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역 뉴스를 보던 사람은 깜짝 놀랐을 것이다. 김병우 교육감이 격양된 어조로 이시종 지사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고교무상급식, 자사고, 잡 월드 등 충북도와 갈등 중인 문제에 대해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결국 도가 양보하는 하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명문고 해석 차이 등 후유증은 여전해 보인다. 도지사와 교육감의 대립 후유증도 적잖은데 한범덕 청주시장까지 야구장 공약파기 문제 등으로 이시종 지사와 불편하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런 뉴스를 들을 때마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이란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도지사, 교육감, 청주시장이 모두 진보성향이니 찰떡공조를 과시해야 할 텐데 어째서 진보 도지사와 보수 교육감, 청주시장일 때보다 갈등이 심하냐는 것도 의문이다. 주민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지금이 밥그릇 싸움이나 할 만큼 한가한 때냐는 당혹감이다. 지역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졌고, 당장 혹한을 견디는 문제로 안간힘을 쓰는 데 핵심 기관장이 갈등 중이라니 얼마나 한심하겠는가. 도지사와 교육감의 대립을 분석해 보면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다. 고교무상급식을 지방선거에 활용하는 데까지는 공조했지만 막상 누가 돈을 더 많이 댈…
추위에 움츠린 몸을 일으켜 세운다. 기지개를 쭉쭉 켜며 창밖을 내다본다. 새빨갛게 농익은 산수유가 흩날린 눈발에 살포시 덮여 있다. 햇살에 녹은 눈은 빨간 산수유 열매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까? 탱글탱글한 붉은 산수유 열매와 수정처럼 맑게 빛나는 물방울. 요염하기까지 하다.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무심한 나였건만. 어쩌면 저토록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걸까? 아니면, 이제 작별을 고할 때가 다가오는데도 자신을 탐하지 않은 서러움으로 붉은 피를 토해내는 건 아닐까? 일 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바라보며 살아왔건만, 단 한 번도 다가가지 못한 나. 그런 나를 짝사랑이라도 해온 건 아닐는지. 서로를 갈라놓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따스한 손길을 그리워했을까! 더 이상은 애끓는 자신을 견디지 못하고, 한파를 핑계 삼아 저토록 매혹적인 모습으로 유혹하고 있는 걸까? 계절이 바뀔 때마다 보내온 갖가지 선물들을 떠올려 본다. 대지를 물들인 여린 연둣빛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전에,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며 다가온 산수유. 아, 예쁘다! '꽃 대궐이 여기로구나'라고 착각하게 하든 소담
지난 여름 한반도는 100년만의 폭염으로 몸살을 앓았다. 기상 전문가들은 올 겨울 폭설이 몰아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최근 나타나는 이상기후 현상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기후변화를 말하고 있다. 국립공원에서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감지할 수 있으며 설악산국립공원 분비나무와 지리산국립공원 구상나무 군락의 집단 고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아고산대라는 특수한 환경에 맞춰 살아 온 식물들에게 기후변화는 생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은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도 없어 점차 사라질 수밖에 없는 가련한 운명 앞에 놓여 있다. 소백산국립공원 비로봉 서북쪽 해발 1천200m 이상의 고지대에는 천연기념물 제244호 소백산 주목군락이 있다. 총 33만㎡에 달하는 넓은 면적에 평균 수령이 350년인 주목 2천46본이 자생하고 있는 국내 최대의 주목군락지다. 그동안 중부권에 위치해 기후변화의 영향이 다소 적을 것이라는 이곳에 올해는 폭염으로 인한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무소 직원들은 폭염이 시작된 지난 6월경 주목들이 유난히 시들어 가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전체 피해 현황을 육안
해마다 이맘때면 가정마다 김장하느라 온 가족이 동원된다. 김장을 마치고 따끈한 삼겹살 수육에 방금 버무린 김치를 곁들여 먹는 때늦은 식사는 고단함을 녹이는 데 부족함이 없다. 수육의 맛도 맛이려니와 서로의 정담으로 그 맛은 배가된다. 맛깔스러운 김장김치를 곁들인 수육을 먹으며 가족끼리 이야기를 나누던 중 사회 초년생인 딸아이가 "아빠 소금이 뭐야?" 라며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요즘 젊은이들이 쓰는 줄임말인가 생각했는데, 들어보니 직장 근처 동주민센터에서 '소금'이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있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정치후원금 홍보 포스터를 보고 한 말이었다. 소중한 정치후원금이라는 홍보 문구에서 첫 글자인 '소'자와 마지막 글자인 '금'자를 부각시켜 정치후원금을 소금에 비유한 것이다. 소금은 우리 몸의 생리적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없어서는 안 될 물질이다. 정치도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소'중한 정치후원'금'이 꼭 필요하다. 정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데 정치후원금을 왜 내느냐, 정치후원금은 돈 많은 기업이나 부자가 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정치인이 올바른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바람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고 이를
2018년 무술년이 어느새 영영 사라지려 한다. 한 해의 끝에서 희망을 속삭이는 것은 또 다른 한 해의 시작에 거는 기대 때문이다. 혹시 커피에서 행복을 찾고자 한다면, 마땅히 '제4의 물결'이 무엇이냐를 점쳐보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 커피의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개인 뿐 아니라 수많은 카페와 기업들의 생존,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이 달린 중요한 문제로 급부상했다. 거대한 커피의 물결은 준비한 자에게는 '질주의 기회', 방향을 잘못 잡은 자에게는 '영영 헤어날 수 없는 위협'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안주하려 한다면 상대적 박탈감만 키울 뿐이다. 물결이 지난 자리의 고요함이란, 버스에 올라 타지 못한 자가 느끼는 허무함과 다를 바 없다. 많은 사람들이 7~8년 전부터 '한국의 커피 시장은 포화상태다', '지금 커피 사업에 뛰어들면 상투를 잡는 꼴이다', '곧 거품이 꺼진다'는 등 나름대로 견해를 밝혔지만, 모두 틀렸다. 커피의 빅뱅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개인은 시쳇말로 돈도, 기술도, 세력도 약하다. 흔히 "하다 하다 할 게 없으면 카페나 하지"라고 말하지만, 결단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겨울 부자는 쌓아둔 볏가마니와 김장독을 보면 안다. 따스한 보금자리와 먹을거리가 넉넉해야 추운 겨울을 지낼 수 있던 시절이 갑자기 사라졌다. 열 포기 미만으로 하는 일도 '김장 담근다'고 한다. 80년대 말까지도 작게 한다는 집에서 100포기, 식구가 많은 가정에는 500포기를 넘게 하는 일도 많았다. 요즈음에도 김장은 겨울을 알리는 진풍경이다. 김장은 찬바람을 몰고 오는 동장군(冬將軍)을 맞이하는 음식으로 불린다. 오죽했으면 김장하는 날까지 받아 대사로 치렀을까. 절임배추와 무 그리고 갖은 양념을 미리 구비해 놓고 손(厄) 없는 날에 김장을 담갔다. 김장하는 날엔 새참으로 먹을 육류가 펄펄 삶아지고, 아이들은 잔치가 벌어진 냥 즐거워했다. 고모, 이모네까지 총동원돼 김장하던 옛 풍경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김장하는 날에는 집집마다 화목이 피어난다. 원래 김장은 김치 담그는 일을 가리킨다. 겨울철 주식과도 같았던 김장김치를 줄여서 부르는 말로 쓰인다. 김치는 '채소의 소금절임'을 의미하는 저(菹)가 기원전 470년경 공자의 '시경'에 제향음식으로 처음 언급됐다. '제민요술' 등 6세기 중엽까지 김치를 가리키는 절임음식으로 기록했다. 우리나라에서
요즘은 제초제의 등장으로 호미가 홀대를 받고 있다. 이에 반해 외국에서는 호미도 한류 바람을 타고 인기가 치솟는단다. 기뻐할 일이다. 매사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행동을 추구하는 나라에서 한국 농기구인 호미의 효용성을 인정한다니 의기양양해 진다. 하다못해 호미도 한류 바람을 타는데 문학이라고 예외가 있으랴. 한강 소설가의 '채식 주의자'가 한국 문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인 맨부커 상을 수상했잖은가. 이는 영국인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의 탁월한 번역 실력이 일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버라 스미스 역시 소설가 한강과 공동 수상자의 영광을 안게 됐다. 이유는 소설 '채식주의자'에 대한 그의 탁월한 영문 번역 실력 때문이다. 무엇보다 문학적 뉘앙스를 잘 살린 덕분이란 말이 있다. 우리의 언어와 글은 참으로 뜻이 오묘하고 표현이 다양하며 매우 생동적이다. 이런 한글로 외국인들의 정서에 담뿍 스며들도록 번역을 한다는 일은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니다. 특히 권대근 평론가는 자신의 저서 '한국의 명 수필 The Art Of the Korean Classic Essay'의 '역자의 말'에서 밝혔듯 문학 작품은 최고의 영작 기술을 요하는 일이기에 여태 한국문단에서 수필
교회 첨탑 위 십자가가 장검처럼 꽂혀있는 아침이었다. 리어카에 가득 실린 종이 상자는 노인의 키를 훌쩍 넘고 있었다. 노인의 머리엔 오랜 세월 함께 온 듯한 빛바랜 빨간 챙 모자가 얹혀있고 그 아래 고동색 점퍼가 흐늘거리고 있었다. 점퍼 속엔 검붉은 티셔츠를 입은 듯, 허리춤으로 셔츠 단이 닭 벼슬처럼 삐져나와 있었다. 점퍼 몸통에서 연장된 팔 끝에는 하얀 목장갑이 리어카를 그러쥐고 있었고 그 아래는 얄팍한 검정바지가 바람에 몸을 떨고 있었다. 떨고 있는 바지 단과 슬리퍼 사이에 양말도 신지 않은 붉은 발이 설핏 보였다. 출근 길, 신호등아래 서있던 내 옆에 폐지를 가득 실은 노인이 멈춰 섰다. 회색 칸막이를 친 하늘이 그를 음울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로에는 바쁜 아침을 지나는 각양각색의 차들로 빼곡했다. 차들은 보이지 않는 끈을 뒤꽁무니에 매단 듯 계속해서 따라오는 차들을 끌고 앞으로 앞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길옆에는 들깨 칼국수 가게와 횟집이 꼭 다문 입처럼 셔터를 내리고 서있었다. 아직 문을 열 때가 아니라는 듯 굳게 닫힌 입술들의 결심은 견고해 보였다. 나는 신호등이 보이는 하얀 사다리 앞에 서서 난로의 불처럼 빛나는 빨간…
나무는 땅에서 거의 뽑혀 있었다. 뿌리의 일부는 허공에서 힘없이 늘어져 있었고 둥치는 꺾여 있었으며 나뭇가지들은 하나 같이 잘려 있었다. 그런데 잘린 나뭇가지마다 시든 잎들이 가득 붙어 있다. 공원조성이라는 개발논리 앞에 속절없이 사라져 가는 나무의 운명. 잘린 나뭇가지에 붙어 있는 시든 잎이 바람에 파르르 떠는 모습은 왠지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언제부턴가 아파트가 들어서고 산이 개발된다는 소식은 들었었다. 그러나 현장이 정확히 그곳이란 건 몰랐다가 오늘 알게 됐다. 여기저기 노란 깃발이 꽂히고 수 십 년 묵은 나무들이 쓰러져 있다. 산 곳곳마다 걸린 안내현수막과 공사흔적이 사실이라 말한다. 삶의 힐링을 위해서라고 했지만 어쩐지 무언가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힐링은 치유다. 편협한 생각인지 모르나 힐링은 자연적이어야 순수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순수한 치유가 무엇인가. 인위가 배제된 자연 속에서 스스로 찾는 것이리라. 스스로 찾는 다는 것은 편함을 버리고 수고를 기본으로 한다. 이미 산이 거기 있었고 나무들이 그곳에서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있었다고 본다. 물론 사람들이 오르기에 편하게 계단을 만들고 멋있는 상징물을 설치
팽팽한 긴장감이 무대 위에 흐른다. 서치라이트가 무대 위에 도열해 있는 단원들을 환히 비추자 아트홀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단원들의 눈이 지휘자의 손끝으로 향하고 '쾅쾅' 피아노의 우렁찬 소리가 울리면서 첫 번째 연주곡인 신의 영광이 시작된다. "저 하늘 주의 영광, 찬양하고 만 백성 노래한다" 조용하던 공연장에 50명의 남성들이 뿜어내는 화음이 울려 퍼지면서 긴장감은 어느덧 엄숙하면서도 생동감으로 바뀌어 간다. 남성 합창의 묘미는 역시 웅장함이다. 때론 잦아들 듯 느리고 조용하다가 느닷없이 거대한 파도가 일렁이듯 음률이 객석을 휩쓸고 지날 때면 연주자와 관중들은 이내 함께 호흡하게 된다. 지휘자의 손끝과 연주자들의 입, 관중들의 눈과 귀가 한데 모아지면서 합창으로 행복한 힐링이 시작된다. 두 번째 무대는 한국 가곡이다.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에 곡을 붙인 노래로 우리들의 정서와 잘 어우러져 관객들과 쉽게 동화될 수 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얼마나 역설적이고 자기 희생적인 사랑의 표현인가. 이 시는 완벽하리만큼 이타적인 사랑을 노래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노래를 부를 때면 고도의 절
지방자치제도는 다양성에 대한 인정으로부터 출발한다. 지방자치는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되고 1995년 민선시대가 출범하면서 민주주의와 지역발전에 많은 성과를 거뒀다. 지방자치는 주민의 수요와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정책을 스스로 기획하고 추진하면서 지역발전을 추동해오고 있다. 자치분권의 흐름 속에서 지방의 권한이 확대되고, 지역발전과 주민에 대한 지역의 관심이 강해지면서 갈등과 분쟁의 양상은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최근 그린벨트 해제, 접경지역 악취문제, 행정구역과 생활권 불일치로 인한 주민생활 불편 발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앙과 지방간, 지방간, 주민 간 갈등이 유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갈등(葛藤)의 어원은 칡(葛)과 등나무(藤)가 둘이 얽히는 모습에 유래됐다고 한다. 칡 나무는 왼쪽으로 나무를 감아 올라가고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감아 올라가서 이 둘이 쉽게 풀리지 않는 것에 빗댄 것이다. 칡과 등나무의 경쟁은 보통 한 나무가 고사한 후에야 끝을 맺는다. 중앙과 지방, 지방간, 주민간의 갈등 역시 당사자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다면 칡과 등나무처럼 뒤엉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가 없다. 자치분권이 화두가 되는 지금,…
동방이 강림의 속내에 대해 나에게 말했다. '첫째, 지금의 저승세계를 다스리는 행정 시스템은 너무 비효율적이다. 수만 년 전부터 내려오던 방식 그대로이기 때문에 빠르게 변화하는 인간들의 영혼을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둘째, 지금의 저승세계를 이끄는 지도자들은 너무 늙었다.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을 전혀 읽을 줄 모르고 자기방식만 고집하기 때문에 저승세계의 발전이 전혀 없다. 셋째, 저승사자나 인간의 수가 굳이 많을 필요는 없다.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무한의 시간을 좀먹는 대상들은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인간세상이나 저승세계는 물론 지옥을 포함한 여러 단계의 조직관리가 심플해 질 수 있다. 더구나 반복되는 윤회의 굴레에서 고통을 받지 않아도 되니 당사자들에게도 좋을 것이다. 즉, 우리 젊은 세대가 나서서 이 시스템을 바꿔보자. 염라대왕에서부터 모든 관리자를 몽땅.' 나는 동방의 이야기를 듣고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물론 강림처사의 말이 틀리다고는 할 수 없어요. 저도 어느 정도는 공감하는 부분이 있긴 하죠." "그래, 그럼 대왕님 자리에 누굴 앉히고 싶다는 겐가?" "누구든 능력이 탁월한 자가 그…
조선시대 치안업무를 담당한 이들이 포교나 포졸이다. 육모방망이를 차고 거리를 나서면 백성들은 죄가 없어도 움찔했다. 육모방망이는 단단한 박달나무로 만들어졌는데 이 방망이로 한번 맞으면 장정이라도 쓰러지거나 선혈이 낭자한다. 건장한 체격의 궁문을 지키는 나졸들은 궁 밖을 헤매는 낯선 사람이 있으면 가차 없이 육모방망이를 휘둘렀다. 성균관 유생들도 대한문 앞에 농성할 때는 나졸들에게 무자비하게 두들겨 맞아 선혈이 낭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전 춘향전의 이몽룡이 거지행색으로 춘향 집을 찾자 월매는 탄식하며 그를 옥중으로 데려간다. 춘향이 그토록 그리던 이몽룡을 면회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월매는 옥을 지키는 나졸에게 엽전을 주고 매수했다. 지방관아에 달린 포졸들은 제대로 급료를 받지 못했다. 아전들에게 붙어 일을 봐주고 곡식을 받았다. 옥은 대부분 사옥(私獄)으로 나졸들이 옥문을 관장했는데 범죄자 가족들이 주는 뇌물을 받아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몽룡이 변사또 생신잔치에 돌연 나타나 암행어사 출도를 외칠 때도 나졸들이 등장했다. 이들이 육모방망이를 휘두르며 들이닥쳐 잔치 상을 뒤엎었다. 중앙에서 어사를 수행
2년 전부터 '10년 일기'를 쓰고 있다. 말 그대로 10년 동안 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일기장. 첫 쪽이 1월 1일, 마지막 쪽이 12월 31일로 나뉘고 한 면에 2016년부터 2025년까지 네 줄씩 적을 수 있다. 매일 저녁 잠들기 전 그날 있었던 중요한 일들을 간단히 적는데, 바쁠 때면 주말에 몰아 쓰기도 한다. 빈 공간으로 남겨두면 마치 그 날을 제대로 살지 못한 느낌이다. 기록은 어느덧 내 삶의 일부가 됐다. 지난 여름 홍보담당관에서 보낸 한 장의 공문은 기록에 대해 새삼 음미하게 됐다. 읍·면·동사무소에서 보관하고 있을 법한 옛 사진들을 수집한다는 내용으로, 부면장이 서고 후미진 곳에 놓여 있던 앨범 세 권을 보여줬다. 먼지가 수북이 쌓인 표지를 닦아내고 앨범을 넘겨봤다. 빛이 바래 연갈색을 띤 사진 속에는 40년 전 주택가와 붉은 흙길이 나란히 있고, 페인트 붓으로 쓴 봄맞이 대청소 현수막과 엄정국민학교 봉사대라는 푯말을 든 두 아이, 그 뒤로 여남은 명이 싸리비를 들고 어설픈 빗질을 하고, 네댓 살 코흘리개는 양철지붕 밑에서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다. 사진을 보며 불쑥 든 생각은 40년 전 이 사진 속 주인공들
"한 잔(盞) 먹세 그려. 또 한 잔(盞) 먹세 그려. 꽃 꺾어 산(算) 놓고 무진무진(無盡無盡) 먹세 그려." 송강 정철의 '장진주사(將進酒辭)'의 첫 구절이다. 현대판 건배사다. 드디어 12월이다. 우리는 연말 모임에서 자주 건배사를 듣는다. 우리는 건배사를 하며 세월의 흐름, 즉 시간에 대한 나이의 빠르기에 대해서 고개를 끄덕인다. "벌써 12월이야. 또 한 살 먹는구나. 아니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지? 세월 참 빠르지 않니?" 시간은 10대엔 시속 10㎞, 20대엔 20㎞, 30대엔 30㎞, 40대엔 40㎞, 50대엔 50㎞, 60대엔 60㎞로 달린다. 그러고 보니 나의 시간은 40㎞로 달리고 있다. 어린 시절에 살던 동네를 어른이 돼 찾아가 보면 거리들이 옛날에 생각했던 것보다 좁아 보인다. 골목길, 학교, 광장, 공원 등 모든 것이 옛날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버린 것 같다. 한 번이라도 오랜만에 자신이 다니던 초등학교를 찾아본 사람이라면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잠시나마 기억이라는 게 참 묘하다고 느끼게 되리라. 세월의 문제는 곧 기억의 문제다. 어렸을 때 사람들은 주관적으로든 객관적으로든 완전히 새로운…
첫 번째, 어울리지 않게 환경오염을 걱정하며 내일은 터미널까지 버스를 타고 가야지 다짐하고 잠들었지만 역시나 늦잠. 차키를 들고 뛰었다. 두 번째, 비몽사몽 시외버스를 간신히 타고 부모님께 연락을 드린다는 게 백 명이 넘는 인원의 단체채팅방에 글을 남겼다. 심지어 그 실수를 며칠이 지나고서야 알았다. 아뿔싸! (이 지면을 빌려 주말 새벽 저의 만행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세 번째, 오늘 낙지볶음은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양념을 얼마나 넣었는지 적어두는 걸 까먹었다. 내 하루의 실수담이다. 몇 개 더 적을 수도 있지만 부끄러움에 참는다. 오늘 또는 어제 독자 여러분은 어떤 실수들을 하며 하루를 보내셨는지 궁금해진다. 누가 더 민망하거나 심각한 실수를 했는지 내기를 한다면 최종 승자의 실수는 대체 무슨 내용일까를 궁금해 하는 것은 나밖에 없으려나. 그렇다면 실수했다면 실패한 걸까? 예전 즐겨보던 TV 프로그램에서는 실수와 실패의 차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길을 가다가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났는데 전화번호를 물어보지 못한 것은 '실수'이지만, 물어봤는데 거절당했다면 그것은 '실패'란다. 즉, '실수'는 '과정'의 문제로,…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과 서원구 남이면은 이름 그대로 청주의 남쪽에 위치하므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남일면에는 가중리(佳中里), 가산리(駕山里)가 있고, 남이면에는 가마리(駕馬里)와 가좌리(佳佐里)가 있는 등 '가'자로 시작하는 지명이 많은데 모두가 인근에 있는 마을이어서 무슨 의미로 만들어진 지명인지, 한자 표기가 서로 달라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인지 매우 궁금증을 자아낸다. 우선 남이면 가마리는 고려 때 그릇을 굽는 가마가 있었으므로 가마동(駕馬洞)이라 했는데 1914년 행정구역에 따라 가남리(駕南里), 가북리(駕北里), 가서리(駕西里), 가중리(駕中里)를 병합해 가마리(駕馬里)라 된 것이다. 그런데 그릇을 굽는 가마가 있던 곳이라면 음성군 원남면 하로리의 가마골(釜谷), 강원도 원주군 강천면의 부평리(釜坪里), 대구광역시 달성군 다사읍 부곡리의 가무실(釜谷), 경상남도 창녕군 거문리의 부곡(釜谷) 등에서처럼 한자로 '釜(가마 부)'로 표기해야 하는데 '駕馬(가마 - 사람을 태우는 수레)'로 표기한 것은 그릇을 구웠다는 사실적인 근거가 없이 '가마'라는 음만 가지고 연관지은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다만 '가마'라는 음은 오랜 옛날부터
근간 여기저기에서 '살기가 힘들다. 되는 일이 없다. 내년이 두렵다' 등 부정적인 개탄의 목소리가 점차 잦아지고 있는 경향이다. 국민들의 신뢰가 무너지면 국가 전체가 어려움에 빠지게 될 수 있다. 더러 생계형 도난사건이라는 말로 비호하자는 말인지 봐주자는 투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말도 듣는다. 글쎄, 좀도둑은 범법자가 아니란 말로도 유권해석이 되는지 되묻고 싶다. 하긴 힘없는 국민들 경우엔 따뜻한 마음의 선물을 받아도 자칫 법적 질타를 받기도 하지만, 권세가 높은 정치인들이 받는 거액은 떡값이라는 말로 유야무야 흐지부지 된 과거가 분명히 기억된다. 처음부터 볼멘소리를 굳이 해야 하는 필자 역시 근간 황당한 일을 당했기에 어찌 해야 할지 도무지 판단이 안서기에 넋두리를 하는 게다. 치안질서가 무너진다는 건 민초들 모두의 삶이 혼란스러워 진다. 지난 달 중순경에 해괴한 일을 당했다. 지난 저녁에 내놓은 음식물쓰레기통을 들여오려고 대문 밖에 나갔는데 통은 오간데 없고 그 안에 있던 음식물쓰레기만 통이 놓여있던 자리에 쏟아놓은 것이다. 순간 음식물쓰레기통이 얼마나 간다고 그걸 훔쳐갔나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이해하려면 무슨 생각은 안
지역·계층간 갈등, 저출산 고령화 등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은 이제 더 이상 행정기관의 힘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과제로,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행정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민관 협치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대다. 충북도는 이러한 시대상황에 맞게 지난 10월 조직개편을 통해 지역공동체과를 민간협력공동체과로 기능을 강화해 건전한 시민사회 육성은 물론 지역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을 통한 도민 삶의 질 향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간협력 활성화를 위한 충북도의 그간의 노력과 육성 방안을 살펴보면 우선, 시민사회 조직인 비영리민간단체(NGO)에 대한 지원을 들 수 있다. NGO는 정부나 지자체가 대응하지 못하는 지역사회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시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등 공익활동을 통한 지역사회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는 단체다. 충북도는 올 한해 도내 비영리민간단체가 주관하는 123개 공익활동사업에 8억5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6.3%가 증가한 규모로 충북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사업의 지속적 확대가 필요하다고 본다. 두 번째로 범국민적으로 전개하는 국민운동에 대한 활성화로, 충북도의 국민운동단체 지원현황을 보면 새마을회
충북은 작고 조용한 고장의 대명사다. 이런 충북이 요즘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는 일이 가끔 있다. 인근에 행정도시가 들어서면서 부동산값이 들먹였을 땐 전국 투기꾼의 주목을 받았다. 요즘은 전국에서도 가장 많이 떨어지는 지역으로 소문났다. 그렇더라도 행정도시의 관문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 기대가 어이없이 무너지는 것도 뉴스거리다. 세종시에 KTX역이 생기면 오송은 관문역할을 할 수 없고, 새만금에 국제공항이 생겨도 청주공항은 유명무실해진다. 충북이 행정도시 유치에 발 벗고 나섰고, 청주공항 육성에 정성을 쏟았던 것은 오직 관문 역할을 통해서 동반성장하고 싶어서였다. 실제로 행정도시 유치 때부터 오송역과 청주공항이 관문이라고 분명히 했다. 아무 이유도 없이 이를 변경하려고 하는데도 막을 힘이 없는 것도 관심거리다. 이해찬 의원이 민주당 대표가 되더니 대통령이 공약했던 사항을 번복하려고 난리다. 오송 분기역도 빼앗길 가능성이 있지만 호소할 데조차 없다. 오송 분기역이 격론 끝에 확정돼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상태인데도 호남권 의원은 동향 출신 총리를 만나 타당성조사를 검토해보겠다는 언질을 받아냈다.
가경 천 둔덕에 민들레꽃 한 송이가 피었다. 된서리가 서설처럼 내린 아침 설핏한 햇살에 몸을 녹이는 모습이 애처롭다. 산모롱이 외딴집 사립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촌로의 미소처럼 적막하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날에는 무얼 하다가 들풀마저 수척해지는 이 계절에 이리도 시리게 웃고 있단 말인가. 늦가을 햇볕를 쬐며 시리게 웃고 있는 민들레꽃 위에 노란 저고리를 입고 배시시 웃던 친구의 모습이 겹쳐진다. 그녀는 젊은 나이에 홀로돼 어린 아들과 친정살이를 했다. 삶의 굽이를, 가파른 고개를 혼자 삭이고 홀로 풀어가면서도 내색하지 않았다. 아들이 장성해 가정을 꾸리고 나자 다음에는 자신의 결혼 초대장을 보내왔다. 의연한 듯 살아온 한 여인의 외로운 그림자가 비로소 클로즈업됐다. 청상과부의 삶이 얼마나 버거웠으면…. 조촐하기는 하지만 결코 허술함이 없는 고급스러운 혼례였다. 신랑의 넉넉한 씀씀이, 기품 있는 말씨, 세련미 넘치는 태도로 보아 백마 탄 왕자가 맞구나 싶어 살짝 부럽기도 했다. 한데 남편과 나이 차이가 지나치게 많이 나는 걸 알고는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했다. 몇 년 후 그녀의 이순 잔치에 초대받아 가보니 다복한 6남매의 어머니로 극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에 대한 문제와 '이부망천' 같은 지역인식은 우리나라 지역균형발전의 과제를 대변하고 있다고 본다. 인구와 경제력의 수도권 집중과 이에 따른 의료·복지·교육·문화의 격차는 양극화를 심화시켜왔으며, 인구감소라는 변수는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의 위기를 현실화 시키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 및 위기를 더 빨리 더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농촌지역이다. 오늘날 비수도권이 겪는 문제는 오래전부터 농촌지역에서 제기돼 왔으나 중요하게 부각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우리민족의 뿌리이자 삶의 공간인 농촌지역이 정체성을 상실할 위기에 까지 몰리게 된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불균형문제를 인식하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통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가균형발전 비전과 전략'을 보면 농촌지역과 관련해서 '매력있게 되살아나는 농산어촌'이라는 주제로 다음과 같은 3가지 목표 및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맞춤형 귀농·귀어·귀촌의 지원으로 농산어촌 인구 순유입 10%증가를 목표로 삼고 있다. 두 번째, 농산어촌 3·6·5 생활권 구축으로 읍소재지, 면소재지, 마을 간 기능 연계로 어디서나 불편 없는 생활권을 구축한다는 것
우리 조상들은 선사시대부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동물을 사냥하거나 식물을 채집해 생활했다. 그 시대의 생활에 맞춰 가장들이 주로 사냥터에 나가는 것이 일이 됐고, 사냥을 잘하게 되면 그 집단의 힘의 척도가 돼 수장이 되기도 하고 힘이 센 사람은 집단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다. 현재는 지식의 중요성에 초점을 두게 되면서 세상은 지식인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수많은 지식인들 중 공무원인 우리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공직자가 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노력한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공무원이 되기 위해 힘쓸 만큼 공무원은 선호 직업군에 속해 있다. 왜 공무원이 선호 직업군이 됐을까? 요즘 젊은이들은 안정된 삶, 가족들과 여유롭게 일과 직장에서의 행복한 삶을 지향한다. 소위 '금수저'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평생 걱정 없이 살겠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장을 다니면서 돈을 벌어야만 살 수 있다. 예전에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월급도 적고 큰 비전이 없어 비인기 직업이었으나 현재는 안정적인 보수와 정년을 보장하는 탄탄한 직장으로 선호 직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공무원 공채시험 경쟁
극락조라 불리우는 여러해살이 풀인 극락조화(Bird of paradise)를 키우는 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극락조는 꽃이 피는 종류와 그렇지 않은 종류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습니다. 잎의 모양이 전체적으로 삐죽한 모양은 꽃이 피는 극락조이고 잎이 둥글고 넓적하게 생긴 것은 여인초·미인초입니다. 실내뿐만 아니라 실외에서도 잘 자라는 극락조는 국내 기후에서는 실내월동을 해야 합니다. 월동온도는 13도 이상입니다. 극락조는 화분에 심겨진 경우 1.8~2m의 크기로 자라납니다. 그러나 분갈이 하는 시기를 잘 조절한다면 1m 가량으로 억제하실 수 있습니다. 분갈이 시기를 늦추시게 되면 화분 속의 뿌리가 자라나면서 흙이 적어지므로 물주는 시기를 조금 더 빠르게 하셔야 합니다. 그늘에서 키우실 경우 새순이 얇고 길게 자라나면서 쓰러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줄기 아랫부분을 노끈으로 적당히 묶어주시면 새순이 나오는 속도가 늦춰집니다. 극락조는 최저 13도에서 월동이 가능하며 생육에 적당한 온도는 21~23도입니다. 열대산 식물이기 때문에 찬바람과 찬물에 의한 냉해를 입을 수 있으니 주의하셔야 합
꽃의 향기는 십리(十里)를 가고, 말의 향기는 백리를 가지만, 인품의 향기는 만리(萬里)를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공부를 많이 하신 것도 아니고, 명성이 높은 분도 아닙니다. 어느 시골 고등학교 앞에서 '할매 밥집'을 운영하면서 누룽지할머니로 유명한 할머니의 따뜻한 사람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한편의 글을 읽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어느 주부가 저녁에 남편이 누룽지를 끓여 먹자는 말을 듣고 눌려놓은 누룽지를 끓이며 10여 년이 지난 학창시절의 실화를 적은 글을 그대로 옮겨봅니다. 집이 시골이었던 저는 고등학교 삼 년 내내 자취를 했습니다. 월말 쯤 집에서 보내 준 돈이 떨어지면 라면으로 저녁을 해결하곤 했어요. 그러다 지겨우면, 학교 앞 밥 할 매집에서 밥을 사 먹었죠. 밥 할매집 에는 언제나 시커먼 가마솥에 누룽지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어요. "오늘도 밥을 태워 누룽지가 많네. 배가 안 차면 실컷 퍼다 먹거라! 이 놈의 밥은 왜 이리도 타누!" 저는 늘 친구와 밥 한 공기를 달랑 시켜놓고 누룽지 두 그릇을 거뜬히 비웠어요. 그런데 하루는 깜짝 놀랐습니다. 할머니가 너무 늙으신 탓인지 거스름돈을 원래 드린 돈보다 더…
[충북일보] 오는 30일 본보와 충북리더스클럽이 주최하는 '14회 충북경제단체 친선골프대회'가 오전 11시 30분부터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그랜드 컨트리클럽(그랜드 CC)에서 열린다. 대회는 경제인들의 친목 도모와 상호 간의 다양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대회는 도내 경제단체 회원과 재경 경제인 등 160여 명이 40개 팀을 이뤄 신페리오 방식으로 치룬다. 라운딩 이후 시상식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초청 만찬, 행운권 추첨은 오후 6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시상식은 △메달리스트 △우승(남·여) △준우승(남·여) △니어리스트(남·여) △롱게스트(남·여) 수상자에게 트로피와 부상이 각각 주어진다. 가장 멋지게 옷을 입은 참가자인 △베스트드레스상(남·여) 수상자에게는 부상이 수여된다.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 도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인 가칭 '충북아트센터' 건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 수립,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 심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26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중순 마무리되며 용역을 통해 세운 기본계획에는 공연장 등 규모, 운영 방안, 경제성 검토 등이 담긴다. 도는 이 계획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도는 지난 7월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했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의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충북아트센터 건립에는 총 2천300억 원이 소요된다. 연구원은 내년 4월까지 경제성과 재무성, 정책적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도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같은 해 상반기 행안부에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 충북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오는 2026년 첫 삽을 뜬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도는 이런 절차가 차질 없이
[충북일보] "산업 현장은 치열한 전쟁터라 조용해 보이지만 끊임없이 경쟁력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재진(67) ㈜ATS(에이티에스) 대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TS는 국내 자동차 플라스틱부품 업계 1위 기업으로 2004년 설립해 20년간 끊임 없이 달려왔다. 주력 제품은 초정밀 사출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용 클립(Clip)과 패스너(Fastener)등 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이다. 이재진 대표는 "클립, 패스너 등 플라스틱 부품과 연료 부품 분야로 두 가지 트랙을 사업 아이템으로 갖고 있다"며 "보통 300가지 정도의 부품이 매월 생산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에이티에스는 지난 2022년 국내 완성차 업체 2곳이 필요로 하는 부품 점유율의 50%를 넘어섰다. H사의 1대에 사용되는 내장·외장용 클립 100개중 50개 이상은 에이티에스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진 대표는 "신차 개발은 2년을 앞두고 이뤄진다. 올해 기준으로 2026년 모델링이 나오면 그에 필요한 부품을 부품 회사들이 2~3년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차의 디자인 등에 맞춘 개발을