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74%가 공동주택에 거주하면서 매달 관리비를 공과금처럼 납부하고 있다. 전국에서 한해에 납부하는 관리비와 장기수선충당금은 무려 10조원이 넘는다. 입주자들은 이 자금을 운용하면서 공동주택을 위탁관리하는 주택관리업자에 대하여 궁금해 한다.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매년 관리비 집행을 위한 사업계획서를 관리주체가 작성하여 조목조목 안내해야 하는데 이런 관리주체와 입주자대표회의는 드물다. 관리비 운영과정에서 횡령 등의 비리가 검·경 수사결과로 보도될 때에도 남의 일로 여기기 일쑤다. 공동주택 관리를 주택관리업자에게 위탁했으니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책임을 질 일이 아니라고 한다. 입주자가 물어보면, 관리사무소의 운영책임은 전적으로 주택관리업자가 지는 것이고,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를 잘하도록 지원하고 감독하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공동주택의 위탁관리란, 주택관리업자가 자기의 직원인 관리사무소장과 관리직원을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에 투입하고 매월 위탁관리수수료를 대가로 받고 공동주택을 관리하는 사업이다. 이 점이 입주자가 공동주택의 관리사무소장과 그 직원을 채용하고 관리사무소를 자치적으로 관리하는 경우와 다르다. 그런데 위탁관리의 외형만 주택관리
햇살이 시리다. 바람에 흔들리며 떨어지는 마음들이 그리 편치만은 않다. 사무실에서 내다보이는 건물들 사이로 한줌만한 수암골이 어른거린다. 그 곳에서 어린아이들의 손잡고 그리던 벽화는 이제 다 무너지고 번듯한 커피숍들이 온 산을 다 차지하고 있다. 저건 아닌데 하며 애써 외면해보지만 뒤통수를 내리치는 반사된 햇살이 목덜미에 섬뜩하다. 최근 도시재생 사업에서의 문화적 결합 다각화 방안에 대한 담론들이 여러 부처에서 제출되고 있다. 도시재생에 대한 이러한 적극적인 의지는 매우 유효한 시각이다. 그간 추진되던 도시재생 사업은 거시적 차원에서 도시개발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었고 문화적인 내용이나 인력이 사상된 도시공학적 과정이 중시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문화가 그 안에 스며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단순 도구적 참여는 있을지언정 도시 전체를 문화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이다. 기존 도시재생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실패를 했고 설사 그것이 잘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결국 젠트리피케이션의 현상 속에서 수없이 좌절해 왔다. 관에서 실시하는 도시재생 사업들 대부분이 섣부른 관광화에 대한 욕심으로 계획과 설계과정에서
가을이 깊어간다. 해마다 가을이 오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일이 기억 저편에서 떠오른다. 1990년대 초쯤, 나는 어느 고객의 집에서 엉망으로 조율을 하고는 도망치듯 나와 버린 황당한 기억이 있다. 조율의뢰를 받고 나섰던 그날아침, 아파트 화단엔 된서리가 하얗게 내렸고 찬란하던 단풍들은 낙엽이 되어 굴러다니고 있었다. 의뢰인의 집은 우암산 기슭 다랑이 논처럼 층층한 곳에 있었다. 산자락을 타고 내려온 아침안개가 지붕을 뽀얗게 드리우고 있어 지척을 분간키 어렵고 이른 아침 이었음에도 정적마저 돌았다. 비스듬한 사립문을 지그시 밀고 들어가니 중년의 남성이 맞이한다. 낯선 남성 혼자 있는 것이 마뜩찮다 생각했지만 들어설 수밖에 없었다. 어둠침침한 방의 형광등 불빛 아래 피아노 한대가 덩그마니 놓여있다. 반짝거리는 피아노 경첩들이 한미해 보이는 집안 분위기와 동 떨어진다는 생각을 했었다. 조율을 하려면 먼저 피아노의 상판과 하판을 분리해야한다. 강한 조율 핀에 현들이 공작새가 날개를 펼친 것 같이 교차를 이루며 사선으로 걸려있다. 학이 내려앉은 것처럼 생긴 고운 상아색 해머들이 정렬해 있다. 가지런히 줄지어 있는 해머 뒤로 향판나이테가 잔물결을 이룬다.
추운 날씨에 손을 호호 불며, 병원 주차장의 흡연실에서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보면 생각나는 아저씨가 있다. 암병동에 입원해 있던 칠순 노모를 간병하기 위하여 매일 저녁 서울에서 청주로 퇴근을 하고, 6인실 병실의 보호자 침대에서 새우잠을 자고 새벽이면 다시 서울로 출근을 하던 분이었다. 담당 주치의여도 병동에서는 환자 상태 이외에는 별로 할 이야기가 없기 마련인데, 가끔 당직일에 병원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우다 말을 붙이고 했다. 그래서 할머니는 댁은 제주도이고, 아드님은 경기도에서 살며 직장을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할머니는 이미 여러 곳에 암이 전이를 하여 수술을 할 수도 없는 상태였고, 항암치료에도 반응이 없는 암종인데 통증 조절이 되지 않아 입원해서 한 달 넘게 있는 상황이었다. 낮에는 할머니 혼자 병실에 계셨는데 대부분 잠을 주무시거나 창밖을 바라보고 계셨다. 할머니는 교수님과 회진을 가도 통 질문도 없었고, 내가 혼자 회진을 가도 별다른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간혹 아파서 힘드니 진통제를 달라고 하는 정도였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신혼여행으로 제주도를 한번 다녀온 나로서는 제주도 사투리가 궁금하기도 해서 할머니에게 말을 붙
산하를 울긋불긋 물들이던 단풍이 떠나가고, 그 빈자리엔 차가운 바람과 하얀 백설이 내려앉아 내년 봄이 올 때까지 다양한 겨울 풍경을 선보일 것이다. 계절마다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는 산천이 일제강점기와 6·25동란을 겪으면서 전체 면적의 3분의 1에 가까운 200만㏊가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이를 복구하기 위해 1967년부터 '치산녹화(治山綠化)' 10년 계획을 세웠고, 국민들은 산주(山主)도 산림의 관리자도 아니면서 그저 우리 강산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정부시책에 동참해 오늘날과 같은 산림녹화를 일구어냈다. 산림녹화사업은 산소(酸素)나 생명의 원천인 물을 확보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정치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정치가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회 각 분야에서 정치인들이 움직이고 있지만, 그 중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아직도 낮은 것 같다. 우리는 1948년 5월 10일 초대 국회의원선거를 시작으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20여 회에 이르는 국회의원 및 대통령선거를 치러왔고, 또한 1995년부터는 지방자치시대를 열면서 내년이면 7번째 지방선거를 치르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정치인을 뽑을 때만 관심을 가졌지, 정
젓가락은 음식을 먹을 때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도구다. 나무나 금속으로 만들며 한·중·일 동북아시아 3국을 비롯해 베트남, 태국 등 주로 동아시아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어령 박사는 "젓가락에는 가장 오래된 문화 유전자가 있다"며 "인간이 최초로 젓가락을 만들었을 때 생명, 평화, 사랑이 실천됐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젓가락의 최대 가치는 생명을 나누는 것"이라며 "2000년 이상 이어온 문화 중에 지금까지 원형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이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이가 자라면 제일 먼저 걸음마를 배운다. 젖을 떼고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 젓가락질을 배운다. 젓가락은 IQ 개발과 손재주를 극대화 하는데 기여한다는 속설도 있다. 머리와 손의 속응성으로 IQ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중·일의 평균 지능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집고, 누르고, 펴는 등 대뇌, 팔, 손가락 등의 협업을 유도하여 지능을 발달시키는 것이다. 젓가락은 음식을 먹는 도구이지만 생명의 문화, 전통, 조화로운 협동을 가르치는 스승이다. 따라서 한·중·일 3국은 젓가락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논의도 펼치고 있다. 단순한 도구이지만 그
사람들의 생각은 다 각기 다르기 마련이다. 한 자리에서 잠을 자도 꿈은 다르다는 뜻으로 동상이몽이라고 했다. 부모의 뜻대로 자녀들이 실행하는 경우 역시 드물다. 해서 부모자식 간에도 불협화음을 내는 일이 잦다. 직장에서 상급자와의 견해차가 커질 경우 심지어 그 직장을 떠나는 극단의 사례도 때때로 목격되기도 한다. 동지를 전후해 각 가정마다 김장을 담그느라 분주하다. 우리민족은 오랜 전통의 하나로 겨우내 부식으로 삼는 것 중에는 김치가 단연 으뜸이다. 필자의 집 역시 근간 며칠 째 김장하느라 북새통을 친다. 세 아이들 네 김장까지 하자니 아내가 몸이 상할 정도라 우두커니 구경만 하던 적이 있었는데 이 역시 아득한 옛날이야기가 됐다. 도우미로 팔을 걷고 덤벼들었으나 할 줄 아는 건 무거운 걸 옮겨주는 게 고작이다. 한 가지를 하고나자마자 저것 좀 어떻게 하라. 이걸 저리로 치워라. 그나마도 한나절 하고 나니 파김치가 되고 만다. 심부름이란 생색도 안 나고 따라서 보람도 느낄 수 없는 형편이다. 차라리 내가 할 줄 알아 내 생각대로 주도했으면 싶다. 조수하기란 더 힘이 든다. 종일토록 심부름이나 하다 보니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된다.
영동군 영동읍에는 미선나무 자생지와 배밭으로 유명한 매천리(梅川里)라는 지명이 있다. 문의의 미천리는 '미'를 '美, 米' 등 좋은 의미의 한자로 표기하여도 소리가 좋지 않은 이미지를 연상하게 되므로 원래의 아름다운 의미를 되찾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어원을 밝혀본 바가 있다. 그에 비하여 매천리는 '매화(梅)'의 의미를 지닌 한자로 표기함으로서 듣는 사람에게 좋은 이미지를 연상하게 해 주는 훌륭한 지명임에 틀림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어원을 밝혀보면 미천리와 매천리는 결국 같은 말에서 나온 것이고 매천리라는 지명이 미천리의 어원을 찾아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 아닌가? 영동의 매천리는 본래 영동현 남남일면 마군천리(馬郡川里)였다가 1909년 영동군 군내면 매천리로 바뀌었고, 1914년 행정구역통폐합에 따라 매천리라 이름하고 영동면에 편입하였다. 이곳에는 자연마을인 매끄내와 밴드골(반곡동), 새심이(鳥心洞)가 있는데 밴드골은 굽지 않고 평평하며 반듯한 골짜기라 하여 불리워진 반드골이 밴드골로 변하였고 한자로는 반곡동(盤谷洞)으로 표기하였다. 여기에서 매천리는 원래 매끄내라 불리어 왔는데 매끄내란 용두봉 끝 냇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지난 10월 18일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과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을 의결했다. 일자리 5년 로드맵은 대통령 임기 중에 '일자리, 분배,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 5대 분야 10대 중점과제, 100개 세부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10대 중점과제는 △일자리 중심 국정 운영 시스템 구축 △일자리 안전망 강화 및 혁신형 인적자원 개발 △공공일자리 81만명 확충 △혁신형 창업 촉진 △산업경쟁력 제고 및 신산업·서비스업 육성 △사회적경제 활성화 △지역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남용 방지 및 차별 없는 일터 조성 △근로여건 개선 △청년·여성·신중년 등 맞춤형 일자리 지원 등이다. 산림청도 이에 발맞춰 공공일자리, 민간일자리, 사회적경제일자리 3대 분야와 공공일자리, 사회서비스일자리, 지역산업일자리, 직접일자리, 사회적경제·창업일자리, 전문일자리 등 6개 유형의 중점추진과제를 설정하여 '2022년까지 일자리 6만개 창출을 목표로 산림일자리 종합대책을 수립하였다. 아울러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산림일자리 환경 추진체계를 구축하고자 산림청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산림일자리 혁신본부'도 지난 8월 출범하였다. 무엇보다도
그저께 점심에 노르웨이산 고등어구이와 미국산 콩으로 만든 두부찌개를 먹었다. 저녁때는 호주산 소고기로 외식을 했다. 함께 구워먹은 마늘은 중국산이었다. 어제 마트에서 고른 오렌지는 미국산이었다. 오늘저녁 비빔밥에 넣은 참기름은 인도산 수입참깨로 만들었고, 식사 후에 집어든 쌀과자와 식혜의 재료조차 미국산이었다. 난 요즘 내가 먹는 음식이 국내산인지 수입산인지를 알아보는 중이다. 그런 중에 난 놀라운 사실을 알아내었다. 마트에 진열되어있는 식료품 80%의 원산지가 수입산이라는 점이다. 정작 내가 놀랐던 것은 수입산이 80%라는 수치가 아니었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20% 정도라는 통계수치를 마트나 식당에서 나 스스로 터득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자료를 찾아보았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24%로 OECD국가 중 최하위였다. 1인당 해외 식품 수입량은 세계 최고였다. 이는 일본의 1.3배에 달했다. 난 그동안 식량주권과 식량자급을 혼동해왔다. 우리나라는 분명히 식량주권을 획득했다. 굶는 사람이나 영양실조로 고통 받는 사람이 거의 없는 나라가 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식량주권은 우리가 수출이나 수입 등의 교역을 통해 필요한 식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에서 2018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했다. 이상한 것은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자고 하면서도 행정수도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세종 대전 충남 등지에서는 대통령이 행정수도 개헌의지가 약화된 게 아니냐는 여론이 일었던 모양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비슷한 사례가 또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전남 여수에서 열린 '지방자치의 날' 행사에서 발표된 '지방분권 로드맵'에도 행정수도 개헌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주도권 경쟁을 하고 있는 야권에서 이런 호재를 놓칠 리가 없었다. 자유한국당 충청권 시·도당과 국민의당 대전시당 등은 "지방자치의 날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행정수도 개헌 문제가 빠진 것은 충청인을 우롱하는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다. 마침내 민주당 충청권 시·도당에서도 지난 6일 "행정수도 세종시 완성을 위해 개헌안에 이를 명시할 것과 세종시를 자치분권의 선도 도시로 발전시키자는 데 뜻을 같이 했다"는 요지의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자유한국당도 동참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말,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도함으로써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킨 카탈루냐의 바르셀로나를 갔습니다. 모로코와 포르투갈, 스페인의 이곳저곳을 방문하는 여행의 마지막 일정이었지요. 마침 이 날 12시부터 카탈루냐의 주민들이 대대적인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해 바짝 긴장한 채 도시로 들어섰습니다. 안내를 맡은 현지인은 길이 막히면 걸어서 도시를 탈출할 수도 있다고 겁을 주더군요. 버스의 차창 밖으로 스치는 건물들은 750만 명의 인구에 스페인 GDP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부유한 지역답게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모습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조금의 공간도 없이 잇대어 지어진 각 건물들은 각각의 특징을 지니고 있어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느껴지더군요. 밋밋하고 딱딱한 우리네 시멘트 덩어리 건물들과 대비되어 마냥 부러웠습니다. 우리 일행은 바쁜 걸음으로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혼이 담긴 장소를 차례로 둘러보았습니다. 구엘 공원에서는 자연에서 모티브를 빌린 아르누보 양식의 화려하고 기이한 작품들을 만났습니다. 건축물들은 언덕을 따라 동화 속의 풍경처럼 펼쳐져 있더군요. 야자수를 닮은 돌기둥과 벤치에 새겨진 모자이크, 카탈루냐 특유의…
금수강산을 울긋불긋 물들인 만산홍엽(滿山紅葉)의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단풍이 북에서 남으로 물결치며 한반도를 붉게 물들였던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만추(晩秋)의 계절이 아쉬움으로 밀려가고 있다. 도로를 뒤덮은 샛노란 은행잎은 너무 아름다워 차마 밟기가 망설여진다. 노란 양탄자 위를 빨간색 승용차가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은행나무 가로수 길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바야흐로 낙엽의 일생 중 가장 화려한 절정의 순간이라 생각된다. 이제 옷깃을 여미게 하는 싸늘한 바람에 아름다운 옷을 벗어 던지고 색 바랜 낙엽이 되어 땅바닥을 뒹굴고 있다. 낙엽과 작별한 나목(裸木)은 벌거숭이가 되어 너무 쓸쓸해 보인다. 고운단풍 마저 떨어지고 스산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면 마음 한구석 허무함을 달래기 위해 친한 벗과 함께 따끈한 커피 한잔을 나누고 싶어진다. 낙엽의 일생을 되돌아보면 물오른 나뭇가지에서 싹을 틔우며 연녹색의 유년시절을 보내고 희망을 안겨주었다. 싱그러운 녹음이 짙어가는 청년시절을 보내며 맑은 산소를 내뿜으면서 햇볕을 받아 탄소동화작용으로 양분을 만들어 나무를 살찌우고 성장을 도왔다. 무더운 햇살을 가려주는 시원한 그늘이 되어 더위에 지친 사람들을 나무
바알갛게 한껏 빛이 오른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가지가 담을 넘어 우리 주차장까지 늘어졌다. 앙상한 가지에 감만 덩그러니 매달린 모습은 아련하고 쓸쓸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고향 마을 어귀의 감나무를 연상케도 한다. 그 감은 푸근하고 정이 넘치는 고향 인심을 떠올리게 해 절로 미소를 짓게도 한다. 누군가가 담을 넘어 왔으니 우리 거라며 따먹자고 농담 삼아 하는 얘기에 주억거리며 호응하기도 하고, 오성과 한음에 얽힌 이야기를 들먹이며 따면 안 된다는 사람도 있다. 어느 날 보니 감이 모두 사라졌다. 언제 어떻게 땄는지 담을 넘어온 감까지 한 톨도 남김이 없다. 잎은 아직 무성하게 남아있었지만 감이 사라진 나무는 퀭하기 그지없다. 바람이 일 때마다 잎이 부딪히며 서걱거리는 소리가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어떤 사람이 어쩌면 까치밥도 안 남겼냐며 감나무 주인이 매정하다는 듯 탄식한다. 까치밥은 인정과 사랑이다. 꼭 까치가 먹어야 해서 까치밥이라고 한건 아니다. 까마귀도 좋고, 비둘기가 먹는다고 안 될 것도 없다. 지나가는 나그네가 남겨 둔 감 하나로 허기를 채울 수 있다면 더 할 나위가 없다. 아마도 까치가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이면서도 길조라 여겨 그 이름을…
지난 3일 제55회 소방의 날 기념식이 열린 천안 중앙소방학교 야외 무대. 단독 소방청 개청 후 첫 기념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소식에 외빈초청에 응했다. '대통령의 선물'을 기대하고 '역사의 현장'에서 박수를 치고 싶었다. 리허설이 시작되면서 예보대로 비는 거세졌다. 좋지 않은 징조가 분명했다. 한기를 품은 비였지만 '개청을 축하하는 메시지'라고 에둘러 포장, SNS에 포스팅을 했다. 기념식이 시작할 때 잠시 그친 비는 계속됐다. 하늘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 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지역마다 다른 소방관들의 처우, 인력과 장비격차를 해소하고 전국 각 지역의 소방안전서비스를 골고루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일"이라며 "소방관들의 숙원인 국가직 전환을 시도지사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간의 의미를 잘 모르는 듯 청중들은 '소방관 국가직 전환'이라는 말에 박수를 보냈지만, 예상했던 발언이기에 자괴감이 밀려 왔다. 국민안전을 위해 '지방공무원과 국가공무원으로 이원화된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온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의 고뇌를 읽을 수 있는 한마디였다. 기념사는 문 대통령이 지난 6월 서울 용산
9월 어느 날, 마지막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우리 반이 인서현 어머니가 근무하시는 선거관리위원회에 모의선거교실 체험을 가게 됐다'고 하셨다. 친구들과 함께 엄마 회사에 간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살짝 부끄러웠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우쭐한 기분도 들었다. 체험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게임으로 배우는 민주주의였고 두 번째는 오즈나라의 선거이야기 였다. 체험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친구들과 어떤 내용이 더 재미있을까? 의견을 나눈 다음 평소 많이 들어본 오즈나라의 선거 이야기로 선택했다. 드디어, 10월 23일 모의선거교실 체험하러 가는 날! 친구들과 소풍가는 마음으로 버스를 타고 선거관리위원회로 갔다. 강당 같은 곳으로 들어가자 민주시민교육을 담당하시는 선생님이 우리를 맞이해 주셨다. 그 선생님은 우리가 배울 내용이 무엇인지 어떤 활동을 공부하는지 자세하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셨다. 활동의 내용은 오즈나라 의 등장인물을 후보자로 하여 장점을 내세워 공약과 선거 벽보를 만드는 것이었다. 우리 모둠이 맡게 된 후보자는 허수아비였는데 허수아비의 장점은 지혜롭다는 것이었다. 그 장점에 맞추어 공약을 생각했고, 벽보를 최선을 다해 꾸민 결과 친구들이…
인구소멸이란 말도 종종 쓰인다. 저출산, 고령화와 대도시 집중화로 일정 지역의 인구가 사라지는 현상이다. 2017년 세계 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 1인당 평균 출산율을 2.5명이고, 우리나라는 1.3명이다. OECD 35개 국가 중 최하위인데 그러다 보니 저출산으로 학령인구 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앞으로 30년 후에는 전국 시·군 가운데 3분의 1일 넘는 1천383개 읍·면·동이 사라질 것이라는 통계는 가히 충격적이다. 이를 반영하듯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15곳에서는 지난해 신생아가 단 한 명도 태어나지 않았다. 문득 영동에서 교직생활을 처음 시작하던 40년 전의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그때는 영동에 35곳의 본교와 열 곳의 분교장이 있었다. 분교장은 1961년에서부터 1993년까지 도서벽지 지역 학생들에게 배움의 공간을 제공했다. 용산면 청화분교, 도동분교, 추풍령면 죽전분교, 계룡분교, 상촌면 흥덕분교, 황간면 우매분교, 심천면 마곡분교 등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했다. 황간면 우매분교에는 특수학급과 유치원까지 있었으며, 추풍령면 죽전분교는 한때 70명 넘는 학생들이 재학했다. 그 후 경제개발과 산업화에 따른 젊은이들의 도시집중과
충주 칠금동에 '충주세계무술공원'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예전 이곳은 큰물이 나면 강으로 변하던 곳이다. 달천과 한강이 탄금대 합수머리에서 서로 밀려 물길이 돌아나가면 바로 그곳에 물이 돌고 탄금대는 섬이 됐다. 한강변에 제방이 만들어진 후로는 안정적인 농지로 이용됐고, 1980년대에는 충주시 쓰레기매립장으로 쓰였던 곳이다. 그 공간에 대한 오래된 사진은 1915년께 찍은 유리원판 사진의 탄금대 전경에 조금 남아 있다. 공원 안쪽에는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가 자리해 있다. 그곳을 지나 더 들어가면 아기자기한 연못이 나온다. 연꽃이 만발하는 곳이며, 또한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어 조용한 걸음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그 공간에 대한 이름이 따로 표시되지는 않는다. 다만 옛 자료를 찾다보니 그곳을 영호(永湖)라고 불렀던 곳임을 알 수 있다. 즉, 1940년에 충주중학교 설립 인가 후에 학교 부지 대상지 중의 한 곳이었던 칠금리에 대한 설명에서 보인다. "충주중학 기지는 칠금리가 최적합하다는 물론이 유력하다. 그 이상적인 것을 한둘 소개한다면, 동 지는 시내 서북 약 3㎞ 지점으로 역(驛)에서 약 2키로 가량 남한강 상류 남안 평야인데, 뒤로…
꽃병 속의 덩굴장미가 환하게 웃는다. 입을 꼭 다문 채 봉오리 진 꽃이 제철이나 되듯 곱다. 지난 토요일 개울을 지나다가 하도 고와서 얼결에 꺾어 왔다. 몹시도 바람 불어 춥던 그 날 된내기까지 내려 푸르등등한 이파리 속에서, 나 여기 있다고나 하듯 상기된 채 피어 있던 새초롬 덩굴장미 꽃. 된내기를 무릅쓰고 간신히 핀 것을 생각하면 안쓰러웠으나 바람이 불면 또 한차례 떨어질 테고 그럴 바에는 꽃병에 꽂아두고 완상하는 것도 괜찮으리라 싶었다. 꽃이 귀한 초겨울 무심코 보노라니 어설픈 중에도 제법 아리따운데 제 철보다 거의 반 년은 지나 초겨울에 피는 곡절이 뭘까, 그 때보다는 못하지만 텅 빈 들판이라, 고명이나 끼얹듯 더러 꽃이 피기도 한다는 게 붉은 이파리만치나 곱다. 들판을 끼고 돌던 그 때 마음이 그랬다. 자세히 보니 덩굴장미 뿐 아니라 노란 민들레까지다. 꽃이라야 기껏 단추만한데, 제 철 같으면 잘 띄지도 않을 것이나 그만해도 썰렁한 들판이 아늑해 온다. 크고 작고 소담한 것을 떠나 이듬으로 핀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메시지를 받아 적는데 길섶의 쑥과 냉이가 문득 탐스럽다. 좋은 시절 다 간 뒤 하필 초겨울 어름에 피고 돋는,…
10월이 다 가는 27일 소리마루의 15번째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소리마루는 정회원과 대금을 잡는 대새빛, 모듬북을 치는 어울, 소금을 부는 새벽안개 밟는 소리, 해금을 잡는 해향, 가야금의 아중별악, 거문고를 뜯는 뜰 그리고 사물놀이의 달사랑, 피리와 태평소를 부는 풀향기, 남도 소리를 내는 소리내 그리고 한국 무용을 하는 나빌레라의 총 10개 동아리로 구성됐다. 60여명 회원들은 대부분 교사로서 수업 후 저녁 시간을 이용해 연습을 하곤 공부 결과를 연말에 무대에 올린다. 대금 같은 경우 적어도 10년 공부 뒤에야 무대에 오르므로 연주가 가벼운 일은 결코 아니다. 주경야독으로 낮에는 근무하고 밤에는 음악을 공부해 무대에 오르려니 남자도 힘든 마당에 주부들은 열정이 대단하다. 국악기 재료는 자연 산물이라 자연의 소리를 낸다. 물소리, 바람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는 인간의 귀를 거슬리지 않아 국악은 우리의 귀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정인지는 훈민정음 서문에서 '천지자연의 소리가 있으면 반드시 천지자연의 문자가 있다' 하여 28글자로 음률을 담았다고 했지만 천지지간에 흐르는 음악 소리를 모두 풀어낼 수 있는 것은 자연에서 나온 악기로 소리를 내는 국악
개인이나 조직이 일정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경제적 자원을 필요로 하듯이 정치를 하는데 있어서도 자원, 즉 정치자금이 필요하다. 이 정치자금은 당원이 내는 당비, 후원금, 기탁금, 국고보조금 등으로 이뤄지는데 일반 국민이 정치자금 제공 시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후원금, 기탁금이 더욱 많아지는 것이 우리나라 정치발전을 위해서 더 좋다. 과거에 정당과 정치인이 소수 단체나 기업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지원받은 때는 필연적으로 특정 집단의 이권이나 정경유착 등 부패한 금권정치의 틀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그 결과 우리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짐으로 되돌아왔다. 이에 정치자금법에서 법인·단체는 정치후원금 기부를 금지하고 개인이 십시일반으로 기부함으로써 자금의 투명성과 청탁 등의 폐해를 예방하여 건전한 민주주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정치후원금 제도에는 후원하고자 하는 국회의원 등을 선택하여 기부하는 후원금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모금해 각 정당에 배분하는 기탁금이 있다. 후원금은 특정 정치인을 후원하고자 하는 개인이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후원회에 기부하는 것을 말한다. 기탁금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자금을 기부하고자 하는 개인으로부터 받아 일정 기준에 따라 정당에 지급하
야외축제가 끝나고 실내 축제가 기다려지는 계절이다. 10월에는 유난히 축제가 많았기에 실내에서 진행된 각종 공연들은 상대적으로 관객들이 만석을 채우지 못해 썰렁한 부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매일같이 이어지던 릴레이 공연으로 가을 한때 주민들은 행복했다. 반면 소규모 공연들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에서도 대형 오페라 공연이나 큰 규모의 무용이나 연극무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면 답은 간단하다. 지역에 대형 공연을 유치할 만한 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주민 100만 명을 향해 나가고 있는 청주시는 유독 다른 지역보다 공연문화시설이 적다. 사진을 하는 내 경우를 보아도 청주예술의전당 전시실을 이용해 전시를 하려면 적지 않은 경쟁을 통해야만 하고, 더군다나 내가 원하는 시간에 전시장을 대관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그렇다고 사설 전시장을 대관하도 어렵다. 개인이 운영하는 갤러리의 경우 장소가 협소하고 비용문제와 주차장 이용이 불편해 전시를 꺼리게 된다. 그나마 전시장으로 괜찮다 싶은 곳은 예술의전당 소전시실이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데 대관 문제로 포기하기도 한다. 전시장이 이럴진데 대형 공연장이 없는 청주에서 대형 음악회나 뮤
일주일의 여행기간이 스무날을 다녀온 듯 지난 9월의 유럽 축제 여운이 무척이나 길다. 이제 그 여운에서 벗어나야 하건만 잊을 만 하면, 또 잊힐 만 하면 그 무엇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우리는 늘 생산적이다. 물론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타인에게 관심 갖기를 비롯해서 잠잘 때 빼고는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우리는 알게 모르게 너무나 많은 시간들을 할애하고 유추한다. 이런 행위들이 꼭 나쁘다고 할 수도 없지만 지독하게 외롭거나 무료한 날 누군가에게는 또 소소하게나마 행복감을 주기도 할 것이다. 얼마 전 새로운 일을 시작한 친구와의 대화 중에서 하루일과 중 많은 시간을 무료하게 손님을 기다리고, 그냥저냥 시간을 흘려보내면서 혹시나 하고 친구를 기다리기까지 하는 외로움에 시달려 누군가가 찾아주면 반가움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된다는 말이 애처롭게 느껴졌다. 그러다보니 서로 나누었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고, 누군가는 말을 전달한자가 되어 죄인이 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없는 곳에서는 나랏님 욕도 한다"는 옛말도 있듯이 나랏님이나 연예인들이 원치는 않지만 가십거리가 되어 도마 위에 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지만
대학구조개혁은 입법화 등을 통해 부실 사립대학의 퇴출을 위한 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부실 사립대학이 인근 대학과 인수 통합할 경우, 통합된 법인 재산의 일정 부분 중 교육환경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 않는 재산의 일부분을 부실 대학의 소유주에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고려 될 수 있다. 대학입학에 관한 학령에 대한 새로운 개념도입도 필요하다. 새로운 인구구조와 산업구조를 감안한 개념이다.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고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장노년층의 재취업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제1 대학 학령인구와 제2 대학 학령인구라는 개념이 필요하다. 제1 대학학령인구는 기존의 학령인구 즉, 청소년기의 대입 지원자원을 지칭하고, 제2 대학학령인구는 50세 이후 첫 직장에서 은퇴한 장노년층으로서 새로운 전공을 선택해서 대학에 입학하고자 하는 대학 지원자원을 의미한다. 노인복지가 건강복지와 재정복지에 국한되어 있는 현 상황을 타파해서, 교육복지라는 개념을 도입할 필요도 있다. 교육을 통해서 복지가 이루어지는 것이 인구 고령화 문제, 연금문제 등을 해결하는데 크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림차사에게 들러붙어 안위를 지키려는 몇몇 사자들이 입방아에 오르내렸었다. 대다수 사자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감을 그들에게 푸는 것 같았다. 너나없이 한마디 씩 해대면서 이 불안한 현실이 그들로부터 온 것이 아니냐는 투였다. 그런데 그들을 싸잡아 씹는 것으로도 두려움을 잠재우지 못한다는 걸 알았는지 조용해졌다. 그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서 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평소에 묵묵히 맡은 일에 충실하고 남의 일에 관심도 갖지 않던 진등 사자가 나에게 넌지시 물었다. "김 사자는 이 사태가 어디서부터 오기 시작했다고 보는가·" "글쎄요. 저도 아는 게 없어서……." "그래도 짐작되는 게 있을게 아닌가·"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아직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되지 않았고 설령 파악했다고 해도 함부로 내 속내를 내비치는 게 내키지 않았다. "자네도 두려운 게로군." "예· 무슨 말씀이신지요·" "누구도 믿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못하는 지금 상황이 두려운 거 아닌가·" "아, 예. 그런 말씀이셨군요." 진등 사자는 나보다 백여 년 먼저 사자가 된 이였다. 내가 지금의 동방처럼 새내기 시절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