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청주 시내 곳곳의 교통섬과 무심천변 길가에는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늠름하게 자리 잡고 있다. 기분이 가라앉거나 비가 흩날려 감상에 젖는 날이나 일에 찌들어 무거운 어깨로 힘들어하는 날,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소나무를 만나면 쭈글쭈글 움츠러들었던 가슴이 쫙 펴짐을 느낀다. 실패와 좌절의 푸르른 젊은 날을 보내며 언젠가부터 입에 달고 부르던 노래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 쓸쓸한 가을날이나 눈보라치는 날에도 소나무야, 소나무야 변하지 않는 네 빛" 의 노랫말에 나오는 소나무는 나의 절대자이었다. 원하지 않던 대학에 들어가 우울한 날들을 보낼 때도.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말을 잊고 외톨이의 생활을 할 때도.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언제나 울려 퍼지던 노래였다. 삶을 지탱해주며 희망이라는 꽃을 피우게 해 준 노래 소나무는 외롭고 힘든 날들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실어주었다. 인생길에 꽃길만 걷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찌 삶의 참 맛을 느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삶이란 고된 가시밭길도 걸어봐야만 깨달음도 있지 않겠는가! 4대 성인이라 일컫는 석가모니도 예수도 공자도 소크라테스도 고난과 역경 속에서 얻은 깨달음으로 지금까지 오래도록 꺼
'남북정상회담이 갖는 의미와 이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내가 한전의 인턴 최종면접 때 받은 질문이다. 그때는 '4.27 판문점 선언'을 발표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고, 아직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지 생각도 못할 때였다. 나는 우연인지 운명인지 면접 전날 '아시아를 잇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관련기사를 보았고, 이를 바탕으로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이끌고 남북경협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 가는데 한전의 중추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리고는 난 인턴에 합격했다. 내가 인턴업무를 시작하자마자 '6.12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장면을 보게 됐다. 정상회담 이후 면접 때 막연하게 대답했던 '남북경협'이 발 빠르게 가시화됐다. "에너지 분야 기업, 남북경협의 최대 수혜주"와 같은 제목의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졌고, 덩달아 북한의 전력과 관련된 뉴스도 연일 나왔다. 나는 전력회사에 입사할 날을 꿈꾸며 인턴으로 일하고 있었기에 홍수와도 같이 넘쳐나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신이 나서 읽고 스크랩을 하고, 더 많은 자료를 찾아보면서 시간가는 줄 몰랐다. 나는 남북 간의 경제협력이나 통일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국내의 많은 기업
청원구청에서 임용장을 받고 벌써 3주라는 시간이 지났다. 아직 3주밖에 되지 않았기에 첫 출근 날의 기억이 또렷이 남아 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독서실을 향할 때는 매일 아침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마냥 부러워했는데 막상 출근하려니 막연한 기쁨보다는 걱정이 더 앞섰던 것 같다. 첫 출근 이후 구청에 나의 자리가 생기고, 공무원증도 신청하고 내 이름으로 된 업무들이 조직도에 올라가게 됐다. 조직도를 보며 내가 정말 공직사회에 입문했구나 하고 느끼게 된 것 같다. 대학생 시절 청원구청에서 한 달가량 학생 근로 활동을 한 경험도 있었기에 조직도에 내 이름이 올라갔다는 것이 더 뿌듯하게 느껴졌다. 신기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맡은 업무를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책임감이 앞서 찾아 왔다. 청원구청과의 인연이 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며 그만큼 더 책임감 있게 다녀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기기도 했다. 매일 아침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야 할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막상 출근하면 새로운 업무를 배우고 새로운 민원인들을 만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 다음날이 된다. 하루가 반복돼 한 주가 되고, 지금은 3주가 지나 한 달째를 앞두게
6월 13일 실시되는 지방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요즘 선거관리위원회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신규직원인 나도 민주주의 사회의 첫 출발점인 '투표'와 '선거' 제도를 담당하는 기관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으로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며칠 전에도 정신없이 선거업무를 하다가 좀 지친 상태에서 사무실에 앉아있을 때 내 귀에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만든 '유권자의 노래'가 들려왔고, 나는 가사를 곱씹어보며 의미를 되새겼다. "내손으로 세상을 가꾸고 내 꿈으로 미래를 만들죠. 유권자가 만드는 희망의 축제 우리가 시작해요." 노래를 들으며 유권자에게 선거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가장 큰 것은 선거를 통해서 우리의 미래를 바꿔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투표해봤자 변하는 건 없다고들 한다. 영화 '스윙보트'에서 정치에 냉담한 유권자 케빈 코스트너의 대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잘 느끼지 못했을 뿐 세상은 투표를 통해서 변해 왔으며 중점정책 역시 그때그때 변해 왔다. 최근 투표로 정책이 크게 바뀐 예는 아마도 남북관계일 것이다. 개개인의 신념에 따라 이러한 변화를 지지하는 이들도 있고 반대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야외활동이 잦아지는 계절이지만 미세먼지의 위협에 마냥 즐겁지는 않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또 WHO는 미세먼지로 인해 기대수명보다 좀 더 일찍 사망하는 사람이 연간 7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OECD가 공개한 '2017년 삶의 질' 보고서의 '초미세먼지(PM 2.5, 지름이 2.5㎛ 이하) 노출도'를 보면 2015년 한국의 초미세먼지 노출도는 32.0㎍/㎥로, OECD 35개 회원국 중 가장 나쁜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당 조사가 처음으로 실시된 1998년 이후 12차례나 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는 실내 공기도 오염되기 쉽다는 점이다. 건물 안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닌 것이다. 실내 공기 오염에 대한 대처 요령 정보는 아직 부족한 게 현실이다. 실내 오염물질은 바깥에서 유입되는 경우와 안에서 생성되는 형태로 구분되며, 창문과 틈새로 들어오는 오염물질로는 황사와 미세먼지가 있다. 옷에 붙은 미세먼지도 실내로 들어오면서 공기에 스며든다. 내부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주로 조리할 때…
세기의 담판으로 열린 지난 6월 12일 싱가폴 '북미정상회담'의 점심 메뉴로 오이가 나왔다. 오이에 낸 칼집 틈에 소고기, 달걀, 당근 등을 채우고 새콤한 식초 물을 끼얹은 오이선 요리였다. 토마토와 마찬가지로 오이는 풀에서 열리는 열매인 채소이다. 오이(瓜)는 인도 서북부가 원산지로 인류 최초의 절임 음식이다. 기원전 공자가 편찬한 '시경'에 처음 나온다. "밭두둑에 오이가 열렸다. 껍질을 벗기고 절여 조상님께 바치자(疆埸有瓜 是剝是菹 獻之皇祖)" 해 제례음식으로 기록됐다. 오이를 소금이나 식초에 절인 것으로 보아 오이지를 가리킨다. 후한 때 편찬된 '설문해자'에는 절인 채소를 식초에 절인 것이라 풀이했다. '시경'에 나오는 오이지는 소금에 절인 것이라기보다도 식초에 절인 서양식 장아찌인 오이피클(pickle)이나 식초를 타서 겉절이로 먹던 것이라 할 수 있다. '시경'에 기록된 것과 다르게 오이는 300년이 지나서 한나라 때 "장건의 실크로드 개척으로 서역에서 전래되었다"고 명나라 때의 이시진이 '본초강목'에 기록했다. 남북조시대인 424년에 번역된 '불설무량수불경' 등에는 "석가여래는 삼월에 일찍 빔바(bimba) 과일을 먹고, 사월이면 생오이(
요즘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이러한 마음은 우연한 기회에 얻었다. 전과 달리 사소한 일에도 감사한 마음을 지녀서인지 세상이 달라 보인다. 그동안 갱년기 증세였나 보다. 평소 심신의 위축 탓인지 까닭 없이 불안하고 우울하기 예사였다. 이렇게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할 때는 미용실을 찾곤 하였다. 미용실에 가서 머리카락을 커트 하거나 파마를 하고나면 종전까지 요동치던 마음이 다소 가라앉는 느낌이다. 이럴 때마다 미용사에게 고마움이 앞선다. 여성은 헤어스타일만 바꾸어도 인상이 달라질 뿐만 아니라 기분마저 환기 되는 게 사실이다. 이러니 미용사야 말로 얼마나 복된 직업인가. 타인에게 아름다움은 물론 마음의 치유까지 안겨주는 미용사가 아니던가. 그래 언제부터인가 나또한 미용실을 찾을 때마다 그곳 미용사에게 은연중 깊은 관심을 지니곤 한다. 어제도 시내 외출을 했다가 우연히 어느 미용실을 들렸다. 미용실 안은 클래식 음악이 은은히 흐르고 있어 마치 커피숍처럼 아늑하였다. 그곳을 둘러보노라니 커다란 거울 앞에 앉아 머리카락을 매만지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단정하게 단체복장을 한 많은 미용사들이 고객의 아름다움을 가꾸어 주기 위해 제각기 분주하다. 미용실 안을 들어서
지난 6월 5일부터 12일까지 서유럽 3개국(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여행을 다녀왔다. 유럽 선진국에 대한 여행이 처음이어서 기대되는 바가 켰다. 로마에서는 바티칸 박물관과 콜로세움 전경을 보고, 르네상스의 발상지 피렌체를 거쳐 수상도시 베니스에서 곤돌라와 수상택시를 탔다.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산악열차를 타고 융프라우의 눈과 얼음으로 덮힌 위대한 산을 구경했다. 프랑스에서는 에펠탑과 개선문 등 교과서에서만 보던 세계적인 유적과 자연경관을 직접보고 크게 감탄하고 돌아왔다. 그러나 나의 멋진 기대는 이탈리아에서 호텔에 투숙하면서 깨졌다. 호텔방은 아주 작아서 캐리어를 펴 놓을 자리도 없었다. 끌신이 없어서 비행기에서 준 얇은 끌신을 챙겨서 요긴하게 섰다. 물론 치약, 칫솔, 비누도 없었다. 샤워장은 가로 세로 70㎝도 되지 않아 몸을 돌리기도 어려웠다. 화장실 바닥에 물구멍이 없는 것을 몰라서 사용하고 나서 바닥에 물을 닦아내야 했다. 침대도 삐거덕 거리고 잠도 오지 않았다. 호텔에서도 느꼈지만 서양인들은 손님을 친절하게 맞이하거나 미소로 대하지 않는다. 특히, 동양인에 대하여는 극히 사무적이고 은근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백화점에 가서도 물어보기
여름철은 장마와 집중호우, 폭염, 태풍 등 기상이변으로 크고 작은 각종 재난이 연이어 발생하는 계절이다. 올여름 기상전망에 따르면 기온과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나 폭염 강도와 일수가 증가하고 대기 불안으로 국지성 폭우 등 지역적 편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올해도 시간당 100㎜에 육박하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방재당국에서는 철저한 사전 대비를 서둘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방재시설인 우수저류시설, 하천, 하수시설 등 각종 시설 설계 기준을 강화하고, 지역별 방재성능 목표를 상향해 강화된 기준에 따라 시설의 보강이 필요하며, 장마철을 앞두고 관내 곳곳의 옹벽, 절개지, 대규모 공사현장 등의 시설을 점검해야 한다. 또 올 여름철에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복지 차상위계층 주거지역 및 농촌 취약지역 등에 무더위 쉼터 확대 지정이 필요하며, 도시 유동인구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도로 그늘막 등 생활 밀착형 폭염 저감 대책 개선도 필요하다. 이 같은 재난취약시설은 여름철 태풍과 집중 호우가 많이 발생하는 우기철에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지금부터 유비무환 자세로 대비해야 할 것이다
유명 셰프 세분이 연예인 호스트(host)가 만든 음식을 함께 만드는 요리프로다. 연예인이면서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그녀는 자신만의 맛을 내기 위해 몇 십 년이 걸렸다고 말한다. 오늘의 밥반찬 요리는 '고사리 굴비조림'. 재료가 소개된다. 보리굴비 10마리, 삶은 고사리 1kg, 국간장 1Ts, 마늘 3Ts, 양파 1개, 홍고추 2개, 대파 2개, 고춧가루 등등. 낯익은 재료들이다. 소금에 절여진 짭쪼롬한 굴비, 육지가 고향인 대파, 마늘, 고추, 산에서 내려온 고사리가 모였다. 조리실은 재료 다듬는 소리, 똑똑 파 써는 소리, 물 끓는 소리, 이어 모든 재료들이 불 위 냄비에서 뭉근하게 자작자작 졸여진다. 채소의 붉고 푸른 색깔, 쫀득한 굴비의 맛, 향긋한 고사리냄새까지 식욕을 일으키는 색과 맛이 어우러져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돋는다. 호스트(host)인 그녀가 셰프들이 만든 요리를 일일이 맛본다. 과연 같은 조건 같은 요리를 만들었는데 세 셰프의 맛은 같았을까? 다른 사물과 어울리면서 원래의 내 모습 내 향기를 간직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오묘한 일인가. 이 오묘한 맛의 변화를 잘 이끌어 내는 사람을 흔히 요리사라고 말한다. 요리사를 영어로는 co
인류를 구할 공생의 세 가지 도구가 시와 자전거와 도서관이라고 했던가. 나는 그 중에 하나인 시를 부여잡고 쩔쩔 매고 있다. 인류는커녕 나조차도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를 쓰는 일은 차가운 고독과 마주하는 일이다.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에 벌거벗은 서늘한 나를 대면하는 일이다. 나는 지금 왜 이곳에 있으며 무엇 때문에 시를 잡고 종종거리는가. 장을 본 후 안성을 향해 엑셀을 밟았다. 시 때문에 냉가슴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모이기로 했다. 1박2일 서로의 시를 보면서 배움을 키워가기로 했다. 내가 안성을 향한 것은 그들과 동일시하며 위안을 받고 싶어서인지 모른다. 한 시간 반을 달려 칠현산방에 도착했다. 제일 어린 나는 팔을 걷어붙이고 백숙을 끓이기 시작했다. 오이를 가르고 파를 썰고 김치를 잘라 11인분의 저녁을 준비했다. 저녁을 먹고 각자 써온 시를 펼친다. 서로의 시를 보며 잘된 점을 이야기해주고 생각이 다른 점은 반론도 제기했다. 늦깎이들의 진지한 모습에 내 모습을 투영시키면서 안도의 숨을 쉬었다. 7시부터 시작한 수업이 11시까지 이어졌다. 수업을 마무리 하고 숲으로 향했다. 소리가 나면 반딧불이가 오다가 도망간다는 산방 주인장의 말에 따라
천국의 문 앞에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그 나무의 가지에는 죽어서 온 영혼들이 적어 낸 온갖 사연이 매달려 있다. 이제 막 도착한 영혼들은 모두 자기 이야기를 써서 걸어놓은 뒤 천사와 함께 나무 둘레를 돌며 다른 사람이 적어 놓은 얘기를 읽게 된다. 바로 그때 천사는 여기 적힌 사람들의 생애 중 하나를 고르면 그대로 살게 해 주겠다는 제안을 내놓는다.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니 누구라도 솔깃한 일인데 어떤 영혼이든 뜻밖에 자기가 살아온 삶을 다시 적어낸다고 했다. 나무에 적혀 있는 가지가지 사연을 보고 나면 자기는 그래도 행복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일까. 우화에 가까운 이야기지만 자기 인생이 그나마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견딜 만했다는 의미다. 아니 모두가 힘들었을 텐데 능력만큼 주어지면서 그나마 수월했을 것이다. 요컨대 하루 종일 뛰고 달려야 되는 일이라면 말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지만 나무를 타고 오르는 일은 하루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반면 말에게는 형벌 같은 시련도 원숭이라면 땅 짚고 헤엄치는 식으로 수월할 수 있겠지. 어려움은 천태만상이고 시련 또한 적성에 맞춰 온다. 저마다 살아온 삶은 스스로에게 아주 적합했을 테니 불평할 게 아니다. 우
'졸혼(卒婚), 글자대로 풀면 혼인 관계의 졸업이다. 지난 2004년 '졸혼을 권함'이라는 책을 발표해 졸혼 돌풍을 일으킨 '스기야마 유미코'는 졸혼이 '자기에게 맞는 새 라이프스타일로 바꾸려고 결혼 형태를 졸업하는 것'이라 했다. 평범한 부부생활을 유지하던 스기야마 부부는 아이들이 성장한 후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이 힘들어졌던가 보다. 부부가 함께 여행을 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고 고백했다. 결혼의 틀은 유지하되 각자 자유롭게 살기로 한 스기야마 부부는 도보로 25분쯤 떨어진 아파트에서 각자 기거하기로 합의한다. 누구를 만나건 어떤 일을 벌이건 서로의 생활에 대해 일체 간섭하지 않기로 합의한 두 사람은 한 달에 두어 번 만나 식사를 같이 하는 것으로 법적인 부부임을 확인하며 지낸다. 그런데 아직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증명으로 한 달에 두어 번 만나 식사를 같이 한다고 선전하는 졸혼 부부의 모습이 아무래도 어색하다. 한 달에 두 번으로 정한 행사 같은 식사를 하며 두 사람은 무슨 대화를 나누려나 쓸데없는 호기심이 든다. 지금 만나고 있는 새로운 이성 친구를 서로 자랑하며 가볍고 유쾌하게 조언이라도 하는 것일까. 진정한 자유를 찾아 주위를
조선 명종 대 동주 성제원(東洲 成悌元)은 속리산을 사랑했다. 동주는 학문이 깊고 문장이 뛰어나 사류들에게 존경받는 학자였다. 그런데 친구인 청주목사에게 들렀다가 춘절(春節)이라는 기생을 만나 속리산을 돌아보고는 그만 눌러 앉고 싶었다. 일주일을 같이 자며 시를 짓고 즐거워했지만 끝내 군자로서의 자세를 흐트러지지 않았던 동주. 기생과의 염문은 유명한 일화로 남았지만 그가 보은 현감 직을 자청하여 속리산을 가까이 한 연유는 무엇이었을까. 당시 보은에는 서울을 외면하고 내려 온 성운(成運)이 있었다. 스스로 대곡(大谷)이라 부른 성운은 당대의 석학이었다. 성품이 인자하고 욕심이 없었다. 보은은 성운의 처가로 을사사화 때 책 보따릴 안고 내려온 것이었다. 동주는 현감 직을 수행하면서 대곡과 자주 만나 학문을 논했다. 이 소식이 한양과 전국 사림들에게도 퍼졌다. 제일먼저 보은을 찾아오고 싶었던 것은 경남 김해에 있던 대학자 남명 조식(南冥 曺植)이었다. 여름철 남명은 노새에 몸을 싣고 성운을 찾아온다. 지리산에서 보은까지는 600리길. 남명은 성운을 만나는 자리에서 소문으로 듣던 동주를 소개 받았다. 남명은 동주를 처음 만났지만 오랜 친구 같았다.
유월 온 나라를 뜨겁게 달궜던 지방선거가 끝났다. 북미회담 역시 모두가 이기는 상생의 결론을 얻어냈다. 그리고 적폐청산의 대상인 거대야당의 의원들이 무릎을 꿇었다. 막말과 흑색선전이 난무했던 지방선거는 민주세력의 승리로 마무리 되었다. 세상은 아주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시기에 우리는 꿈을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기에 이제 조금은 차분히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번 선거는 국민들의 생각이 변화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바로 그것은 우리 국민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보수적 관점이 아닌 보편적 상식의 관점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선거를 통해서 수십 년간 퇴행과 굴종을 반복해왔던 보수의 가치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남북, 북미 회담을 통해 안보는 보수라는 냉전의 논리가 무의미해졌다. 이는 그동안 보수정당을 지탱하던 안보와 경제라는 가장 큰 기둥이 무너진 것이다. 이제 편 가르고 기득권을 지키고자 버티던 지난 시대 분열의 패러다임은 서서히 청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는 지방이 실종된 채 치르는 그런 선거이기도 했다. 그러기에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승리는 그것이 여당 후보자들이
비밀 조직을 구성하고 나름대로 맡은 역할을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을 때 강림이 나를 부른다고 그의 졸개처럼 따라다니는 사자가 나에게 전달했다. "김 사자님. 강림차사님께서 잠깐 뵙고 싶다고 오시라고 합니다." "무슨 일로?"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강림을 볼 일이 없는데. 나에게 볼 일이 있으면 볼 일 있는 자가 찾아와야 하는 것 아닌가?" 나는 하던 일을 하면서 그 자에게 쓸모없는 물건을 던지 듯 툭, 내뱉었다. "저는 심부름만 하는 것뿐입니다. 일단 전달했으니 알아서 하십시오." 그 자는 부루퉁한 얼굴을 하고 돌아서 가면서 궁시랑 거렸다. "뭘 믿고 저리 당당한 거야. 퇴출대상에서 간신히 면했다는 소문이 자자하구만. 세상 돌아가는 분위기를 저리 몰라서야 원." 그 자가 볼멘소리로 툴툴대느라 미처 앞에서 걸어오는 동방을 보지 못해 둘이 부딪치고 말았다. 그 자가 내게 받은 불쾌감을 어린 동방에게 쏟아 부었다. "이 자식이. 눈은 어디다 두고 다녀? 에이, 재수 없어." 동방은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고 공손한 태도로 대답했다. "아, 요즘 꼴볼견들이 많아 눈을 내놓고 다닐 수가 있어야죠. 그래서
촛불시위 이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 첫 전국단위 선거인 6.13선거 결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참패, 정의당의 약진, 바른미래당 무존재감으로 일달락 되었다. 17개 광역단체장 중 한국당은 대구와 경북에서 간신히 단체장을 당선시키며 초라한 승리를 하였고 226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151곳, 한국당 53곳, 민주평화당 5곳, 무소속 17곳으로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 전체 737개 광역의회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605개를 석권한 반면 한국당은 전체의 113석에 그쳤다. 한마디로 이번 선거는 여당의 싹슬이, 야당의 폭망(폭삭 망하다는 인터넷 용어)이었다. 역대 한국의 정당들은 지역별, 연령별로 각자의 텃밭을 가지고 있었다. 보수진영의 정당은 TK, PK 영남권을 중심으로 한 지역기반과 5,60대 이상의 연령층이 보내준 콘크리트 지지를 바탕으로 승승장구해 왔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이러한 지역별, 연령별 쏠림은 절대불변의 원칙처럼 지켜져 왔다. 정당 공천과 당선은 늘 같이 하였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러한 절대불변의 투표행위가 보수 정당의 텃밭인 영남권에서 무너져 버렸다. 부산, 울산과 경남 세 지역의 광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도 감옥에 구속수감 되었다. 1995년에도 전직대통령이 동시에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30개 기업으로부터 2,300여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전두환 전 대통령은 12.12 군사반란과 비자금조성 혐의로 각각 구속되었다. 노태우 대통령은 당시 해군잠수함기지공사를 대우가 수주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240억 원을 받는 등 동아그룹 등 30개 기업으로부터 2,359억 원을 받았다. 전두환 대통령은 12.12 및 5.18 내란 및 군 형법상 반란 수괴로 최규하 대통령을 억류하고 정승화 참모총장을 체포하는 등 군권을 탈취하였고 8천억 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있다. 노태우 대통령은 17년 형을, 전두환 대통령은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으나 2년 후 김영삼 대통령은 국민 대화합을 이유로 특별 사면하여 석방하였다. 그러나 박근혜, 이명박 대통령의 구속과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의 구속은 그 죄질이나 내용면에서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최근 두 대통령은 현직에 근무하면서 제3자의 국정농단을 공조하거나 국가예산을 개인용도로 사용하고 대통령기록물법 등 헌법과 법률을 심히 위반한 사건
'솝실(속마을)'을 한자로 '이리(裡里)'로 표기하거나 아니면 '속'은 음차로 하고 '마을'은 의차하여 '속리(俗里)'로 표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속리산의 어원을 찾는데도 연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전해오는 속리산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신라 선덕여왕 시절(784년)에 진표율사(眞表律師)라는 분이 이곳에 이르렀을 때, 밭 갈던 소들이 모두 무릎을 꿇었다. 이를 본 농부들이 짐승도 저러한데 하물며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느냐며 속세를 버리고 진표율사를 따라 입산수도하였는데, 여기에서 '속리'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또한 고운 최치원이 법주사 일대의 암자를 돌아보고 '도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으나 사람이 도를 멀리하고, 산은 세속을 멀리하지 않으나 세속이 산을 멀리한다' 하고 노래한 시의 구절에서 '속리'가 유래되었다고도 하는데 이는 유래라기보다는 최치원이 속리산이란 산이름과 속리사라는 절이름에 있는 '속리(俗離)'의 의미에 대하여 자신의 소회를 쓴 것으로 보인다. 속리산은 신라 때는 속리악이라 불렀고 중사(中祀, 남북국시대와 고려시대, 조선시대에 나라에서 지낸 '대사' 다음 가는 제사)를 올린 곳이기도 하다. 속리산이라는 이름 외에도 에…
우리나라의 프로야구사도 이미 37년이나 되는 역사가 됐다. 사람 나이로 치면 분명 성인의 반열이 됐다. 매년 3월이 되면 시범경기로 시작되는 프로야구는 필자에게도 큰 관심사다. 가을 야구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관람하고 있다. 필자는 약 35년 쯤 프로야구를 관전해 오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규정에 대해 의문점이 적잖이 많다. 아마도 프로야구 보다 규정이 복잡해서 얼핏 이해하기 어려운 종목도 별반 없을 것 같다. 주변 지인들의 반응을 보면 사실상 프로야구 규정을 잘 몰라서 관심이 없는 편인 점을 쉽사리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 게임을 시종 모두 관전하려면 약 4시간 정도는 집중해야 한다. 이래저래 고령자들 중에는 프로야구에 관심이 비교적 적은 편이지 싶다. 프로야구의 묘미라면 선수를 알고 그 선수에 대한 애착심을 보이며 잘 되면 대리만족감에 들떠 더 기쁜 나머지 관심은 자연 고조되기 마련이다. 심지어 게임의 흐름을 파악할 정도에 이르면 예측도 가능해 지는 편인데 나 홀로 감독도 돼보고 해설자가 되어 비판을 사뭇 해나가게 된다. 야구선수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우선 약 2만이 넘는 관중 속에서 시합을 해야 한다. 감독의 눈치도 살펴야 하고 코
아내와 함께 속초를 갔습니다. 세 시간이 넘도록 중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 서울양양고속도로, 동해고속도로를 차례로 달려 동해바다 쪽으로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는 반도 지형의 꼭대기에 자리한 리조트 내의 호텔에 짐을 풀었습니다. 먼저 발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초록빛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가슴을 드러내놓고 깊은 심호흡을 했습니다. 미세먼지로 더럽혀진 몸이 리모델링되는 기분이더군요. 그렇게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호텔 인근의 조그만 포구인 외옹치항을 찾아갔습니다. 싱싱한 생선회를 먹기 위해서였지요. 수족관에서 펄떡거리는 생선을 네 마리 골랐습니다. 사람 좋게 생긴 50대의 여주인은 자신의 남편이 앞바다에서 직접 잡아 온 자연산이라고 강조했는데 그걸 믿을 바보가 어디 있겠습니까. 어쨌거나 아내와 함께 소주 한 병을 놓고 '앞바다에서 직접 잡았다'는 여주인의 믿기 힘든 말을 억지로 믿으며 만찬을 즐겼습니다. 억지로나마 가다듬은 생각 탓인지 잘근잘근 씹히는 생선회의 맛이 그럴 수 없이 고소하더군요. 특히나 입맛을 돋우었던 것은 매운탕이었지요. 달착지근한 국물이 입에 착 달라붙었습니다. 식사 후에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바다향기로'를 걸
도로점용허가는 공작물, 물건, 그 밖의 시설 설치를 위해 도로를 점용하려는 자에게 도로관리청(국가, 지방자치단체)이 허가해주는 제도이다. 보통 가스관, 전기통신관, 송유관, 전기관과 같은 지하 매설물이나 간판, 전주, 전선, 공중선 등의 지상 공작물, 차량 진입을 위한 진입로 확보를 위해 도로점용허가를 받게 된다. 도로점용허가를 받은 자는 매년 점용료를 납부해야 하는데 점용료는 점용면적을 기준으로 인근지 공시지가를 적용해 점용물건별 요율을 적용해 산정한다. 이때 점용료를 납부하지 않을 경우에는 허가가 취소될 수 있고, 재산이 압류될 수도 있다. 청원구의 경우 2018년 5월 현재 700건/5억 원 부과 대비 200건/3억 원 징수로, 88%의 징수율을 보이고 있다. 재산세나 자동차세처럼 보유에 대한 세금이 아니고 실제 사용하는 공공토지에 대해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부과하는 것인데도 이상하게도 징수율이 높지 않음을 볼 수 있다. 원인을 분석해 보니 건축 허가 시 주차장 진입을 위해 인도 부분에 대한 점용허가를 받아 건물을 신축해 놓고 이후 소유권이 이전되면서 권리의무 승계신고를 하지 않아 도로점용료가 전 소유자 앞으로 고지돼 체납됐기 때문이다.…
지방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그 결과를 믿지 못하겠는 사람이 많다. 특히 노년층은 자식 농사를 잘못 지은 탓이라고 자책하는 사람도 적잖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유신시대 온갖 감시를 받으면서 실시한 선거도 이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석이 있지만 문 대통령이 남북, 영호남, 보혁 등 대결구도를 완화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문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만 해도 남북관계는 최악이었다. 남북관계만 얼어붙은 게 아니라 미국은 연일 북핵을 정밀타격하겠다는 말을 했다. 실제로 핵폭탄을 쏟아 부을 것처럼 전략폭격기가 비무장지대를 근접 비행하기도 했다. 동계올림픽이 무산되는 게 아닌가 걱정할 정도였다. 그로부터 겨우 일 년이 지났을 뿐인데 한반도엔 봄이 무르익고 있다. 남북정상이 DMZ를 넘나들며 회담할 뿐만 아니라 70년간 적대관계를 유지하던 미‧북 정상도 비핵화를 다짐하며 산책할 정도다. 특히 6,13 지방선거는 국민이 합세한 혁명이라고 할 만큼 여당이 압승했다. 박정희의 고향인 구미에서 민주당 시장이 당선되었다는 것은 평양에서 한국당 시장이 당선된 것만큼 놀라운 일이다. 대체 그 원인이 무엇일까·…
비행기의 작은 덧창을 올렸다. 푸른 산과 들에 가르마 같은 길은 언제 봐도 정답다. 크고 작은 마을과 그 옆으로 흐르는 강은 또 얼마나 아기자기하던지. 조금 더 오르니 몽실몽실 구름 밭이 펼쳐진다. 구름과 바람, 그리고 태양이 만들어내는 하늘의 신비에 정신이 몽롱하다. 이번 여행에서는 아름다운 하늘과 바다가 밑그림이 되어주는 자연 그대로의 제주에 흠뻑 취해보고 싶다. 에코랜드 테마파크 기관차로 30만 평의 한라산 원시림 탐방에 들어갔다. 제주의 허파와 같다는 곶자왈은, 화산이 폭발하면서 자갈과 바위들이 널려 있는 지대에 형성된 숲으로 산소함량이 많고 보온·보습 효과가 뛰어나 북방계와 남방계의 다양한 식물이 공존한다는 설명이다. 검은 현무암 사이사이에서 자라는 각종 나무와 낯선 풀들, 무엇보다 현무암을 꽉 끌어안고 있는 나무뿌리와 덩굴들의 기이한 모양은 자연 그대로의 제주 모습이라 여겨진다. 나무 그림자 드리운 호수는 얼마나 예쁘던지 풍덩 뛰어들고 싶다. 나는 아예 열차에서 내렸다. 크게 심호흡을 하니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숲으로 들어갈수록 빨려드는 듯한 이 강렬한 느낌은 무엇일까. 숲이 나를 빨아들이는 것일까. 내가 숲을 빠는 것일까. 원시
센토사의 북미정상회담 이후 줄곧 고르바초프가 생각났다. 1985년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소련의 공산당 서기장에 올랐을 때 난 대학 4학년이었다. 당시 내가 힘들여 읽던 책은 '소련공산당사'였고, 주된 관심사는 볼셰비키 사회주의 혁명으로 세계의 맹주로 커온 소련의 행보였다.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세계 강자 소련이 우리 민족의 운명에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정치학도로서 당연한 것이었다. 집권하자마자 고르바초프가 가했던 조치들, 개혁(페레스트로이카)과 개방(글라스노스트)을 기치로 내건 변혁의 시작이 나의 흥미를 강하게 끌었다. 아직 상황파악은 안되지만 무언가 거대한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었다. 국제관계학 수업 중이었다. 새 집권자에 따른 소련의 향방에 대해 토론이 있었다. 내가 주장했던 의견은 누구의 호응도 얻지 못했다. 나는 조만간 공산주의가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했던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생활전선으로 뛰어 들고난 후 소련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었지만 고르바초프에 대한 뉴스는 꼭 챙겨보았다. 소련의 개혁과 개방의 영향으로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졌다. 동유럽 나라들에서 민주화 혁명이 일어나면서 공산당 정권은 하나둘씩 무너졌다. 급기야 소련 각각의…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