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 사주는 좋은지, 나쁜지 봐 주세요." 평생 명리학(命理學)을 연구하고, 강의하면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입니다. 이는 곧 많은 이들이 좋은 사주와 나쁜 사주가 별개로 존재한다고 믿는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인생은 참 불공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주의 좋고 나쁨을 묻는 질문을 받으면, 슬쩍 창밖의 풍경을 가리킵니다. "봄은 좋은 것인가요, 나쁜 것인가요?" 그렇게 반문하면, 사주를 의뢰한 사람은 살짝 당황합니다. "봄은 봄이지, 좋고 나쁜 것이 어디 있어요? 아, 어쩌면 취향은 있겠군요. 전 추운 겨울보다는 봄이 더 좋아요." 의뢰인은 이렇게 스스로 답을 구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사주에는 자연이 변화하듯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성향이 존재합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의 타고난 성향은 있지만, 그 성향의 좋고 나쁨은 없다는 말입니다. 중국의 유명한 명의(名醫) 화타는 10년 동안 자신의 문하에서 의술을 배운 제자에게 뒷산에서 약에 쓸 수 없는 재료를 찾아오라고 말했죠. 제자는 종일 산에서 헤맸지만 약에 쓸 수 없는 재료는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어요. 제자는 어둑어둑한 저녁 무렵 빈손으로 스승 화타 앞에 나타났습니다. "제
부모가 노비신분이면 자식도 노비로 살아야 하는 신분질서로 꽉 막혔던 시대가 있었다. 자식 된 도리로 부모를 장남이 모시는 게 절대적이던 시대가 있었고, 결혼하고도 여성이 직장생활을 하면 남편의 무능력으로 내몰던 시절도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자녀를 집에서 키우는 것이 당연하던 시기도 있었다. 지금이야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세상에나"할 일이지만 불과 몇 십 년 전의 사고방식이었고, 우리의 문화였다. 그것을 완전히 뒤바꿨다고 할 수는 없지만 현 시점을 기준으로 그런 생각이 주류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세상은 달라졌다. 아픈 부모를 전문시설로 모시는 게 현명한 시대이고, 결혼여부와 상관없이 직장생활을 통해 자아성취와 경제적 독립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 버렸다. 초등학교 입학 전 어린이집에 다니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고 오히려 그 과정을 국가가 책임지고 있다.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혼인관계를 유지하지만 각자 따로 살면서 한 달에 한두 번 만나는 부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부가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면서 좋은 감정을 갖고 부부로서의 만남을 이어가는 것이 본래의 목적이다. 말하자면 '결
"죄 없는 그대들은 가고 / 잔인한 달 4월에 / 이제야 들었다. 그대들 음성이 / 메아리 되어 / 겨레의 가슴에 징을 치는 것을" '학생혁명 시집'에 실린 김춘수 시인이 쓴 시 '이제야 들었다 그대들 음성을'의 일부다. 참여 인원 10만 명이상, 사망자 수 185명, 부상자 수 1천500여 명. 4·19 혁명(四一九革命) 또는 4월 혁명(四月革命)은 19일인 오늘로부터 58년 전인 1960년 4월 19일 대한민국에서 제1공화국 자유당 정권이 이기붕을 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한 개표조작에 반발하여 부정선거 무효와 재선거를 주장하는 학생들의 시위에서 비롯된 혁명이다. 3·15 부정 선거의 무효와 재선거를 주장하던 3·15 마산 시위에 참여한 마산상업고등학교 입학생 김주열이 실종된 지 27일 후인 4월 11일 아침 마산 중앙부두 앞바다에서 왼쪽 눈에 경찰이 쏜 최루탄이 박힌 처참한 모습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이승만 정부의 강경진압에 맞서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교수와 시민들도 동참하게 됐다. 결국 4월 26일 오후 1시에 이승만은 라디오 연설을 통해, 대통령 자리에서 하야했다. 그 후 대한민국 최초이자 최후의 의원내각제 정부이자 헌정 사상 두 번째
최근에 정부는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보행자 중심으로 차량의 제한속도를 도심지역은 60→50㎞/h로, 이면도로는 30㎞/h로 낮춘다고 했다. 우리나라 사망자 중 보행자 비중의 40%로 대단히 높고 보행자 사망사고의 52%가 이면도로에서 발생되고 있다. 이면도로란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폭 9m 미만의 도로를 말한다. 그러나 보행자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도로는 주택가 이면도로가 아니라 2차로로 구성된 지방도, 국도에서 발생되고 있다. 왜냐하면 보도는 비좁고 포장이 안 되어, 특히 야간이나 비가 오는 날에는 차도를 이용 보행하다, 치명적인 사고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2개월 전 정하동 토성길에서 최 모씨가 야간에 길을 걷던 중 1,5t 차량에 치여 숨졌다. 참고로 아직도 보도가 비포장인 도로가 많은데 이러한 도로를 걸어가야 할 경우 보통 때와는 반대로 좌측으로 차량을 마주 보며 걸어야 사고를 피할 수 있는 안전한 보행방법임을 강조하고 싶다. 사례를 들면 진천~초평 간 지방도 592번 도로(지금은 4차로로 확장됨)는 도로 선형이 좋아 차량은 80㎞/h이상 과속을 하는데 보도는 정비되지 않아 보행자 사망 사고가 많았다. 결국 진천경찰서에서
세상을 살다보면 억울한 일을 당하게 마련이고, 이런 때 찾는 게 법이다. 물론 법에 호소하기 전까지는 대화로 해결해 보려고 무진 애를 쓴다.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때 마지막으로 찾는 게 법이다. 그렇다면 법은 억울한 사람에게 희망이어야 하고, 절망한 서민에게 길잡이여야 한다. 문제는 법으로 해결하려고 찾아가면 더 절망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 억울한 사람을 보호하지 못하는 법이라면 현실에 맞도록 개정하는 게 국회의원의 임무다. 정치권에서 이런 일을 못 하면 법조계라도 들고 일어서야 한다. 이런 일을 맨 먼저 파악하는 게 법무사나 변호사이고, 마침내 판사나 검사도 알게 마련이다. 이들이라도 나서서 법 개정 필요성을 제기해야 한다. 이런 법이 부지기수이고, 수많은 사람이 고통당하는데도 아무도 고치려고 하지 않는다. 예를 하나 들겠다. 올해 칠십 세인 한 농부의 이야기다. 나이도 많고 건강도 좋지 않아서 농사짓던 땅 1천여 평을 임대주기로 하고 부동산에 내놓았다. 어느 날 벌을 키우는 양봉업자가 찾아왔다. 일 년에 30만 원씩 받기로 하고 계약했다. 계약 기간이 다 되어가자 기간이 만료되어가니 원상회복해서
꽃눈이 날리는 황홀한 봄날이다. 따스한 햇살이 옷 속으로 파고들어 살갗을 간지럽힌다. 사방을 둘러봐도 꽃들에 취한 얼굴들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여유롭게 거니는 쌍쌍의 커플들은 찰칵찰칵 낭만을 담기에 바쁘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행색에서 느껴지는 평화로움 속에 유독 눈에 띄는 아주머니 한 분이 계신다. 포대기로 어린아이를 업은 듯한 자세로 조금은 분주하게 바삐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옆에서 나와 걷고 있던 딸아이가 "엄마, 아줌마가 개를 업었네."라고 한다. 정말이지 개를 업고 걷고 있었다. 순간,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사람은 더불어 함께하는 사회적 동물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이, 서로가 함께 의지하며 공동체 속에서 살아오고 있다. 그런데 산업사회가 발달할수록 개인 중심의 사회로 변화하며 홀로 사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홀로 사는 사람들이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반려동물을 애지중지 키우면서,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밥 먹고 함께 산책하곤 한다. 물론,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을 나쁘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맞벌이인 나도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다. 친구들은 학교 끝나고 집에 가면 엄마가 반갑게 맞아주는데, 집에 오
옛날 천년 고도라 부르는 우리 고장 청주에서 난데없이 온 나라를 뒤흔드는 쿠테타가 일어났었다. 그것을 보통 '이인좌의 청주 반란'이라 일컫고 역사에는 '무신 난 戊申亂'이라고 적었다. 1728년 영조 4년 3월 15일의 일이었다. 그날, 청주는 당연히 발칵 뒤집혔고 이인좌가 이끄는 반란군은 단 하루만에 관아를 점령했다. 그때, 청주목사 박당은 혼자 도망쳤고 병마절도사 이봉상, 영장 남연년, 비장홍림은 목숨을 잃었다. 그 일로 홋날 박당은 삭탈관직 당했고, 순국한 그 세 사람은 나라로부터 그 충성심을 높이 사서 청주 수동 표충사에 배향되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그에 관한 책임을 물어 충청감사 권참은 섬으로 유배되고 충청어사 이도겸은 파면 당했다. 그리고 청주는 서원현으로, 충청도는 공충도로 강등되었다. 무려 9년 동안이었다. 그토록 엄청난 재앙의 폭탄을 터트린 이인좌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는 세종대왕의 11세손으로 명문대가 집안 출신이었다. 그의 증조부는 공조판서, 조부 형제는 형조판서 전라감사를 지냈고 좌찬성 윤후의 손자사위로 남인에 속했다. 그의 외가가 괴산 송면 이어서 자주 그곳과 청주를 들락거리면서 많은…
여자는 봄을 타고 남자는 가을을 탄다고 했던가! 여자의 계절, 봄이 왔다. 새싹이 돋아나고 나무들이 녹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산천이 기지개를 켠다. 따스한 봄바람에 마음이 살랑살랑해져 나도 모르게 봄의 정취에 이끌려 거리로 나선다. 발길 닿는 대로 걷다보니 무학시장 근처 대봉교와 소봉교 중간지점이다. 이곳은 충주시내 중심을 흐르는 교현천과 지현천이 하나로 만나는 곳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이름 모를 산나물, 텃밭에 심을 묘종 등이 즐비하게 주인을 기다리는 인근 전통시장에서 풍기는 싱그러운 초록의 봄 내음이 코끝을 간질이는 것 같다. 물길이 합쳐져서인지 여기부터는 하천이 제법 너른 폭을 유지하면서 삼원초등학교 뒤편으로 흘러 국원고등학교를 부채 호 모양으로 돌아서 하천에 새들이 많아 봉계라 불리던 주택가를 지난다. 이어 방씨들이 많이 살아서 상방과 하방이라 불리게 된 봉방동 푸르지오아파트와 대규모 하우스 단지를 끼고 무심히 흘러간다. 대봉교 아래 하천 산책길로 내려가다 보니 누군가 길가 벚나무 아래에 꽃을 몇 송이 줄지어 심어 놓은 것이 눈에 띈다. 아직 작은 꽃망울만 빨갛게 보이는 초록 한 움큼이 절로 미소 짓게 한다. 4월 따스한 바람을
북 콘서트를 다녀오다가 다섯 정류장을 남겨놓고 버스에서 내렸다. 내가 좋아하는 산책길에 들어서니 양쪽 길의 가로수가 다정하게 손잡고 있다. 연녹색의 단풍잎은 이제 갓 돌을 지낸 아가의 손처럼 작고 귀엽다. 봄비를 먹고 있는 초목은 밖에서 실컷 놀다 들어와 깨끗이 세수한 일곱 살 적의 아들 얼굴 같다. 4월의 중간쯤을 달리고 있는 요즈음에만 볼 수 있는 수채화 같은 풍경이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서 같은 노래를 반복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 아무래도 한 시간 전에 다녀온 북 콘서트 행사에서 최시선 작가의 하모니카 연주에 맞춰 불렀던 노래 때문인가 보다. 지난 3월, 청주시 성안길 한 서점에 인문학 소통 공간인 '문화공간 우리'라는 사회적 협동조합이 생겼다. 인문학 강좌 '공감' 인문학 프로그램 '동행' 예술체험 프로그램 '끌림' 청소년 동아리 지원 '키움' 열린 마당 '소풍' 등 아홉 가지가 테마별로 운영된다. 각 월별로 요일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북 콘서트는 지난 3월에 있었던 권시우 작가의 '사람을 배우다'에 이어 오늘이 두 번째 행사다. 모든 일을 미루고 서점
국내 커피시장이 최근 10년새 3배 이상 커져 그 규모가 11조 7천억 원을 넘어섰다. "물보다 커피를 더 자주 마신다"는 말이 실감나는 지표가 아닐 수 없다. "커피는 교양이다"는 말이 생활 속에 스며들면서, 커피를 이야기하며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커피이야기 중 널리 회자되는 것이 기원설이다. 커피의 탄생과 관련해 가장 오래된 이야기는 '에덴동산의 기원설'이다. 창조론을 믿는 사람들에게 모든 생명체는 천지창조 때 만들어져 에덴동산에 있어야 한다. 커피나무는 과연 에덴동산의 어디에 있었을까· 구약성서의 창세기는 에덴동산 한 가운데에 '생명나무(tree of life)'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tree of knowledge of good and evil)'가 있었다고 전한다. 인류는 생명나무의 열매를 먹으면 영원히 살 수 있었던 것인데, 아담과 이브가 뱀의 유혹에 빠져 선악과를 따먹음에 따라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됐다고 성경은 가르친다. 창세기는 기원전 1446년~1406년 모세에 의해 쓰여졌는데, 그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와 '선악과'로 표기했을 뿐 '사과'라고 적시하지 않았다. 선악과가 '사과'라고 구체적으로 표기된 것
진상품으로 임금 수라상에 오른 매생이국은 음력 3월이면 끝물이다. 지금에야 냉장시설이 좋아 사시사철 먹을 수 있지만, 옛날에는 찬 기운이 사라 질쯤에 매생이도 같이 사라져 다시 겨울이 오면 먹을 수 있었다. 매생이(每山伊)는 한자로 이끼를 뜻하며 뻘밭이나 자갈, 바위 등에 붙어 자라는 그런 것이란 이름이다. 청정해조류 매생이는 물발이 강하지 않고 수심이 깊지 않으며 오염되지 않은 바닷가에서 자란다. 또 수온에 민감한 매생이는 바닷물 수온이 높으면 녹아버리기 때문에 20도 아래로 떨어지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수확이 이뤄진다. 바다의 별미 식재료인 매생이는 우리나라에서만 먹는 음식인데, 잘 알려진 대로 '미운 사윗국'이란 애칭이 붙어 있다. 딸을 힘들게 하는 사위가 몹시 미웠던 장모가 매생이국으로 찾아온 사위를 한바탕 골탕 먹이는 이야기다. 매생이국은 팔팔 끓여 대접에 담아도 김이 잘나지 않는데, 이 사실을 모르고 급히 먹으면 혀와 입천장을 데여서 말 못할 아픔까지도 감수해야만 한다. 그간 이름조차 낯선 매생이는 장흥, 강진, 완도, 고흥 등 전라도 일부 해안지방에서 주로 먹을 뿐 1990년대 후반부터 전국적으로 알려진 음식이다. 예전에는 어쩌
날씨가 차다. 비바람에 창문은 덜컹대고 가뜩이나 어수선한데 아랑곳없이 따스했던 도서관. 이른 시각이라 한 두 사람만 열람실을 오갈 뿐 조용하다. 불현듯 여직원이 틀어놓은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 내 집 서재에서 따끈한 차를 마시며 좋아하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것 같다. 여기서 더 무엇을 바라랴 싶게 깨알같이 아기자기한 도서관의 하루가 천금보다 귀하다. 남들은 그깟 정도에 뭐 그러랴 하겠지만 나로서는 그보다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 또 없을 듯싶은 그 기분. 오래 전 나의 소원은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었으면 하는 거였다. 서점이 없어 책을 사기도 힘들었다. 책이 필요할 때는 인근의 도시를 찾아다니면서 구입했는데 20년 후에 마침내 도서관이 생겼다. 이따금 가서 책을 읽다 보면 해 지는 줄도 몰랐다. 얼마나 좋은지 그 때의 감격이 아직도 선하다. 그러나 외진 데라 버스도 없고 택시를 타자니 왕복 만원이 넘었다, 주변의 아파트 사람들이 최고 부러울 때였다. 비가 오고 추운 날은 더 간절했다. 도서관 원정을 다니던 것과 비교하면 가당치 않은 타박이었으나, 15년 뒤 마침내 집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생겼다. 걸어서 3분 정도라 조용히 앉아 책 읽는 것만 빼고는…
아주 오랜만에 떠나는 길 여행인지라 들뜬 마음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잔잔한 바다 위를 20여 분 동안 아주 편안한 자세로 지심도에 도착하여 기념사진을 찍었다. 범바위에 우아하게 앉아있는 인어공주가 우릴 반겨주는 듯하다. 마치 동화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산 입구부터 동백꽃이 빨갛게 핀 것을 보고 아주 적기에 잘 왔다고 생각하며 지인과 느린 걸음으로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길바닥은 미끄럼방지용 마대를 깔아놓아 안심하고 편하게 걸을 수 있어 좋았다. 길 양옆으로는 빽빽하게 자란 키 큰 동백나무가 마치 수문장처럼 우람하게 서 있다. 짙은 푸른 잎 사이로 활짝 핀 붉은 꽃들이 어우러진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이 동백 숲은 우리나라에서 원시 상태로 가장 잘 유지되어온 곳이라 한다. 남쪽바다 위에 자리한 이 곳은 그야말로 원시림 그 자체로 천혜의 보고를 간직한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백나무 아래에는 핏빛 동백꽃잎이 수북이 쌓였다. 동백의 붉은 꽃들이 연속으로 피어났다가 미련 없이 꽃송이 채 떨어지는 마지막 모습을 보고 우리네 인생살이와 비교하며 동백꽃의 삶을 예찬해 보았다. 숲속에는 어린 동백나무들과 아이비뿐만 아니라 이름 모를 식물들도 눈에 많이
며칠째 날리는 먼지처럼 인도를 떠돌고 있다. 인도의 거리와 공기와 사람들에 익숙해지고 있다. 뭐라 정의할 수 없는 흐릿한 나라, 경계가 없는 마블링처럼 질서 없이 마구 뒤섞인 나라. 그 걸쭉한 뒤섞임에 내가 섞이고 있다. 오늘은 무굴제국의 건축물인 파테푸르시크리성과 아그라성을 눈에 담기로 했다. 마음으로 찍어야 눈을 감아도 떠오른다고 했던가. 카메라도 없이 가볍게 나선다. 가는 동안 길에서 만난 노새의 초롱한 눈과 길거리를 활보하는 돼지들의 통통한 엉덩이가 시선을 베어간다. 당근 빛으로 물든 엉덩이를 가진 원숭이도 사람들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니고 있다. 성을 둘러보는데 이번에는 다람쥐다. 자그만 다람쥐들이 사람들 주변을 맴돌고 있다. 다가가도 경계하는 흔적이 없다. 오히려 사람들이 내민 손 위로 팔위로 제집 드나들 듯이 오르락내리락 한다. 다람쥐의 재롱에 잠시 멈춘 길, 지붕을 올려다본다. 비둘기들이 앉아 있다. 한참을 지붕위의 비둘기를 보고 있는데, 한국말이 불쑥 허공을 걸어 내 귀로 날아든다. "저게 문제야?" 여자의 목소리가 고요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귓전에 떨어진다. "저 비둘기를 잡아야해!" 깜짝 놀라 귀를 쫑긋 세웠다. '왜 비둘기를 잡아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여론조사는 연일 고공행진이다. 취임 후 7~80%대의 지지율은 70% 전후를 유지하며 상승도 하락도 없는 부동의 행진을 취임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정당 지지도에 있어서도 가히 일당독재라고 볼 상황이 지난 1년간 유지되고 있다. 모든 야당들의 지지율을 합쳐도 50%대의 여당 지지율에 훨씬 못 미치는 30%를 기타 군소 야당들이 나누고 있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 정치 현실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이러한 정치적 대안세력의 부재를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야권 후보들은 이미 묵시적으로 패배를 전제하고 이름 알리기, 혹은 지방선거 이후의 각 정당에서의 당권경쟁을 위한 정치적 계산이 앞서 있을 것이다. 제1야당이라고 자처하는 자유한국당의 지역별 선거 전략은 더 가관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보수 재건, 문재인 정부 견제라는 기치를 내걸고 큰 소리치던 당대표는 최우선적으로 인재영입과 개혁에 앞장서겠다고 전국을 누비며 종횡무진 활거하였다. 지역별로 새로운 보수, 개혁적 인물로 선거승리를 통한 국민 재신임을 받겠다는 자유한국당의 혁신의 몸부림은 선거를 얼마 남지 않은 현재 공염불이요 자기들만의 리그로 끝날 것 같
환절기라 그런지 노인들이 며칠 사이에 여러 명이 죽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사람이 죽으면 저승사자가 사망시간에 맞춰 찾아가서 저승으로 안내하는 것이 통례지만 비슷한 시간대에 여러 명이 사망할 경우는 매우 난감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금도 사망자를 안내하는 중에 아직 사망할 때가 아닌 자가 죽었다. 이럴 경우 내가 도착하기 전에 망자가 사망 장소에서 벗어나 배회하다가 길을 잃을 우려가 있다. 이런 망자의 혼은 잘못하다가는 떠돌이 혼령이 되는 경우도 더러 생긴다. 전에도 이런 일이 종종 생겨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나서 텔레파시로 동방에게 부탁을 했다. "동방. 날세." "아, 네. 사자님." "부탁이 있는데 들어줄 수 있겠나?" "당연하죠. 그럼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되는 거죠?" "로은리 756번지에 사는 89세 장두세 노인이 조금 전에 죽었는데 내가 지금 다른 자를 안내하는 중이라 돌아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네. 자네가 먼저 가서 망자가 사망 장소에서 이탈하지 못하도록 해주게." "좋아요! 그동안 심심해서 죽을 뻔 했거든요. 헤헤." 동방에게 부탁을 해 놓았으니 안심하고 먼저 사망한 자를 저승세계에 안내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돌아
소설 춘향전의 이도령은 암행어사가 되어 남원에 잠입한다. 그가 제일 먼저 살핀 것은 무엇이었을까. 절개를 지키려다 관장 능욕 죄를 뒤집어 쓴 연인을 구출하기보다는 민생(民生)을 우선 다뤄야 했다. 사또 생일잔치 마당에 들어간 어사는 시를 지어 연회석상에 던지고 나갔다. 그 시는 탐관과 민생을 살피지 않는 지방관장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있다. -금동이의 아름다운 술은 일만 백성의 피요, 옥소반의 아름다운 안주는 일만 백성의 기름이라. 촛불 눈물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높았더라(金樽美酒千人血, 玉盤佳肴萬姓膏, 燭淚落時民淚落, 歌聲高處怨聲高)- 이도령은 암행어사 출도를 외치면서 제일먼저 부(府) 관아 창고를 봉쇄했다(封庫). 그리고 민생을 도외시한 사또를 무릎 꿇려 죄상을 문책했다. 암행어사는 임금이 비밀리 파견하여 지방에 내려가 관장의 비행을 조사하는 제도다. 탐관오리의 색출과 선행자를 발굴하고 포창하는 일도 했다. 그러나 가난한 백성들의 굶주림을 해결해 주는 일이 가장 먼저였다. 다산(茶山) 정약용도 한 때는 정조의 밀명을 받고 경기도 암행어사로 나가 지방관아를 살폈다. 그가 암행하는 동안 지역실정을 눈
사월이 되면 가슴 한편에 늘 묵직하게 매달려 아프게 가슴을 치는 일들이 많습니다. 거리엔 봄날의 차가운 슬픔이 옷깃 여미며 흐릅니다. 미처 뒤 돌아볼 수 없는 팍팍한 날들 속에 더는 주체할 수 없는 고통과 분노의 덧없는 날들이 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사월은 명령을 내립니다. 기억하라고. 더 이상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르지 말라고. 이 사월에 동백꽃이며 유채꽃, 개나리, 진달래, 벚꽃, 산수유, 복사꽃까지 한꺼번에 피었다 집니다.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은 것은 내 마음 탓일까요. 요즘은 주변 사람들이 허망이 떠나는 모습들을 자주 봅니다. 며칠 전 오랜 지인의 죽음 앞에서 참 서럽게 울었습니다. 나보다 연배이기도 했던 그는 나와 80년대에 분단시대라는 동인지 활동을 같이 했던 참 고운 시인이었습니다. 그는 늘 아팠지만 한결같이 아이들을 사랑하고 시대에 부끄럽지 않으려 살았습니다. 그리고 봄 햇살처럼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우리는 참교육이라는 시대적 정당성을 무기 삼아 해직 교사로 거리에 내 몰았습니다. 또한 문학의 열정에 시만 생각하던 그에게 문화운동이라는 엄혹한 현장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비겁하게 그를 위한답시고 뒤에서 박수만 쳤
요즘 제천시가 충주호를 청풍호로 바꿔달라고 요구하면서 '청풍'이라는 표현을 자주 접하고 있다. 제천 지역민은 "제천이 충주호 담수면적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충주댐 건설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으니 충주호를 청풍호로 개명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교통이 불편했기 때문에 강을 하나의 수계로 인식하지 않았다. 따라서 같은 수계이면서도 지역마다 부르는 지명이 달랐다. 청주의 젖줄인 미호천도 무심천과 만나는 부근은 작천(鵲川, 까치내), 석남천과 만나는 곳은 망천(輞川)이라고 불렀다. 조선시대 충청도와 강원도 사람들도 남한강을 지역에 따라 다르게 불렀다. 강원도 정선지역에서는 연촌강(淵村江), 강원도 영월은 금장강(錦障江), 그리고 제천지역에서는 황강(黃江)이라고 불렀다. 이 때문에 조선시대 제천 한수면 일대에는 황강서원과 황강역이 존재하였고, 그리고 권상하(權尙夏)의 조카 권섭(權燮, 1671~1759)은 황강 구곡(九曲)을 설정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제천지역은 "청풍명월의 청풍을 따서 '청풍호'로 하는 것이 충주·제천·단양 등 지역간 합의점을 찾는데 최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제천지역민들은 과거부터 충청도를 청풍명월이라고 불렀고
2018년 4월 13일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년을 맞은 날이다. 일제 36년 식민통치에 항거 국내외에서 임시정부형태로 조직 독립운동을 한 단체로는 1909년 미국에서 박용만 이대위 김홍균이 주도하는 북미지방총회, 윤병구 박성하 정원명이 이끄는 하와이지방총회를 합해 결성한 대한인국민회가 있었다. 1919년 3월 1일 서울파고다공원과 종로 태화관에서 독립선언이 있은 후 3·1독립운동의 주체세력 중심으로 전국 13개 도 대표가 국민대회에서 선포한 한성임시정부도 있었다. 한성임시정부에는 집정관총재에 이승만 국무총리 총재에 이동휘 외무부 총장에 박용만 등 미국 중국 해외에 거주한 독립 운동가를 선출하는 등 대비를 철저히 했다. 국내 거주자로는 내무부 차장으로 한남수를 임명해 국내외 연결역할을 하도록 했다. 그리고 1919년 7월 11일 제5회 의정회 회의에서 임시정부 소재지를 중국 상해에 두되 한성임시정부법통을 이어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또 임시정부로 노령의 대한국민회의가 있었으며, 중국 상해에서 수립한 임시정부 등 국내외에 수개의 임시정부가 조직 활동했다. 그 외에도 신한민국임시정부, 조선민족임시정부, 대한민간정부 등도 있었다. 그들 임시정부는 독립운동대
'보이지 않는 노동-목소리들의 풍경' 이라는 영화가 있다. 2년 전 우리 지역에서 돌봄노동자의 목소리를 담아낸 다큐영화이다. '그들의 일터', '그들의 일터: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테랑'을 지나 다시 '그들의 일터'로 돌아오는 영화는 돌봄 노동의 현실과 돌봄 노동자들의 일상을 찬찬히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노동'이라는 말처럼 노동의 현장을 직접 보여주지는 않지만 무심하게 흘러가는 사람들, 건설 중인 초고층아파트, 단정하게 깍여있는 잔디밭 등 평화로운 일상을 통해 보이지 않는 노동이 우리 삶을 지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든 인간은, 남성과 여성 할 것 없이 돌봄을 필요로 한다. 우리들은 모두 누군가의 돌봄으로 태어났고, 타인의 친절한 돌봄속에 생을 마감하고 싶어한다. 돌봄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없듯이, 돌봄이 필요한 타자에게 응답할 의무가 없는 사람도 없다. 그렇듯 인간은 돌봄을 통해 공정하고 평등하게 관계를 맺는다. 사회의 공정한 원리란 돌봄을 행하고 돌봄을 받는 것을 사회에서 보장하는 것이다. 돌봄을 필요로 하는 저마다의 요구에 따라, 돌봄을 행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또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자원과 기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사회정책이…
오랜 세월 동안 유목민들이 먹을 것을 찾아 떠돌아다니던 아시아 지역에 벼농사가 시작되면서 주민들이 정착하게 되고 땅을 지키기 위한 부족 국가가 생겨나면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의미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재배 볍씨가 발견된 소로리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인정을 받을 만큼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소로리라는 지명과 쌀농사와는 어떤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 그 어원을 찾아 보기로 하였다. 우선 다른 지역의 동일 지명을 찾아보니 유일하게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에 소로리(小魯里)가 있는데 한자 표기도 동일하였다. 부족국가시대에 소라국(召羅國)이 있었다는 유래로 보아 소로리(小魯里)의 '로(魯)'를 중국의 노나라와 연관지은 것은 중국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선비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뿐 음차한 것에 불과한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소로, 소라'의 의미는 무엇일까? 영동군 황간면은 본래 신라 시대에는 소라현(召羅縣)이었는데 이 지역에 '소계(小溪), 실티'와 같은 지명이 있으며,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 소로리(小魯里)에 '가는골(細谷)'이라는 지명은 좁은 길을 따라…
봄이 어느 새 우리네 주변으로 다가왔군요. 겨우내 숨죽였던 모든 사물이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올 겨울은 유난히도 길고 추웠습니다. 동물들에게 긴 겨울은 먹이를 구하기도 힘들고 체온 유지 또한 어려운 법이지요. 때문에 깊은 잠을 자면서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동물들이 생긴 것이겠지요. 개구리나 뱀 같은 변온동물들 말입니다. 겨울잠을 자는 것은 에너지를 가장 적게 소비하는 생존 형태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잠을 자는 동안에도 숨은 쉬어야 하고 심장도 뛰어야겠지요. 체온 또한 정상범위로 유지되어야 하고요. 오랜 기간 영양 공급이 끊긴다면 겨울잠은 죽음으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가을이면 그들은 몸에 지방을 축적하기 위해 많은 활동을 하는 것이겠지요. 겨울잠은 식물에게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목련은 겨울철에 유난히 꽃눈이 두드러져 보이지요. 꽃눈들은 가을에 미리 두꺼운 털옷으로 갈아입고는 그 속에 커다란 꽃망울을 숨긴 채 포근하게 겨울을 보내다 봄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립니다. 이 꽃눈은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라 이미 여름부터 가을까지 준비한 것입니다. 한 해 전부터 형성된 꽃눈이 개화하기 위해서는 낮은 온도의 생활환경이 필요합니
습관은 오랜 기간을 두고 어떤 버릇이 몸에 밴 나머지 그 사람만의 버릇 내지는 고착돼 있는 자신은 그게 나쁜지 좋은 건지조차 판단이 서지 않는 맹랑한 것이다. 습관이라는 것은 짧은 기간에 몸에 배는 것도 아니거니와 하루아침에 바꿀 수도 없는, 어찌 보면 묘한 느낌의 존재라고나 할까· 습관을 더러 버릇이라는 말로 대신하기도 한다. 그런데 버릇을 다소 비난조로 말할 때 버르장머리라고 한다. 이 용어를 보면 결국 습관은 나쁜 경우에 더 많이 말하는 조건이지 싶다. 아무튼 버릇이라거나 습관이라고 하거나 좋은 습관이나 나쁜 버릇도 냉큼 바꿀 수는 없기에 애당초 버릇이 들 때까지 처음부터 조심을 다하는 자세에 대해 모두들 일컫기도 한다. 습관의 하나로 일상생활 중에 절약하는 생활습관은 누구나가 지녔으면 하는 아주 좋은 습관의 하나라고 하겠다. 현재 70~80대들은 가난에 찌들려온 세월을 살아오느라 절약이 아예 몸에 밴 삶을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성싶다. 물론 현재 60대들 중에도 가난하던 세월의 끝자락에서 실제 가난을 겪어온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게다. 1950년대로부터 60년대에는 어느 것 하나도 넉넉한 것이 없었다. 특히 그 중에서 모두가 공통적으로…
유독 청주시장 선거에 관심이 뜨거운 이유는 무엇일까? 충북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이란 의미뿐만 아니라 사실상 충북을 좌지우지하는 영향력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행자부 차관, 청와대 행정관, 충북도 부지사, 도의회 의장, 청주시 의회 의장 등 전·현직 관료 11명이 난립함으로써 후보의 비중이나 숫자에서도 다른 지역을 압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린 어떤 사람을 시장으로 뽑아야 할까? 이런 문제로 고민하는 것은 시장의 역량에 따라서 시정이 변하고, 그것은 금방 시민에게 파급되어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임각수 전 괴산 군수였다. 그가 취임하기 전까지만 해도 괴산은 해만 떨어지면 인적이 끊길 정도로 정체되었다. 임 군수가 취임하면서 산막이 옛길에 관광객이 몰려들더니 대학이 개교하고 군부대까지 들어오면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청주에서도 이런 변화를 몰고 올 시장은 누구일까? 더욱이 지금 충청권은 신행정수도권이 형성되는 과정에 있다. 세종시에 빨려들면 청주는 특성 없는 지역으로 전락하겠지만 행정수도의 관문 역할을 충실히 해내면 중부권의 핵심도시로 성장할 수도 있는 기로에 서 있다. 이런 일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는 시장은 어떤 조건을 갖춰야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