 일을 중단하고 책을 읽는다. 영혼이 침체된 날도 주일예배 수요예배는 참석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심히 아픈 날도 성경 한두 장을 읽거나 요절 몇 구절정도는 암송한다. 그 정도 일을 기본규례라 하는 건, 억지로라도 그 일은 실행할 수 있어서이다. 언젠가 내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순간이 온다 해도 의식의 끈이 실낱 같이 남아있기만
올해로 45회를 맞이하는 전국소년체육대회가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나라도 튼튼'이라는 구호로 지난 5월27일부터 31일까지 강원도에서 열렸다. 1만7천여명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선수단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38종목(초등부 19종목, 중등부 36종목)의 경기가 개최됐다. 충북도에서도 1천92명의 선수단이 참가했다. 우리나라 체육영재들의 잔치라는 표현답게 저마다 갈고 닦은 기량을 발휘하고 시도를 대표한다는 자부심 때문인지 무더위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선수들의 뜨거운 열기 속에 펼쳐졌다. 소년체전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기초적인 스포츠를 보급하고, 우수한 꿈나무 선수들을 많이 발굴하여 전국체전으로 연계 육성됨은 물론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에서 활약한 주역들을 길러내는 등 우리나라 엘리트체육의 산실의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 동안 생활체육회에 근무하면서 많은 대회참가와 경기운영을 담당해 진행한 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전문체육의 현장을 직접 본적은 많지 않다. 그래서 미처 느껴보지 못한 부분도 많았다. 4박5일 간의 소년체전 대회기간 중 나는 가슴이 벅차오르고 감동적인 장면을 수없이 보게 됐다. 소년
최근 SF영화 '아이언맨'을 다시 접할 기회가 있었다.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천재성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자비스(Ediwin Jarvis)'라는 인공지능 비서가 이번엔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 이세돌 9단과의 바둑대결로 대중에게 다가온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의 충격 여파일 것이다. 엄밀히 말해 '자비스'는 단순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을 넘어선 인지컴퓨팅(Cognitive Computing)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사람의 언어나 표정 등 아날로그로 입력된 명령정보에 따라 인공지능형 사고를 하여 그 결과 값을 다시 인간에게 친숙한 언어, 소리, 촉감, 시각 등의 아날로그 형태로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필자는 최근 인공지능의 대명사인 '알파고'와 인지컴퓨팅의 대표인 '왓슨'의 발전상을 보면서, '자비스'와 같은 행정서비스가 열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감하고 있다. 기존 개념의 '정부 행정'은 한정된 재원을 바탕으로 정부가 절대 다수 국민의 행정서비스 수요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일련의 활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 국민 개개인의 행정서비스 수요는 개인별로 모두 다르지만 정부가 이를 모두 충족시켜 줄 수는 없기 때문
공무원 시험경쟁률이 점 점 더 치열해진다는 소식이다. 친구의 아들은 지금 7년 동안 공무원 시험에 목숨을 걸고 있다. 나이도 어느덧 서른이 훌쩍 넘겨 중반으로 치닫고 있으나 끝이 보이지 않으니 걱정이라는 친구의 힘없는 목소리가 안타까울 뿐이다. 2016년 서울시 9급 공무원 평균경쟁률은 84대 1이라고 한다. 충북 지방직 공무원 평균경쟁률 또한 만만치 않다. 희망을 잃고 흔들리며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취업문은 좁기만 하다. 꼭 공무원에 목숨 걸지 말고 딴 길을 찾아보라는 말을 차마 못하고 "이번에 되겠지 너무 걱정하지마라" 하고 위로를 했다. 헬조선 아라는 말이 있다. 지옥(Hell)과 조선(朝鮮)을 합성한 신조어로 말 그대로 '지옥 같은 대한민국'이란 뜻이라고 한다. 현실에 대한 청년층의 불안과 절망, 분노가 드러난 단어로 인터넷에서 시작되어 최근에는 언론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헬조선을 외치는 이유는 열정페이, 무급인턴, 비정규직 이라는 이름으로 젊은이들의 꿈을 좌절시키는 현실 때문일 것이다. 그뿐 아니라 청년 실업자와 신용불량자인 '청년실신' 이십대 태반이 백수인 '이태백'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한 젊은이들은 '삼포세대'에 살고
달이 휘영청 솟아 산책을 나섰다. 이름하야 월야산책! 갱년기 증상인지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며, 더웠다 추웠다 한다고 하소연하는 마누하님의 건강도 챙길 겸 달빛 아롱진 밤 세상도 볼 겸 길을 나서니 나름 상쾌하다. 밤공기가 서늘하여 걸을만한지 제법 많은 사람들이 냇가 길을 걷고 있는데, 특히 여인네 몇몇은 군인들의 제식훈련 하는 것 보다 더 높이 어깨를 휘저으며 걷고 있어 신병 후반기 교육으로 통신학교 시절에 걷던 기억이 난다. 큰 걸음은 90도를 유지하는데 유독 통신학교는 120도로 팔을 올리라 하니 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추운 겨울에도 걷다보면 어느 덧 땀이 날 정도였다. 이 여인들은 어깨의 살줄임이 고통스런 걸음보다도 나은가 보다. 달이 조금 더 크게 오르니 덩달아 야은 선생의 시구가 떠오른다. 시냇가에 띳집 지어 한가로이 홀로 사니(臨溪茅屋獨閑居) 달은 밝고 바람은 청량하여 흥취가 있구나(月白風淸興有餘) 찾아오는 사람 없이 산새만 지저귀는데(外客不來山鳥語) 대밭으로 들마루 옮기고 누워 책을 보노라(移床竹塢臥看書)」 -吉再 閑居 권좌에 있을 때는 연일 찾아오는 손님으로 문턱이 닳다가 정권이 바뀌자 행인조차 쳐다보지 않으니 얼마나 고적했
같은 학교에 근무했던 인연으로 모임을 가진지 20여년이 넘었는데, 이번이 네 번째 해외 나들이였다. 중국의 서남부에 위치한 고원지대인 운남성(雲南省)으로 네 쌍의 부부가 지난 달 16일 동방항공으로 날아갔다. 중국대륙의 남쪽인 운남성은 보이차의 산지로 알려진 곳이다. '昆明國際機場'이라는 한자가 눈에 들어왔다. 공항의 안내판은 간자체로 되어 있어서 이해가 쉽지 않았다. 행이(行李)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한자인데도 그 쓰임이 우리와는 전혀 달랐다. "여행객을 행이(行李)라 한다하여 이(李)씨가 이렇게 많은가?" 하는 농담도 나왔다. 주점(酒店) 또는 반점(飯店)이라 하는 호텔에는 잠을 자는 곳인데 먹는 것을 강조하는 나라라는 것을 짐작 할 수 있었다. 이튿날 곤명공항에서 국내선 여객기를 타고 고원지대인 샹그리라(香格里拉)공항에 내리니 해발 3천400m가 넘는 고산지역이었다. 티베트 불교의 영향을 받은 거대한 '송찬림사'라는 절의 계단을 오를 때는 고산 증 현상이 나타나서 숨이 가쁘고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일행도 있었다. 초원에서 풀을 뜯는 말들이 평화로워 보이는 데 물이차면 거대한 호수로 변해 이곳을 '납파해'라 한다. 장족이 사는 민가를 구경하기…
간이역에서는 역무원 딱 한 사람이 표를 발행하고, 가을에 낙엽을 쓸고, 겨울에는 난로에 불을 붙였다. 일하는 장소가 간이역이면, 딱 한 사람이 이런저런 일을 도맡아 해도 늘 여유롭게 보였다. 열차를 타고 내리는 승객도 몇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완행열차만 멈춰서는 역이 간이역이었다. 급행은 간이역을 그냥 지나쳤다. 급행 중에 새마을호가 가장 빠르고 요금도 비쌌다. 간이역에 새마을호가 멈춰, 승객들이 열차를 타고 내리는 일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최근 회자하는 말 중에 KTX 열차를 멈추게 하여 승객들이 타고 내리는 간이역을 짓겠다고 하는 터무니없는 발상이 있다. 세종역을 간이역에 비유하다니 너무 말도 안 되는 발상이어서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간이역에 300㎞로 달리는 KTX 열차를 세우겠다는 그 발상이 어디서 나왔을까·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새로 지으려는 KTX역의 규모가 간이역 수준이라고 한다. 허나 그것은 문제의 본질과 하등 무관하다. 본질은 KTX 열차가 멈춰서는 역이 하나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호남 KTX의 출발역은 청주시 오송역이다. 종점은 광주광역시 송정역. 총 거리는 182㎞이다. 청주 오송역과 광주 송정역 사
"How gentle is the rainthat falls softly on the meadow Birds high up on the trees.(중략)" 요즘 나는 무반주로 시작되는 감미로운 노랫소리에 맞춰 잠에서 깬다. 바로 귀 옆에서 시를 읊어주듯 속삭이며 아침이 왔음을 알려주는 진혜림의 'a lover's concerto'를 통해서다. 영화 '약속'을 통해 잘 아는 사라 본(Sarah Vaughan)의활기찬 목소리와 달리 진혜림이 들려주는 그것은 절제된 감정이라는 공 위에조심스레 촉촉한 아침 이슬을 묻혀 놓은 것 같다.매일 아침피곤함의 연장선에서 그 소리를 들으며 잠을 털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유쾌한 일이다. 알람으로 맞춰진 모닝 콜이 멈추면 나는 핸드폰에서 '아침에 듣고 싶은 노래' 폴더를 열어블루투스 스피커로 플레이 한다. 첫 노래는 같은 진혜림의 'a lover's concerto'이고 이어서 'Perhaps Love'와 'Let it be', '걱정말아요 그대'가 뒤를 따른다. 그때쯤이면 최근 더워진 날씨 때문에 거실에서 혼자 자는 나를 찾아 와이프와 두 아이가 각자의 방에서 나와 내 주위로 모여든다. 그리고 자연스레 같이 눕는다. 때
청주시청 노인 관련 부서의 어떤 사람은 관련 단체에 반말, 막말로 유명하다고 한다. 2000년 5월쯤, 민주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던 세르비아에는 오트포르 즉 저항이라는 구호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밀로세비치 독재정권이 위기에 빠졌으나 북쪽의 작은 도시 수보티차는 민주화운동의 영향이 전무했단다. 그 이유는 이반이라는 이름의 폭력 경찰 때문이었다고 한다. 작은 동네이다 보니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에 대한 내막을 속속들이 아는 상황에다가 2m가 넘는 무지막지한 덩치, 야구 글로브만한 주먹, 무표정 등등에 사람들이 겁을 먹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반의 부인이 다니는 미용실 유리창에 이반의 사진과 나쁜 놈이라는 글귀가 적힌 포스터가 붙었다고 한다. 이른바 망신주기였다고 한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상상한대로 민주화의 확산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렇듯 공포경찰 이반의 갑은 부인이었던 것이다. 왜 이반이 부인에게 만큼은 겁을 먹고 순한 양 혹은 을이 되었을지는 상상에 맞기겠다. 예전 천하장사 출신 씨름선수의 사생활 얘기만큼이나 재미있으니 후속을 기약하고, 아무튼 시청 공무원의 남편도 뒷통수가 따가울 듯 싶다. 조선시대 수도권 거주 양반(경반
지금의 청주는 가늠하기가 참 어렵다. 원래 있던 도시만 해도 그런데 청주를 둘러싸고 있던 옛 청원군 지역까지 합쳐져 거대한 통합시가 되었으니 필경 그럴만도 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수십만의 인구가 북적대면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도시가 되었으니 그에 따른 변화야 오죽하겠는가. 그런 까닭에 청춘의 젊은 시절 본정통(성안길) 일대를 휘젓고 다녔던 '올드 보이'들이 느낄 격세지감은 매우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만히 보니 나 역시 그런 축에 속하여 어느 새 추억을 먹고사는 늙수그레한 장년이 되어 버렸다. 가끔 인파 속에 섞여 성안길을 걸을 때가 있다. 점심시간을 이용한 아주 짧은 동선으로 생각 없이 터벅터벅 말이다. 특별히 볼 일이 있어서가 아니다. 문득 무엇이 잡아당기듯 나를 유혹하는데 아마 생동감 넘치는 거리의 풍경이 발길을 이끄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거리를 장악한 발랄한 청춘들은 또한 어떠한가. 어딘가 무질서한 듯 보이면서도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어 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잊고 있던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이 시간만큼은 스스로를 위무하며 존재감을 확인하는 엄숙한 순례에 다름 아니다. 세월이 흘렀지만 성안길은 여전
수도권의 귀촌 선호지가 된 충주에 자리를 잡은 지 12년의 세월이 흐르고 있다. 지난주 지인 박모씨 부부를 만나 저녁을 먹으며 60대 중반인 이들의 가정사를 들을 수 있었다. 남편은 중앙부처 공무원 출신에 좋은 차, 넓은 집 그리고 아들은 L모기업 부장, 딸은 교사, 그런데 대화가 좀 길어지자 부인의 하소연은 시작됐다. 요즘은 아무것도 좋은 게 없고 전혀 행복하지 않단다. 매일 집에서 귀찮게 하는 남편이 밉고 자녀들은 바빠서 연락두절에 집이 너무 커 썰렁해서 싫다나. 급기야 울먹이더니 그래도 조그만 임대주택에 고생하며 지냈던 옛날이 그립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듣고 있는 내내 인간의 삶, 행복이라는 게 참 모순덩어리 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떤 게 진정한 행복일까 그렇게 힘들게 고생하며 살던 어렵던 시절이 최고 좋았던 때라고 하니 말이다. 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과유불급이라 했나 행복도 계속되면 이게 불행이 될 수도 있겠구나하며 밤이 있어야 낮이 있고 낮이 있기에 밤이 있다는 자연의 이치를 새삼 생각하게 됐다. 성경말씀엔 부자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도 어렵다는 비유가 있다. 물질적 부와 사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타잔이 살고 있을법한 정글 속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하듯이 매일매일 숨 막히는 압박감과 스트레스 때문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여러 가지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그 중에서 암, 심장질환, 뇌혈관 질환은 한국인의 3대 사망 요인이라고 한다. 이 중 심장병과 관련해 약보다 더 효과가 좋은 치료법(?)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있다. 공동체 요인이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현상인 로제토 효과(Roseto effect)라는 것이다. 심장병이 미국 성인의 사망 원인 1위를 기록하고 있던 1960년대에 한 의과대학 교수가 65세 미만 심장병 환자 발생이 현저히 적은 로제토라는 마을을 조사했다. 놀랍게도 인근 지역 주민들과 똑같이 술과 담배도 즐기고 비만한 사람도 많아 의학적으로 심장병 위험인자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심장병으로 인한 로제토 마을 사망자 수는 오히려 적게 발생했다. 이렇게 낮은 심장병 사망률을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교수는 오랜 기간 관찰한 결과 로제토 사람들이 건강한 이유는 기본적인 건강상식인 식생활, 운동 등이 아니라 바로 공동체 문화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마을 주민
초여름이 성큼 다가왔지만 온 하늘이 뿌연 먼지로 뒤덮여있다. 우리나라의 자랑이었던 맑고 푸른 하늘을 보기가 어렵다. 이제 깨끗한 공기도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시대가 도래 하고 있다. 모내기를 끝마친 6월의 들판의 푸르름도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지금 우리의 농촌은 희망보다는 절망이, 푸르름 보다는 누런색이 논둑을 뒤덮고 있다. 논에는 풀 나지 말라고 제초제를 뿌리고, 논둑은 풀 죽이는 제초제를 뿌려 대고 있기 때문이다. 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푸른 빛 보다는 제초제에 타들어 말라죽은 풀들로 뒤덮인 황무지와 같다. 원래 우리의 논은 단순히 쌀만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붕어, 미꾸라지, 새뱅이 등과 같은 각종 민물고기를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단백질도 함께 생산하는 곳이다. 논이 죽는다는 것은 우리의 생명인 물이 죽고 흙이 죽는다는 것을 뜻한다. 논을 통해 모든 생명들이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농업이 벼농사를 중심으로 발전해온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아시아 몬순 기후에 속해 있어 중위도에도 불구하고 열대와 같은 고온의 여름이 있고 연간 평균 1,300㎜에 이르는 많은 비가 내린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벼가 안정된 생산력을 가지는 작
질마란 '길마'의 사투리로서 '짐을 실으려고 소의 등에 얹는 안장'을 말한다. 지역에 따라 '질마, 질매, 지르마, 지르매'라고도 불린다. 길마는 주로 소나무로 만들며 말굽쇠 모양으로 구부러진 나무 두개를 앞뒤로 나란히 놓고, 안쪽 양편에 두개의 막대를 대어 이들을 고정시킨 후 안쪽에는 짚으로 짠 언치를 대어 소의 등에 얹는다. 틀 위쪽에 앞뒤에 끈이 달린 가는 막대 두개를 역시 좌우 양편에 꿰어놓고 앞끈은 소의 가슴에 두르고, 뒤끈은 소의 궁둥이에 대는 껑거리막대에 잡아맨다. 이 끈들은 소 등 위에서 길마가 움직이지 않도록 한다. 또한 길마는 옹구나 발채 또는 거지게 따위를 올려놓기 위한 받침대의 구실을 하며, 이것 때문에 틀에 실린 물건이 소의 등이나 옆구리에 닿지 않게 되는 것이다. '질마재'라는 지명은 모두가 '길마의 모양으로 생긴 험한 고개'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는데 과연 어느 지역에서나 공통적으로 고개의 형태를 소의 길마처럼 생겼다고 보고 그 이름을 정하게 되었는지 의문이 생기게 된다. 고개나 산의 형태는 모두가 오르고 내리는 데 왜 하필 '소의 길마'와 연관시켰는가· 고개나 산을 바라보면서 '소의 길마'처럼 생겼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과연…
우리는 연초 세계경제포럼( 다보스포럼)에서 발표된 미래의 일자리에 대한 보고서를 그냥 남의 일인 것처럼 무심코 넘겨버렸습니다. 그러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희대의 바둑 경기를 접하고 나서 커다란 충격과 더불어 갑자기 우리 인류의 미래에 대하여 걱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미래일자리 보고서에서는 인공지능과 러닝머신의 발달은 고용 없는 성장이 아닌 고용이 축소되는 성장이 일어날 것으로, 앞으로 5년 안에 전 세계적으로 71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2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새로 생겨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본 보고서에 따르면 사무직 및 관리직종은 향후 5년 내에 475만9천여개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그 뒤를 이어 제조 및 생산 분야 역시 일자리 160만9천여개가 없어질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대신 비즈니스 및 금융 분야는 49만2천개, 경영 쪽도 41만6천개가 증가할 것이고, 컴퓨터 및 수학(40만5천개), 건축 및 엔지니어링(33만9천개), 영업(30만3천개) 분야도 일자리가 증가할 분야로 예측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예측 뒤에는 우리가 더욱 주시해 보아야할 내용이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인력 구조입니다. 앞으로 기업들은 소수의
오십이 지천명(五十而知天命)! 나이 쉰 살에 하늘의 뜻을 알았다는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말이다. 공직을 시작하고 얼마 후였다. 함께 근무하던 과장님께서 "혹시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를 아느냐?"고 여쭤보신다. 고등학교 때 배웠기에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 시 좀 구해다 줄 수 있느냐?"고 하신다. 당시에는 인터넷이 되지 않던 시절이었으니 교원대에 근무하던 친구에게서 교과서 복사본을 팩스로 받아 드렸다. 과장님께서 그 시를 받고 한참을 읽어 보던 그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과장님의 나이가 지금의 내 나이와 같은 오십쯤 되었다. 나 또한 요즘 문득문득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읽게 된다.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 안타까워하며 / 한참을 서서 / 한쪽 길을 / 멀리 끝까지 바라보았습니다. / 그리고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먼 훗날 난 어디에선가 / 한숨지으며 얘기를 할 것입니다. /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 나는… /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가장 사랑받는 영시중 하나인 이 시는
세무부서의 주요 민원 업무 중의 하나는 가산세 민원일 것이다. 납세자로부터 가산세 민원으로 갈등을 겪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소에는 세금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가 추징고지서를 받고 나서 가산세가 예상한 것보다 지나치게 많다고 생각한다거나 가산세 부과에 대하여 세금을 신고하고 납부하는 방법을 전혀 몰랐다고 하는 것이 그 이유가 될 것이다. 한 사례를 들어보자, 어느 날 민원인이 상기된 얼굴로 구청을 찾아왔다. 민원인은 담당자에게 "왜 취득세 고지서를 내 보낸 겁니까· 여기에 붙은 가산세는 또 뭡니까· 감면을 받은 농지에 단지 창고만 신축한 건데 왜 세금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 겁니까?"라고 하소연 한다. 담당자는 "감면을 받은 후 불가피하게 유예기간 내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사유발생일로부터 30일내에 감면받은 세액을 납부하여야 합니다" 라고 민원인에게 자세히 설명을 하나 민원인은 담당자의 설명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가산세가 부과된 것에 대하여 억울하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결국 실랑이 끝에 민원인은 설득이 되어 돌아가고 민원인과 담당자 모두에게 불편한 감정이 일정기간 계속된다. 이와 같이 수시로 반복되는 가산세에 대한 담당자와 민원인의 불편한…
뮌헨대학 도서관 로비에는 세계적인 공간디자이너의 미끄럼틀이 놀이시설처럼 자리하고 있다. 미끄럼틀의 의도는 공부와 학문연구에 지친 학생들에게 잠깐의 일탈과 휴식을 제공하고 이용객들에게 심미적, 창의적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설치된 체험 가능한 공공 조형물이다. 최근 들어 도서관은 엄숙한 공간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조건하에 다양한 감각 충족을 가능하게 하는 놀이 공간으로, 즉 지식정보 서비스에서 업그레이드된 소통과 공감의 도서관으로 변모하고 있다. 충북 최대 규모로 지난 5월 개관한 오창호수도서관은 개관하자마자 난감한 불만으로 고처를 치러야했다. 이유인 즉 학습공간을 요구하는 민원과 휴게시설이 아직 오픈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황당한 기사였다. 보고 싶은 책이 없다 라든가, 책이 적다라든가, 사고의 전환을 위한 색다른 무엇이 아닌 개인적인 공부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도서관의 공간 구성까지 바꾸게 했다. 현대인들의 삶속에서 자신의 목표를 위해 단순한 구조의 편리를 찾을 수도 있지만, 도서관은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공간은 아닌 듯하다. 도서관의 뜻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온갖 출판물이나 기록물들을 모아서 보관해 두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
어쩌면 그렇게 미운 소리가 다 있을까. 도서관 뜰에 찾아 든 낯선 새. 한껏 목청을 가다듬더니 꽉꽉 꽈악꽉 노래까지 부른다. 듣기가 민망할 정도로 거북한데 박자까지 제멋대로다. 얼마를 그렇게 꽥꽥거리더니 제 깐에도 무안했는지 금방 끝내 버린다. 이어 참새들 지저귀는 소리가 한껏 명랑하다. 앞서 부른 녀석에게는 미안했지만 박자는 물론 화음까지도 착착 맞는다. 듣기만 해도 해맑은 느낌. '그래 저 정도는 되어야지'라고 나도 모르게 무릎을 쳤다. 하지만 그 마음도 잠시 투박한 소리가 안쓰러운 기억으로 떠올랐다. 나 역시 노래는 젬병인데 무얼 탓하랴 싶은 거다. 단지 괘씸한 것은 목소리를 비관한 끝에 꼼수를 부리면서 꾀꼬리를 능멸하는 왜가리 부족이다. 언젠가 꾀꼬리와 노래자랑을 했다지. 딴에는 잘 부른다고 하지만 그야말로 왜가리 같은 소리다. 그 다음 꾀꼬리가 예쁘게 진짜 꾀꼬리 같은 노래를 불렀다. 왜가리는 잔뜩 풀이 죽었다. 자기가 봐도 꾀꼬리가 잘 불렀지만 인정하기는 싫고 꾀꼬리에게 노래자랑을 제안했다. 자신만만한 꾀꼬리는 두 말 없이 허락했다. 누가 들어도 목소리는 좋았으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왜가리는 학을 찾아가 내일 노래자랑을 하게 된다고 평을 부탁했
청주로 오기 전에 미국 선교사이신 파 주교님(제임스 파디)은 먼저 제천 남천동성당으로 어머니를 파견하셨다. 어머니는 와 요한 신부님과 한 요한 신부님 등 미국신부님들을 도와 전교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예비자들에게 교리를 가르쳤고, 한편으로는 당시 남천동 본당안에 있던 천애원에 살던 전쟁고아들 80여명의 아동들을 치료하는 일도 겸하게 돼 많은 피부병 환자들을 돌보게 됐다. 우리 두 아들들은 이때 남천동 성당에서 첫영성체도 하고 복사단 활동도 했고, 노기남 대주교님으로부터 견진성사도 받았다. 할머니 김영룡은 본래 이북 걍계에서부터 개신교 신자로서 독실한 신앙인으로 사셨고 권사직분까지 맡으셨었으나, 어머니로부터 감명을 받아 천주교로 개종해 제천 남천동 본당에서 모니카라는 세례명으로 세례성사를 받으셨다. 할머니를 극진히 모시던 어머니는 제천에서 효부상을 받으셨다. 1958년 6월 24일에 김영룡 모니카 할머니께서 고 요한 신부님께로부터 종부성사를 받으신 후 선종하셔서 제천 고명리 천주교회 묘지에 묻히셨다. 그 후 어머니를 따라 우리는 그해 9월에 청주로 이사 와서 북문로 예수성심 성당으로 옮겨오게 됐다. 동생과 나는 청주 주성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청주중학교에 입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