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을'이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우리나라 대통령이 네덜란드를 국빈방문했는데, 진짜 목적은 세계적 슈퍼을로 알려진 ASML이란 기업을 방문하는 데 있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물건을 사고파는 계약을 하면서 쓰는 약정서에 보통 사는 쪽을 '갑'이라 하고, 파는 쪽을 '을'이라 지칭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물건을 사는 쪽보다는 파는 쪽이 약자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사는 쪽이 지나치게 과도한 욕심을 내게 되어 '갑질'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이런 경우와 달리, 파는 쪽이 강세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두고 '슈퍼을'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네덜란드의 ASML은 반도체 장비의 핵심장치라는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업체입니다. 노광공정은 나노단위의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아주 작은 반도체의 집적회로를 그리는 '포토-리지스트(photo-resist)'라는 감광액에 빛을 쬐어주는 첨단공법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사람의 손이 아닌 빛으로 그리는 것이지요. 2010년대 후반부터 7나노 이하의 웨이퍼 수요가 늘어나게 되어 이를 만들 수 있는 장비가 필요하게 되었고, 세계적으로 이런 장비를 제작할 수 있는 기업이 ASML 한 곳뿐이라고 하
동지날은 일년 중 가장 밤이 길다. 섣달은 가장 추운달이다. 조선시대 개성 명기 황진이의 '동지섣달 기나긴 밤' 시는 한량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동지섣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여 / 춘풍(春風) 니불 아레 서리서리 너헛다가 / 오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황진이의 시에 감동한 시인이 백호 임제(白湖 林悌 1549~1587)였다. 문명을 떨쳤던 백호는 살아생전 황진이를 만나 동지섣달 기나긴 밤 화답을 하고 싶었던 것인가. 황진이는 일설에 1506년생이라고 되어 있어 43년이나 연상이다. 어머니뻘 이라 해도 백호는 시에 감동하여 마음속의 연연으로 삼았는지 모른다. 과거에 급제 한 후 백호는 관모를 쓴 멋진 차림으로 개성을 지나는 길에 그녀가 생존한 줄 알고 만나려 찾아갔다. 그러나 황진이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황진이의 묘소를 찾은 백호는 그냥 엎드려 시를 짓고 술을 부어 곡하고 말았다. 비록 여류지만 당대 최고 시인의 죽음 앞에 통곡한 것이다. 백호는 기생의 무덤에 엎드려 잔을 부었다는 사실이 조정에 알려지자 그만 파직 당했다. 푸른 풀이 우거진 골짝 내 사랑이 묻혀있네 / 진이여 내 사랑아 앉었느냐 누
글을 쓴 지 딱 5년이 되니 처음이 떠오른다. 우연한 시작이었다. 2018년 연말 어느 날, 보은 교육장님이 전화하셔서 글을 써 보라고 하셨다. '내가 글을 쓴다고· 그것도 신문에 필진으로·' 평소에 일기와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 외에 글을 써 본 적이 없는 나였다. 겁이 나서 선뜻 수락할 수가 없었다. 내가 글을 쓸 수 없는 이유를 주저리주저리 나열했지만, 교육장님은 너 아니면 없다고 말씀하셨고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한 달에 한 편, 1년만, 주제도 내용도 마음 가는 대로 쓰면 된다는 말에 용기를 냈다. 일기 쓰듯, 편지 쓰듯 편하게 시작했다. 실상은 한 달에 한 편이 아니라 2편이었고 1년이 쌓이고 쌓여 5년이나 되었다. 지금은 차곡차곡 100여 편의 글을 모았고 내 삶의 마중물을 만난 덕분에 나는 글 부자가 되었다. 글을 쓰면서 내가 글 쓰는 재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깨달은 것이 아니라 글을 읽은 선배, 친구, 후배가 알려주셨다. 재미있다는 말에 힘이 났고 비슷한 경험에 눈물이 났다는 전화에 감사했다. 미사여구 대신에 담백한 표현이라서 좋고 무엇보다도 쉬워서 읽기 편하다고 해주셨다. 주변의 격려가 지금까지 계속할 수 있게
국민의힘이 아무리 훌륭한 비상대책위원장을 인선하더라도 당 지도부, 친윤, 중진들의 희생 결단이 지지부진하면 국민적 신뢰회복이 어려워진다. 국힘의 혁신위원회는 빈손으로 조기해체 되었지만 유일한 혁신안이 된 지도부, 친윤, 중진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가 혁신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미니멈 가이드라인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 비대위원장은 혁신의 시작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위기에 빠진 당을 대표하는 얼굴로서 혼란을 수습하고 다가오는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사명이 부여된다. 비상 상태에 처한 정당에서 최고 중요한 자리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비대위원장 체제로 가는 것만으로 국힘이 혁신되고 총선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이 되지는 않는다. 모든 것을 바꾸는 혁신이 아니라 당대표만 비대위원장으로 슬쩍 바꾸는 얼굴 갈이만으로 국힘을 떠난 민심이 돌아오겠는가. 국힘의 비대위원장은 혁신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일 뿐이어서 시작되자마자 멈춰선 혁신을 가속화 하지 못하면 오래 가지 않아 또 다른 비대위원장을 찾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겪으면서 국힘 위기의 본질이 내부에 있다는 점을 확인했기에 혁신위원회를 띄웠으나…
불과 15년 전까지만 해도 내전 아닌 내전을 겪고 NATO와 미국의 개입으로 겨우 세르비아와의 전쟁을 끝낸 나라인데요.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 독일의 침공을 대비해 벙커를 만 개 이상이나 만들었지만, 국력이 약해 나치가 그냥 패스하고 지나갔다는 슬픈 사연이 있는 나라입니다. 필자는 현재 유럽 배낭 여행중입니다. 단순히 한국인들이 거의 가지 않아서 선택했던 나라가 인생 여행지로 꼽힙 줄도 모른채 낭만을 좇겠다며 유심 카드도 없이 다녔는데요. 미지의 나라였지만 세상 이렇게 친절하고 순박한 사람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무엇인가 물어봤는데 영어를 못하시면 영어 하시는 분을 기어이 찾아와 정보를 알려주려 도와주고 히치하이킹도 너무나도 쉬운 나라였습니다. 남을 도와주는 일이 보편화되어있는 문화가 예전의 한국이 생각나 꽤나 그리웠습니다. 미국 동부엔 볼티모어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볼티모어엔 볼티모어 오리올스 라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이하 MLB)의 팀이 있습니다. 1998년 9월 20일, 볼티모어에선 3월부터 시작하는 야구 시즌의 마지막 홈 경기를 앞두고 있었는데요. 해당 년도의 결실을 겨루는 포스트시즌은 이미 진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적폐수사'는 진행 중이다. 도처에서 압수수색과 소환조사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이 주장하는 '선택적 수사'인지 국민이 체감하는 '민생수사'는 작동이 멈춰있다는 여론이다. 지역 공직사회나 토착비리 소문은 무성한데 포도청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하거늘 고작 벌이는 수마저도 하세월이다. 재판 지연은 더욱 그렇다. 국가 공권력의 늑장 대응으로 형사사법체계가 붕괴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경찰을 제외하곤 정부기관 및 단체 출입과 정보활동이 차단 된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 문제를 키워 왔다. 그런데 출입이 허용된 경찰마저 '사찰'과 '인권'침해 시비가 두려워 제대로 된 정보활동을 못하는 현실이다. 신나는 건 감시의 사각지대가 된 공직사회로 기강해이가 심각하다. 과거 정보기관 활동의 순기능은 포퓰리즘 사업이나 정책 오류로 인한 혈세낭비를 막고, 민심동향과 범죄정보를 파악해 비리방지와 처벌 등에 기여했다. 다만 일부 선을 넘는 정보활동이 권력남용과 '사찰' 논란으로 역기능을 낳았다. 하지만 일부 역기능을 제외하곤 순기능이 훨씬 많았다는 게 공직사회 중론이다. 그렇다면 일부 문제점을 보완해 유지시켜야했는데 정치인 등…
"엄마! 캄캄해서 무서워요…! 유난히 어둠을 무서워했을 아이는 그렇게 짧디짧은 세상을 뒤로 하고 먼 길을 떠났다. 아이는 이제 겨우 5~6세. 1500년 전에 요절한 신라시대의 왕자로 경주 금령총의 주인이다. 비탄에 젖었을 왕과 왕후를 그려본다. 이 어린것을 어떻게 보낼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다시 만나리란 믿음으로 눈물을 삼킨다. "아가! 조심해서 잘 가렴, 다시 태어나면 내게 와 주렴." 왕과 왕후는 왕자가 타고 갈 말 인형과 하인 인형, 아이를 지켜줄 말 탄 무사의 인형을 무덤 속에 동행자를 넣는다. 살아있는 이들이 세상 떠난 이들을 위해 묻어준 유물들이 1500년 세월을 거슬러 세상에 나왔다.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전에 나온 총 330여 점의 유물들은 토기와 토우로 함안 고분과 신라시대의 주된 전시품이다. 유물은 죽은 이들이 살아서 사용하던 그릇을 흙으로 만들었거나 생전에 가까이했던 반려동물의 모양이나 사람들의 모습을 본떠 만든 흙 인형들이다. 또 산, 강이나 바다에서 노닐던 생물도 있다. 물론 신라시대에만 있었던 건 아니지만 오늘 전시된 토우와 토기는 퍽 사실적이고 소박하다 싶다. 사실 처음 토우들을 보았을 땐 어린아이가 만든 것처럼…
매년 이 즈음이면 생각나는 학생이 있다. 불안과 학업의 어려움을 주호소 문제로 상담실을 찾아왔고, 자격증 시험을 두 달 정도 남긴 시점이었다. 아무리 쉬운 시험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시험'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누구나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이었기에 그 학생의 부담감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 학생은 불안감뿐만이 아니라 일상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의 극심한 신체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두통과 소화불량, 구토, 어지럼증, 반복되는 위경련 등 몸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 데가 없었지만, 막상 병원에 가면 특별한 이상은 없고 신경성인 것 같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었다. 공부는 고사하고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조차 점점 어려워졌고, 결국에는 시험을 치르지도 못한 채 휴학을 하고 본가로 돌아가야만 했다. 이렇게 한 가지 이상의 신체적 증상을 고통스럽게 호소하거나 그로 인해 일상생활이 심각하게 방해받는 경우 '신체화 장애'를 고려해볼 수 있다. 신체화 장애를 갖는 사람들은 전형적으로 다양한 신체 증상을 호소하며, 특정 신체 부위의 통증부터 막연한 피로감까지 그 증상은 다양하다. 또한, 심각한 의학적 질병과 상관없는 경우
내게는 장시(長時)를 옮겨 적고 그 옆에 작은 그림도 그려 넣을 만한 크기의 도마가 하나 있어 분명 어느 외진 산허리에 섰던 나무의 무릎이었을 것이다 칼질을 하기 전 무릎을 쓰다듬는 손 아래서 긴 삭풍의 입 다문 소리가 들리고 등 푸른 고등어의 허리를 절단할 때 또한 그런 소리가 들린다 나무의 단편(斷片) 위에 어느 집짐승의 뒤꿈치를, 숨의 안을 밖에 올려놓고 다질 때는 무릎 위에 또 다른 무릎이 앉혀져 뒤척이는 소리가 나기도 한다 도마는, 나무는 무릎을 굽히지 않았을 것이다 썰물이 되어 밀려가는 굳은 나이테를 보면 알 수 있다 오만한 난도질에 한 둥치 사상이 쓰러진 줄 알겠지만 그저 무릎 한 편(片)을 내어주었을 뿐 내게는 밑줄이 많은 새 공책 크기 딱 그만한, 고공의 산허리에서 투쟁시를 쓸 딱 그만한 나무의 무릎이 하나 있어 무릎을 세우면 종지뼈 검은 옹이 안에서 동고비 울음이 눈아(嫩芽)처럼 쏟아지고 탯줄 같은 생명의 뿌리가 내릴 것 같은 사람, 세상의 등 돌린 벽과 싸우다 남은 도마 같은 무릎 한 그루가 있어 -시 「나무의 무릎」 전문 한파가 몰아닥쳤다. 비가 오던 끝에 눈이 내리고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한파주의보는 날씨에
사람은 누구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꿈꾸며 살아간다.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꾸준한 운동과 취미생활 그리고 식생활 등 생활 전반에 건강한 습관이 필요하다. 지난 여름 아내의 권유로 충주시보건소 당뇨교육센터에서 시행하는 '혈관튼튼 운동교실'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운동 시작 전 혈관 건강에 대한 사전 검사를 진행했는데, 혈당과 콜레스테롤이 기준치를 넘어 운동이 필요하다는 처방을 받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40년 이상 교직에 몸담으며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소홀히 했기에 걱정은 됐지만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매주 2회 12주, 총 24회를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열심히 운동을 다녔다. 운동을 하면서 새삼 와 닿았던 부분은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습관적인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었다. 운동 초기에는 유연성이 부족하여 팔과 다리가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당연히 운동 후에도 내 몸이 아닌 듯 근육이 뭉치고, 어깨와 허리에 끊어질 듯 한 통증이 이어졌다. 건강하다는 핑계로 운동을 소홀히 한 결과는 기준치 이상의 혈당과 콜레스테롤이었다. 달갑지 않은 결과지를 손에 쥔 순간 더 이상의 선택지는 없었다. '무조건적
충주에는 동남쪽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세 개의 산이 충주분지를 감싸고 있다. 계명산(계족산)과 금봉산(남산) 그리고 대림산이다. 계명산과 금봉산은 여러 차례 등산을 하였지만 대림산은 한 번도 오른 적이 없었다. 충주에 살면서 40년이 넘게 등산으로 체력을 다졌는데 가까운 대림산을 못 올라서 은근히 자존심이 상했다. 주말 오후에 수안보로 온천욕을 하러 가다가 대향산 계곡으로 들어가면 주차장이 있고 등산로가 있다하여 가보았는데 등산로를 못 찾고 헛걸음을 하고 온 적이 있다. 지난 주말엔 지인의 말을 듣고 충주미덕학원 뒷산으로 올라가면 된다하여 등산화 끈을 졸라매고 등산복차림으로 혼자서 오르기 시작했다. 낙엽송이 태풍에 쓰러져 잘라놓은 골짜기를 따라 한참을 오르니 옛날 나무꾼이 다녔던 능선길이 나왔는데 가파른 길인데다 칡넝쿨과 잡목이 우거져 오르기가 힘들었다. 가장 직선거리인데 깎아지른 듯 경사가 심하여 숨이 차고 힘이 들었다. 정상은 까마득하고 절벽에 가까운 산 아래서 올려다보니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완만한 등산로를 두고 험한 길을 들어선 내 자신을 원망하며 올라갔다. 참나무 낙엽이 쌓여 뒤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스틱도 차에 두고 온지라 부러진…
내가 근무하고 있는 대학은 기말고사가 끝났다. 이제 대학생들은 긴 겨울방학을 맞이하게 된다. 나는 방학을 앞둔 학생들에게 세 가지 과제를 내곤 한다. 대학생들에게 월동 날 준비를 하게 하는 것이다. 하나는 집에서 가까운 공공도서관의 회원 등록하기. 두 번째는 한 시간 정도 걸을 수 있는 산책코스 만들기. 세 번째는 가장 싫어하는 것 해보기. 도서관의 매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나는 도서관이야말로 유명 관광지보다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짬을 내 도서관에 갈 때마다 이 세상에 없는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다. 도서관은 이제껏 가보지 못한 세계로 나를 안내한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새로운 나를 만난다. 나는 주로 문학작품이 꽂혀 있는 서가에 머물 테지만, 가끔은 과학 서적의 제목을 훑어보기도 한다. 책을 꺼내지 않아도 책등에 인쇄된 제목만으로도 신기한 세계를 경험한다. 이런 기분을 학생들이 느꼈으면 좋겠다.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빌려서 나오는 발걸음이 얼마나 가벼운지도 알았으면 좋겠다. 산책은 그 유용함이 일찍이 검증된 인간 활동이다. 굳이 수려한 숲길이 아니어도 좋다. 보도블록 깔린 도심에서의 산책도 훌륭하다. 늘 다니던 길도 느리게 걷다
저출산문제가 남북한 공히 당면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저출산이 장기화될 경우 국가존립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니 당연히 심각한 현안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8월에 현대경제연구원의 발표를 보면 생산가능인구가 남한은 2018년, 북한도 2022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북한의 경우 아직 저소득국의 위치에 있음에도 저출산문제가 등장한 것이 약간은 이례적이다. 경제발전과 인구 문제를 함께 대처해야 한다는 점에서 북한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북한이 출산장려책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얼마 전 어머니의 날을 맞아 대회의 보고를 듣던 중 눈물을 보이는 장면이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출산을 독려하기 위한 행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또 지난 4월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에 3명의 여성에게 노력영웅 칭호를 부여했는데, 9명씩 자식을 낳은 여성들이었다. 노력영웅 3명의 여성들은 각각 9명을 군에 입대시키거나 입대를 위해 준비 중이었다. 우리와는 좀 색다른 모습이지만 북한이 출산을 권장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북한이 주민들에게 다자녀를 권장한 것은 대체로 1990년대 초부터다. 6·25전쟁 후 출산을 권장하다가 1970년대 들어
전문직에서 은퇴한 후 몇 년간 지금의 학교에 야간 경비원을 하고 있다. 해마다 같지는 않지만 올해는 처음 집에서 추석 상을 자식들과 함께했다. 멀리 있는 자식들은 시간에 쫓겨 명절 때 못 올 때도 있고 때로는, 교통체증으로 미리 다녀가거나, 명절 뒤 휴일에 찾기도 하였다. 나 역시 명절뿐만 아니라, 국가공휴일, 임시공휴일에는 연중 경비원이 학교에 있어야 하는 날들이었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군 교육지원청에서 시행해오던 학교 야간 경비원 업무가 사회의 전문경비 업체로 바뀌었다. 야간 노인경비원의 건강을 위하여 2인 격일제 근무로 바뀌어 한층 여유로운 시간이 생겼다. 정부뿐만 아니라, 사회기업의 인력등용에 있어서 젊은 나이의 인재를 우선함은 당연한 경영의 원칙이다. 종전의 1인 근무 야간노인경비원의 관리 규정에서 2인의 격일제로 개선되어 노인 일자리가 하나 더 늘었다. 무슨 다른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오직 감사를 드릴 뿐이다. 혹자(惑者:어떤사람)는 과잉의 표현이라고 빈정댈지 모른다. 낮 근무도 아닌 야간 노인경비원이 무슨 큰 대수라고 호들갑을 떤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비단 나뿐만이 아닌 고령의 노인들에게는 공통적으로 느끼는 삶
남미의 콜롬비아는 지난 11월 1일 국민이 건강한 음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나트륨 함유량이 많고, 초가공을 거친 식품에 10% 세율을 부과하는 '정크푸드법'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콜롬비아는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이 한국과 같은 수준인 12g으로 중남미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칠레와 멕시코 등에서도 초가공식품 포장지에 흑색 경고라벨을 붙여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은 브라질 상파울루대학의 연구팀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식품 분류 체계(NOVA)에 따른 용어로서 인공 착향료, 유화제, 착색제, 방부제, 대체 감미료 등의 첨가물이 들어간 식품을 지칭한다. NOVA는 식품을 비 가공식품(과일, 채소, 견과류, 달걀, 생선 등), 가공된 요리 재료 식품(기름, 버터, 식초, 설탕, 소금 등), 가공식품(훈제 고기, 치즈, 빵, 맥주, 와인 등), 초가공식품(가공식품에 첨가물을 넣은 식품 등) 네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최근 영국 가디언지는 유럽심장학회에서 초가공식품의 섭취가 고혈압·심장병·심장마비·뇌졸중 등의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
'그래, 엄마야'-인권기록활동네트워크 '소리'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공동기획으로 펴낸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열 여섯 엄마들의 이야기이다. '발달장애'라는 하나의 단어로 묶여 있지만 장애 정도나 보이는 양상이 제각기 다른 장애 자녀의 양육을 담당하는 어머니들의 다양한 고민을 담고 있다. 자녀가 장애 판정을 받는 순간, 부정과 자위의 삶을 살아왔던 엄마에서 장애아 엄마라는 삶의 결이 바뀌면서 처음 접하는 생각은 '죽음'이었다. '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받게 될 편견과 차별에 대한 두려움, 본인 생의 뒤안길에 홀로 남게 될 장애 자녀에 대한 불안감, 이 모든 삶의 무게를 감당해 낼 수 있을까?라는 자문의 끝에는 '죽음'이라는 답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자녀의 장애를 현실로 받아들이는 수용의 시간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모든 장애아 엄마들은 아이의 손을 놓지 않기 위해 매 순간 처절하게 발버둥치면 살아내고 있었다. 아이의 장애를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장애가 있는 이 아이를 내가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 따위는 한국사회의 엄마에게는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발달장애의 한 유형인…
어느 새 12월이다. 한 해의 끝자락에 접어드니 예의 또 감회에 젖는다. 특별한 일을 해 보고자 했던 새해 벽두의 결심 때문이었을까. 어쩌면 매일 그런 날이었을 텐데 공연한 일에 시간을 허비한 듯 마음이 수수롭다. 어떤 사람이 아내와 사별을 하게 되었다. 유품을 정리하다가 스카프 한 장을 발견했다. 몇 해 전 함께 여행하다가 구입한 것으로 아주 곱고 비싼 스카프였다. 아깝다고 차마 두르지 못한 채 특별한 날만을 기다리다가 죽음을 맞았다. 너무도 애통한 그는 친구에게 "절대로 소중한 것을 아껴뒀다가 특별한 날에 쓰려고 하지 말게"라고 충고했다. 우리 사는 매일 매일이 곧 특별한 날이다. 한 장 남은 달력을 볼 때마다 뭔가 해 보겠다 하고는 금방 흐지부지되었던 신년 초의 기억이 새롭다. 그리고는 또 지금 같은 시점에 서 있게 되고 후회스러운 마음에 "새해부터는 다시금 시작해야지"라고 결심하는데 앞서 나온 이야기 때문인지 생각이 많다.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때부터라고 벼르기보다는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좋은 물건이 있으면 날 받아 꺼내게 되지만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삶의 정서와는 어긋난다. 내일을 무시하고 오늘에만 집착하라는…
떠남과 만남을 경험하는 시간, 한 해의 마지막 달이다. 파란 페이스북에 파란 리본이 박혀있다. 리본에 'With Refugees'라고 쓴 글자가 유난히 추워 보인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파란 리본 함께 달기' 활동을 알리는 메시지다.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떠난 이들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 얼음 속일까 불 속일까. 새 희망을 만나고 있을까. 얼어붙은 눈 호수다 먼 북에서 날아온 물오리 일가족 몸들일 물자리 좁아 오종종댈 때 하늘은 서리 커튼처럼 허옇게 흔들리고 모닥불처럼 바짝 붙어 활활 체온 나누는 일곱 장작개비들 눈은 점점 쌓이고 얼음은 더 넓고 두껍게 퍼져 가는데 이제 어디로 가 사나? 저 어린 목숨들 파들파들 발이 시린데 무리에서 저만치 혼자 떨어진 어미 오리 날개 속에 젖은 목 푹 파묻은 언 울음 가슴에 차올라 꽹과리처럼 안으로 쟁쟁 우는 ─ 함기석, 「물오리」 전문 (시집 모든 꽃은 예언이다, 걷는 사람 2023) 오리는 항온동물이다. 온몸에 섬세하고 따듯한 털이 있어 야생의 겨울에도 체온을 유지한다. 언 물에서 생활하는 오리는 먹이를 찾기 위해 부리로 얼음을 부수거나 얼음 아래에서 먹이를 찾는 등 다양한 방법
이제 막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초겨울, 30년 만의 역대급 엔저까지 겹쳐 일본·동남아 여행길에 오른 관광객이 지난달 740만명을 기록했다고 한다. "매진 임박! 망설이지 말고 전화주세요, 상담은 무료입니다." TV채널을 돌리다보면 심심치 않게 접하는 홈쇼핑 여행상품 판매. 현지에서 담아온 그림같은 풍경과 마음을 산란하게 하는 '최저가, 최고 혜택' 등 강렬한 단어들, 밀고 당기기를 적절히 넘나드는 쇼호스트의 화술까지 절묘한 삼박자. 어느새 나도 모르게 휴대폰 캘린더를 열어 빡빡한 일정 속에서 4박 5일을 요리조리 맞춰본다. 뛰는 영업맨 위로 전파를 타고 나는 비대면 마케팅 시대다. 작은 글씨가 빼곡한 여행안내 책자보다 생동감 넘치는 영상 한 컷이 보는 이들의 구매 욕구를 훨씬 더 자극한다. 이와 같은 영업·마케팅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충북도청에도 영업맨이 활약하는 부서가 있다. 바로 투자유치국이다. 충북도는 적극적인 기업유치를 통한 충북경제 견인을 위해 '기업유치-산업단지·기반조성-기업애로지원'을 일원화하고자 올해 1월 투자유치국을 신설했다. 그리고 '2023년도 투자유치 목표액 10조원 조기 달성'(11.29. 기준 투자유치 실적 10조4천99
초등학교 시절 우리 집은 과수원을 운영하였다. 과수원은 마을과 떨어진 산 밑 언덕에 있었다. 그래서인지 방학 때면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주로 오빠들과 노는 시간이 더 많았다. 오빠들과 지척에 있던 방죽에서 붕어를 잡거나 수영을 하며 하루를 보내곤 했다. 우리 과수원은 이상하게도 과수원 가운데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오솔길이 있었다. 과수원 너머의 논이나 밭으로 가기 위해 동네 사람들이 다니는 통로였다. 과수원은 비록 도지로 부치던 것이었지만 생각해 보면 그때가 제일 풍요롭고 행복했던 때였다. 바깥으로 돌던 아버지가 과수원을 운영하면서 성실한 남편으로 돌아왔고, 가을이면 사과와 배 수확으로 인해 어머니는 식구들의 끼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과수원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과수원 가운데로 난 오솔길이 그 경계선이었다. 오솔길 윗부분인 산 밑의 과수원은 우리 집이 속한 밭이다. 그곳에서는 소와 돼지를 길렀고, 사과나무만큼은 아니었지만 꽤 많은 배나무와 몇 그루의 자두나무와 살구나무도 있었다. 그리고 오솔길 아랫부분의 밭에는 드넓은 사과 과수원이 펼쳐졌다. 아랫부분의 밭 언덕배기에는 과수원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오게끔 아버지가 지은 원두막이 있다. 그곳에
소박한 살림살이가 윤기가 흘렀다. 여든 살의 그녀는 곱게 화장하고 예쁜 옷으로 갈아입은 모습으로 마주했다. 정돈된 방안과 벽에 걸린 사진, 그리고 꽃다발이 눈에 띈다. '할 얘기 별로 없다'라며 손사래 치고 머뭇거리던 분이 아닌 듯 말문이 트이자 신이 나서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예총에서 '젠더 회고록 쓰기' 사업을 추진하고 글을 쓰는 소모임에서 구술작가로 참여하게 됐다. 어르신들을 뵈러 경로당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대상자를 쉽게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다. 마을을 잘 아는 회원분과 함께 방문해서 취지를 말씀드리고 참여하실 분은 작가와 일대일로 연결해드린다고 했더니 묵묵부답이다. 비밀의 문을 연 것처럼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달변가인 예총회장도 속수무책이었다. 묵직한 문이 소리없이 닫히는 느낌이다. 우여곡절 끝에 70세 이상 되신 여성 어르신 열 명을 대상으로 한 명씩 구술작가로 연결하여 각자가 글을 쓰게 되었다. 나는 소이면에 살고 계시는 어르신의 일생을 듣고 글로 쓰기 위해 집으로 찾아갔다. 옛날 슬레이트 지붕의 천장이 낮은 집이었지만 주인의 깔끔한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세 시간 가까이 어릴 적 홀아버지 밑에서 집안 살림으로 고생했던
2023년 계묘년도 막바지다. 이맘때면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된다. 다양한 시각이 있겠지만, 필자는 올해 우리 사회를 관통했던 핵심적인 정치·사회상으로 '책임지지 않는 정치'를 꼽는다. 올해는 경제적으로 경기침체와 고물가로 서민들이 생활고에 허덕였으며 소득과 자산 양극화로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이 심화 됐다. 여기에 많은 실정과 사고가 이어지면서 국민의 우려를 키웠다. 그러나 국정을 맡은 윤석열 정권은 사과에 인색했으며 누구도 제대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1주년(10월 29일)을 맞았지만, 진실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은 여전히 미해결이다. 경찰과 소방은 물론 지자체와 정부 기관에 이르기까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발생한 참사임에도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지난 4월 야4당 의원 183명이 발의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도 정부·여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있다. 이태원 참사 후 정부는 대대적으로 재난안전관리 강화에 나섰음에도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로 14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치는 사고가 났다. 또 구명조끼도 없이 피해복구
우리나라 주세법은 아주 구식적인데, 이는 일제강점기부터 적용되고 있는 세법이다. 발효주의 경우 출고가의 30%, 증류주의 경우 출고가의 72%를 세금으로 부과 한다. 거기에 교육세, 관세, 부가세 등 모든 세금을 포함하여 만약 직구로 위스키 1병(750ml)을 10만 원에 구매한다면 세금으로 10만 원 이상을 내야 한다. 반대로 전통주는 부과된 세금의 50% 절세를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관련 법상 대한민국 내에서 개인 간 술 거래 금지, 인터넷 판매금지(전통주, 와인 제외) 택배거래 금지 등 답답하고 못마땅한 법률들이 아주 다양하게 포진돼있다. 최근 뉴스를 통해 주세 관련 법안이 국회에 올라갔다는 소식을 접했다. 과연 우리나라 고위관직자들은 어떤 선택으로 자국민들에게 더욱더 활발하고 다양하고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결과를 가져다 줄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외국인들이 한국 위스키, 맥주, 그리고 칵테일까지 자국보다 더 비싼 돈을 지불 하고 마시고 있다. 한 외국인이 물었다. 자국에서는 아주 저렴하게 위스키들을 마시고, 가까운 소형 마트나 대형 마트 혹은 동네마다 있는 작은 마켓에서도 위스키는 쉽고 값싸게 구해 마시고 있는데 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문학이 더욱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4차 산업혁명은 기술의 발전과 인공지능의 활용으로 인간의 삶과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게 되고 수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며 지금껏 당연하게 느껴지던 것이 결코 당연하지 않는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인간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탐구하는 인문학으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이에 갈원초는 충북교육청에서 시행한 인문소양교육 활성화를 위한 '인문을 품은 학교' 공모에 선정되어 아이들과 함께 인문학에 대해 생각해보고 배우며 공감해보는 갈원만의 색깔있는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인문학 독서를 시작으로 인문학 캠프, 인문기행, 고전활용 독서 동아리, 메타인지를 활용한 독서 및 글쓰기 교육, 지역사랑 서점 나들이 등을 운영하였다. 아이들이 가장 흥미를 가지고 참여한 프로그램은 서점 나들이였다. 서점 나들이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책을 탐색하며 관심 있는 책을 선택하고 읽는 과정을 경험함으로써 독서 습관을 형성할 수 있었으며 다양한 문화와 지식을 접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옥천군 청산면은 오늘날 행정구역이 면 단위로 축소되었지만 옛날에는 청산현, 청산군이 있었던 유서 깊은 마을이다. 와 의 기록에 의하면 청산은 신라시대에는 '굴산현(屈山縣), 돌산현'이었으며 통일신라 경덕왕 때는 '기산현(耆山縣)'이라 고치어 삼년군(보은군)의 영현이 되었다가 고려 태조(왕건) 23년(940년)에 청산현으로 개칭됨으로서 '청산'이라는 지명이 처음으로 나타나게 된다. 고려 공양왕 2년(1390년)에는 보은군의 내북면 창리, 주성부곡을 청산현에 편입하여 500여 년간 청산현에 소속되어 있다가 1906년에 보은군에 편입되었다. 조선 태종 13년(1413년)에 황간현과 함께 경상도에서 충청도로 이관된 후 청산현(靑山縣)과 황간현(黃澗縣)을 합하여 黃靑縣(황청현)이라 하였으나, 후에 다시 분리해서 靑山縣(청산현)으로 복구하였다. 이때 청산현 소재지를 현내면이라 하고 현 보은군 내북면 지역에 있던 주성 부곡 10개 리를 주성면으로 하였으며 나머지 지역은 동면, 북면, 서면, 남면으로 이름 지었다. 이와 같이 조선 건국에 즈음한 새로운 행정구역 개편에서 새로 구획된 행정면의 이름을 지음에 있어 행정 편의에 의해 동서남북 등 방향, 일이삼사 등 단순한…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