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묘백묘'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으로 중국의 개혁과 개방을 이끈 덩샤오핑이 1979년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와 주장하면서 유명해진 말이다. 중국 인민을 잘살게 하고 국력을 증강시킬 수 있다면 사회주의적인 방식이든 자본주의적인 방식이든 가릴 필요가 없다는 실용주의 경제 이론이다. 왜 새해벽두부터 이런 비유를 들어야만 하는 지 개인적인 시선이지만 지금의 현실이 미세먼지에 갇힌 날처럼 아득하기 만하다. '치매국가책임제' 정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그에 따른 건물, 인력 등 일선 현장의 고민은 깊기만 하다. 농어촌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건물을 신축하거나 하는 데는 문제가 덜 하지만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 반대로 도시지역은 인력은 무난하나 건물을 신축하거나 임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지난 해 11월 국회와 사회단체가 '치매국가책임제 누가 담당할 것인가' 라는 정책포럼을 개최해 치매안심센터의 현황을 공유하고, 문제점 및 해결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포럼에서는 치매국가책임제 주요 과제인 치매안심센터를 마련하는데 있어 인력 및 모형, 지역별 특성 등 여러 요건에 대한 체계적인 방안이 부재하다는 의
"내 목숨이 있는 동안은 자식의 몸을 대신하기 바라고, 죽은 뒤에는 자식의 몸을 지키기 바란다"는 명언이 생각나는 5월, 가정의 달이다. 엄마들에게 가장 마음 아픈 일은 소중한 아기의 아픈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다. 영유아들에게 수족구병 발생이 증가하는 계절이다. 수족구병은 장바이러스(콕사키바이러스, 엔테로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며, 대표적인 증상은 손과 발의 수포성 발진, 입안의 물집과 궤양, 발열 등이다. 발병 첫 주에 가장 전염성이 크고, 잠복기는 3~7일이다. 대부분 5세 미만의 영유아에서 많이 발생하고 봄철에 증가하여 여름에 유행한다. 수족구병 증상은 보통 경미해 7~10일 이내에 저절로 없어지지만, 드물게 뇌막염, 뇌염 등 중추신경계 합병증, 폐부종, 폐출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감염경로는 호흡기 분비물(침, 가래, 콧물) 또는 대변을 통해서 다른 사람에게 전파된다. 즉 사람 간 접촉에 의해서 전파되며, 감염된 사람이 손을 씻지 않은 채 다른 사람을 만지거나 물건의 표면을 오염시킬 때 흔히 전파된다. 전파의 위험성이 높은 장소는 가정(감염자가 있는 경우), 보육시설, 놀이터, 병원, 여름캠프 등 많은 인원이 모이는 장소다. 수족구병
지난주 어머님의 제사가 있었다. 2001년에 돌아가셨으니까 17년이나 되었다. 젊은 시절 고생을 많이 하셔서 오랫동안 아프셨고 힘든 시간을 많이 보내셨다. 돌아가시고 처음에는 형제나 친지들도 모여서 제사를 모셨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도 직장생활에 바빠서 오지 못하고 통영 사는 동생도 먼 거리에 오기 어려워 올해도 충주 사는 막둥이와 둘이 모셨다. 아이들은 모두 오지 않았다. 우리 어릴 때 할아버지 제사를 지내는 날이면 밤 11시가 넘어 아버님이 우리를 깨워서 찬물에 세수를 시키고 큰 집으로 데리고 갔다. 모두 모여 정성껏 제사상을 차리고 축문 읽는 소리가 이웃집 까지 들렀다. 제례문화는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있어왔다. 인간이 집단을 이루고 살면서 지배계급이 생겨나고 그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데올로기를 활용하여 우매한 피지배계층을 지배하게 되었다. 특히 하늘에 제사를 지내거나 조상신을 모시게 되고, 유교사상이 체계화되면서 더욱 발전하였다. 조선 중반 주가가례가 조선의 양반사회에 들어오면서 조상숭배와 제사문화가 우리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게 되었다. 특히 제례는 까다로운 의례로 인하여 생활에 많은 제약이 있었다. 조상에 대한 존경의 의
청주시 흥덕구 봉명2송정동 동장으로 근무한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우리동은 따뜻한 정이 많고 인심이 후덕한 인구 2만7천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지난해에는 제18회 봉황축제를 11개 직능단체 간 서로 협조하고 화합해 어르신과 어린이 등 많은 주민들이 참여해 성황리에 마쳤다. 특히 봉황가요제는 수많은 청주시민들이 참여해 청주시 으뜸축제로 자리매김하는 등 희망차고 살기좋은 동으로 발전하고 있다. 예로부터 살기좋은 봉명2송정동은 두 가지 전설이 전해진다. 먼저, 먼 옛날 소나무 숲에서 봉황이 날개를 펴고 힘차게 울었다는 전설이 마을명으로 전해지는 봉(鳳)명(鳴)이다. 또 다른 유래는 현재 봉명2동사무소 일대를 금반산(金盤山)에서 보면 봉황과 같이 생겨서 봉명이라 했다고 전해진다. 봉황은 나무 열매(竹實)만 먹는데 봉황의 먹이가 있던 곳을 죽천과 왕대골이라 설명하고 있으며 송정은 소나무 정자가 있어서 송정이라 했다고 전한다. 그후 1981년부터 봉명동은 택지개발사업으로 신시가지를 이루고 있다. 지금의 '봉명대로'는 옛날 충북선 열차가 다니던 철길이었다. 1973년부터는 청주산업단지가 조성돼 활기찬 지역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
어금니가 아프기 시작한 건 며칠 전 부터였다. 보통은 하루쯤 지나면 통증이 가라앉아 별일 없이 지나가곤 했다. 동네 치과에서 정기적으로 방문하라는 문자가 왔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무시했다. 오년 전 곤혹스러운 진료 끝에 어금니 두개를 덮어 씌웠다. 치료가 완료되던 날, 간호사가 치실과 칫솔질 방법을 알려주었지만 건성으로 들었다. 거금을 들인 탓인지 한동안 단단하고 질긴 음식들을 잘도 먹었다. 그러다보니 치과에서 준 치실과 칫솔은 기억 속에서 까마득 멀어졌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슬금슬금 어금니가 아프기 시작했다. 입술까지 부어 오른 잇몸을 감당하지 못해 다니던 치과를 다시 찾아갔다. 치아 전체를 촬영한 자료가 금방 컴퓨터 화면에 떠올랐다. 의사가 덮어씌운 어금니를 가리키면서 뿌리가 갈라져서 빼는 수밖에 없단다. 그리고 임플란트 시술로 다시 심어야 한단다. 오년 전 덮어씌우는 데도 엄청나게 힘들었는데, 이번엔 아예 뽑고 다시 심어야 한다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일단 의사 말을 믿지 않기로 했다. 설마 다른 방법이 왜 없으랴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불편을 감수하며 반년의 시간을 버틴 것이다. 간혹 통증이 심할 땐 진통제를 먹기도 하고, 음식물이…
낮에는 보기 힘든 여고생들이 한바탕 우르르 지나간다. 중간고사를 치르고 일찍 귀가하는 중인가보다. 한창 아름다움을 발산할 나이에 있는 아이들은 화장을 안 해도, 교복만 입어도 예쁘다. 웃음을 주렁주렁 달고 즐거워하는 여학생들을 바라보며 "참, 좋을 때다" 입속으로 중얼거리며 처음 다녀온 '구 충주여상' 동문체육행사를 떠올렸다.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간 모교다. 운동장 가의 꽃과 나무도 환영해 주는 듯 바람에 살랑이고 있다. 조금은 변한 듯한 교사(校舍)를 눈으로 둘러보며 마음은 순식간에 39년 전 여고생으로 돌아간다. 여상을 졸업하고 취업을 해서 집안을 일으키겠다는 마음으로 고입 진학을 꿈꾸던 학교였다. 실업계 고등학교가 많지 않았던 시절이라 인근의 음성, 괴산, 제천 등에 사는 친구들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입시를 치렀다. 그래서일까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해서 입학한 우리들은 스스로 자랑스러운 학교라고 자부심도 대단하였다. 벅찬 마음으로 몇 명의 동창들과 만났다. 대부분 졸업하고 처음 만나는 친구들이다. 강산이 몇 번이나 지났지만 친구의 모습은 신기하게도 그대로다. 우리는 만남의 반가움을 가슴에 담으며 행사장인 '한림관'으로 갔다. 행사장 주변
사찰음식은 산채(山菜)이다. 말 그대로 산채는 자연적으로 산과 들판에서 자라는 식용이 가능한 나물이다. 식용 나물은 산나물과 들나물, 재배나물로 나뉜다. 산과 들에서 나는 풀을 통칭하는 '푸성귀, 푸세'와 재배채소를 가리키는 '남새'로 구분해 부르기도 한다. 봄에 나온 새순은 사람과 초식동물들도 다 좋아한다. 우리가 먹는 두릅은 나무두릅과 민두릅, 땅두릅이 있다. 또 엄나무순인 개두릅은 귀신을 쫓고 새싹부터 가지까지 버릴 것 없는데 두릅보다 더 맛있다고 해서 억지로 붙인 이름이란다. 땃두릅(天蔘)은 현재 보호종이므로 채취하면 안 되는 귀한 식물이다. 산나물은 제각기 독특하고 고유한 향과 맛을 지닌다. 겨우내 잃어버린 입맛을 돋우는 봄나물은 단옷날을 전후로 다시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봄나물의 제왕으로 불리는 두릅을 유난히 좋아했다는 백범 김구선생은 "두릅은 비록 가시가 비쭉거려 못생겼지만 그 새살은 얼마나 부드럽고 향기로운지 모른다."며 두릅 향과 맛을 자주 회고했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이순신 장군이 '난중일기'에 쓴 두릅은 두릅나물이 아니라 먹을 양식을 구하기 위해 청어 두름을 곡식과 바꾸었다는 내용이다. 짚이나 칡으로 고사리 따위의 산나물을 열 모
커피의 인기가 지칠 줄 모른다. 물보다 커피를 더 자주 마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커피와 관련한 직업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커피시장 규모가 약 11조 7천억 원으로 10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커졌다. 국민 한 명이 커피를 1년에 512잔, 하루 평균 1.4잔을 마시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커피가 주는 행복을 제대로 누리는 분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내 앞에 놓인 한 잔의 커피가 과연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를 따지지 않고 습관처럼 마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 품질이 좋은 커피는 향미만 좋은 게 아니라 건강에 유익하다. 문제는 나쁜 커피이다. 맛만 나쁜 게 아니라 건강까지 해칠 위험이 있다. 그렇다면, 나쁜 커피를 가려내는 비결이 따로 있는 것일까? 먼저 커피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원산지를 분명히 따져야 한다. 이것은 중국산 참깨인지, 국산 참깨인지를 구별하는 것만큼이나 의미 있는 일이다. 어머니들이 김장용 배추를 살 때, 강원도 배추보다는 더 구체적으로 대관령 고랭지에서 재배된 배추를 찾듯이, 커피도 '브라질이다' '콜롬비아다' '에티오피아다' 국가만을 따져서는 좋은 커피를 만나기 힘들다. 품질
꽃밭 모퉁이 돌아가면 옹기화분에 심은 소나무 한 그루가 있다. 오래 전 뒷산에 갔다가 한 모숨 떠 온 것으로 이제는 제법 팔뚝만치 굵다. 키는 작아도 비늘같은 껍질과 서리 얽힌 줄기가 그 간의 세월을 말해 주는 것처럼 엄숙하다. 올해는 또 봄비가 잦아 더욱 푸르러진 듯하다. 5월이 되고부터는 팍신팍신 송홧가루까지 머금었다, 신록의 계절을 맞아 특별한 감동이었는데. 쇠처럼 억센 등걸에서 우물보다 깊은 연륜을 본다. 먼 세월 그루터기에 한 점 씨앗으로 자란 나무가 비바람에도 산다라 남게 된 것은 오래 단련된 의지였거늘. 철사를 끊어 줄기를 감을 때마다 스스로 모질다 싶을 때가 많았다. 얼마 후에는 철사의 굵기대로 움푹 파이는데, 비바람에 찢긴 것도 아니고 멀쩡한 가지에 생채기를 낸 격이라 마음이 편치 못했다. 한 두번 아니고 가지가 나올 때마다 서로가 못할 짓이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분재가 되기 어렵고 기왕 내친 김이라고 나무를 위해서도 참기로 한 것이다. 나무로서도 하늘 향해 마음껏 가지를 내고 싶었을 테지. 좀 더 자라면 흰 구름 낱낱 떠 앉히고 산새들 예쁜 노래도 청해 들을 수 있었겠지만 분재로 크다 보면 하늘이니 구름과 새도 훨씬 더 아기자기한…
전국 각 처에는 온갖 꽃들로 꽃대궐을 이룬다. 꽃샘추위를 견디며 봄날에 피어난 예쁜 꽃들을 보면 보는 사람의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을 곱고 아름답게 가꾸어 주는 환희의 선물이기도 하다. 꽃구경 하는 시간 내내 웃음이 저절로 나오고 행복해지기 마련이다. 그 기쁨 때문에 꽃축제나 꽃박람회를 찾아 몸 고생 마음고생을 하면서도 집을 떠나는 모양이다. 몇 해 전 황매산 철쭉꽃 구경을 갔다가 실망하고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목적지는 멀기만 한데 꽃구경 가는 차량들이 좁은 도로를 꽉 메워 오도 가도 못하고 버스 안에서 긴 시간을 낭비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참고 또 참으며 인내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다. 이름난 관광지나 축제장을 가보면 어디를 가나 이런 현상이다. 산 입구에 도착하여 부지런히 산등성이로 올라가는 길옆에 철쭉꽃이 막 피어나다가 얼어서 시든 모습만 보게 되어 황당했다. 이틀 전에 갑자기 밀려 온 꽃샘추위와 강풍에 일찍 핀 꽃들이 된서리를 맞았기 때문이란다. 철죽꽃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게 되었다며 지역 주민들은 전국각지에서 찾아온 구경꾼들을 보면서 안쓰럽다는 말과 함께 울상이 되었다. 사람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일이다. 해마다 꽃이 필 때쯤이면 찾
벚나무 아래 묻기로 했다. 벚꽃이 분분히 날리면 그의 몸도 땅 속에서 분분히 흩어져 날릴 것이다. 우리의 생이 죽음으로 완성되어 날리는 것처럼. 견고한 죽음. 죽음이 단단하게 온 몸에 내려 앉아 있었다. 어제 밤까지만 해도 가늘게 눈을 뜨고 있던 그가 오늘은 눈을 뜨지 않는다. 딱딱하게 굳은 그의 몸을 여기저기 뒤적여 보며 말랑한 삶의 흔적을 찾아본다. 언제부터 벌레들이 터를 잡았던 건지 그의 온몸에 벌레들이 꼬물거리고 있다. 머리털을 들추자 바글거리는 몸짓들이 빼곡하다. 다리 아래 털을 까자 죽음을 파먹는 삶의 잔치가 한창이다. 항문 주위를 뒤지자 그곳도 붐비는 건 마찬가지였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도 살아있었는데, 몸에는 어느 새 죽음을 빨고 있는 벌레들의 천국이다. 벌레들도 그의 몸에 가득한 죽음을 예견하고 미리 터를 잡은 것일까. 이렇게 많은 벌레들이 죽음 직후 느닷없이 어디서 몰려 왔을 리는 만무하다. 죽음의 그림자를 보고 서서히 몸에 알을 깠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그동안 죽음의 그림자가 얼마나 길게 드리웠던 것인가. 난 그것도 모르고 설마 설마하며 그를 놓지 못했다. 그가 살아있는 동안 최근 3주를 제외한다면, 그는 그야말로 서슬이 퍼랬었다.
5월이다. 봄날 그 뜨겁게 우리의 산하를 불살랐던 꽃들의 향연은 이제 서서히 지고 있다. 너무도 많은 색채와 향기에 취해 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살아왔다. 새들이 날고 그 날개 너머로 타오르는 햇살에 눈을 잠시 가려본다. 꿈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도저히 당대에는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 것들이, 그동안 답답하고 한탄스러운 그 모든 부패의 사슬들이 일거에 뻥 뚫리는 것을 보았다. 드러누운 세월호가 세워지고 노란 날갯짓의 나비가 훨훨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통일의 열차를 타고 저 멀리 시베리아를 달리는 꿈을 꾼다. 이제껏 대한민국의 국민인 것이 이렇게 자랑스러운 때가 없었다. 탄핵과 촛불의 광장에서 태어난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과 통일이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오롯이 녹여 새로운 정부의 탄생을 알렸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켜켜이 쌓였던 적폐청산을 위한 노력과 평창올림픽에서의 남북단일팀 구성과 공동응원, 그리고 문화예술사절단들의 교환과 바로 이어진 남북 정상의 판문점 회동은 실로 가슴 벅차는 감동 그 자체였다. 그것은 이제까지 억압되었던 적대적 분단체제의 질곡을 걷어내는 것이었으며 사람이 우선하는 민주주의의 새로운 길을 여는 신호탄 이었다. 대
지난 5월 8일 저녁 8시 채널별 시청률을 보면 MBC 뉴스데스크 3.1%, SBS 8 뉴스 4.2%, JTBC 뉴스룸 6.4%로 조사되었다.(닐슨코리아 자료) KBS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들이 8시대에 저녁 뉴스를 편성해 이 시간대는 치열한 뉴스보도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9시에 단독으로 저녁뉴스를 편성한 KBS의 '뉴스9'이 상당히 높은 14.1%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경쟁 뉴스프로그램이 없는 흔히 말하는 무주공산에 따른 결과일 것이다. 각 뉴스프로그램의 시청률을 합산해 보면 동시간 대에 전체 TV 시청자 중 대략 15% 내외가 뉴스를 보려고 한다는 것을 추정할 수가 있다. 따라서 8시 대 각 채널별 뉴스프로그램은 15%의 시청자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TV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은 사회적 관심, 특정 사건사고, 혹은 출연진 등의 여러 변수들로 부침을 반복하는데 이를 통해 특정 프로그램의 인기나 좋고 나쁨을 단순히 비교, 혹은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뉴스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일반 프로그램의 인기측도와는 다른 속성이 있다. 뉴스프로그램이 가지는 특수한 시청 속성으로 공정성, 속보성, 사실성 등이…
죽은 노인을 안내하고 돌아오는 길이다. 보통은 사자들이 안내한 자를 기억하는 일은 드물다. 그럴 필요가 없기도 하지만 기억할만한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돌아오는 내내 그 자가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내가 안내한 그 노인은 살아생전부터 저승으로 갈 길을 예측이나 한 듯이 나를 앞질러 걸었다. "이보시게. 그렇게 앞장서 가다 다른 길로 가면 어쩌려고 그러는가?" 내 말을 들었는지 노인이 뒤를 돌아보며 빙긋이 웃었다. "허, 희한한 자일세." 이제 막 이승을 떠나는 자들은 어안이 벙벙한 상태이거나 저승길이라는 걸 알고 두려워서 어쩔 줄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런데 이 자는 참으로 알 수 없는 모습을 나에게 보이고 있었다. "자, 내 뒤로 오시게." 그 자는 내 말을 안 들을 수 없으니까 마지못해 내 뒤로 가서 따라왔다. 한참을 그렇게 따라오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또 앞질러 가고 있었다. "어허, 저승으로 가는 게 뭐 그리 급하다고 앞서 가는가?" 그 자는 자신도 모르게 한 행동이 멋쩍은지 머리를 긁적이고는 다시 내 뒤로 와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보아하니 마음이 급한 모양인데 그 사연 좀 들려주시겠나?"…
대한민국 2018 우리의 시계(視界)는 어떤가. 흐린가. 혹은 밝은가. 아니면 밝아지고 있기는 한가. 국민들의 삶은 지금 행복한가. 대통령의 지지도가 정말 80%대를 넘고 있는가. 정치는 정말 80점을 줘도 아깝지 않은가.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어렵다고 하는 국민들이 부지기수다. 특히 중소기업을 하는 운영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이대로 가다간 다 망하겠다고 아우성이다. 물가는 겁 없이 오르고 시장가기가 겁난다는 주부들이 많다. 직장에서 해고되는 사례는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근무시간 단축으로 부담을 안은 기업들은 운전사마저 줄 퇴직을 시키고 있다. 국가는 실업자들에게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생계비를 주겠다고 한다. 어려운 영세 가정의 주부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제대로 피어나지 못한 어린 생명을 먼저 보내고 따라가는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인심 좋다는 강원도에서만 올 들어 77건의 자살 사건이 있었다. 전국에서 매일 200여 건의 자살자가 발생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한국 자살률은 단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사회를 희망 없다고 개탄하는, 청년들의 헬조선은 진행형이다. 이런 상황을 보고도 한국이 살만한…
아이디어로 성공하는 시대다.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청년이 점점 많아지다. 이들의 창업 성공 확률은 20%이고, 실패 40%, 유지 40%이다. 벤처의 10년 생존율은 일반의 통념적인 인식과 달리 64%에 달하고 자영업의 3년 생존율은 45%에 불과하다. 하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로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 성공 사례를 보면, 개그맨 유세윤은 자신이 만든 그룹 UV의 노래 '쿨하지 못해 미안해'의 뮤직비디오를 찍어 단돈 500만 원으로 5억 원의 수입을 거둬들였다. 이는 참신한 아이디어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이 뮤직비디오는 다른 뮤직비디오와 다르게 시종일관 보는 사람에게 웃음을 끊임없이 제공한다. 청주에서는 현도면 수제치즈 체험농장 성공사례가 있다. 농장주는 젖소 농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농장을 운영했다고 한다. 아버지처럼 원유 생산에만 집중하다 보니 수익은 정체됐고, 1차 산업의 한계를 느껴 변화가 없으면 경쟁력을 잃는다는 생각에 참신한 아이디어를 생각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평범하게 원유 생산에 집중하지 않고, 남은 우유로 첨가물이 없는 수제치즈와 요구르트를 생산해 연 매출 7억 원을 달성했다고 하니 재차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밤길에 여성들이 다니는 것은 여전히 위험하다. 내 나이 12살에도, 20살에도 이제 쉰을 바라보는 오늘도 나는 불안하다. 어두운 길을 걸을 때 여전히 나는 불안한 나라의 낯선 앨리스일 뿐이다. 2016년 통계를 보면 청주시민은 가장 큰 사회불안요인으로 범죄발생을 꼽고 있다. 특히 범죄발생으로 인한 불안에 대해 여성의 47.1%가 응답하여 남성 35.8%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밤에 혼자 골목길을 걸을 때 불안하다고 응답한 여성은 54.1%, 남성은 13.7%이다. 심지어 밤에 혼자 집에 있을 때도 여성은 31.6%가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강력범죄의 84%가 여성인 나라,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아도, 실수를 하지 않아도 이유 없이 당하는 성희롱과 관음적인 시선, 시각적 촉각적 공격과 폭력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사회에서 여성들은 무의식적으로 불안과 공포를 느낄 수 밖에 없다. 불안한 그녀들의 이야기가 몇 해 전 SBS스페셜 '잔혹동화(動話) 불안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프로그램으로 소개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한 여성단체가 성 평등부분 우수 프로그램으로 시상한 만큼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대중 공간에서조차 불안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이야기로 공간의…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에는 석곡리, 석판리, 석실리가 있는데 모두 '석'으로 시작하므로 외지인들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청주시의 3차 우회도로에 석곡 IC에 이어 석판 IC가 바로 옆에 생기면서 정확한 위치를 알리는데 혼란을 주고 있어 그 어원을 확실하게 밝힘으로서 지역을 구분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우선 석실리(石室里)는 본래 청주군 남차이면(南次二面)의 지역으로서 팔봉산(八峯山)밑의 속 골짜기가 되므로 '솝실, 속실'이라 하였는데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석실'로 변이되었다. 이후에 인근에 있는 동편말, 벌터, 산너머라는 마을의 이름을 한자로 표기할 때에 '석실'의 '석'을 근간으로 하여 방향에 따라 석동리(石東里), 석서리(石西里), 석남리(石南里)라 표기하게 되었고,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사창리(司倉里), 석남리(石南里), 석서리(石西里), 석동리(石東里), 덕현리(德峴里)를 병합하여 석실리(石室里)라 하여 남이면에 편입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석곡리(石谷里)는 석실리(石室里)의 아래쪽이라 하여 석곡(石谷)이라 하였다고 전해지고 있지만 '실'과 '골'은 골짜기나 마을을 지칭하는 같은 의미의 말이므로 석실의 인근에 있는 골짜기에…
지방선거가 코앞이다. 당장 기초의원에 대한 갑론을박이 끊일 줄 모르고 소란스러운 가운데 기초의원의 정당 공천 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아우성에 뒤이어 아예 기초의원제도 자체를 폐지하자는 극렬한 의견도 무성하다. 도지사를 비롯한 각종 시군 기초의원 및 도의원 선출에 대한 볼멘소리도 적잖은 판에 정치인들과는 너무나 딴판인 교육감 선거에 대한 지적을 정치권에서는 냉철하게 받아들여 선거만능주의를 벗어나 좀 더 장점이 큰 교육감 선출방안을 모색해 보는 게 어떨지 강력하게 제안한다. 국민 거개가 교육에 관한 한 전문가인 척한다만 사실상 정치인들과는 영 다르게 교육전문직에 관해서는 국민들이 아는데 한계가 있다. 더군다나 어쩐 직선제가 무슨 도깨비방망이라도 되는 양 뚱딴지처럼 어느 날 갑자기 국민들에게 선출권을 주는 게 마치 민주주의의 지름길이라도 되는 양 호들갑을 떨어댄 것 역시 정치인들의 모양새였다. 항간에는 교육감 선거를 두고 깜깜히 선거란 별칭이 떠돌고 있다. 교육계에 관한 한 학부모도 역시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교육감을 교육장이 선출하는 거 아니냐는 웃지 못 할 이야기까지 나왔으니 말이다. 그런 발언의 요지를 들어보니 학교에는 교장 아래 교감이 있으니 당연 교육
지지율이 훨씬 앞선 현역 진보 후보 하나를 두고 보수 후보 두 명이 나서서 함께 겨루기에는 힘이 부칠 것이라 하여 시도되었던 보수 후보 단일화가 무산된 모양입니다. 단일화가 진행되는 동안 바라보는 모두가 결말이 과연 다수의 희망대로 이루어질 것인지 확신을 갖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앞 다투어 무조건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입을 모았고, 묘하게도 후보자들이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까지 함께 공부한 동문이기에 가능성을 크게 열어둔 채 성공을 기대했던 것 또한 사실이었습니다. 하긴 애초에 단일화를 위한 조건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하긴 했었습니다. 한쪽에서 보면 사전 지지율에서 미세하나마 자신이 앞서는 듯싶어 여론조사에만 전적으로 의지하고 싶을 테고 다른 쪽은 단일화 추진주체의 구성원들이 자신과 조금은 더 가깝게 느껴질 듯싶어 분명 서로에게 유리한 방안을 강하게 주장할 게 분명한데 모두의 바람처럼 단일화가 무사히 이루어질 것인지 의심스러웠던 것입니다. 결국 '혹시나'하고 기대했던 보수 후보 단일화는 걱정했던 대로 '역시나'로 끝났습니다. 예측했던 대로 양측은 단일화 협상의 결렬 원인을 서로에게 돌리며 포화를 퍼붓고 있습니다. 이
樹欲靜而風不止하고 子欲養而親不待라. "나무가 가만히 있으려하나, 바람이 가만두지 않고, 부모님께 효도하고자 하나 부모님이 기다려 주지 않는다"라는 논어의 한 구절이 있습니다. 그런데 공자의 훈계가 무색한 일이 있었습니다. 몇 년 전 중국 쓰촨성 펑저우시 한 시골마을 옥수수 밭에서는 공개 순회법정이 열렸습니다. 주민이 지켜본 재판의 원고는 린슈즈 할머니. 피고는 아들 둘에 딸 둘, 자녀 네 명입니다. 린 할머니는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작은아들 집에서 생활했습니다. 그런데 며느리와 갈등이 생겨 이듬해부터 6년간 혼자 살았습니다. 다리가 아파 거동이 힘들자 다시 자식 집에서 살고 싶었지만 맡겠다는 자식이 없었습니다. 마을위원회가 조정에 나섰지만 소용이 없자 할머니가 소송을 제기한 사건을 한 일간지에서 본적이 있습니다. 어제는 어버이날이었습니다. 큰 무언가를 해 드리려고 기다리는 것보다 당장 말 한마디라도 건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마음입니다. 아버지가 떠나가신지 햇수로 11년, 그전 아버지와 함께 병원을 오가며 곤지암 한우국밥집, 천안삼거리 호두과자, 그리고 집에 들어가기 전 증평읍의 영양탕집 부자가 말없이 20년간
나의 공직생활이 시작됐다. 모든 게 새롭고 또 설렜지만 막상 민원인을 대할 생각을 하니 무척 긴장됐다. 불확실 속에서 함께 일하는 다른 직원에게 수없이 물어가며 일하고 있지만 어찌 됐든 모든 책임이 내게 있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임용된 지 불과 석 달이 되지 않았지만 살면서 처음 느끼는 책임감에 적잖아 당황하고 있다.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이 맞는 방식인지, 민원인에게 누가 되지는 않을지, 내가 하는 방식 외에 민원인에게 더 편한 방식이 있을지, 민원인에게 불친절하진 않았는지 매 순간 긴장하며 일하고 있다. 사직 2동으로 임용된 후 처음 업무를 시작할 땐 사소한 부분까지 모든 내용을 필기해 놓고 그것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해야만 했다. 당연히 민원 받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처음엔 내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가 어떤 것인지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실무적인 것들만 익혀서 일을 처리했다. 내가 발급하고 있는 증명서들이 어떻게 쓰이는 지도 모르고, 무엇을 발급하고 있는지 정확히 모른 채 정신없이 업무를 해나갔다. 하지만 마냥 느릴 것만 같던 나의 업무도 반복하다 보니 조금씩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더불어 전보다 일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처음
누군가 자신을 키운 것은 팔 할이 바람이었다고 말하지만, 나의 팔 할은 추억의 음식이라 난 말하겠다. 추억의 음식이 날 먹여주고, 나를 기쁘게 했고, 눈물 나게 했고, 나를 선하게 하고 성장시켰다. 그 추억의 맛들은 나를 끈질기게 붙들며 내 삶의 팔 할을 장악했다. 내 영혼과 내 기질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추억의 음식은 한 번도 자신을 위해 밥상을 차릴 줄 몰랐던 어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코흘리개 다섯 자식들의 입에 밥을 떠 넣어주고 난 뒤에야 물에 찬밥을 말아서 허겁지겁 몇 술 뜨던 내 어머니의 잔상으로도 남는다. 내가 아는 누군가는 외로워지면 밥을 많이 먹는다고 했다. 먹고 또 먹어도 돌아서면 허기가 진다고 했다. 그 견딜 수 없는 허기가 서러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엉엉 운다고도 했다. 채울 수 없는 허기, 어쩌면 그건 참을 수 없는 그리움이거나, 간절한 기다림이거나, 메꿀 수 없는 결핍이었을 것이다. 밥을 꼭꼭 씹어 먹듯이 그 외로움을 꼭꼭 씹어 삼켜버리고 싶은 본능의 욕구였을 것이다. 나 또한 나이가 들면서 생일을 거듭 맞을 때마다 항상 의아했다. 자식들이 비싼 음식을 사주고 풍성한 요리를 차려줘도 가슴 한편이 휑한 바람이 지나가듯 허전했다.
며칠 전 신문을 읽다가 이색적인 공약을 발견했다. 70세 이상의 어르신에게 버스비를 무료로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런 공약을 한 후보는 충북 사람이 아니다. 충남도지사 후보로 등록한 민주당 양승조 의원이다. 수도권에 비해서 차별 대우를 받는 지방 노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면에서 당연한 것이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모든 노인은 공평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원칙에서 문제는 제기된다. 수도권 노인이 전철을 무료로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수십 년 전부터였다. 이들은 전철을 타고 온양온천으로 목욕을 다닐 뿐만 아니라 춘천으로 닭갈비를 먹으러 가기도 한다는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전철을 이용할 수 없는 충북노인은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부러운 생각이 들뿐만 아니라 억울한 기분도 감출 수 없다. 대개는 65세 이상 되면 수입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이런 노인이 전철만 공짜로 타고 다닐 수 있어도 한 달에 수십만 원은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전철이 잘 되어있어서 사실상 자가용이 필요 없다. 승용차를 타고 다니다가 주차 문제로 골치를 썩이느니 차라리 전철을 이용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문제는 전철이 없는 충북 등 지방노
도심을 벗어나 대자연과 마주하니 처음 세상 구경 나온 아이같이 마냥 신기롭기만 하다. 충남의 알프스요 산소의 보고라고 불리는 칠갑산 자락으로 들어섰다. 산꼭대기에서 방사상(放射狀)으로 뻗은 능선의 어슴푸레한 경계가 편안하다. 크고 작은 봉우리, 골짜기를 따라 흐르는 계곡은 생명이 숨 쉬는 어머니 품속 같다. 콩밭 매던 아낙네가 허리를 펴고 맞아준다. 청양의 명물인 천장호 출렁다리 위에 서서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강물에 시선을 두니 현기증이 났다. 심호흡을 해봐도 진땀이 나기는 매한가지다. 앞을 보아도 흔들흔들, 옆을 보아도 어질어질, 아래를 보면 울렁울렁 모두 다 멀쩡한 것 같은데 나만 겪는 어지럼증이 야속하기만 하다. 그때, "저기 칠갑산 꼭대기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라고 누군가 소리쳤다. '호랑이라고, 그럴 리가.'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도 눈은 이미 칠갑산 꼭대기를 더듬어 내려왔다. 안개 속의 칠갑산은 정물화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뭐야!" "하하하, 엉터리." 화제가 호랑이가 되어 웃고 떠들면서 다리 끝까지 왔다. "이크, 호랑이다." 다리 건너에 정말 호랑이가 있었다. 칠갑산의 영물이라는 호랑이 모형이. "저런, 좀 전에 칠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