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입학과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 되며, 생애 최초로 아이들이 부모와 분리가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부모 입장에서는 집에서 마냥 자유롭게 지내던 아이가 유아원이나 유치원에 들어가는 날, 아이가 어느 틈엔가 훌쩍 자라 있음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 눈물이 쏟아지는 감동도 있지만 아이는 작은 또래 집단에서의 호기심과 재미보다는 가족과 분리가 잘 되지 않아 힘겨운 나날일 수도 있다. 유치원을 다니지 않은 나의 세대에는, 초등학교 입학 때가 부모님과의 분리로 며칠을 어머니와 손을 잡고 학교를 동행하며 다녔던 기억이 난다. 3월이 오면, 학창시절 중 가장 어려웠던 시기로 어렵게 시험을 치루고 들어간 중학생이 되던 때가 떠오른다. 초등학교 때는, 전교생이 700여 명이 넘었지만 형제자매 남매가 많아 같은 학년이 아니더라도 누구는 누구의 언니, 오빠이고 동생 등 가족관계를 알 수 있었고, 친구들도 어느 마을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가정형편까지 알고 있었으나, 중학교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관내 각 초등학교에서 모인 180여 명의 친구들 중에, 시골 초등학교 출신으로 동문인 친구는 불과 8명인데 비해 읍내 삼산과 동광을 졸업한 친구들이 반 이상을 차지하다보니 학
산기슭 바위틈에 다북쑥 일가족이 산다. 이 빠진 창칼로 도려내면 얼비치던 푸른 잎사귀. 우리 집 뒤뜰만이나 할까, 올망졸망 언덕은 꿈꾸는 짐승처럼 엎드렸고 산자락 숨은 그림같이 예쁜 집. 까치발 들면 하늘이 닿을 듯 가까운, 거기 비탈에는 옥수숫대와 낙엽이 수북하고 들출 때마다 모듬모듬 연하게 삐져나오던 다북쑥. 보통 4월 초가 되어야 뜯지만 양지쪽에서는 3월에 벌써 촉을 틔우는 녀석도 있다. 덤불은 까칠한데 비집고 나온 쑥은 뜻밖에 탐스럽다. 에둘러 생각하니 이 빠진 옥수수가 대궁에 붙은 채 굴러다녔었다. 작년에 심은 옥수수를 뽑지 않고 둔 것이 낙엽과 함께 이불자락마냥 착 덮이면서 아늑한 보금자리가 되었겠지. 얼기설기 옥수숫대는 바람을 가려주기에 넉넉했고 곰삭은 대궁은 푸릇푸릇 자라게 하는 거름이 되면서 보기 드문 풍경을 드러냈다. 바람은 차가워도 햇살은 따끈따끈 도탑기만 했다. 가령 땔감으로도 좋을 텐데 두둑에서는 훌륭한 덮개가 되었다. 마음 푼푼한 주인 덕에 봄나물 모두가 호사를 누리고 있었던 것. 더러는 알뜰히 거두지 않아 남기도 했을 텐데 그래서 다북쑥이 번성하게 되었다. 수많은 땅콩 껍질 역시 겨울을 나고도 뽀얗다. 일부러 남겨 두기라도 한…
지난 해 큰 애가 생일선물로 보내 준 하와이에서 숨 막히게 아름다운 풍광과 더불어 사람들이 두 부류로 확연히 구분되어 신기했다. 하나는 탄탄한 근육에 선탠까지 하여 모델 같은 몸매를 자랑하며 해변을 누비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걷기도 위태로울 정도로 뚱뚱하여 몸 추단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었다. 금년 9월에 둘째 내외랑 다시 하와이를 가게 되어 나도 기왕이면 관리한 몸으로 해변을 나서리라 마음먹었다. 헬스는 예전 도교육청 장학사 시절에 체육과의 헬스 마니아 장학관을 만나 방법을 배웠더랬다. 덕분에 일에 치이고 상사에게 시달린 선배 장학사들이 출근길에 차라리 교통사고라도 나서 입원하는 것이 더 낳겠다 푸념하던 중등교육과였지만 헬스하려고 남보다 30분 일찍 출근하는 마음은 늘 가볍고 산뜻했다. 그리곤 부임하는 학교마다 헬스장을 만들어 직원들과 같이 운동을 했던 터라 금년에는 근력도 키울 겸 아예 몸짱을 시도해 보기로 하였다. 집 인근에 있어 이용에 편리할 듯 여겨지는 헬스장을 얼마간 둘러보니 하루 종일 득시글득시글하다. 오전에는 연세 지긋한 분들이 오는데 이미 개장 이삼십 분 전에 문밖에서 옹기종기 모여 기다릴 정도로 운동에 몰두해 있다. 이 분들은…
조철현 감독이 최근 세종대왕과 신미대사를 소재로 한 영화 '나랏말싸미'의 캐스팅을 배우 송강호·박해일·전미선 등으로 확정하고 곧 촬영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신미(信眉, 1403~1480)는 조선 전기의 스님으로 본명 김수성, 본관은 영산이다. 우리고장 영동이 속세의 고향으로 속리산 복천암에서 주석하였고 오대산 상원사, 월정사 등을 중창했으며 범어(산스크리스트어)에도 능통했던 학승으로 알려져 있다. 한글은 훈민정음 해례본이 공개되기 이전까지 가림토·범자·몽골문자·일본신대문자·문창살 모방설 등 다양한 기원설이 존재하였다. 그러나 1940년 경북 안동에서 처음 발견됐고, 1962년 국보 제70호로 지정된 훈민정음 해례본에 '이달에 임금이 친히 언문 28자를 지었다(是月 上親制諺文二十八字)'라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또 해례본에는 인체 발음기관(자음)과 천지인 원리(모음)에 따라 훈민정음을 만들었다라는 제자(制字)원리도 설명돼 있다. 따라서 지금은 세종의 한글 친제설이 정설로 굳어 있다. 논란이 계속 되고 있는 상주본 훈민정음 해례본도 내용은 같다. 그럼에도 신미가 세종 한글창제 작업에 큰 도움을 줬다는 추정이 계속 나오는 이유는 고도의 창의적인 작업을…
얼마 전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무사히 막을 내렸다. 2월9일 열린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는 '아리랑'을 배경으로 남북공동기수가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였고 남북공동 성화 주자를 내세웠으며,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하는 등 남북관계는 화해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세계인의 겨울 축제가 안전하게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데에는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테러나 갑작스러운 도발 등에 대비하여 경계 임무를 수행한 군 장병들의 노고가 숨어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2002년 6월을 떠올려보자. 가장 먼저 한·일월드컵대회가 떠오를 것이다. 전 국민이 너도나도 빨간 옷을 입고 온 거리로 나와 태극기를 흔들고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그런데 폐막을 앞두고 전날인 6월 29일, 북한은 제2연평해전을 일으켰다. 마치 6.25전쟁이 휴일인 일요일에 시작되었듯, 대한민국에서 개최된 지구촌 축제의 흥겨운 분위기를 틈탄 도발이었다. 제2연평해전 당시 북한 경비정은 서해의 북방한계선(NLL) 남쪽 3마일, 연평도 서쪽 14마일 해상에서 남측 한계선을 침범하였고 대응에 나선 우리 해군을 기습적으로 공격했다.…
돈키호테는 자신을 미쳤다고 비웃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한다. "꿈꾸는 자가 미친 겁니까· 아님 꿈꾸지 않는 자가 미친 겁니까·" 돈키호테는 늘 막무가내였지만 그의 태도를 보면서 가만히 있으면서 손가락질이나 하던 사람들이 정상인가를 생각 해 본적이 있다. 가만히 있는 것을 넘어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려고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제도를 통해 변화시키고 있지만 정상적이지 않은 일들은 계속 생기고 사람들은 과거보다도 더 살기 어렵다고 난리다. 꿈도 꾸고 변화도 시키려 노력하는 것 같은데 왜 더 나빠지는 세상으로 변화된다고 생각할까·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다 나빠진다 생각지는 않을 것이다. 몇몇이 이끄는 것이 아닌 보다 많은 사람이 이끄는 사회 변화를 만들어야 하는 것인가· 그래서 교육을 통해 우리는 현재보다 나은 삶을 보편적으로 만들려 한다. 이 교육은 선점이 가능한 달콤함을 내세우고 경쟁을 시킨다. 이 경쟁은 공평해야 하며 공정한 경쟁을 통해 나온 결과를 수용하는 방법을 교육을 통해 배운다. 국가가 가진 통치공간에서 상황을 수긍하고 살아가게 하는 것은 한 문화가 지닌 보편적 가치관을 갖도록 가르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가르침은 사회 구성원간 이해할 수 있는 폭을 제
무술년 새날이 밝으면서 십년 전의 내 모습을 돌아보았다. 십년 전 어느 날, 이순을 넘긴 한 여인이 숲속에서 첼로 연주하는 걸 보았다. 그녀는 전원생활을 하면서 장을 담그는 일을 한다는데, 틈틈이 취미로 연주를 한다고 했다. 따뜻한 음색과 풍부한 울림, 포용적인 중저음. 더없이 매력적인 그 소리에 그날 나는 빠져버렸다. 이동하여 연주할 수 있다는 장점과, 사람음성과 가장 흡사하다는 말에 꽂혀 악기를 구입했는데, 당시로선 거금을 들여 샀다. 악보는 초견이 되고 피아노로 예배반주정도는 하는지라 좀 쉽게 가리라 생각하고 수소문하여 레슨선생님을 정했다. 그런데 어려서 접한 피아노와달리 늦게 접해서인지 적응하지 못하고 활을 놓고 말았다. 그 무렵, 찬란한 무지갯빛 옷을 입고 수필이 다가왔다. 변심한 연인의 마음이 이럴까· 온 마음이 수필에게 옮겨져 풍덩 빠져버린 것이다. 수필은 내게 거대한 물결과도 같았다. 큰 물결이 작은 물결을 덮어버리듯, 큰 감정이 작은 감정을 덮어버리듯, 수필은 내 모든 삶을 덮어버렸다. 좋은 글이 뭔지도 모르면서 그저 쓰는 게 좋아 글을 쓰느라 밤새우기를 종종 하면서 십년을 보냈다. 그러니, 기본자세 익히느라고 한 달 내내 활만 긋게 하
미투운동이 거세다. 속속 드러나는 유명인의 성추문에 곪아 터진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남자들 서넛만 모이면 예외 없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미투 이야기로 바쁘다. 십여 년 지난 이야기까지 다 들추면 대한민국 성인 남자 중에 떳떳한 사람 한 명도 없다는 성토도 있고, 아픔도 있지만 우리 사회가 한걸음 성숙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긍정론도 있다. 가만히 날 들여다본다. 하루에 한두 대 밖에 버스가 오가지 않는 시골에서 팔 남매의 일곱째로 태어났다. 내리 딸만 넷을 낳다가 형님이 태어났다. 아들 하나론 부족하다는 생각에 하나를 더 낳지만, 또 딸이었다. 그가 내 바로 위 누이다. 그다음에 내가 태어났다. 그래도 욕심에 하나 더 낳는 데 그가 내 막내 여동생이다. 쉽게 말해 아들 둘에 딸 여섯이다. 옛날 자식 농사 반타작이라고 했으니 호적에 오르지 못한 형과 누나가 서너쯤 더 있었다는 것을 안다. 남의 집 잔치에 다녀오시거나 오일장이라도 다녀오시면 형과 나를 불러 몰래 사탕이나 떡을 입에 넣어주시던 할아버지는 내가 세 살 되던 해 돌아가셨다. 그래도 고모들은 지금 만나면 기억도 없는 할아버지를 이야기한다. 참 나를 예뻐했다고
어릴 적 고무줄놀이, 숨바꼭질, 오징어삽치기, 말뚝박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친구들과 뛰어놀며 야외놀이를 했던 기억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우리 아이는 밖에 나가기조차 겁이 난다. 미세먼지와 황사와 같은 나쁜 환경오염 때문이다. 외출 전 미세먼지 농도 확인은 필수이며, 확인 후 포기할 때도 많다. 물, 공기, 토양 등 자연환경은 더러워지더라도 어느 정도는 스스로 깨끗해지는 능력이 있는데 자연 상태로 되돌아가는 힘을 '자정작용'이라고 한다. 하지만 자연은 스스로 깨끗해지는 힘을 잃어가고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면서 그 피해가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왔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가장 주된 원인이 사람들의 이윤추구, 즉 더 많이 가지고 더 멋지게 살고 싶어 하는 마음과 삶의 방식이라고 한다. 좀 적게 가지고 적게 먹고 느리게 살아갈 때 지구도 건강을 되찾을 수 있고 환경 위기 시계도 느려질 것이다. 미세먼지는 비산, 석면, 벤젠과 같은 1급 발암물질이며 당장엔 표시가 나지 않지만 건강한 사람에게도 호흡기 질환을,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만성 폐 질환이나 천식을 일으킨다. 미세먼지는 흡착돼 추가 질환이나 통증을 야기할 수 있기에 더욱…
30년만의 개헌이 논의되고 있다. 기본권의 강화와 확대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이번 10차 개헌의 의미를 압축적으로 말한다면'인권옹호'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 후보였던 사람들 모두가 말했던 '공약'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시기적인 논쟁과 다툼은 뒤로하고 가장 큰 의미를 가지게 되는 '공약'이 실제 논의 중인 것이다. 우리의 법령을 보면 아직도 법률전문가도 알기 힘든 어려운 한자식 용어와 외국어, 권위적이거나 비민주적인 용어가 상당히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헌법의 136개 조항 중 111개 조항에서 표현이나 표기의 오류 하물며 맞춤법이 틀리거나 띄어쓰기가 잘못된 것이 있다고 한다. 헌법은 곧 대한민국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것을 가만해보면 헌법의 체면치고는 낯부끄러운 수준이다. 그뿐만 아니라 너무나 어려운 용어로 법을 만들어 놓았다. 헌법이 의미하는 것을 직관적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이건 마치 공부해야하는 언어인 것이다. 헌법의 주인은 국민이다. 그런데 국민의 언어가 아니라 전문인과 정치인의 언어로 썼다는 오해(·)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이 나와는 별 관계없는 것으로 여겨진 까닭은 헌법의 주인인 '내'가 주인 행세를 할…
무대 위 꾸밈없이 순하게 늙은 은발의 남자, 어색한 몸짓이 수줍게도 보입니다. 그러나 곧 마디 굵은 대나무 통에서 뽑아 올린 듯이 회오리쳐 나오는 짙은 회한의 음색이 관객의 가슴을 그대로 관통합니다. 지난 주말, 가수 최백호의 '청춘콘서트 회귀(回歸)'를 관람했지요.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 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그는 '봄날을 간다.'를 부르고 나서 어머니가 참 좋아하셨던 노래였다고 술회하죠. 그 말을 듣자마자, 봄 햇살에 살구꽃 화사한 어느 시골 툇마루에서 흥얼거리듯 노래하는 중년의 여인이 정지된 한 컷의 사진처럼 각인되더군요. '봄날은 간다.'라고 말할 때 그것은 흔히 시간의 덧없음에 대한 한탄의 의미로 다가오지요. 그런데 왜 하필이면 봄이 아닌, 봄날이라고 표현했을까요. 어느 하루의 봄날이 그만큼 찰나의 시간처럼 짧기 때문이 아닐까요. 봄날은 참으로 설레듯 아름답습니다. 그런 봄날의 정점에 슬픈 마음이 가만히 밀려오는 까닭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았죠. 그 해답을 가수 최백호는 이어지는 노래 '낭만에 대하여'에서 적절하게…
인간은 관계(關係) 속에서 태어나고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처음 접하는 '엄마'와 관계를 비롯하여 생애동안 만나게 되는 가족, 친구, 선생님, 동료, 자녀 및 이웃 등, 많은 이들과 만나고 헤어지면서 자아가 형성되고 사회화 되어간다. 누구나 어떤 집단을 중심으로 해서 삶의 터전을 잡고, 그 속에서 때로는 웃으면서 희열을 맛보기도 하고 때로는 울면서 절망과 좌절을 겪기도 한다. 어느 집단이든 사람에 따라 호(好) 불호(不好)가 존재하고,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인류는 다수결(多數決)이라는 제도를 만들어내고 결과에 승복하는 '규칙(rule)'을 만들었다. 물론, 다수의 의견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최선의 방책이라고 할 수는 없고 말하자면 차선(次善)책인 셈이다. 그러나 소수보다는 다수인 편이 실패할 확률이 적기에 다수의 의견을 채택하고 있으며 인류는 아직 그보다 더 좋은 방안을 찾아내지 못했다. 사회적 합의를 중요시하고 승복해야 하는 까닭이다. 최근 전직 대통령들이 연이어 사법처리 되거나 수사대상이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왜 유독 한국에서는 이런 불행한 사태가 자주 발생하는 것일까. 첫 대통령은 '하야(下野)',
농경시대의 끝자락쯤 되는 내 어린 시절, 늦봄부터 초가을까지 농촌의 산하와 하늘 그곳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것, 그곳 사람들이 들에 나가 허리 굽히고 밭일을 할 때, 농부들이 오일장에 나가거나 돌아올 때, 마을 어귀에서 이웃을 만나 환담을 나눌 때, 개구쟁이들이 골목길을 장난치며 뛰어 다닐 때, 심지어는 주부가 부엌에 나가려고 방문을 벌컥 열 때 느닷없이 맞닥뜨린 것은 화려한 꽃잎처럼 흩날리는 청아하고 처연하기까지 한 뻐꾸기의 울음이었다. 그것은 황금빛 울음이라고 표현한 시인도 있을 만큼 그 소리는 어린 우리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하여 잠깐이라도 뻐꾸기가 울음을 그치면 온통 산하가 텅 빈 느낌마저 들었다. 내가 그 소리와 마주친 특별한 기억, 땀 흘리며 산속을 헤매다가, 산딸기를 따서 입안에 넣다가, 웅덩이에 풍덩 뛰어들고 와당탕대며 한바탕 헤엄을 치고 나오다가 정면으로 딱 부딪힌 그 처연한 황금빛 울음소리여서 온통 내 마음을 흔들어 그것에 심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보다 가장 극단적인 것은 1950년 뜨거운 6월 26일 월요일 전쟁이 터진 것도 모른 채 멀고 먼 시골 학교 길에서 만난 그 소리였다. 그 날, 학교에…
파랗고 잔잔한 물결이 햇살에 물들어 은빛 춤을 추고 있다. 수몰되지 않고 유일하게 남아있는 중학교 운동장을 거닌다. 흘러간 세월을 말해주듯 풍성하게 자라있는 나무들이 나를 감싸주며 위안을 준다. '고향이란 이런 거구나, 포근함을 주는 아늑한 곳'한참을 서서 운동장 바로 앞까지 들어찬 호수를 바라본다. 친구들과 떠들고 재잘거리던 소리가, 좋아라 손뼉 치며 까르르 웃던 웃음소리가, 물안개 피어오르듯 물속에서 솟아오르는 듯하다. 모두들,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어찌 살아가고 있을까· 내게 추억으로만 남아있는 고향 집은 어떤 모습으로 물속에 잠겨있을지 궁금하기만 하다. '저 많은 물이 다 빠져 버려, 한 번만이라도 예전 풍경 그대로 되살아날 수는 없을까·'하고 부질없는 생각을 해본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어릴 적 추억이 쌓여있는 그곳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 한참을 서성이다, 하얀 연기가 꿈틀거리며 올라가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솔향기 폴폴 피워내며 밥 짓던, 해질 녘 고향의 고즈넉한 풍경을 떠올리니 발걸음도 사뿐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구수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연기가 오른 곳에 다다르니, 군고구마 통에서 장작이 활활 타고 있었다. 상상했던 시골의 정취와는 달
충북 사람이 서울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면 손부터 잡는다. 통성명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화번호도 주고받는다.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가 같은 초등학교를 나왔다고 하면 금방 말투부터 달라질 것이다. 남이 아니라는 뜻이다. 피를 나눈 사이는 아니지만 형이나 동생처럼 의지하고 살자는 다짐이다. 서울에 사는 동문이 얼마나 되고, 누구는 어디에 근무하며, 누군 돈을 얼마나 벌었다는 따위의 말을 나누게 될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특별한 인연인데 만약 중학교까지 같은 학교를 나왔다면 기연(奇緣)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들이 대학은 물론 일도 같은 직종에서 하고 있다면 놀라운 일이 분명하다. 그런 인연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6.13지방선거에서 충북교육감 예비후보로 등록한 심의보·황신모 두 사람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심 후보는 65세이고 황 후보는 64세이니 한 살 차이다. 그들의 인연은 옛날 청원군 강내면 월곡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심 후보가 1년 선배지만 이웃동네에서 성장했으니 서로가 집안까지 잘 아는 사이일 것이다. 심 후보는 다섯 살 때 천자문을 뗄 정도로 재주가 좋아서 신동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황…
우리는 수돗물을 잘 마시지 않는다. 집집마다 고급 정수기가 필수 가전제품이고, 대형마트 식품군 중 생수 판매비중은 여전히 높다. 통계적으로도 국내 수돗물의 직접 음용률은 5% 수준으로 미국의 56%, 일본의 52%에 비해 극히 저조하다. 수돗물은 상수도시스템을 통해 공급하는 물을 말한다. 영국의 의학전문지 브리티시메디컬 저널에 따르면 위생적인 수돗물 공급은 1840년 이래로 가장 중요한 의학적인 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인간의 수명을 30년이나 연장시킨 인류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발명품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러한 수돗물이 우리나라에서는 유난히 불신이 많고 사랑받지 못한다. '댐에 녹조가 많이 발생하는데, 소독약 냄새가 많이 나는데, 수도배관이 녹슬고 저수조가 더럽다는데' 등 원수에 대한 불안, 녹물과 약품냄새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이는 과거 국민의 불신을 살만한 수질오염사고 라든지, 오래된 아파트의 배관 및 저수조를 고발하는 언론 보도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수돗물 생산 및 공급시스템이 고도화돼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받고 있는 요즘도 수돗물 불신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최대 공급자인 K-water가 생산하는 수
공직사회도 발전을 거듭하여 능력과 자격, 성적이 우수한 인재를 우선 채용하는 실적주의로 변천했다. 신분사회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계급이 결정 되지만 계약사회에서는 돈과 경제적 이득을 쫓아 계약에 의하여 신분이 결정된다. 공직도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 공직에서의 성공여부는 사람을 어떻게 사귀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나를 발전시키고 키워주는 것도, 나의 공직생활을 실패로 만드는 것도 주변사람들이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과 유대는 공직생활의 길잡이가 되기도 한다. 공직생활 중 일어나는 신변 변화를 상의할 사람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학교 선배이든, 직장에서 모신 상사이든, 동료이든, 진지하게 나의 문제를 지적하고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이 꼭 필요하다. 공직은 때론 엄청난 변화를 일으킨다. 정권이나 제도가 바뀌면서 공무원 신분도 때때로 요동치며, 지위 상승의 기회가 오기도 한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잡을 수 있는 능력은 늘 갖도록 수련해야 한다. 직장생활에서 가장 괴로운 것은 업무량이 많고 적음 보다는 상사와의 관계에서 질책과 괴롭힘을 당하거나 무시로 인하여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 경우다. 이런 경우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할 때에는 공직생활에 큰 상처로 남을
꽃샘추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주말을 맞았다. 우리 부부는 목적지도 정하지 않은 채 무작정 외출준비에 들어갔다. 물과 모자를 챙기며 부산을 떠는 가운데 전화벨이 울렸다. 큰언니였다. 등산 계획이 있느냐고 물어왔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도 좋다며 같이 가자고 부추긴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계획에도 없었던 대청댐으로 봄 마중을 나갔다. 물길을 따라 걷는 길에는 산수유 꽃망울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부풀어 있다. 꽃다지도 땅바닥에 찰싹 붙어 꽃대를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좀 더 따뜻할 때를 기다리며 개화開花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도 꿈을 향하여 열심히 준비하는 사람에게 좋은 기회가 오는 것이며 행복이라는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을, 봄은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넌지시 알려주고 있다. 둘레 길을 걷는 사람들의 얼굴이 봄처럼 순하다. 나도 애써 순한 표정을 지으며 호수의 풍경을 둘러본다. 멀리 보이는 동네와 도로, 그리고 흐르는 물이 가슴에 안긴다. 보슬비처럼 촉촉하게 스미는 익숙한 감정을 가슴으로 느낀다. 그런 것이었구나! 피를 나눈 언니가 내 옆에 있다는 것은 바로 고향을 보는 마음이었다는 것을. 언니와 나란히 걸으며 세월
우리 민족은 위대하다. 어떻게 된장 속에 넣어 오랫동안 묵혀 음식을 만들고 먹을까· 그 지혜가 새삼 놀랍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유목적인 수렵문화가 발달한 고구려에서는 오래 묵힌 음식이 별로 전해지는 것이 없지만 된장, 간장, 고추장 등은 주로 신라에서 각종 어류의 저장식들은 백제에서 널리 애용되고 발전되어 왔다. 이러한 우리 음식사에서 묵힌 또는 삭힌 음식은 한국 고유의 음식문화라 할 수 있다. 발효시켜 맛이 나는 묵힌 음식의 발효식품은 전라도의 홍어, 함경도와 강원도 등의 가자미식해, 경상도의 대두콩잎 저린 것들과 같이 전국적으로는 김장김치가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깻잎장아찌, 고추무침, 청국장(淸麴醬) 등 묵힌 음식들은 추억 또는 향토음식으로 통한다. 홍어나 청국장은 상온에서 삭힐 수 있음에도 우리 조상들은 볏짚에 있는 유익한 균(納豆菌)을 이용해 맛있는 음식을 발견했다. 그 냄새를 아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향이 아주 강하지만 즐겨 먹는 사람들은 "그 냄새가 역겨워도 먹을 때면 고소, 구수하다 등 실로 독특한 맛"이라 평한다. 가히 그 냄새만으로도 음식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연상시키는 삭힌 음식들은 청국장과 함께 사찰음식으로 삭힌 콩잎
안중근 의사는 1910년 2월 14일 마지막 공판에서 사형이 선고됐다.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는 아들에게 사형이 선고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 안중근 의사의 두 동생을 급히 여순(旅順)으로 보내 다음과 같이 일렀다. "옳은 일을 하고 받는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떳떳하게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한국의 대한매일신보와 일본의 아사히신문(朝日新聞)에는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안중근 의사는 항소를 포기하기로 결심한 뒤 사형이 집행되기를 기다리며 자서전을 쓰기 시작했다. 안중근 의사의 자서전(自敍傳) '안응칠 역사'는 1909년 12월 13일에 쓰기 시작해서 1910년 3월 15일에 끝마친 것으로, 출생에서부터 의병 활동과 하얼빈 의거, 그리고 여순에서 사형 선고를 받기까지의 옥중생활을 기록하고 있다. 안중근 의사는 자서전을 끝마친 뒤 3월 15일부터 '동양평화론(東洋平和論)'을 쓰기 시작했다. '동양 평화론'은 안중근 의사의 사상을 대표하는 것으로, 항상 이해관계가 서로 엇갈리기 쉬운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양의 세 나라가 중심이 돼 여순과 같은 분쟁이 자주 일어나는 지역에…
해가 바뀌면 사람들이 달력을 펼쳐보며 기념일들을 살펴보고 생일을 기록하듯이, 하늘과 날씨를 바라보는 기상인들 에게도 생일과 같은 날이 있다. 날씨를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이들에겐 달력에 큰 동그라미를 그려놓게 되는 날, 3월 23일 바로 세계 기상의 날이다. 이날은 세계기상기구(WMO,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의 창립 협약이 발효된 날로, 1960년 3월 23일을 '세계 기상의 날'로 제정하고 1961년부터 이 날을 기념해 오고 있다. 기상의 날은 기상과 관련하여 각 나라 간 협력의 의미를 다시금 인식하게 하고, 그 발전을 기원하기 위한 것으로 매년 시대에 따른 기상관련 주요 관심사를 주제로 정하고 있다. 과거 기상의 날 주제를 보면 그 시대가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다. 1990년대에는 자연재해 경감, 경제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기상업무와 같이 주로 사회·경제적 측면의 주제였으나, 최근에는 우리가 마시는 공기, 당신의 행복을 위한 약속, 우리의 미래를 견인하는 기상·기후·물과 같은 건강과 미래를 주제로 전환되면서 날씨기반의 복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올해 기상의 날 주제는 '날씨
시간은 꼬리도 없이· 잘도 헤엄친다. 벌써 새해를 맞고도 두 달이 어제로 흘러갔다. 성급한 초봄이 겨울의 끝자락에서 길을 잃고 주춤거린다. 아직은 칼칼한 월문리의 아침이 눈을 뜬다. 난로 위에서는 생강과 계피를 넣은 주전자가 끓고, 꿀꿀이는 난로 앞에 배를 깔고 엎드려 시간을 잊고 있다. 산을 향해서 난 거실 유리창 앞에는 햇살이 수없이 많은 발을 들이 밀고 있다. 나는 창가에 흔들의자를 놓고 햇살을 쬐며 『호모데우스』를 펼친다. 내 옆엔 철이와 영이가 엎드린 채 꼬리를 흔들며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있다. 컴퓨터 유트브에선 쇼팽의 녹턴이 흐른다. 거실에 풀어진 쇼팽의 선율이 허공을 가득 채우며 떠돈다. 하루가 아다지오 보폭으로 걷기 시작한다. 창으로 넘어오는 햇살의 꼼지락 거리는 발가락을 눈으로 만지고 있는데, 피지에서 문자가 날아든다. 도원리 언니다. 피지로 어학연수를 간 언니가 이곳의 안부를 묻는다. 육십이 다 된 나이에 학생비자로 먼 이국땅에 가서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언니가 마냥 부럽고 또 대단해 보인다. 그곳의 날씨와 풍경들과 사람들의 이모저모를 톡으로 보며, 새삼 지구촌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언니는 시험지를 사진 찍어 톡으로 보내온다. 17문
일요일 새벽 전화벨이 울린다. 동도 트지 않은 이 시간에 무슨 전화일까. 혹시 부모님 신변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닐까. 그 짧은 순간에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얼른 수화기를 들어 전화를 받으니 어머니의 목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온다. "애비야, 오늘 뭐하니!" 별일 없으면 원주에 있는 절을 가자고 하신다. 내려앉은 가슴을 추스르며 새벽부터 왠 절이냐고 물으니 그냥 오래 전부터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단다. 평소 다니던 절을 가까이 두고 왜 원주에 있는 절을 가자고 하시는지 알 수가 없었다. 급하면 동생과 함께 다녀오라고 해도 나와 함께 가시겠단다. 무슨 이유일까.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소풍가는 어린아이처럼 밝게 웃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것도 오랜만의 일이다. 둘이서 떠나는 여행길, 따사로운 햇살아래 노란 개나리의 꽃망울들이 희미하게 그 빛을 발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소중한 것은 쉽게 얻어지지 않는가 보다. 부처님을 뵈러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안았다. 남제천 톨게이트를 돌아 제천방향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차가 기우뚱 하더니 뒷바퀴에서 탱크 굴러가는 소리가 난다. 펑크였다. 우선 급한 대로 견인차를 부르고 어머니와 나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첫 주 월요일이다. 입학식 후 '흥부전'을 공연 해 달라는 증평초병설유치원 선생님으로부터 부탁을 받았다. 좀 먼 곳이라 이른 아침 재능기부를 하기 위해 출발했다. 교문 안에 있는 주차장에 도착하여 주차를 하고 소품을 챙겨 들었다. 강당을 향해 가다가 앞서가는 이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여 눈여겨보았다. 새 옷에 새 신발을 신고 엄마의 손을 잡고 폼 나게 아장아장 걷는 모습이 입학생인 모양이다. 그 자태가 참으로 귀엽고 앙증스러웠다. 그 아기가 생활 할 유치원이 활기찬 웃음꽃이 활짝 필 것을 상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담당 선생님의 안내로 강당으로 들어서니 입학식장 정면위에 '힘찬 새 출발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반겨주었다. 입학생과 학부모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는 글귀가 내 가슴을 마구 뛰게 했다. 아가와 엄마들이 얼마나 고대하던 입학식인가. 새학기, 새학년, 새교실, 새친구, 새담임선생님, 새가방에 새학용품을 챙겨 넣고 손꼽아 기다렸던 그들이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툴고 어설픈 긴장 속에 새로운 환경으로 옮겨진 아가들이다. 그들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즐겁게 뛰어놀고, 공부하는 가운데 호기심의 천국에서 점
'직지(直指)'는 한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문화유산이다. 고려 말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하여 찍은 불서 중 하나다. 독일의 구텐베르크의 발명보다 78년이 앞서는 것으로 현재 파리국립도서관에 있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게다. 왜 직지라는 이름을 얻은 것일까. 불교 고승들의 언행을 모은 것이라는데 직지심체요절을 줄여 이같이 부른다. 직지란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에서 나온 말이다. '참선을 통하여 사람의 마음을 바르게 보면, 마음의 본성이 곧 부처님의 마음임을 깨닫게 된다.'라는 뜻이다. 직지가 태어난 고려 시대 가람 흥덕사(興德寺) 터가 찾아진 것이 33년 전 1985년 10월이다. 영원히 찾지 못할 뻔했던 절터의 발견은 기적과 같은 것이었다. 당시 흥덕사지의 발견은 학계의 오랜 숙원이기도 했다. 필자도 전문가들과 더불어 수년간 인근의 절터를 샅샅이 뒤지기도 했다. 청주 인근의 절터나 마을 지명이 '흥'자가 들어가는 곳이라면 달려갔다. 그래도 흥덕사 절터를 찾지 못했다. 절터가 찾아진 것은 운천동일대의 택지개발이 한창일 때다. 청주대학박물관은 운천동 모퉁이에서 이름 없는 작은 절터를 발굴 중이었다. 그런데 충북도문화재과로 한 시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