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넘어가는 시간, 저녁 반찬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남편과 아들이 저녁을 먹고 온다는 전갈이다. 순간 작은 자유가 가슴에서 물결친다. 가정주부만이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가 아닌가 생각한다. 콧노래를 부르며 혼자만의 저녁상을 차린다. 쟁반에 밥과 몇 가지 반찬을 챙겨 텔레비전을 보며 혼자 밥을 먹는다. 그러나 혼자 먹어서 그런지 밥맛이 없다. 밥은 여럿이 먹어야 맛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쟁반을 밀쳐놓고 채널을 돌려가며 텔레비전을 본다. 재미있게 보던 드라마나 오락프로그램도 혼자는 재미가 없다. 실컷 게으름을 피우고 나면 자유도 싫증이 나기 시작하고 알 수 없는 외로움을 느낀다. 혼자가 되는 시간에만 시골에 홀로 사시는 시어머님을 생각하게 된다. 매일 혼자 식사를 하시고 매일 혼자 밤을 맞이하는 마음은 항상 두려울 것 같다. 몇 시간 후면 돌아올 가족을 기다리고 있어도 뭔가 허전한데 아버님 돌아가시고 13년째 홀로 사시는 어머님은 내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외롭고 쓸쓸하실 것 같다. 가끔 시댁엘 가면 어머님은 밤에 잠을 못 주무시고 밥맛도 없어 굶기도 하신다며 하소연하듯 말씀하신다. 어쩌다 아들네에서 묵을 때는 식사도 잘하시고
11월이 시작하면,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말은 "김장 하셨어요?"란 말이다. 남자들까지도 그런 말이 오고 갈 정도인 걸 보면 겨울철 저장식품인 김장이 우리생활에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매우 크다. 나 역시 올해 주변 사람들보다 가장 늦게 김장을 담은 것 같다. 절임배추가 아닌 작은 아버지가 직접 가꾸신 배추와 무를 이용하다 보니 시간과 일이 많았다. 하루는 밭에서 배추를 따고 무를 뽑아 저장했고, 김장을 담기 전날은 배추를 절이고 마늘을 비롯한 양념을 준비했다. 드디어 11월 마지막 날, 새벽에 일어나 절인 배추를 씻고 갖가지 양념과 채소가 들어간 배추 소를 만들어 남편과 둘이서 김치를 담았다. 김치를 담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지고 김치로 채워진 여러 개의 통을 바라보니 뿌듯했다. 지난해 4월이었다. 오랜만에 언니 둘과 만나 부모님 산소에 갔다. 세 자매는 산소 앞에 자리를 깔고 앉아서 가져간 팩 음료수가 눈부신 햇살에 따뜻해질 때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다.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각자 반추하면서 우리 어머니는 정말 훌륭한 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또 그 이야기 속에 지금까지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됐다. 그 해 11월 초순 몹시 추운 날
현관문을 열었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눈에 척 들어오는 여덟 장 메주. 그 새 마른 건 굴려 놓고 덜 마른 것은 모로 세워 뒀다. 메주를 만들어 거실에 둔 것이 오늘로 벌써 아흐레. 밤중에 화장실 가려고 나올 때도 보면 정담이나 나누듯 소담스럽다. 둥글둥글, 복덩어리나 되는 것처럼. 이제 한 이틀 더 말렸다가 차곡차곡 재워 띄운 뒤 된장을 담그면 일 년은 걱정 없다. 부자가 따로 없다. 올해는 어찌어찌하다가 메주를 쑤는 게 늦었다. 김장을 끝내고 11월 그믐께가 되니 손이 곱아들 정도로 춥다. 하루에 끝내자니 햇살이 퍼질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고 새벽부터 서두르는데 어찌나 추운지 성냥도 그어지지 않는다. 간신히 불을 붙인 뒤 한 솥 가득 물을 붓고는 장작을 집어넣었다. 워낙 추워서 콩을 씻기 전에 불부터 지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잠시 후 얼었던 손끝이 펴지고 훈기가 돌면서 일하기가 수월했다. 간신히 불을 붙인 뒤 콩을 씻어 헹구고 나자 먼동이 튼다. 다시 또 남은 콩을 씻어 작은 솥에 이듬으로 안쳤다. 금방 설설 끓기 시작하면서 날도 완전히 밝았다. 일차 끓기는 했지만 온종일 쑬 요량으로 아침밥을 준비한 뒤 다시 불을 지폈다. 몇 시간이고 뜸
정석종 교수의 '조선 후기의 정치와 사상' 서문에, 지인 명진 스님이 준 '이 무엇고?'란 화두를 작고한 은사 김철준 교수가 꿈에 나타나 '언어도단'이라 가르침을 줬다는 내용이 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기에 이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논문 읽느라 두 시간 반 정도로 수면 시간을 줄인지 여러 해가 되니 종당에는 꿈속에서도 책장이 넘어가고, 이따금 책의 내용을 지도교수님이 설명을 해 주셔도 미둔한지라 잠에서 깨면 가르침을 베푼 꿈만 기억나고 정작 그 내용은 흐릿한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생각나는 것을 메모했는데 '새벽에 일어나 구절을 얻는' 효기득구와 유사하다. 며칠 전의 차담을 효기득구로 정리해 봤다. 몇 년 전에 부강에 차를 아시는 스님이 있다기에 지인과 함께 찾아간 적이 있었다. 처음 뵙는 자리임에도 스님이 쓰신 '향기로 장엄한 세계'를 받고, 답례를 미루던 차 이번에야 비로소 뵙고 해 지난 나의 문집을 드릴 수 있었다. 초겨울 기찻길 옆 오두막 산방에서 은제 주전자 안의 물은 끓어 백비탕으로 변해 가고 창 너머 산자락에 비치는 오후 볕은 따사롭다. 서쪽 창틀 너머로는 기와로 켜를 쌓은 담장 위에 자그마한 소나무 분재가 앙증맞
[충북일보]12월 1일은 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세계 에이즈의 날'이다. 지난 1988년 1월 영국런던에서 열린 세계보건장관회의에 참가한 148개국이 AIDS예방을 위한 정보교환, 교육홍보, 인권존중을 강조한 '런던선언'을 채택하면서 시작됐다. 이 날은 AIDS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예방책을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AIDS에 대한 심각성과 예방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7년 한 해 동안 국내 AIDS 신규 감염인은 1천191명이며, 전년(2016년) 대비 8명(0.7%) 감소했다. 성별로는 남성 1,089(91.4%), 여성 102명(8.6%)으로 성비는 10.7대 1이고, 연령별로는 20대 33.1%으로 가장 많았으며, 30대 24.3%, 40대 17.8% 순으로 20~40대가 전체의 75.2%를 차지했다. 국적별로는 내국인 84.7%, 외국인 15.3%이었다. 또한, 신규 감염 내국인 1천9명 중 '감염경로'에 대한 역학조사 질문에 응답한 사람은 753명이며, 이 중 752명은 성접촉(동성 간 358명 48%, 이성 간 394명 52%)에 의한 감염이라고 응답했다. UN의 AIDS 전담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의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우 늙은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중략) 시 향수는 가난하지만 평화로웠던 고향의 모습을 회상하며 고향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노래한 옥천 정지용의 작품이다. 이 시의 각 연은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해 묘사한 고향의 정경을 유기적 관련성 없이 병렬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후렴구는 회상 속에 떠오른 고향의 정경에 대한 화자의 정서를 집약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넓은 고향 들판의 밝고 한가로운 정경에서부터 깊어 가는 겨울밤의 정경과 늙은 아버지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이 나타난다. 이어 동심과 꿈이 가득했던 어린 시절 고향의 모습을 회상한다. 화자가 회상하는 구김살 없는 어린 누이와 덤덤하게 살아가는 순박한 아내의 모습은 당시의 우리 농촌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화자에게는 따가운 햇살 아래서 아내가 곡식 찌꺼기를 주워야 했던 가난한 생활이었
불만은 내가 바라는 마음보다 얻는 것이 적을 때 생기는 아쉬움이다. 욕구불만이라는 단어를 줄여 부르는 것이 불만이다. 욕구가 먼저이고 그것을 채우지 못한 것이 불만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욕구는 생존에 필요한 선천적 욕구를 중심으로 하는 생존 필수적 욕구와 남보다 우월한 것을 알리고자 하는 후천적, 사회적 욕구로 나뉜다. 요즘은 정보가 발달돼 몰라도 되는 일까지도 다 알게 된다. 인터넷, 스마트폰, TV를 통해 지구 구석구석 무슨 일이 있는지를 가르쳐주면 그만큼 욕구도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대입하는 일이 반복되며 불만도 그만큼 고조되는 것이다. 행복의 시작은 남과 비교되지 않는 것에 있고 남이 편하게 사는 것을 알기 시작하면 불만이 슬슬 싹트게 된다. 사촌이 땅을 사면, 갑자기 내 배가 아파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이다. 굳이 사촌이라 하는 것은 어릴 때부터 잘 알던 사이였고 또 가까운 사이였다는 것이다. 말 안 해도 그의 가정사정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던 사촌이 갑자기 땅을 사게 되면 사촌의 경제능력이 오르는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 아니라 내 경제능력이 떨어졌다고 느끼며 더군다나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곳에 샀다면 더 큰
한 티비 프로그램에서 100여 명의 어린 아이돌 지망생들이 어떻게든 눈에 띄어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사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나라처럼 경쟁을 통해 1등을 뽑는 프로그램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시청자가 직접 아이돌 멤버를 선발하는 이 프로그램은 화면에 등장하는 아이돌 지망생 얼굴 밑에 순위가 표시되고, 매 주 미션을 수행하면서 순위가 바뀐다. 우리는 얼굴 밑의 숫자를 보고 '아 쟤는 곧 떨어지겠구나', '쟤는 살아남겠네'하며 순위로 그들을 기억한다. 매우 잔인하다. 어떻게 그리 쉽게 사람에게 순위를 매길 수 있을까. 낮은 랭킹을 기록한 아이돌 지망생은 평생 저 숫자 때문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요즘 아이들은 같은 반 친구도 성적은 10등, 외모는 7등, 집안의 재력은 20등 하며 이런저런 잣대로 순위를 매긴다. 기가 찰 노릇이다. 사실 줄 세우는 문화는 비단 요즘 아이돌만의 문화는 아닐 것이다. 직장에서는 성과로, 실적으로 줄이 세워지고, 취미생활에서도 온갖 순위를 매겨 경쟁한다. 아무리 참여에 의의를 둔다해도, 나에게 '순위'가 매겨지는 순간 평정심을 찾기란 매우 힘들 것이다. 낮은 순위를 받으면…
[충북일보] 얼마 전 지방의 모 대학 취업담당자와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식사하는 내내 그는 지방 대학졸업생들의 중소기업 취업기피 현상에 대해 얘기하며 잔뜩 열을 올렸다. "지방대학 졸업생 대부분은 취업하기 위해 일단 서울로 올라갑니다. 그래서 대기업에 한 2년 정도 도전하다 실패하면 다시 공무원으로 눈을 돌립니다. 그리고 공시생으로 한 3년 정도 도전하다 실패하고 나서야 지방으로 내려옵니다. 그 땐 이미 나이 서른이 넘어 중소기업에 신입사원으로 취업하기도 어렵고 결국 백수로 전락하게 되는 거죠." 그는 지방에도 좋은 중소기업들이 많은 데 지방대 졸업생 중 일부라도 지방 중소기업에 우선 지원한다면 이런 최악의 청년 실업난은 벗어날 수 있지 않겠냐며 내내 아쉬운 심경을 토로했다. 실제로 2018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대기업과 공공기관 취업을 희망하는 청소년은 60%인 반면, 중소기업에 취업하려는 비율은 고작 4%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중소기업의 약 20만 개 일자리가 인력을 찾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10%나 되는 상황에서 청년들은 구직난에,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뉴스나 신문을 보면 아동학대에 대한 기사가 많이 보도되고 있다. 슬픈 사실이지만 사회가 변하고 가정 내에 잔존했던 부모들의 안 좋은 훈육 방식이 문제가 되면서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아동 학대란 아동을 신체적, 성적, 심리적으로 학대하거나 돌보지 않고 방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동학대에는 여러 유형이 있는데 물리적인 공격이 있는 신체적 학대, 성적 활동을 요청, 권유하는 성적 학대와 심리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심리적 학대가 있다. 아동 양육 및 보호를 소홀히 해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는 방임도 아동학대의 종류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총 3만4천169건으로 집계됐으며 전년보다 15.1% 증가한 수치이다. 아동학대는 대부분의 경우 부모들에 의해 발생하고 있으며 전체 아동학대 중 75%는 친부모에 의해 발생하며 다음으로 교직원, 보육교사 등 대리양육자가 15%로, 그 말인즉슨 아동학대는 가정과 학교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제일 많다는 것이다. 이렇게 아동학대를 받고 자란 아이들은 성인이 됐을 때 똑같은 행동 양상을 보이며, 정신적으로 늘 불안감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폭력성을 갖고 살아가게 된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11월 25일~12월 10일) 기념토론회에서 가정폭력은 여성에 대한 폭력, 친밀한 파트너에 의한 폭력으로 봐야한다고 발표했다. "아주 친밀한 폭력"의 저자 정희진은 '왜 때리는가? 이유가 있어서 때리는 것이 아닌가?'하는 이런 질문이 바로 폭력이라고 한다. 대신에 우리가 질문해야 할 것은 왜 우리 사회는 여성의 경험을 믿지 않는가? 왜 국가는 가정폭력 문제를 사소하게 다루는가? 왜 우리는 언제나 '사소하지 않다'고 외쳐야 하는가? 라고 말하고 있다. 여자교도소에서 살인죄로 복역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난 뒤에 연구자는 가해자면담이 아니고 피해자면담을 했었다고 말했다. 가정폭력을 수십 년간 견디다 못해 살기위해 사건이 발생했고 그 후에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피해자가 겪는 고통을 여전히 겪고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살인사건 중 범죄자와 피해자의 관계유형을 보면 친족(부부포함) 41.4%, 애인14.7%, 지인 10.2%, 친구3.5%, 타인 23.2% 기타 7%으로 서구사회에 비해 친족살인은 4배 정도가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10만 명당 2~3명으로 살인율이 낮은 안전한 국가에 속한다. 그런데 피해자의 성비를 보면 미국이나
'밤의 밑바닥이 환해졌다.' 노벨문학상 수상작 '설국'의 첫 구절입니다. 설국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겨울밤은 종종 눈으로 화사해지곤 합니다. 특히나 첫눈은 하늘이 비로소 겨울로 가는 하얀 외투를 건네주듯 그렇게 반갑습니다. 지난 주말 서울에 내린 첫눈은 너무 쉽게 자취 없이 사라져 꿈속의 연인이 다녀간 듯 아쉽기만 합니다. 어른들은 운전 때문에 눈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일단 눈송이가 흩날리면 누구라도 우선 반기고 보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나이 지긋한 이들에게는 옛 기억 갈피마다 첫눈이 고스란히 쌓여 있을 것이구요. 추억의 눈은 전혀 녹는 법 없이 변함없는 그대로의 적설량으로 애틋하고 가슴 서늘한 이야기와 더불어 가슴 저 밑바닥에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첫눈 내리는 날 만나자는 약속은 왜 그리 많았는지요. 또 누구와 만나자는 약속이 없었어도 무작정 거리로 나설 때가 많았습니다. 첫눈은 남녀노소 걸음을 멈추고 천진한 미소로 하늘을 올려다보게 하는 마력을 발휘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결속시키는 마법가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첫눈은 눈인지 모르게 슬쩍 스쳐 지나가버리고 마는 경우도 많죠. 그래서 첫눈 내리면 만나자고…
거짓말을 되풀이할 경우 인간관계의 덕목 중에서도 특히 중요시되는 신뢰 관계에 대단한 타격을 입힐 수도 있기에 우린 하지말아야 한다고 배웠다. 어쩌다 운이 좋아 거짓말을 통해 한 번의 고난과 처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종류의 행운은 오래가지 못한다. 거짓말은 늘 임시방편으로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때로는 생존을 위해 때로는 사익을 위해 혹은 아무 이유 없이 습관적으로 혹은 웃으려고 거짓말을 한다. 우리 주변에서 아주 가깝게 확인할 수 있는 거짓말의 현장은 면접을 하는 상황이다. "희망연봉은 3천500만 원이지만 액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뽑아만 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렇게 대답한 면접자가 과연 월급은 중요하지 않을까. 뽑아만 주면 월급과 상관없이 정말 열심히 일만 할까? 그 대답은 각자의 몫이다. 그리고 사장님이 질문한다. "이 회사는 여러분들이 주인입니다.", "우리 직장은 가족 같은 분위기라, 실력 있는 사람도 좋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화합입니다." 진심이길 바라지만 세상천지에 가족 같은 직장동료 그리고 사장님은 찾기 쉽지 않다. 그냥 사장의 가족이 그 회사의 구성원인 게다.…
견원지간(犬猿之間)이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개와 원숭이의 사이란 뜻인데, 개와 원숭이처럼 사이가 나쁜 관계를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인간사회의 현실에서도 이러한 관계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일부 선후배 또는 상사와 부하 사이 등등이다. 비판과 견제 역할을 해야 하는 정계에서 여당과 야당의 관계나 행정기관과 시민단체의 관계 등에서도 이런 현상을 목격하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리고 종교적인 논란으로는 진화론의 지지자(생물학자)들과 창조과학회원(신학자)들 사이에서도 흔히 목격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흔히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가깝고도 먼 나라'로 지칭한다. 지정학적으로는 가장 가까운 곳에 인접해 있지만, 역사적으로 상호간의 혐오가 쌓여 가까이 하기 어려운 존재라는 의미일 것이다. 현대사만 놓고 보더라도 일본이 미국과 맺은 일본 총리 가츠라 타로 (桂 太郞), 미국 육군 장관 윌리엄 태프트 (William H. Taft)의 합의각서 (Agreed Memorandum)에 의해 대한제국과 필리핀의 상호지배를 묵인함으로서 한일 관계는 돌이키기 어려운 사이로 틀어지고, 현재까지도 과거사로 인해 가까운 나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운전을 하면서 가장 위험을 느낄 때가 유턴할 때다. 갑자기 차선을 역으로 바꿔야하기 때문이다. 자칫 마주 오는 차와 충돌할 위험도 있다. 그래서 유턴할 때는 엄격한 조건이 있다. 우선은 차가 역으로 돌 수 있는 폭이 확보돼야 한다. 최소한 4차선은 돼야만 유턴을 허용한다. 두 번째는 마주 오는 차와 충돌을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 좌회전할 때나 보행신호등이 켜져 있을 때만 안전하다. 지금 한국사회는 각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역주행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고 단속도 하지 않는다. 사고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안보 문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반공교육을 받고 자랐다. 공산당은 빨갱이라고 교육받았다. 머리에 뿔이 난 빨갱이는 무조건 때려잡아야 하는 것으로 알았다. 세상이 바뀌고 말았다. 머리에 뿔이 난 빨갱이를 때려잡는 게 아니라 칭송해야할 것 같은 분위기일 때도 있다. 대통령이 빨갱이를 찾아가기도 하고, 초청하기도 한다. 그것을 이상하다고 하면 반통일 세력으로 매도당한다. 자유를 찾아온 탈북민이 영웅 대접을 받으며 안보강연을 하며 사는 게 상식이었다. 영웅대접은 고사하고 북송위협을 받
속이 꽉 찬 고갱이가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배추 속살인 노란 빛깔은 어떤 맛일까? 입맛을 자극한다. 하나를 뚝 잘라먹어보니 달콤하고 고소한 맛과 향이 입안을 가득 메운다. 튼실한 배추 덩이들은 갓난아기 달래듯 조심조심 다뤄졌으리라. 잎이 꺾이기라도 하면 큰 병에 걸린 듯 법석이라도 떨었을 테지. 김장 날인 오늘. 소금물에 절여진 배춧잎들은 온천수에 몸을 푹 담그고 나온 살갗처럼 야들야들 축 늘어져있다. 적절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아무리 좋은 반신욕도 너무 오랜 시간하면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고 하지 않던가. 큰일을 도모할 때, 적당한 시기와 장소는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닐 것이다. 심사숙고 끝에 정해진 수고스러움 일 것이다. 간이 잘 베개 절여지는 것도 그만큼 사람의 정성이 깃들 여야만 가능하리라. 너무 푹 절여지면 짠맛이 강할 테고, 덜 절여지면 배추가 살아 있는 듯 통통거리며 꺾이리라. 이맘때면 어릴 때부터 보아 온 장면들이 눈에 선하다. 김장 날이면 전날부터 배추를 빠개고 손질한 다음, 이른 새벽부터 배추를 뒤척이던 어머니의 모습. 배추 한 포기 한 포기를 골고루 절여, 식구들에게 맛있는 김치를 먹이려는 어머니의 정성으로 변신한 배추들의…
요즘 서울 모 여고의 시험문제 유출 사건, 일부 사립유치원의 회계비리 등 부당한 방법으로 개인의 이익을 더 우선시 하는 모습에 마음이 씁쓸하다. 얼마 전 처가댁 다녀오는 길에 충남 논산에 위치한 돈암서원에 들렸다. 돈암서원은 사적 제383호로 우리나라 637개 서원 중 문화유산적 가치가 뛰어난 곳이다. 조선 중기의 유학자 사계 김장생(金長生)선생의 제자들이 스승을 추모, 그의 사후 3년 뒤인 인조 12년 사우를 건립하고 위패를 봉안, 제사를 모시는 사당과 교육 강당을 건립했다. 김장생은 조선 중기의 정치가·예학(禮學) 사상가로 임진왜란 이후 주로 지방관을 역임했으며, 인목대비 폐모논의가 일어나고 북인이 득세하자 낙향해 예학연구와 후진양성에 몰두했다. 그의 제자는 송시열 외에 서인과 노론계의 대표적 인물들이 많다. 김장생은 청렴결백, 정직을 최우선으로 실천했기 때문에 백성과 제자들로부터 많은 신뢰와 신망을 얻었다고 한다. 이는 겸손한 마음, 곧은 의지, 끊임없는 혁신과 창의성, 청렴한 생활에서 나온다. 현대사회에서 청렴은 한 국가의 경쟁력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지난 10월 국가경쟁력 순위를 발표했는데,…
남북철도 연결사업이 일단 숨통을 틔우게 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15개국 전원 동의로 남북 철도 연결과 관련한 공동조사에 대해 제재 예외 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20일 워싱턴에서 한미 워킹그룹의 첫 회의에서 남북철도 공동조사를 '강력히 지지한다'는 미측의 지지를 얻어내고 냈고, 23일 유엔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남북교류협력의 상징적인 조치로 철도연결사업을 진행한 정부의 입장에서 일단은 안도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남북철도 연결사업은 이미 지난 4월 판문점 선언 이후, 약 6개월가량 지속적으로 남북이 추진해온 사업이었다. 현 정부로서는 남북철도사업을 통해 남북관계개선 뿐만 아니라 신북방정책의 성과로 이어져 우리의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으로 삼고자 한다. 이미 남북 간에는 지난 9월 19일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연내 철도, 도로 착공식에 합의를 했었고 10월의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11월 말~12월 초에 착공하기로 합의했다. 이런 연유로 정부는 연내 철도연결사업 착공에 매달렸다. 유엔의 이번 대북제재 예외를 받은 것은 정부의 지속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의 성과로 볼 수 있다. 남북철도 연결사업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경의·동해선철
석이는 "바위에 붙어있는 귀(耳)와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특이한 모양의 석이버섯은 해발 700m 이상의 바위틈에 붙어서 수십 년 동안 거센 비바람과 눈보라를 맞을 적마다 바위의 기운을 조금씩 먹고 자란다. 비가 오지 않거나 물기가 없으면 생장을 멈추고 바싹 마른 채로 척박한 바윗돌에 붙어산다. 그래서 석이를 화강암 벼랑의 검은 꽃이라 한다. 석이는 사실상 버섯이 아니라 잎 모양의 지의류(地衣類)이다. 바람과 이슬을 머금은 석이는 공해를 가늠하는 지표식물의 표본이자 매력을 가진 고결한 식물이다. 아무리 생장조건이 좋더라도 1년에 평균 1~2㎜ 밖에 자라지 않는다. 외밧줄에 의지해서 석이를 채취하는 헌터에게 한 번 얻으려면 30~40년의 기다림이 필수요건이다. 사계절 채취가 가능하지만 인공재배는 되지 않는다. 고혈압 등 약재로 식재료에 쓰이던 석이는 예로부터 궁중요리나 임금들이 즐겨 먹던 음식이다. 고사리, 고비 등 검정빛깔의 음식을 담는 구절판에 들어가는 검은색 빛깔의 대표음식이 석이버섯이다. 석이(石茸)는 기원전 239년에 쓰인 중국의 '여씨춘추'에 처음 나온다. 이 책에는 "기산 동쪽에 청조산의 감로가 있는데 장강 강가의 귤, 운몽택
일기장에서 어느 숫자를 발견하곤 소스라쳤다. 2년 전 체중이 이 숫자였단 말인가. 밝히기가 다소 주저 되지만 솔직히 말하련다. 현재보다 무려 13㎏이나 더 무거웠던 지난날 체중이다. 이 숫자를 바라보자 참으로 새삼스러웠다. 그동안 체중 감량을 위한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날만 새면 아파트 헬스장에서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지난 여름날 역대 급 폭염을 운동으로 극복했다. 이 무렵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염천의 무더위도 아니요, 운동할 때 느끼는 통증도 아니었다.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그 싸움은 무수한 인내를 필요로 했다. 매일 반복되는 운동 중 특히 런닝머신 위에서 뒤로 걷기는 운동 신경이 둔한 나로서는 처음엔 두려웠다. 자칫 한 눈이라도 팔 양이면 넘어지기 십상이어서이다. 런닝 머신 위에서 뒤로 걸으려면 몸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이 운동을 하면서 갑자기 '균형'이란 낱말을 떠올려봤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할 때 심신의 균형도 이뤄진다. 나 같은 경우 요즘 걸핏하면 의기소침해진다. 어느 땐 사소한 일에도 신경이 예민해진다. 젊은 날과 달리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가 망설여진다. 어느 사이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는 소심증이
사람들은 새해가 밝으면 어떤 새해소원을 빌까. 가족의 건강과 금전적 안정, 이 두 가지가 소원의 주된 내용일 것이다. 그런데 적은 돈으로 건강과 재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 할까. 아마도 고민 없이 투자할 것이다. 바로 주택용 소방시설이 두 가지를 동시에 이룰 수 있다. 주택용 소방시설이란 '단독경보형감지기'와 '소화기'를 말하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신규주택에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했고 기존 주택은 2017년 2월 4일까지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율은 41.08%까지 상승했고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주택화재는 7% 증가했으나 화재사망자는 반대로 6.9% 감소했다. 이렇게 사망자 저감 효과가 있어 설치를 법적으로 의무화 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보급률은 저조한 게 사실이다. 지자체 및 소방서에서 지속적으로 홍보를 해도 아직까지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화재 발생시 큰 피해를 막는 방법은 간단하다. 빨리 인지하고 진화를 하거나 진화가 힘들 때는 대피를 하면 된다. 하지만 오전 0시부터 6시까지의 화재건수는 가장 적은 반면 사
오곡백과가 탐스럽게 익어가는 것을 보면 부자가 된 듯 한 마음이 든다. 그 기분을 오래 간직하고 싶지만 낮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고 서늘해지는 날씨 때문에 서둘러 가을걷이하기에 여념이 없게 된다. 농사를 짓는 사람은 물론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도 덩달아 분주해진다. 농경을 근본으로 살아온 탓인지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춤춘다는 속담도 있을 정도다. 어머니는 울안에 있는 빈 터에 서리태 콩, 흰콩, 들깨, 메밀, 배추, 무, 파, 상추, 도라지, 아욱, 시금치 등의 씨앗을 뿌려 가꾸신다. 구순이 넘은 어머니의 힘으로는 너무 벅찬 일이다. 어차피 풀을 뽑아야하는데 빈 땅으로 그냥 둘 수 없다고 하며 해마다 봄만 되면 땅을 일구고 씨앗을 뿌릴 준비를 한다. 씨를 뿌리면 새싹을 틔우고 싹이 자라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냐며 일손을 놓지 않는다. 어머니 건강을 위해서 일을 줄였으면 좋겠는데 몸을 아낄 줄 모르니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안쓰럽기만 하다. 지난 여름은 그 어느 때 보다도 유난히 심한 가뭄과 무더위에 시달렸다. 그래도 쉬지 않고 물을 주고 가꾸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 어머니의 손길 때문에 콩과 깨가 아주 잘 자랐다. 마당에 심어
그가 마취약에 취해서 아직 현실로 건너오지 못하고 있다. 수술을 마치고 깊은 잠에 빠져있다. 2시간째 회복실에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다. 그의 시간은 정지해 있다. 나는 병원 유리벽에 놓인 의자에 앉아 책을 보다 그가 늘어져 있는 회복실을 보다를 수없이 반복한다. 창밖의 햇살이 긴 팔을 뻗어 근심어린 내 얼굴을 쓰다듬는다. 유리벽 밖 두껍게 쌓인 눈 위로 빨간 장화 신은 비둘기가 날아와 앉는다. 비둘기는 종종걸음을 치며 눈을 쪼아 먹고 있다. 눈 위에 발자국을 찍으며 홀로 걷는 비둘기는 무엇을 쪼는 걸까. 눈을 먹는 것일까 눈 속에 박힌 무엇을 먹는 것일까. 아무리 봐도 흰 눈만 가득하다. 노랗다 못해 주황빛에 가까운 눈알을 굴리며 내 시야에서 멀어졌는가 하면 또 가까워지기를 반복하더니 어느 순간 사라진다. 사라진 비둘기를 찾다가 눈 위를 본다.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국 들이 어지럽게 찍혀있다. 발은 간데없고 발이 놓아버린 발의 흔적만 눈 위에 즐비하다. 사선 모양, 지그재그 모양, 동그라미 모양 등 다양한 모양의 발 도장을 찔러 놓고 사라졌다. 유리창 밖의 세상은 소리가 모두 증발했다. 나는 귀를 잘라 어디론가 유배시킨 느낌으로 창밖 세상을 본다.…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크고 작은 화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5년간 옥천지역에서 겨울철에 발생한 화재를 분석해 보면 화재발생 건수는 162건으로,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79건(48.7%)으로 가장 많았고, 전기 과열 등으로 인한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가 23건(14.2%)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화재발생 장소는 주거시설의 점유율이 49건(30.2%)으로 가장 높았다. 추워지는 계절에 전기장판 등 난방기 사용이 늘고 있는 만큼 화재 예방에 주의가 필요하다. 가정에서 알아두면 좋은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알아보자. 전기장판은 반드시 필요할 때만 사용하고 오래된 전기장판은 폐기하고 사용하지 않는 전기장판의 콘센트 빼기. 전기장판은 겨울철 화재 사고의 주범 중 하나다. 열선이 약해져서 사고가 나기도 하고 외출할 때 전기장판을 켜놓고 나갔다가 과열로 인해 사고가 나기도 한다. 전기 히터, 과열·넘어짐 방지 기능 체크하고 너무 가까이 두지 않기. 전기히터 구입 시 소비효율과 등급을 확인해야 하며, 자동 전원 차단 기능 여부 및 과열 방지 기능 여부도 함께 확인해 구입하면 도움 된다. 그리고 사용 후에는 반드시 플러그를 뽑아주거나 타이머 조작으
동방이 강림차사와 심층 상담을 마치고 돌아왔다. 나는 가슴이 조마조마해서 동방의 낯을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어 공연히 딴전을 피웠다. 다른 사자들도 웅성거리며 동방의 상담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었다. 촐랑이 사자가 동방을 향해 달려가서 물었다. "어찌 됐나?" "글쎄요. 저는 강림차사님의 말씀에 충실하게 응대해드렸는데 결과야 강림차사님 마음에 달렸으니……." 촐랑이 사자가 답답하다는 듯이 자신의 가슴까지 치며 다시 물었다. "아, 그래도 분위기라는 게 있지 않은가?" "하하. 사자님은 제가 최종 퇴출자로 선택받기를 바라시는데 그렇게 안 될까봐 노심초사하시는 것 같습니다." 촐랑이 사자가 손 사레를 치면서 난색을 했다. "아,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난 걱정돼서 물어본 건데." "하하. 저도 그냥 해본 말입니다." 촐랑이 사자가 얼굴을 펴고 동방에게 바짝 다가가 물었다. "이보게. 보아하니 결과가 좋은 게야. 그렇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여유 만만할 수야 없지." 모여 있던 여러 사자들 눈동자가 번들거렸다. 나는 그 자리를 벗어났다. 동방이 어느새 뒤따라왔다. "김 사자님. 발뒤꿈치에 돌덩이를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